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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205화 (205/208)

205 마지막 공격

“얘들아!!”

흑무에 먹혀들어 가는 마수들.

데카드가 미친 듯이 앞으로 뛰어갔으나 젠킨스가 그를 붙잡았다.

“자네 왜 이러나! 지금 저곳에 다가가면 자네도 위험해져!”

“하지만……!!”

“마수왕님! 그 늙은이의 말이 맞습니다! 절대 오시면 안 됩니다!!”

“맞아요! 여긴 저희가 알아서 빠져나갈게요!”

“…….”

“으으……! 끈적거린다!”

마수들은 점점 사라져가는 몸의 감각을 뒤로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았다.

지배자급 마수의 청결한 마나는 순간 탑주가 헛구역질을 참지 못할 정도로 순수했다.

너무 순수해서 오히려 역겨움이 올라온다.

“짐승 놈들. 이제 끝내 주마.”

탑주가 완전히 흑무로 마수들을 덮어 버리려는 그때.

모아둔 마나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네 마리 마수의 마나가 서로 공명에 공명을 더해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

아무런 속성 없이 순수하게 일어난 마나의 폭발은 흑무조차 전부 집어삼키지 못했다.

그 덕에 온전하진 않지만 풀려나게 된 마수들.

“놀랍구나. 내 흑무에게서 빠져나오다니.”

“하아…… 하아…….”

마수들은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손가락.

이제 사용할 수 있는 마나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인간 세계에서 역소환 된다면 남은 데카드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수들은 서로의 눈을 한 번씩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카드를 감싸고 있던 짹짹이도 밖으로 나와 그들의 뜻에 동참했다.

“영감.”

고오른이 조용히 젠킨스를 불렀다.

“왜, 왜 그런가.”

“지금부터 마수왕님과 여기 있는 인간들을 모두 데리고 도망쳐라.”

“나도 그러고 싶지만, 주변에 공간이 물 샐 틈 없이 막혀있네. 유물을 쓴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거야.”

“번다! 시간은! 우리가!”

티이라가 손마디를 우드득 꺾으며 앞으로 나섰다.

“저 멍청이 말대로 시간은 우리가 끌 거니까! 빨리 도망쳐!”

데카드는 자신의 앞에선 다섯 마리의 동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수왕님! 너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않으셔도 돼요! 저흰 어차피 죽는 게 아니라 잠시 역소환 되는 거잖아요?”

“맞다 맞다!”

“마수왕님이 나중에 다시 소환해 주시면 그만입니다!”

“…….”

데카드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야. 무언가 따른 방법이……!”

“데카드 아르마다.”

짹짹이의 음성이 데카드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나의 멍청한 주인님. 당신을 처음 만난 날부터 매일매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지만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당신과 만나지 못했다면 전 그저 그런 다크로우로 생을 마감했겠죠.”잠시 말을 끊은 짹짹이는 데카드에게서 등을 돌렸다.

과거를 회상하듯 짹짹이가 말한다.

“제가 과거에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그때 짹짹이는 섬에 오기 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데카드의 목숨을 지켜내겠다고 말하며 맹세했다.

이제 맹세를 지켜야 할 때.

“저는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주인님을 이 섬에서 내보내야겠습니다. 벌은 나중에 달게 받죠.”

“너희 진짜……!”

“앞으로 꽤나 오래 못 볼 수 있으니까! 이건 서비스로!”

요르는 데카드의 이마에 입맞춤하고 아무래도 아쉬운지 볼에다가도 몇 번 입술을 갖다 댔다.

“나중에 다시 뵙기를 기원하며 이 고오른! 인간계에 있는 마지막 지금 이 순간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힘차게 소리친 고오른.

상황에 맞지 않은 밝은 미소가 그의 입에 걸려있었다.

마지막에는 레오가 데카드에게로 다가왔다.

데카드의 앞에선 레오.

그는 한쪽 손으로 데카드의 뒷목을 잡고 귀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우묵하게 닫고 있던 레오의 입이 열렸다.

“마수왕님을 모시고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웃을 때는 저도 웃었으며 당신이 울 때는 저도 울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부디 웃어주십시오. 제가 웃으면서 마수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오올~ 우리 레오가 이렇게 말을 잘했어?”

비단길처럼 곱게도 나오는 말에 요르가 놀리듯 띄워 주었다.

“…….”

이 다음부턴 다시 입을 다물긴 했지만.

