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208화 (208/208)

208 종결

여긴 어디지…….

몸은 시릴 듯이 차갑고 정신은 몽롱하다.

주변에 들리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감각도 정상이 아니다.

데카드는 본능적으로 마나를 순환시켰다.

파지직-

하지만 어딘가에서 꽉 막힌 듯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마나.

“으윽……!”

마나의 반동으로 충격이 몸 곳곳에 퍼지자 소름 돋는 고통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꼬르륵-

이제야 자신이 있는 곳이 바다임을 알아챈 데카드는 성한 구석 없는 몸을 일으켜 수면 위로 헤엄쳤다.

어디까지 가라앉은 걸까.

오르고 올라도 해수면이 멀어 보였다.

“크흐윽……! 콜록……! 콜록……!!”

바다 위로 삐죽 솟은 바위에 올라간 데카드.

그는 몸에 들어왔던 바닷물을 양껏 게워냈다.

“흐아……. 하아……. 조금만 반응이 늦었으면 죽을 뻔했어…….”

데카드가 탑주의 마지막 공격을 맞기 전 소환했던 마수.

수많은 속성의 마수들 중 유일무이한 공간 속성의 스페이스 레빗이다.

스페이스 레빗은 소환되자마자 공간을 뒤바꿨고 최대한 화살을 튕겨냈다.

소환사의 일생에서 단 한 번밖에 소환할 수 없다고 할 만큼 강력한 스페이스 레빗이라그 계획은 거의 성공에 가까웠다.

그러나 화살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데카드의 내부를 진탕 망가뜨리고 말았다.

덕분에 지금 데카드의 내부 기관은 전부 망가져 있었다.

“돌아가면 라이아에겐 고마워해야겠어.”

탈리스만이 지속적으로 저주가 몸을 파괴하는 것을 막아주고 바다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데카드는 먹구름으로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쟁이 한창일까?

아니, 애초에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지?

장관님은 이미 돌아가셨나?

수많은 물음이 머리에서 뒤섞여 두통을 불러왔다.

“짹짹아. 나 물 좀.”

데카드의 말이 허공을 맴돌다가 바닷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하아…….”

잠시 잊고 있었던 이 허전함의 이유.

항상 곁에 있고 떨어질 줄 몰랐던 마수들의 부재가 데카드를 쿡쿡 찔러왔다.

몸이 아픈 거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알 수 없는 상실감이 더 아프게 느껴졌으니까.

데카드가 꽉 말아 쥔 주먹 위로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빠르게 눈을 비벼 닦아냈지만, 이것은 눈치도 없이 계속 흘러내렸다.

“젠장……. 나 되게 한심하네.”

바위에 걸터앉아서 청승맞게 울기나 하고.

과거의 내가 봤으면 뺨이라도 때렸을지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내리는 벌.

“정신 차려, 데카드!!”

퍼억-!!

딛고 있던 바위에 이마를 박았다.

뜨거운 피가 주륵 하고 흘러내려 눈물하고 섞였다.

“후우…….”

이제야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다.

데카드는 그대로 명상 자세에 들어갔다.

“몸의 기관이 대부분 망가졌어. 그렇다면 혹시…….”

마나를 움직였다.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였지만 평소와 달리 형편없는 수준의 양.

그러나 데카드는 이 정도도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차피 서클을 올리려면 몸의 기관을 망가뜨려야 해. 이렇게 된 이상……!”

주사위를 던진다.

그는 탈리스만으로 그나마 회복됐던 나머지 기관도 마저 부숴버렸다.

탑주에 의해 망가진 기관들은 아주 제대로 부서져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다.

한 줌이지만 깨끗하고 순수한 마나가 몸을 순환했다.

마나가 많으면 강력한 힘으로 빠르게 부술 수 있어 그나마 고통이 덜 한데 이렇게 마나가 적으면…….

‘젠장……. 정말 고통이 말이 아니로군…….’

포클레인으로 건물을 부수면 고통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작은 손 망치 하나로 빌딩을 부수려고 하니 고통만 길어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정신력 싸움이야.’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데카드는 어금니가 부서질 듯 깨물며 기관을 부쉈다.

‘조금만 기다려. 얘들아. 내가 최대한 빨리 갈게.’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고통이 매 순간순간 찾아왔다.

누군가 자신의 안에서 거대한 철퇴로 오만 군데를 전부 두드려 패는 듯한 이 고통.

마수계에서도 정말 힘들게 견뎠었는데 이런 식으로 또 시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때는 너무 힘든 나머지 끝나고 바닥에 퍼질러 누우며 이렇게 외쳤었다.

