소설리스트

4000년 만에 귀환한 대마도사-51화 (51/857)

51화 트로우맨 링즈 (3)

“추락하는 데 날개가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바질리스크 테일의 젊은 간부, 앨런의 말에 앙투안이 씩하고 웃었다.

“그야말로 트로우맨 링즈를 위해 존재하는 말이군.”

“말씀대로입니다. 하하하.”

거주지에 돌아온 앙투안 일행이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기분 좋게 자신들이 손에 넣은 성과를 내려다보았다.

한때 삼강에 비견되었던 강서클 트로우맨 링즈! 그러나 지금 꼴을 보라. 쥐구멍보다 작은 본거지에, 전체 전력은 전성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뭐. 그 덕분에 우리가 단물을 빨아먹을 수 있는 거지만.’

벌써 그들에게 앗아간 유물만 세 개다. 다른 중소 서클들이 얻은 성과까지 합한다면 열 개에 근접할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처음에는 그들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몰라서 약간 걱정했지만 몇 번 싸우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트로우맨 링즈에서 주의해야 될 사람은 두 명뿐이다.

서클 마스터인 베니앙과, 포스 아너 중 하나인 에이제그. 그 둘이 자리를 비웠을 때가 노리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었다.

“라운더 앙투안, 손님이 왔습니다.”

한 서클원이 보고를 올렸다. 짐을 풀고 푹 쉬려던 찰나였기 때문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 야밤에 손님이라고? 누구지?”

“떠돌이라고 합니다.”

“떠돌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다. 떠돌이는 은어다. 데미갓에 대한 것을 알고 있고, 영웅의 유물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클에 소속되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를 뜻하는 은어.

“뭐라고 하던가?”

“그게… 저희와 유물쟁탈전을 하고 싶다고…….”

“뭐?”

앙투안의 표정에 경멸이 어렸다. 사실 이런 일이 몇 번인가 있었다. 바질리스크 테일은 최근 주변에 있는 서클 중 가장 강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서클에서 빠져나온 탈주자나 떠돌이가 이렇게 일확천금을 노리고 시비를 거는 일도 잦게 일어났다. 어차피 그놈들이 가지고 있는 유물은 유물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저급 물건이니 져도 큰 손해가 없는 것이다.

“쫓아내라. 두 번 다시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려.”

유물쟁탈전은 거절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지만, 아예 입구에서 쫓아낸다면 상관없다. 등에 업은 세력도 없고, 실력도 형편없는 떠돌이 따위는 기회조차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간부를 이끌어 낼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예외지만.

“그, 그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생각보다 강해서 여의치 않습니다.”

“경비들로는 부족했단 말이냐?”

“예. 게다가 그자는 꽤 그럴 듯한 유물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서클원은 회색 머리의 남자가 두르고 있던 망토를 떠올리며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망토였다.

그러자 앙투안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괜찮은 유물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특별힌 엄선해서 세워둔 경비들로도 쫓아내지 못할 정도라니?

“내가 직접 가겠다.”

“라운더 앙투안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래.”

원래라면 적당히 포스 아너 중 한 명을 보냈을 테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다. 트로우맨 링즈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유물도 하나 가져왔으니까.

앙투안은 특별히 떠돌이에게 얼굴을 내비치기로 했다.

부하의 뒤를 따라간다.

바질리스크 테일의 거주지는 페인시스코 숲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이었다. 확장공사를 했기 때문에 내부는 넓었고 2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햇빛이 들어오도록 천장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동굴의 입구에는 환각마법과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에 몬스터나 숲 짐승, 길을 잃은 여행자가 다가올 염려도 없었다.

동굴 입구까지 나가니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침착한 표정이 인상적인 회색 머리의 남자였다.

앙투안은 프레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트로우맨 링즈에서 부딪혔지만, 베니앙에게 모든 신경을 뺏겼기 때문이다.

“자네가 떠돌이인가? 이름은?”

“프레이.”

처음 듣는 이름이다. 프레이의 이름은 서클 중에서도 삼강의 간부들만이 알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바질리스크 테일과 같은 중소 서클원 대부분은 데미갓은커녕 어포슬을 직접 본 적도 없다.

그들의 임무는 뒤처리나 크리쳐 토벌, 정보 수집이 대부분이니까.

트로우맨 링즈도 아델리아의 귀띔이 없었다면 프레이에 대한 소식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용무는?”

남자, 프레이는 베니앙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부하에게 보고받았을 텐데. 아니면 다시 말해야 되나?”

상관은 없지. 프레이가 낮게 중얼거리며 목을 가다듬더니, 큰 목소리로 선언했다.

“떠돌이 프레이가 바질리스크 테일에게 정식으로 유물쟁탈전을 선포하는 바이다. 이거면 될까 모르겠군.”

“크흐흐.”

앙투안이 실소를 흘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서클원들의 얼굴에도 비웃음이 피어났다.