“작별 인사는 끝났나? 뭐, 벌레들의 인사치레야 재밌게 보는 편이나 기다려주는 쪽도 생각해야지.”

“젠장…….”

“어서 일어나게! 최대한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해!”

젠킨스는 억지로 데카드를 일으켜 세우고 지금 이 공간에서 최대한 멀어졌다.

멀리 가봐야 섬의 외곽이었으나 일단 탑주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게 첫 번째였다.

“마침 이쪽으로 오는군.”

언데드 군단과 싸우고 있는 일행.

그들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몇십구의 언데드를 해치웠으나 달려오는 그 수가 너무나 많았다.

점점 밀리고 밀려 이곳 해안가까지 와버렸지만 오히려 좋다.

직접 찾으러 갈 수고를 덜었으니까.

“어어? 저기 부장님이!”

“장관님도 계셔!”

잠깐 뒤를 쳐다 본 부원들이 젠킨스와 데카드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이어진 젠킨스의 함성.

“당장 후퇴해야 해! 시간이 없어!”

“결국 저 둘로도 무리였던 건가?”

“탑주란 자의 무력이 상상 이상이었군요……. 어쩔 수 없게 됐습니다.”

“크으윽…… 그럼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거지?”

트리스와 필립의 양손은 바쁘게 마법을 썼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다.

8서클 마법사 둘이 달려들어도 탑주 하나를 못 이겼다니.

“지금 마수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후퇴해야 해!”

“그럼 이 언데드들은 어떻게 합니까!”

전장의 소음을 뚫고 고드윈이 소리쳤다.

“내가 최대한 치워보지.”

젠킨스는 품에서 붉은 유물을 꺼냈다.

이것은 사용자의 생명력을 매개체로 강력한 힘을 준다.

“공간 왜곡……!!”

붉은 유물이 빛을 발하고 마법이 발동됐다.

쿠우우우우웅-!!!

순식간에 반전된 언데드들의 상체와 하체.

상, 하체의 절단으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진 언데드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우읍……!!”

거대한 마법과 유물의 반동으로 젠킨스는 땅에 손을 짚고 한 움큼 피를 토했다.

“크흐흐……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군. 고작 이 정도에서 무릎을 꿇다니.”

“그렇다면 여기서 쉬고 계세요. 제가 라이아를 부르겠…….”

“아니야. 최선의 탈출 방법은 유물을 이용한 공간 이동. 이것뿐이네. 지금 트로이카를 부르면 결과는 더욱더 안 좋아질 뿐이야.”

“지금 장관님의 몸은……!”

“나는 괜찮네.”

젠킨스는 유물을 들고 다시 한번 일어섰다.

“그래서 탈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리로 모이게들.”

언데드 대군을 뒤로하고 모두 모인 일행.

이렇게 다 같이 보고 면면을 살펴보니 다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누구는 뼈가 부러지고 누구는 베이고 찍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색 하나 안 하는 게 과연 쌓인 연륜이 어마어마했다.

“다친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젠킨스가 공간이동을 펼칠 준비를 하는 동안 데카드는 라이아가 준 유물로 사람들의 치료를 시작했다.

스아아아아아-

흑마법에 당한 게 아닌 단순한 상처라면 외상과 내상을 가릴 것 없이 전부 유물이 치료해 주었다.

“이 유물로 지금 젠킨스를 치료하는 건 안 되겠습니까?”

“허허허……. 지금 나는 상처를 입은 게 아니네. 근본적인 생명력의 고갈이 왔을 뿐.”

지긋이 든 나이도 문제지만 유물이 뺏어가는 생명력은 생각보다 커다랬다.

“이미 다 늙어버린 나는 문제 될 게 없네. 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자네의 동료들이 충분한 시간을 끌어 주느냐야.”

“저는 그놈들을 믿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마수님들이…….”

데카드의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반응을 보니 그것도 아닌 듯하다.

그때 섬의 건너편에서 들리는 폭음.

“아무래도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겠군.”

마수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젠킨스는 유물에 더욱더 자신의 마나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 *

“지금 가능성 있는 건 레오야.”

“중심으로! 레오를!”

레오의 빛 속성은 조금이지만 탑주의 흑무를 무시했다.

이 말인즉슨 그의 특성을 잘 이용만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계속 사라져가는 몸이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더 끌기 위해 마수들은 레오를 중점으로 공격진을 짰다.