내가 이거 바닥에 마법진 없이 한 번만 더하면 정말 사람이 아니다!!

‘그래, 나 사람 아니다.’

과거의 나에겐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고통으로 차올라 멈출 줄 모르던 눈물은 이제 슬슬 피눈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머리도 조금씩 한 올 두 올 빠져가고 이도 흔들려갔다.

처음에는 데카드도 이런 현상에 당황했었으나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전에 있던 몸에서 마법에 맞는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데카드는 이미 마수계에서 환골탈태를 거쳤던 몸.

다시 한번 더 환골탈태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이 반응은 그때와 똑같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탑주. 곧 죽이러 갈 테니.’

어느새 입안에선 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머리는 찰랑거리던 머리칼을 잃었다.

하지만.

우드드득-

다시금 이가 자라나고 머리카락 또한 빠른 속도로 자라났다.

고통도 점점 무뎌지고 피부도 옥구슬처럼 매끄럽고 부들부들해졌다.

그 작기만 했던 한 줌의 마나가 심장에 도달한 것이다.

아홉 번째 고리가 심장에 감기고 데카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느껴진다.’

삼라만상에 퍼져있는 마나가.

지금 내 몸을 순환 중인 폭발적인 마나가.

대양(大洋)만큼이나 쌓여있는 마나가.

데카드는 손바닥을 펴보았다.

바다의 찬바람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갈게. 얘들아.”

그의 발밑에서 거대한 소환진이 나타났다.

* * *

“선배……?”

유물을 꺼내다 말고 멍하니 토산을 바라보던 트리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을 비비고 다시 토산에 초점을 맞추자 남자의 인형은 사라져있었다.

“…….”

역시 자신은 미친 것이 틀림없다.

트리스는 뺨을 철썩 후려치며 풀렸던 다리에 힘을 주었다.

자신이 여기서 정신 놓고 얼을 타면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그리고 지금 공격이 한창인 이때.

“벨린다! 피해!”

“으윽!!”

카론이 벨린다를 밀치자 그 자리에서 흑무로 이루어진 가시가 튀어나왔다.

“단순한 직감인가? 아니면 야성? 별다른 능력은 없어 보이는데.”

탑주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카론에게 가시를 날렸다.

‘지금이야……!’

그가 공격을 한 지금.

뒤가 텅 비어 있었다.

가면을 쓴 엘리스는 순식간에 앞으로 도약하며 10개의 검을 모두 뽑아들었다.

“초저녁!”

갈까마귀 암살단 궁극의 오의 기술.

초저녁이 탑주의 후두부에 적중했다.

후두두두둑-!!!

뼈를 끊어내고 잘라내며 깊숙이 박힌 단검들.

흑무를 담아낸 단검은 다행히 탑주에게 충격을 주었다.

“…….”

단검을 맞고도 탑주는 어떤 비명이나 말도 없었다.

그저 말없이 고개를 돌려 엘리스를 내려다볼 뿐.

“그 가면. 어디서 난 것이냐?”

화악-!

일이 잘못됐음을 감지한 엘리스가 발을 빼려 했지만 탑주가 더 빨랐다.

흑무에 목덜미를 잡히고만 엘리스.

그녀는 버둥거리며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거 놔!”

“내가 한창 흑무의 힘을 실험할 때 만들고 버렸던 것인데……. 이걸 여기서 만날 줄이야.”

“언니!!”

아스카가 급하게 양손에 냉기를 축적해서 쏟아냈다.

급격하게 주변 온도가 낮아지고 날카로운 얼음 파편이 탑주를 위협해도 흑무 앞에선 소용없었다.

“이년은 내 장기짝으로 써도 좋겠구나. 내 언데드가 되어 평생을 춤추거라.”

“안 돼!!”

탑주의 흑무가 엘리스를 감싸 안으려고 할 때.

하늘에서 빛살처럼 무언가가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부서져 버린 탑주의 오른손.

엘리스를 묶고 있던 흑무도 그와 같이 떨어져 나갔고 그녀는 겨우 눈에 힘을 주었다.

조금씩 잡혀가는 시야는 아직 흐릿하지만, 천천히 자신의 앞에 선 남자를 보여주었다.

검은 밤하늘 같은 흑발에 후줄근한 복장.

“오래 기다렸지.”

“데카드……?”

“뒤는 맡겨줘.”

“죽지 않았나? 그보다 네놈의 마나…….”

탑주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발을 뒤로 뺀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겁을 먹었다는 건가?

순간 놈의 마나에 압도당했다.

혼란스러운 탑주에 비해 평온한 얼굴의 데카드는 담담히 얘기했다.