“어디서 이런 애송이가 굴러온 건지 모르겠군. 그래서? 너는 무슨 유물을 걸 생각이지?”

“이거.”

프레이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던졌다. 단검은 핑그르르 몇 바퀴 회전하다 바닥에 푹 박혔다.

영롱한 보석이 박혀져 있는 단검이었다.

“쿤그닐의 단검이다. 무기로 사용해도 더할 나위 없는 최고급제지만, 던져도 다시 돌아오는 리턴과 사용자와 동시에 순간이동할 수 있는 블링크 술식이 새겨져 있지.”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직접 확인해도 좋다.”

앙투안은 가라앉은 눈동자로 프레이를 보더니 뒤에 있던 앨런에게 눈짓했다. 앨런이 바닥에 꽂힌 쿤그닐의 단검의 칼집을 뽑더니 천천히 살펴보았다.

꿀꺽!

‘이, 이건……’

굉장한 물건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예기가 흘렀고, 검신에 은빛으로 마도식이 새겨져 있었다.

“비, 빛의 시대의 물건이 확실합니다! 검신은 미스릴로 만들었고, 복수의 마법이 새겨져 있습니다!”

“……!”

앙투안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빛의 시대의 물건이라면, 루카스와 네 명의 영웅들이 활약하던 대마도시대가 아닌가? 그때 존재했던 유물들은 특히나 강력한 마법이 새겨져 있다.

놀라움에 차있던 눈엔 순식간에 탐욕이 채워졌다.

“유물이라 부르기에 부족한 물건은 아니지. 어때?”

“크크. 좋다.”

꼴을 보니 어디서 괜찮은 던전이라도 발견해서 기연을 얻은 모양인데, 그는 이런 애송이 마법사들을 몇 명이나 상대했다.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시비를 거는 작자들.

그래 봤자 솜털도 빠지지 않은 애송이다.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시비를 걸러 온 거겠지. 최소 5성, 어쩌면 6성의 마법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앙투안에겐 아무런 근심도 없었다.

하루에 세 번까지 가능한 유물쟁탈전. 저놈이 세 번 모두 이길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정말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곳은 자신들의 아지트니까. 보는 눈도 없으니, 여기서 죽여도 진실은 아무도 모를 거다.

그래서 눈앞의 마법사가 애송이라는 거다. 홀몸으로 상대방의 아지트에 처들어가 유물쟁탈전을 걸다니?

서클을 혼자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은 이상 미친 짓이다.

앙투안이 빙긋 웃었다.

“안으로 들어와라.”

* * *

“유물쟁탈전의 규칙은 알고 있나?”

“거절은 불가능하고, 하루에 최대 세 번까지 가능하다. 상대를 죽여도 상관은 없고 양자 간의 합의에 따라 판에 배당된 유물의 수를 늘릴 수 있다. 틀린 게 있나?”

“호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나 보군. 아까부터 찍찍 반말을 뱉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앙투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잘 알고 있군. 좋아. 너는 그 단검을 걸어라. 우리는 이걸 걸지.”

앙투안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곳엔 붉은빛을 내뿜는 반지가 있었다. 프레이는 잠시 레드 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털며 넓은 공터의 중간으로 걸어갔다.

“앨런 피악스, 네가 첫 번째로 나서라.”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앨런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왔다. 프레이는 그가 마도무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놈, 직업이 뭐냐?”

“마법사.”

그 말에 바질리스크 테일의 서클원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자살 방법도 가지가지군.”

“배짱 하나만큼은 서클 마스터 수준인데!”

마법사가 정면 대결에 약하다는 것쯤 코흘리개 꼬마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로브를 두르고 있어서 혹시나 싶었지만, 정말로 마법사일 줄이야.

앨런이 픽 웃으며 그와 거리를 벌려 주었다.

“그런가? 그럼 열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시작하겠다.”

“넌 이 서클의 간부냐?”

“바로 맞혔다.”

선발로 내보낸 걸 보니까 간부 중에서도 제법 실력이 있는 편이란 거군. 프레이는 알지 못했지만, 트로우맨 링즈의 아너인 피안느를 쓰러뜨린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앨런이었다.

아마 일류에 준하는 마도무인일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그는 바질리스크 테일의 포스 아너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순식간에 끝내 주지.’

앨런이 자세를 잡았다.

쌍사격, 머리 둘 달린 뱀처럼 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무술은 무엇보다 변칙적인 움직임이 큰 강점이었다. 싸움 경험도 없어 보이는 마법사 따위, 자신의 유려한 움직임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할 것이다.

일격.

앨런은 일격에 프레이를 끝장낼 생각이었다.

‘죽이는 편이 좋겠어.’

연달아 싸울 필요도 없다. 규칙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떠돌이인 이상 뒤탈도 없다. 혹여 숨기고 있는 유물이 더 있을 수 있으니 시체를 뒤지는 편이 효율적이다.

앨런의 눈이 점점 가늘게 좁혀졌다.

“시작!”

