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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95화 (195/208)

195 참전

“장관님. 계십니까?”

약한 조명만이 빛의 전부인 서고.

그 빛을 등진 채 열심히 책을 펼쳐보는 중인 젠킨스와 트리스가 보였다.

“여기 있네. 무슨 일인가?”

“장관님에게 택배가 왔습니다.”

“택배?”

부장관은 서고 구석진 자리에 있는 젠킨스에게 다가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 퇴마부장이라는 자에게서 온 것 같더군요.”

퇴마부장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트리스.

그녀는 번개같이 날아와 젠킨스의 뒤에 섰다.

“빨리 열어보시죠.”

“그러세.”

데카드가 이렇게 택배를 보내는 건 흔치 않았기에 무슨 물건이 들어있을지 참으로 궁금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의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썩은 내를 풀풀 풍기는 손가락 하나와 편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손가락……?”

그래도 여기 있는 모두가 지고의 정신력을 가진지라 잘린 손가락 하나 가지고 놀라는 이는 없었다.

“편지를 읽어보겠네.”

“아, 혹시 제가 읽어도 되겠습니까?”

“좋을 대로 하게.”

젠킨스의 허락에 트리스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벌써부터 그의 향기가 미약하게 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장관님에게-

이 손가락은 탑주가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리빙 언데드의 손가락입니다.

이걸로 놈의 흑마력을 추출해 주십쇼.

-데카드 아르마다-

“리빙 언데드라……. 희귀한 게 나타났군.”

“흔치는 않죠.”

젠킨스는 손가락을 들고 몇 번 살펴보다가 냄새도 킁킁 맡아보았다.

“썩은 내가 지독해.”

사람의 손가락이라는 작은 부분임에도 썩은 내는 시체 산에 온 것 같았다.

안에 들어있는 흑마력이 필시 엄청나다는 얘기.

“부장관. 가서 추출해 내게.”

“알겠습니다.”

손가락이 든 상자를 들고 부장관은 그대로 올라갔다.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좀 쉬는 게 좋겠어.”

“동감입니다.”

“나이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분위기도 풀어진 겸 트리스와 젠킨스는 의자에 슬라임처럼 퍼질러졌다.

“그래도 성과가 괜찮습니다. 진도도 빠르고요.”

이 수백 권의 책이 있는 서고에서 둘은 열 권 이내로 범위를 좁히는 데에 성공했다.

그 범위 안에서 얻은 정보도 적지 않으니 나름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라이프 배슬만 부수면 놈은 죽는다. 이거 아닙니까.”

“그게 말처럼 쉽겠나.”

리치는 라이프 배슬이라는 여벌 목숨으로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

그것만 부수면 리치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리치가 바보도 아니고 라이프 배슬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숨겨 뒀을 리가 없지 않은가.

둘은 가져온 샌드위치를 뜯으며 음료수를 들이켰다.

“크으……. 살 것 같군.”

“오늘이면 끝나니 조금만 힘을 내면 됩니다.”

결의를 다진 젠킨스와 트리스는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다시 책을 폈다.

* * *

“으윽……! 여기 놓으면 되겠습니까?”

“맞네. 이제 내려놓으시게.”

한편 슬레이의 광장에서는 아직 멀쩡한 텔레포트 기계를 통해 배달 온 부품들이 하나둘 놓아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구만.”

일꾼들이 부품들을 전부 내려놓고 사라지자 드넓은 광장에는 세이칼과 부품.

이렇게 둘만 남게 되었다.

마침 로바드의 본진과 기계는 가까웠기에 데카드의 방에서도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흐음…….”

“걱정 좀 내려놓으라니까. 이쪽 방면에선 진짜 믿을 만한 아저씨야.”

세이칼이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눈을 떼지 않던 필립은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흠……. 그냥 보는 거야.”

너무 티 나게 보고 있었나?

필립은 이만 시선을 돌려 의자에 앉았다.

잠깐 자다가 일어나 있던 데카드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계속 문 쪽을 쳐다보았다.

“언제 오려나.”

짹짹이에게 시킨 심부름.

“뭘 가져오라고 했는데?”

“별건 아니야. 그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진 알아야겠다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마침 짹짹이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옆구리에는 다량의 신문을 끼고서.

