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99화 (199/208)

199 집결

섬?

방 안에 있는 모든 이가 데카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인…….”

결국 황제가 한 번 더 되물으려 하자 커다란 탁자 위에 펼쳐진 세계지도 위로 검은 깃털 하나가 박혔다.

깃털이 박힌 곳은 망망대해 위에 외롭게 떠 있는 섬 하나.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휴양지라고 생각하면 휴양지이고 무인도라고 생각하면 무인도인 그런 섬이었다.

“이 섬에서 모든 이유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츠만은 이 남자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건가 했다.

그러나 지금 데카드의 눈빛은 진지함 그 자체.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은 그대가 제일 잘 알 거야. 그리고 선을 많이 넘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아무리 마법사라고는 하나 고작 평민이 대국의 황제를 왔다갔다 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전시 상황에.

“암살이나 그런 위협적인 행동은 일절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정보의 공유를 위해 이 섬을 그 장소로 선정했을 뿐.”

“그걸 어떻게 믿지?”

“그동안 제가 이 나라에 해왔던 것들이 첫 번째 증거이고 두 번째 증거는 마도사단장입니다.”

“마도사단장?”

데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그는 제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암살은 그렇다 치고 두 번째 말이 황제의 마음속에 걸렸다.

“정보의 공유라는 건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낸 탑주의 정보와 그 휘하 무리에 관한 정보들이죠.”

“그럼 여기서 말하면 될 일 아닌가.”

데카드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됩니다. 그 정보를 공유해 주실 분들은 섬에 계시니까요.”

“드워프와 엘프를 말하는 건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데카드.

그러나 황제는 직감적으로 저 반응이 긍정임을 알고 있었다.

“분명 대국들은 동맹을 맺었으나 서로 숨기고 있는 정보도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종족들의 정보는 굉장히 유리한 패가 되겠지요.”

달콤하다.

아주 달콤한 얘기다.

이런 전시 상황에서 정보의 우위는 병력의 우위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자신만 그 섬에서 갔다 온다면 다른 강대국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정보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니다벨리의 군주와 레스펄 포레스트의 숲지기가 각각 대표로 나올 겁니다. 그리고 추가로 한 분이 더 오시는데 그분의 정체는 나중을 위한 재미로 입을 다물겠습니다.”황제는 피식 웃었다.

이 평민이 얼마나 영악한지 알아버렸다.

“좋다. 애초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군.”

“폐, 폐하……! 적들의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호위로 마도사단장을 데리고 가겠다. 인정하는가?”

데카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럼 내일 아침 9시에 이 섬에서 보세. 나는 내가 알아서 갈 터이니.”

황제의 눈과 데카드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 한 치의 밀림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데카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하죠.”

그대로 뒤돌며 데카드는 회의장에서 사라졌다.

“흐음……. 잘한 짓인가 모르겠군.”

그 대답은 내일 섬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

누구에게나 내일은 공평하게 온다.

죽음이란 존재를 제외한다면 내일은 멈출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저 사람들의 내일을 맞이하는 시간이 저마다 다를 뿐.

여기 이 남자는 오늘같이 약속이 있지 않으면 그 시간을 최대한 늦춰버린다.

“아우 졸려.”

오늘만 해도 제때 못 일어날 뻔해서 짹짹이가 몇 번이나 깨워주었다.

“그래도 오늘은 세 번 만에 일어나셨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한 듯 무표정으로 얘기했다.

뭐, 저번에는 열 번을 내리 깨워도 데카드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세 번이면 용한 편이다.

“그러게 말이야.”

본인도 자신에게 놀라며 데카드는 옷을 마저 입었다.

“엘프와 드워프들은 먼저 출발했지?”

“네. 명령하신 대로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모두를 옮겼습니다.”

“그 섬은 어때? 살 만해 보여?”

짹짹이는 미리 드워프와 엘프들을 데려다 주느라 미리 그 섬을 갔다 와 봤다.

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탁 트이게 펼쳐진 바닷가와 멀지 않은 곳에 둥둥 떠 있는 트로이카.

그리고 키 큰 야자수 나무와 그곳에 매달린 코코넛이었다.