“죽을 뻔했지.”

“그냥 그때 죽었으면 고통 없이 갔을 것을.”

떨어진 오른손이 그대로 날아와 탑주에게 철컥 하고 붙었다.

목에 박혀있던 단검은 우수수 바닥에 떨어지고 지금까지 트리스 일행이 탑주에게 입혔던 모든 상처가 원상복구 됐다.

“보아하니 9서클에 오른 듯하구나. 하지만 알려주겠다. 같은 9서클임에도 다른 차원이 존재함을……!!”

탑주에게서 흑무가 거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모든 것을 빨아먹기 시작하는 흑무.

빛은 물론이고 작은 들풀이나 쪼개진 모래조차 그것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선배!!”

“트리스. 지금 모두를 데리고 아사이드의 성안으로 들어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이쪽으로 달려오려던 트리스를 데카드가 멈춰 세웠다.

“그, 그러면 선배는……!!”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얼른. 시간이 없어.”

“……알겠어요!”

트리스는 그의 말대로 엘리스를 둘러업고 나머지 일행들과 함께 성으로 달렸다.

그들은 달리면서도 혼자 탑주와 마주한 데카드를 돌아보았다.

자신들이 느낄 수도 없이 커져 버린 흑무의 존재감에 비해 데카드는 너무나 작고 미미해 보였다.

이대로 그를 남겨두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인가?

계속 의심이 마음을 들쑤셨으나 지금은 그를 믿어야 한다.

“지금 저런 하찮은 놈들에게 시선을 돌릴 때가 아닐 텐데.”

탑주는 고개를 돌려 성으로 들어간 동료들을 쳐다보는 데카드를 노려보았다.

검은 안광은 소름 끼치게 빛이 났다.

“…….”

데카드는 말없이 탑주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이것이 진정한 9서클의 힘이자 나의 힘이다!!”

[리치 에이션트 매직 - 암흑의 거해(巨海)]

스아아아아아아-!!!

그에게서 피어오른 흑무가 하늘을 덮어 태양마저 가려버렸다.

태양이 사라진 하늘은 밤과도 같았다.

눈이 모자라게 펼쳐진 암흑은 그렇게 데카드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암흑은 데카드를 휩쌌고 거대한 해일의 중심에 작은 인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죽어라!!”

탑주가 양손을 착! 하고 모으자 뭉쳐지기 시작하는 암흑.

데카드는 암흑에 그대로 먹혀버렸다.

“크하하하하하!!!”

승리를 확신한 탑주는 세상이 떠나가라 조소했다.

“크흐흐흐……!! 너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고작 이런 개죽음이나…….”

“뭐야.”

우뚝-

얼어붙어 버린 탑주의 몸.

절대 목소리가 들려올 수 없고 들려서도 안 될 암흑의 안에서.

데카드가 무감정하게 말했다.

“겨우 이 정도였냐.”

그는 손을 가로저었다.

와장창-!!!

거울이 깨지듯 순식간에 터져버린 탑주의 마법.

깨끗해진 하늘이 다시 이 땅에 태양빛을 내렸다.

“어, 어떻게……. 나의 마법이…….”

“그건 마법이 아니다. 단순한 흉내의 불과할 뿐.”

데카드는 손바닥을 펼쳐 하늘로 들어 보였다.

“이것이 진정한 9서클의 마법이다.”

[데카드 오리지널 – 마수계 강림]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방금 전 탑주가 암흑으로 하늘을 채웠다면 데카드는 소환진 하나로 하늘을 가렸다.

그 안에서 처음에는 우드 몽키를 비롯한 레드 폭스들이 하나둘 나왔다.

그러다 점점 단계가 높아져 아이언 독, 스톰 호크, 문 울프, 아머 라이노 같은 높은 서클의 마수들이 나왔다.

이제는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

마수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수가 이 마법진 하나로 인간계에 소환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수왕님! 저희 왔어요!!”

“…….”

“이게 진정한 인간계! 마수왕님! 안녕! 안녕!”

“그동안 무탈하신 것 같군요! 이 고오른!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방지축 네 명의 지배자.

그리고 그들 사이를 쌩 하고 지나가 제일 먼저 바닥에 내려앉은 검은 머리의 남자.

“신 짹짹이. 마수왕을 뵙습니다. 본신의 힘을 되찾은 것을 감축 드리옵니다.”

“인사는 나중에. 지금은 저게 우선이다.”

“물론입니다.”

짹짹이가 코트로 변해 데카드에게 걸쳐졌다.

“크흐흐……! 고작 짐승 몇 마리 소환했다고 감히 나에게……!!”