“잘했어. 다른 거는?”

짹짹이가 나머지 손들을 들어 보였다.

“오오, 좋았어.”

그 손에는 하얀 봉지가 들려있었는데 안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아주 좋았다.

포장지를 뜯고 계란 토스트를 꺼내 먹은 데카드.

반숙의 노른자 물이 톡 하고 터져 나오며 바삭한 빵을 푹신하게 적셔주었다.

“한 번 보자.”

간식을 입에 물고 신문을 읽어 내려가던 데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전면전인가.”

“뭔데? 나도 보자.”

데카드의 뒤로 온 필립 또한 신문을 읽어보았다.

주변 마을을 툭툭 치며 견제와 반응을 보던 흑마법사들이 본격적으로 대군을 일으켜 성을 점령한다는 소식이었다.

“이건 원래 하던 짓 아니었어?”

필립이 묻자 데카드는 검지로 신문의 밑면을 톡톡 쳤다.

“끝까지 읽어봐.”

그 밑면에는 대륙의 강대국들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말의 뜻은 원래 소국만을 건드리던 흑마법사들이 대국들과도 전쟁을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스켈레톤 병사들은 기사들이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언데드들은 모르겠군.”

언데드는 스켈레톤이 가장 유명할 뿐 그 한 가지로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좀비나 구울, 저번에 루이가 부렸던 본 골렘 등등.

다양한 특징과 능력을 갖춘 언데드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신문의 다음 장에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한 언데드들이 전장에 나타났다라.”

“야생 몬스터들을 언데드로 만든 거네.”

보통 인간보다 훨씬 전투 능력이 뛰어난 몬스터들은 이렇게 훌륭한 언데드 재료가 된다.

“마법부도 바쁘겠어.”

전쟁이 흑마법사들 쪽으로 완전히 기울여지지 않으려면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각국으로 파견을 나가야 했다.

집행부 또한 지금은 탈리스의 외곽 지역을 방어하는 것으로 마법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내일이 지나면 나도 참전해야겠어.”

“나도 그래야지.”

둘 다 마법부의 최고 무력을 가진 부서의 부장이기에 두 명의 참전은 전쟁의 양상을 뒤바꿀 만큼 크다.

“짹짹아. 애들은 지금 뭐 하고 있어?”

“눈을 링크시켜 드릴까요?”

“그러는 게 편하겠다.”

짹짹이의 손목을 데카드가 잡자 순식간에 뒤바뀌는 시야.

저택 지붕 위에 앉아있는 까마귀가 뒷마당에서 열심히 수련 중인 부원들을 보고 있었다.

“매직 애로우네.”

저번에 자신이 알려줬던 매직 애로우 수련법.

그들은 아직도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가고 있었다.

가끔가다 운이 좋아 성공이라도 한다면 뛸 듯이 기뻐하는 게 귀엽기도 했다.

“좋아, 좋아.”

부원들도 열심이니 자신도 덩달아 열정적이게 된다.

내일은 아무래도 아침 일찍 가야 할 듯싶다.

* * *

슬레이의 아침.

매일 범죄가 일어나는 곳치곤 나름 밝은 하늘이다.

데카드와 필립은 텔레포트 기계 앞에서 로바드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잘 놀다 간다.”

“넵! 다음에 또 오십쇼!”

몇 번을 봐도 적응 안 되는 보스의 모습에 뒤에 있던 부하들은 침음을 삼켰다.

“세이칼 님은 바쁘셔서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안녕히 계십쇼. 로바드 님.”

“네! 필립 님도 무사하십쇼!”

곧 전쟁에 나가게 될 둘에게 안녕을 빌어준 로바드는 레버를 올렸다.

마나는 데카드가 알고 있는 루비아의 마나 신호를.

“가자.”

스아아아-

밝은 빛이 터져 나오고 필립과 데카드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을 뜨자 둘은 루비아에 도착해 있었다.

집행부 앞에 있는 기계로 왔으니 거리도 나름 단축시켰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계 컨트롤에 데카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집행부로 간다. 나중에 전장에서 보자.”

“알았다.”

필립이 바쁘게 집행부로 가고 데카드는 저택에 돌아왔다.