빠악

“꺽……!”

쿵.

“…….”

“…….”

앨런이.

쓰러졌다.

“어?”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제일 컸을 뿐이지,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무, 무슨 일이…….”

“지금 뭐가 번쩍하고 지나갔는데…….”

“애, 앨런이 진 거야?”

프레이가 슬쩍 들었던 손을 내렸다. 그 동작을 앙투안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보았다.

“하나.”

프레이의 낮은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동굴을 울렸다.

퍼뜩 정신을 차린 앙투안이 빠르게 두 눈을 깜박거렸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6성의 배틀 메이지인 그조차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내,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방금 그건 아이스 애로우였는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앙투안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바질리스크 테일의 포스 아너이자 일류 마도무인 앨런 피악스.

그를 쓰러뜨린 마법이 고작 2성 마법인 아이스 애로우라니?

불가능하다. 자신이라도, 아니. 바질리스크 테일의 마스터인 펠릭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비전 마법! 그래, 비전 마법일 거야.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마나를 많이 쓴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저 파괴력과 시전속도, 실제 마법의 속도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앙투안은 속내를 감춘 채로 억지로 웃었다.

“후, 훌륭한 실력이군. 어디서 마법을 배웠지?”

“대답할 이유가 없군. 유물이나 가져와라. 아니면 승패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냐?”

제길.

앙투안의 표정에 분노가 어렸다. 솜털도 빠지지 않은 애송이가 하나부터 열까지 고압적이게 반말을 하고 있다.

여유가 있을 때는 그 태도가 귀엽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다르다. 앙투안은 이를 부득 갈았다. 바질리스크 테일의 세력이 커진 이후부터, 아니. 커지기 전에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가 침음을 흘리며 부하에게 눈짓하자, 부하 중 하나가 그에게 레드 링을 갖다주었다. 프레이는 보란 듯이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그 옛날, 루카스의 전승처럼 엄지손가락에 척하고.

‘도발을 하는 건가?’

앙투안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프레이는 잠시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레드 링을 바라본 다음, 쿤그닐의 단검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난 이만 가겠다.”

“자, 잠깐!”

앙투안이 그를 급하게 붙잡았다. 그의 눈에 이채가 빛났다.

‘역시.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빨리 가서 쉬고 싶은 거야.’

자세히 보니 프레이는 숨을 조금 몰아쉬고 있었다. 지쳤다는 증거였다.

“다시 한 번 결투를 제안한다.”

“좋다.”

“어?”

프레이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다음 말했다.

“이번엔 두 개를 걸지. 반지와 단검. 어때?”

뭐지. 저 당당한 태도는? 앙투안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 좋다. 우리는 [켈빈 스톤]과 [윙 부츠]를 걸겠다.”

여기서 한발 물러서면 저 애송이에게 겁을 먹은 꼴이 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프레이의 태도가 신경 쓰였다.

‘멀쩡한 척하는 거야. 그게 틀림없어.’

유물쟁탈전은 거절할 수 없으니까, 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앙투안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하루에 유물쟁탈전의 최대 횟수는 세 번이다. 그딴 규칙, 지키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우선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한 번 더 이 녀석의 마법을 관찰하고, 만약 또 실패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죽인다.’

계산을 마친 앙투안이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킬라, 이번엔 네가 나서라.”

“예.”

“…방금 전, 놈이 사용한 비전 마법을 봤겠지? 아마도 엄청나게 빠른 시전속도와 스피드, 그리고 강력한 한 방이 특징인 것 같다. 언뜻 약점이 없는 것 같지만, 저놈 안색을 보니 마나 소모가 극심한 것 같군.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 같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첫 공격만 막으면 네 승리라는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킬라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앙투안은 그를 믿었다. 킬라는 마도무인이 아닌 마법사기 때문에 마나의 움직임에 보다 민감하다. 게다가 그는 앞서 치러진 일전을 이미 보았다.

불시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시작과 동시에 끝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놈의 비전 마법! 막으면, 내가 이긴다!’

킬라는 분석을 마쳤다. 그리고 긴장한 얼굴로 지팡이를 꾹 잡았다. 유물은 아니지만, 마법을 하나 메모라이즈할 수 있는 지팡이다.

그의 지팡이엔 배리어가 기록되어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이걸 전개해 놈의 공격을 막고, 뒤이어 쓰러뜨린다.

‘자! 와라!’

“시작!”

콰지직

“어억…….”

목소리가 울린 동시에 무언가가 깨져 나갔다. 앙투안은 그게 킬라가 메모라이즈한 배리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스 애로우. 그렇게 생긴 마법은 배리어를 박살 내는데 그치지 않고, 킬라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다.

킬라는 눈을 까뒤집은 채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

“…….”

소란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더 이상 바질리스크의 서클원들은 웃지 못했다. 그저 공포와 경외, 의문. 혹은 그 모든 것을 담은 시선으로 프레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프레이의 목소리가 다시 동굴에 울렸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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