콰직-!!!!

탑주가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그림자를 탄 데카드.

그는 탑주의 두개골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쳐 부숴버렸다.

“그림자 속박.”

바닥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줄기가 탑주를 칭칭 동여맸다.

“모두 쏟아 부어라.”

아사이드의 주변을 가득 메꾼 수만 마리의 마수.

모든 마수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퍼부었다.

1서클부터 9서클 마수들의 공격이 탑주를 쉬지 않고 공격했다.

쿠과과과과과과과과과-!!!

땅은 성한 곳 없이 깊게 패였고 데카드는 손을 들어 올렸다.

일제히 폭격을 멈추는 모든 마수들.

그 위엄으로 가득 찬 모습은 정말 마수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데카드는 뚜벅뚜벅 땅을 밟고 걸어가 만신창이가 된 탑주의 앞에 섰다.

푸스스스스-

그에게서 피어오르는 새까만 연기는 그가 정상인 상태가 아님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이미 네 흑무가 견딜 수 있는 마나의 양은 한참 넘어섰을 거야.”

탑주는 대답하지 않고 살짝 턱을 들어 데카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마 대답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짹짹아. 이 새끼 라이프 배슬 어디 있어?”

[잠깐만 기다려주십쇼.]

9서클에 올라 그 기감이 이 행성 전역으로 퍼진 마수들.

짹짹이는 탑주의 흑마력을 기반으로 추적을 시작했다.

[깊은 지하입니다.]

“애들 데리고 가서 부숴버려.”

[이미 고오른을 보냈으니 걱정 마십쇼.]

고오른은 빠르게 땅을 날듯이 뛰어 짹짹이가 말한 곳까지 도착했다.

그는 본체로 현신해서 커다란 두 뿔을 이용해 산 자체를 밀어버렸다.

“다 부서져라!”

산속 지하에 숨어있던 공간은 그대로 눌려버렸고 라이프 배슬은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콰직-

“크허헉…….”

탑주는 검은 흑무를 입에서 꾸물대며 말했다.

“허……무……하구나…….”

맨살을 시리게 하는 바람과 함께.

탑주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근데 마수왕님! 얘는 어떻게 하나?”

그리고 잡혀 온 탑주의 보좌관 제미니.

“주머니에 넣어놔.”

“알겠다!”

티이라는 충격에 기절한 제미니를 마구잡이로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끝났어.”

마수계 강림으로 인간계에 온 마수들은 지배자 마수를 제외하곤 전부 돌아갔다.

“데카드!!”

“선배!”

“야, 이 새끼야!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부장님!”

“귀인! 살아 계셨군요!”

트리스와 엘리스, 필립과 부원들, 키이라와 라이아, 켈른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제일 마음고생이 심했을 트리스와 엘리스는 오자마자 그에게 안겼다.

“진짜……! 크흥…… 데카드가 죽은 줄 알고……!”

“미안, 미안.”

데카드는 울음이 터진 엘리스의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얼마간의 한풀이가 끝이 나고 데카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무지가 되어버린 아사이드.

“이제 우리 뒤처리 좀 해볼까?”

“아아…….”

모두가 탄식하는 순간이었다.

* * *

“다행히 저희가 이겼습니다. 장관님.”

젠킨스의 무덤 앞에 선 데카드.

곱게 만들어진 무덤에 이미 많은 이가 다녀가 꽃을 두고 갔다.

데카드도 꽃을 들고 오긴 했지만, 딱히 티가 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여기 두겠습니다.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꽃이라고 트리스가 그랬거든요.”

푸른색의 꽃다발을 무덤 곁에 두었다.

“마수왕님! 아직도 여기 있나?”

“어.”

“가자! 모두들 기다린다!”

“그래. 집으로 가야지.”

데카드는 짹짹이의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올랐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대기권까지 올라온 그는 순식간에 작아진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작은 세상이지만 지키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이제는 편안한 은퇴를 즐길 때.

자신의 섬에 내려앉은 데카드가 선 베드에 누워 해안가의 햇살을 즐기려는 순간.

쿠와아아아아앙-!!

바다에서 커다란 괴수가 튀어 올라왔다.

그대로 대륙을 향해 움직이는 괴수.

이대로 가면 커다란 인명 피해가 날 게 뻔했다.

“…….”

[아무래도 주인님의 인생에는 악독한 저주가 내려진 것이 틀림없군요.]

“맞는 것 같다.”

데카드는 한숨을 쉬며 하늘로 날아올라 괴수에게 손을 뻗었다.

자신의 인생이 은퇴를 막아버린 소환사는 오늘도 내일도 세상을 지킨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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