아직 이른 아침의 루비아이기에 부원들은 모두 꿈나라.

“엘리스? 안 자고 있었어?”

그러나 엘리스만은 정문이 가장 잘 보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데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보다 늦으셔서. 헤헤…….”

졸려서 살짝 처진 눈을 비빈 엘리스는 밝은 미소로 데카드에게 다가왔다.

“이제 우리도 참전해.”

“그렇군요.”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전쟁에 나가야 한다는 말이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평화가 올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세상이 망하는 건 그렇다 쳐도 자신의 섬과 행복한 인생까지 망치게 둘 순 없다.

데카드는 편안한 후일을 위해 그 탑주란 자를 기필코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

“조금 더 자. 12시가 되면 작전 회의를 할 거니까.”

“네…….”

그가 왔으니 이제야 안심할 수 있었던 엘리스는 느릿느릿 자신의 방으로 가 누웠다.

원래야 일찍 일어나는 부원들은 데카드가 집에 오고 한두 시간이 지나자 한 명씩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부장님 오셨네요?”

“그래.”

“뭔가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이지.”

벨린다와 아스카를 시작으로 고드윈 카론.

제일 마지막엔 엘리스가 모였다.

“지금부터 중대 발표할 게 있어. 엘리스는 이미 들었겠지만 한 번 더 모두가 있을 때 말할게.”

부원들의 시선이 데카드의 입에 집중되었다.

“우리도 이제부터 전쟁에 참전할 거야.”

“그렇군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으으……! 긴장된다!”

아스카는 양팔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우리는 비공식 조직. 전면에 나설 수는 없어. 그래서 택한 게 이 게릴라 전술이야.”

게릴라 전술은 예상치 못하게 소수의 정예로 대군을 습격해서 피해를 주는 방식이다.

잘만 사용한다면 효율의 극치를 보여줄 수 있는 뛰어난 전술.

데카드는 이 전술을 사용하기에 지금의 퇴마부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하나가 뛰어난 마법사임과 동시에 전사.

“너희는 연이은 흑마법사와의 전투로 저주 내성도 뛰어나. 웬만한 군대로는 우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준비해 온 몇 가지 공격법이 있어.”데카드가 준비한 공격법.

이것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빠르게 거대한 파도처럼 이루어진다는 거다.

“공격의 주축은 고드윈. 너의 백염이 적들을 한차례 휩쓸면 혼란해진 전장에 벨린다와 카론, 엘리스가 난입. 최대한 많은 수의 흑마법사를 죽여 낸다. 아스카는 보조다.”

“네!”

퇴마부의 힘찬 대답이 이어지고 데카드는 이어서 또 다른 공격법을 소개했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봐. 너희들은 어때?”

“좋은 것 같습니다!”

“빨리 싸우고 싶어요!”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탑주의 해골바가지 머리를 부숴버리고 쉬고 싶을 뿐이다.

“바로 가자.”

마침 어제 로바드의 성에서 신문을 볼 때 적당한 전장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엔티티 근처 밀림.

이곳은 소수의 사람들이 숨을 곳도 많고 길도 한정적이라 게릴라 전술이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까지는 텔레포트 기계가 없어 엔티티의 외곽도시에서 걸어가야 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가족

만나러 왔습니다.”

전쟁 지역이기에 더 심해진 검사는 몇 마디 거짓말로 넘어가고 퇴마부는 밀림으로 향했다.

“정말 흑마법사들이 여길 지나갈까요?”

밀림을 건너던 도중 아스카가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곳이 그저 우중충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문으로 본 흑마법사들의 동선은 여길 가리키고 있어. 분명 저 도시를 치러 올 거야.”

[바람에 타고 오는 냄새도 굉장히 진하니 분명 맞을 겁니다.]

[오면 부숴버린다!]

“이쯤에서 기다리자.”

높은 나무들이 우거진 이곳에서 부원들은 가지 위로 올라갔다.

“알고 있지? 내가 알려준 호흡법. 지금부터 해야 해.”

“네!”

언데드들은 산자의 기운을 느끼기에 그 냄새를 최대한 지워야 했다.

그럴려면 이 호흡법이 제격.

이것은 심장의 박동을 최대한 낮게 해줘 산 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호흡을 옅게 해준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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