거기에 뜨거운 햇볕을 추가.

“책에서 읽은 휴양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람이 살 만한 건물들도 몇 개 있더군요.”

아마 젠킨스가 집 정도는 지어준 것 같은데 어차피 나중에는 커다란 리조트 저택이 들어올 것이다.

“우리도 출발하자.”

부원들은 잠시 저택에 있게 하고 데카드와 마수들만 섬으로 출발했다.

슈욱-!

기계를 이용하자 순식간에 이동한 데카드.

도착하자마자 짹짹이가 말한 대로 뜨거운 햇볕이 느껴졌다.

“어우, 짹짹아.”

[알겠습니다.]

샤릴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코트의 스타일을 변형시켰다.

“이제야 살 만하네.”

하늘하늘 거리는 짹짹이를 걸치고 데카드는 해안가를 쭉 걸어보았다.

뚝딱-! 뚝딱-!

머지않아 들리는 못질 소리와 톱질 소리.

“어어! 거기로 옮겨라!”

해안가에서 무언가를 바쁘게 만들고 있는 드워프들과 그걸 진두지휘하는 켈른이 보였다.

“켈른?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어? 이제 왔구려. 어차피 이곳에 꽤 오래 살 듯하니 근처에 집을 짓고 있었소.”

역시 드워프라 그런지 집을 짓는 솜씨도 아직 뼈대뿐이지만 그럴 듯하다.

“오늘 새벽에 오지 않으셨습니까?”

“손이 영 심심해서 어쩔 수가 없었네. 허허. 보아하니 귀 큰 놈들도 저기서 집을 짓고 있던데.”

“엘프들이요?”

켈른이 가리킨 곳으로 조금 걸어가자 여기서는 무언가 엮는 소리가 엄청나게 들려왔다.

“이곳과 저곳에 지어야 합니다!”

“네! 할레이 님!”

나무를 자르지 않고 최대한 자연을 보존하는 모습은 역시 숲의 수호자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귀인! 언제 오셨어요?”

“방금 왔어.”

“저쪽 땅딸보들이 집 짓는 거 보셨어요? 으으! 너무 야만적이에요!”

엘프들 입장에선 나무를 자르고 가공해 집을 만드는 드워프들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는 않으니까.”

“어쨌든 저희도 여기 꽤나 오래 살 것 같아서 집을 먼저 짓고 있었어요.”

켈른과 똑같은 대답.

안식처를 소중하게 여기는 두 종족의 우선 1순위는 역시 집이었다.

“이제 곧 황제가 올 거야.”

“네! 짹짹이 님께 들었어요.”

“그럼 켈른도 들었을 거고. 저기 나가 여왕님은 만나봤어?”

“아니요! 근데 너무 만나보고 싶어요!”

호기심 많은 이 엘프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가를 눈앞에서 볼 생각에 계속 가슴이 설렜다.

“좀 있다 회의는 저 산호성에서 할 거니까 준비가 다 되면 바닷가로 나와 있어.”

“네!”

키이라는 힘차게 대답하며 다시 엘프들을 지휘하러 사라졌다.

켈른에게도 키이라에게 했던 것과 같이 공지한 후.

남는 시간 동안 그는 섬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말년을 보낼 곳이라고 생각하니 모래알 하나하나에 정이 들고 입꼬리가 실실 올라갔다.

하지만 이곳에서 편안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려면 먼저 암흑시대를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통수가 따끔거려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게 뻔하다.

“얘들아. 아름답지 않냐. 앞으로 우리의 집이 될 곳이야.”

[마수계와 닮았어요!]

[마음에 든다!]

[…….]

[우오오! 불타오르는군요!]

마수들도 제 주인과 같이 신나 하며 그의 안에서 방방 뛰었다.

섬을 몇 바퀴 돌아봤을 때 시계가 9시를 가리켰다.

갑자기 빛을 내뿜기 시작하는 해안가의 허공.

스아아아-

“도착했습니다. 폐하.”

“수고했네.”

텔레포트 기계가 아닌 전용 스크롤로 섬에 도착한 황제.

역시 이런 쓸데없는 짓은 황궁이 짱이다.

