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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201화 (201/208)

201 작전 설명

“자, 자네…… 성공한 건가?”

“보면 모르시겠어요?”

전보다 훨씬 넓어진 기감.

더욱더 진해지고 순수해진 마나가 몸 안을 활발하게 돌아다녔다.

8서클로 올라서면서 본신의 힘과 가장 가까워졌으니 이제 준비가 됐다.

“아무래도 안전하게 하려면 9서클로 올라서신 후에 흑탑으로 가는 것이 순서 같습니다. 8서클은 아직 불안하군요.”

짹짹이는 데카드의 힘이 전보다 강대해졌다는 건 인정했다.

그러나 탑주란 자와 정면으로 싸우려면 아직 모자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나만 8서클이 된 게 아니잖아?”

데카드가 서클을 올리면 마수들의 힘도 그와 비례하게 강해진다.

“지금 우리에겐 8서클 마법사가 일곱이나 있다고.”

자신과 젠킨스를 비롯해서 마수들까지 합친다면 확실히 그렇다.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숫자다.

8서클 하나로도 대륙을 엎을 수 있다는 강함을 가졌는데 그 수가 일곱이다?

이건 질 수 없는 게임이다.

“몸은 어떤가. 서클을 올린 직후이니 뭐 말 안 해도 알 것 같다마는.”

“움직일 정돈 됩니다. 문제없어요.”

데카드는 굳어버린 근육들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사람들을 부르죠.”

“알겠네.”

“저도 부를 사람들이 있습니다.”

젠킨스는 트리스와 필립을.

데카드는 이종족의 지도자들과 부원들, 마지막으로 아토스를 불렀다.

“그럼 그들이 올 때 동안 계획의 틀 정도는 만들어두자고.”

젠킨스의 집무실로 올라온 둘은 거대한 마나 분필을 꺼냈다.

“제가 생각한 작전이 있는데 들어보실 겁니까?”

“당연하네. 어서 들어보고 싶군. 집행관 전설의 작전이라.”

“……뒷말은 딱히 필요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제 작전을 설명하기 전에 제가 따로 부른 사람들을 설명해야겠군요.”

이종족의 지도자.

키이라와 켈른, 라이아에 대해 설명한 데카드.

“흐음……. 대자연의 마법을 쓸 수 있다면 확실히 광역기는 문제가 없겠구만.”

대자연 마법의 가장 큰 특징은 스케일이다.

뭐든 거대한 스케일의 범위로 적들을 쓸어버리기에 대자연 마법에 존재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이 셋으로 작전은 시작됩니다.”

데카드가 앞으로 30분간 마나 분필로 허공을 그어가며 작전 설명을 해주었고 젠킨스는 말없이 들어주기만 했다.

“어떠십니까?”

“솔직히…… 나는 따로 고칠 부분을 찾지 못했어.”

“다행이군요. 여러모로 급조한 작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젠킨스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다가 분필로 그려놓은 동그란 구슬 하나를 가리켰다.

“이 작전의 관건은 단연 저 라이프 배슬이겠군.”

“맞습니다. 라이프 배슬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마 괜찮을 겁니다.”

데카드가 이 부분에는 자신감을 보이자 젠킨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방법이 있나?”

그 말에 살짝 미소 짓는 데카드.

“방법이라기보단 믿는 거죠. 제 부하들을.”

[응응! 걱정 마라!]

[8서클이 되면서 기감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문제없어!]

[…….]

[근데 라이프 배슬이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면 탑주도 무언가 방비를 해놓지 않았을까요?]

요르의 말이 맞다.

라이프 배슬은 말 그래도 리치의 목숨.

그 귀한 것을 아무렇게나 굴리진 않을 것이다.

“아마 결계와 함정으로 가득 차 있겠지.”

“해제 스크롤도 엄청 많이 가져가야겠군.”

오랜만에 마법부 창고를 털 날이 온 것 같다.

“쓸 만한 물건은 다 챙겨가자고.”

“좋습니다.”