“이걸 쓸 줄은 진짜 세상몰랐네.”

“동감이다!”

이 진법은 마수계에서 데카드가 재미로 짜본 공격진이다.

“진을 갖추어봤자 어차피 개미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탑주는 오직 힘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저주는 일절 배제하고 흑무만으로 마수들을 상대했다.

그들의 공격은 흑무로 먹어버리면 그만이지만 개중 저 금발 남자의 빛.

생각보다 까다롭다.

“너부터 죽여야 다음이 편하겠구나.”

다른 것은 일절 배제하고 레오의 발밑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흑무.

레오는 합장하듯 양손을 모았다.

[레오 오리지널 - 프리즘(prism)]

그에게 들어오는 모든 빛이 튕겨지기 시작했다.

튕겨진 빛은 오색빛깔 무지개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결과적으로 레오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발광했다.

“내 흑무가…….”

탑주의 흑무조차 이 빛 앞에선 힘을 잃고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 빛도 마나가 만들어낸 현상일 뿐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다.”

잠깐 멈칫거리던 흑무는 탑주가 양손을 척 하고 뻗자 광범위하게 몸을 키웠다.

결국 레오의 프리즘보다 커진 흑무는 빛을 집어삼켰다.

“크하하하하……. 이게 어둠이란 것이다.”

한껏 조소하며 이 상황을 즐기던 탑주.

“웃기는군. 넌 아직 어둠을 모른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지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후욱-!!

인기척 쪽으로 흑무를 날려보았지만 이미 그 대상은 사라진 지 오래.

“길어봐야 100년 남짓 살았을 리치가 감히 어둠을 논해?”

프리즘을 삼키느라 커진 흑무는 태양 빛도 가려버렸고 그 결과 이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한 마디로 짹짹이의 독무대가 되었다는 뜻.

짹짹이는 몸을 그림자화 시켜서 계속 탑주의 주변을 유영했다.

이 상태에서의 짹짹이는 물리적으로 잡는 게 불가능하고 흑무로 덮으려고 해도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너도 꽤나 성가시군.”

탑주는 조용히 한 마디를 던지고는 흑무를 얇게 흩뿌렸다.

8서클로 올라서고 짹짹이의 은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아져서 탑주 또한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지금이야! 모두 마나 보충해!”

마수들은 짹짹이가 최대한 탑주의 시선을 끄는 이때 자연의 마나를 끌어들였다.

어차피 몸을 수복할 정도의 마나는 모으기 글렀다.

마지막 공격을 위해서 지금 충분히 마나를 모아야 할 때.

‘어차피 오리지널 마법들의 공격성은 내가 제일 뒤떨어진다. 지금은 내가 시간을 벌어야 해.’

그림자에 몸을 맡기고 있던 짹짹이는 지금 있는 마나를 전부 이 마법에 몰아넣었다.

몸을 이루고 있던 짹짹이의 그림자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쿠우우우우우-

증기 기관차가 연기를 내뿜는 것 같은 소리를 내던 그림자는 곧 주변의 어둠을 빨아먹었다.

햇빛으로 생긴 그림자든 빛의 부재로 생긴 그림자든 가리지 않고 전부.

그렇게 모인 근방의 모든 그림자.

그림자가 없어진 주변은 음영이 사라져 입체감 또한 없어 보였다.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었으나 탑주는 이 역시 흥미로워했다.

“좋구나….. 좋아…. 조금 더 나를 즐겁게 해보거라!”

양팔을 활짝 벌리고 흥분하는 탑주.

짹짹이는 입술을 깨물며 손을 벌렸다.

스아아아아아-

그에게로 모인 그림자가 한데 어우러지며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낫이 만들어졌다.

“짹짹이! 합동 공격이다!”

“우리도 준비 끝났어!”

“…….”

“모두 놈을 포위해라!”

짹짹이가 공중에 서고 네 마리의 마수는 동서남북으로 갈라져 탑주를 에워쌌다.

“좋아…… 네놈들의 마지막 공격인가.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다섯 마수 모두가 탑주에게 달려들었다.

[짹짹이 오리지널 - 데스 사이드]

[고오른 오리지널 - 화산 대분화]

[요르 오리지널 - 극빙의 중심]

[티이라 오리지널 - 아다만티움]

[레오 오리지널 - 쥬피터]

귀를 찢을 것 같은 폭음이 뒤를 이었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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