“오셨군요. 폐하.”

“내가 헛걸음을 한 게 아니길 빌겠네.”

“물론입니다.”

데카드는 씨익 웃었고 아토스가 이쪽으로 다가와 작게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좋은 생각.”

그의 대답에 아토스의 속이 터지려고 할 때쯤 키이라와 켈른이 각각 해안가와 숲에서 걸어 나왔다.

오츠만은 거의 처음 보는 엘프와 드워프의 모습에 살짝 눈이 커졌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반갑소. 나는 탈리스의 황제. 오츠만이라고 하오.”

“니다벨리의 군주. 켈른입니다.”

“시르가의 할레이. 키이라예요.”

각각 자기소개가 끝났을 때 데카드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럼 출발해 보죠.”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간이 잠수복.

데카드와 부원들이 심해 속에서 괴수들과 싸울 때 입었던 것이다.

“몸 아무 데나 붙이십쇼.”

켈른과 키이라는 아무렇지 않게 붙였고 오츠만은 몇 번 의심스러운 눈으로 캡슐을 살펴보았다.

“괜찮습니다. 폐하. 허튼짓을 할 인물이 아닙니다.”

“알겠네.”

아토스와 오츠만을 마지막으로 모두 잠수복 착용을 완료했다.

“저희의 회의 장소는 저 성입니다.”

“바다 위에 성이…….”

“성의 주인은 나가 종족. 바다의 주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지요.”

“꽤나 놀랍군.”

왜 데카드가 숨겼는지 나름 이해가 갔다.

“이제 신호를 주겠습니다.”

데카드가 오른팔에 마나를 주입시키자 탈리스만이 빛을 냈다.

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갑자기 커다란 진동을 내기 시작한 트로이카.

진동 소리는 바닷속 깊이 울려 퍼지며 곳곳에 거북이들을 불러 모았다.

수만 마리의 거북이가 해안가로 몰려들었고 모래사장부터 트로이카의 산호 성까지 다리를 놓아주었다.

“가시죠.”

“허허……. 그대는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아주 탁월하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데카드가 아무렇지 않게 거북이의 등껍질을 밟으며 나아갔다.

“재밌겠군.”

“하하하!”

켈른과 키이라도 아이처럼 좋아하며 이 흔치 않은 경험을 마음껏 즐겼다.

“저희도 가시죠.”

오츠만이 떨어지지 않게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은 아토스는 천천히 거북 다리를 건넜다.

“후우……. 심장이 떨리는데.”

거북이들 사이사이로 끝없이 깊은 바다가 간혹 보일 때면 오츠만의 등과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아토스는 그의 긴장을 조금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주변을 둘러보시지요.”

“주변?”

잠깐 멈춰 선 오츠만이 고개를 들자 아름다운 수평선과 그 위에 서 있는 산호성이 눈에 띄었다.

“아름다워.”

“그렇지요. 과연 나가들의 성입니다.”

“주변에 물이 있는데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건가?”

“그러기 위해서 제가 아까 잠수복을 나눠 드린 겁니다. 절 따라오시죠.”

데카드가 먼저 물의 돔으로 들어가고 켈른과 키이라도 따라 들어갔다.

“가지.”

“네. 폐하.”

그 둘이 물속으로 들어왔을 때 안에는 나가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춘 채 창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라이아. 이곳 산호성의 주인이자 나가들의 여왕입니다.”

양 열로 선 병사들의 끝에 가장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던 라이아는 미소 지으며 이방인들을 맞이했다.

“니다벨리의 군주. 켈린이라하오.”

“시르가의 할레이. 키이라입니다.”

“탈리스의 황제. 오츠만이오.”

네 명의 지도자는 서로 악수하며 첫인사를 나누었다.

“따라오시지요. 회의를 진행할 장소가 있습니다.”

라이아를 따라 조금 움직이자 커다란 방 하나가 나왔다.

“앉으시죠.”

“배려에 감사하오.”

해파리들이 의자를 당겨주고 데카드를 제외한 넷은 어색한 몸짓으로 조개 의자에 앉았다.

“자. 그럼 여러분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 이유는 이제부터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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