“후후. 심장이 이렇게 뛰는 건 오랜만이군.”

오랫동안 멈춰 있듯이 약했던 박동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문이 열립니다.]

말하는 사이 제일 첫 번째로는 트리스와 필립이 왔다.

“드디어 탑주 그놈을 부수러 가는 거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트리스와 필립은 살기를 풀풀 풍기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응……? 선배의 마나가…….”

작전에 대해 고민 중이던 데카드를 뚫어지게 쳐다본 트리스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아아. 알아챘군. 그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지?”

“설마 데카드가…….”

“맞네. 그는 8서클에 올랐어.”

“미친 재능충 괴물.”

필립은 사실 진짜 괴물은 리치인 탑주가 아니라 저놈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마수계에서 데카드가 귀환한 지 지금까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8서클을? 장난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다고.”

“다행이네. 장난이 아니라서.”

데카드는 분필을 내려놓고 그들의 옆자리에 따라 앉았다.

“또 누가 오는군.”

엘리베이터가 끊임없이 층수를 높이며 최상층인 이곳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문이 열리자 그 안은 사람들로 꽉꽉 차 있었는데 어떻게 저 공간에 다 탔나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쨌든 모두 왔네.”

이종족의 지도자들과 부원들, 아토스가 엘리베이터에서 끙끙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오느라 힘들었소!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했어.”

“오는 길에 저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크하하. 그건 감사하오.”

키이라와 켈른은 그사이에 많이 친해졌는지 서로를 향한 날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여긴 그래도 수분이 많군요. 한결 낫습니다.”

지느러미 대신 사람의 다리로 걷는 것이 아직 어색한 라이아.

그녀는 바깥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육지에서도 생활할 수 있다.

“일단 자리에 앉게들. 작전 설명이 있을 걸세.”

젠킨스의 안내에 따라 남는 자리에 차례대로 앉은 사람들.

의자가 꽤나 많았던 집무실임에도 두어 개가 모자라 몇 명은 그냥 테이블 위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 앞에선 데카드.

이렇게 보니 지금 자신에게 주목하고 있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럼 작전을 설명할게.”

모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먼저 흑탑이 있는 곳은 이 외딴 무인도야.”

세계 지도에서도 끝 쪽 구석에 있는 저 무인도는 근처에 파도가 세고 암초도 많아 배가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자신들도 배가 아닌 다른 것을 이동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데 다행히 그건 대체품이 있었다.

“제 트로이카로 접근하면 되겠군요.”

트로이카는 거친 파도쯤이야 뚫어버리고 암초는 부숴버리는 힘을 지녔기에 저런 장애물들이 전혀 상관없었다.

“맞아. 그리고 이 섬에 가까워지면 라이아와 키이라가 먼저 나서줘야 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대자연 마법을 섬에 쏟아 붓는 거야.”

“주변에 바다가 있으니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저도요.”

라이아와 키이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카드는 작전의 다음 스텝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대자연 마법으로 휩쓸어진 섬에는 우리가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면 흑마법사들의 저항이 있겠지만 그런 건 힘으로 부수면 돼.”

여기 모인 이들은 전부 최정상급 마법사.

고작 언데드 시체 따위로 막을 수 있는 이들은 없다.

“그렇게 흑탑에 들어가서나 아니면 그전이나 만약 흑기사가 나오게 된다면.”

흑기사의 힘을 일찍이 체험해 본 적 있는 세 지도자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쟤들에게 맡겨.”

자리 구석에 앉아 있는 다섯 마리의 마수.

이번 토벌에서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웬만하면 귀인의 생각에 의구심을 품지 않겠지만, 그 흑기사는 정말로 강해요. 일대일로는 승산이 없을 거라고요.”

“괜찮아. 저놈들을 믿어.”

“하, 하지만…….”

“아니면 나를 믿던가.”

키이라의 눈과 데카드의 눈이 부딪쳤다.

여기서 그녀는 데카드에게서 진심을 보았다.

“알겠어요.”

키이라는 인생 처음으로 도박을 했다.

이 남자가 탑주를 이기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에 자신의 목숨을 건 것이다.

여기 있는 모두가 목숨을 그에게 걸었고 그 사실을 데카드 또한 알고 있었다.

그 무게에 당장에라도 깔려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일어섰다.

자신을 믿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

“그럼 작전을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흑기사는 네 명. 마수들이 각각 싸운다고 하면 나머지 한 명의 마수가 남게 되는데 그 마수는 저와 탑주의 라이프 배슬을 찾을 겁니다.”마수 특유의 흑마력 감지를 이용하면 라이프 배슬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같이 라이프 배슬을 찾고 싶다.”

아토스가 살짝 손을 들어 올리며 자원했다.

“나는 봉인식과 룬 마법에 해박하다. 날 데리고 가면 함정 해체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좋아. 알겠어.”

“고맙다.”

라이브 베슬은 아토스와 짹짹이, 데카드가 찾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제 흑마법사들의 정리가 끝나면 장관님은 마수들을 도와주시고 부원들과 필립, 트리스는 흑탑을 청소해 줘.”

아마 흑탑 안에서도 버티고 안 나오는 흑마법사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러니 탑주와 싸우기 전 방해 요소가 없게 한 번 청소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마지작 스텝.

“라이프 배슬을 찾아서 부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찾지 못했다거나 찾았는데도 그 방어가 너무 심하다면 저와 장관님, 마수들은 탑주와 싸울 겁니다.”젠킨스가 그의 말을 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리치의 라이프 배슬을 찾는 방법은 이렇게 발로 뛰어서 찾는 방법도 있지만, 리치를 무력화시키고 그 흑마력을 역추적 하는 방법도 있네.”

“역추적은 마수들이 가능하니 최후의 방법으로는 탑주와 싸워 이기는 것입니다.”

데카드의 말이 끝났을 때.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그 침묵에 못 이긴 데카드가 분필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질문 있습니까?”

그제야 누군가 손을 들었다.

트리스는 뭔가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는 듯 편안한 표정은 아니었다.

“질문이 뭐야?”

“장관님과 선배가 탑주하고 싸운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탑주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면…… 어떻게 합니까?”

“후퇴해야겠지.”

“이래 봬도 난 공간 마법사네. 이 정도 인원이야 단숨에 옮길 수 있어. 그리고 만약 공간 이동이 막힌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방법이 있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물어도 답해 주실 것 같지 않군요.”

젠킨스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주억였다.

“자네 생각대로야.”

데카드는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말이 없었다.

무언가 생각 중인 듯 살짝 다문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우리가 가진 유물들.”

그러다가 꺼낸 한마디.

“총 네 개지.”

“두 개 아니었나?”

젠킨스가 알고 있는 유물은 마법부에 보관된 것 딱 두 개였다.

“여기 제가 의도치 않게 얻은 것 하나와 최근에 얻은 것 두 개를 합치면 네 개입니다.”

데카드가 유물을 주머니에서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두었다.

회색 유물과 하늘색 유물.

한 개는 다른 이의 젊음을 뺏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능력을.

다른 한 개는 상처를 치료해 주는 치유의 능력을 가졌다.

그리고 마법부에 보관된 붉은 유물과 파란 유물.

붉은 유물은 사용자의 생명력을 재료로 써 힘을 말도 안 되게 증폭시켜 준다.

파란 유물은 공간 이동 능력으로 시간 여행까지 가능하게 만들지만, 그 방법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잘 쓰면 약이고 과하면 독인 것이 지금의 유물입니다.”

젠킨스는 꽁꽁 봉인된 채로 지금은 잠들어 있는 붉은 유물과 파란 유물을 꺼내왔다.

“지금은 주변 공간을 얇게 왜곡시켜 놓았지만 언제 또 폭주할지 모르네.”

“아까 트리스가 말했던 것처럼 탑주가 저희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면 이 유물들을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치직-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네 개의 유물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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