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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89화 (189/208)

189 리빙 언데드

여긴 어디야!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답답한 공간은 그 한마디조차 턱 막히게 해버렸다.

“디스트럭션……!”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영창을 끝내자 전방위로 폭발이 일어나며 아직 어두운 하늘이 보였다.

“여, 여긴 관 속이었나?”

자세히 보니 자신의 등 아래에 널브러져 있는 갈비뼈가 보였다.

탑주에게 보고를 한 후 검은 구체를 몸에 받아들였고 눈 떠보니 이곳이었다.

참으로 횡설수설한 이야기에 말하는 자신조차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쨌든 살아 돌아가려면 크로우란 놈의 목이 필요해.”

크로우를 불러내려면 어떡해야 하지?

아니, 애초에 내가 그놈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가슴 속에서 두근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쿠쿵- 쿠쿵-

자세히 들어보면 심장 소리 같기도 하지만 그곳과 전혀 다른 위치에서 박동이 느껴진다.

“내, 내가 왜 이러지?”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고 팔에서는 핏줄이 튀어나왔다.

“크으윽……. 우읍……!!”

갑자기 올라오는 구토물.

한껏 바닥에 게워내고 뭔지 바라보았을 땐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내, 내 장기들…!!”

십이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기가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나, 난 지금 살아있는 건가…?”

장기가 이만큼이나 빠져나왔는데 살아있다고 보긴 어렵다.

폐가 없어진 지금.

숨을 쉴 수도 없으나 쉬지 않아도 전혀 불편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그렇다면 이 흑마법은…!!”

흑마법사, 루이는 자신에게 걸린 흑마법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리빙 언데드……!”

말 그대로 살아있는 언데드.

이름부터가 모순의 극치를 보여주는 흑마법이다.

리빙 언데드는 언데드의 강력함과 산 자여야만 할 수 있는 마법들을 동시에 가능케 만들어주는 것으로 사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탑주님!”

재생력 또한 트롤의 몇 십 배를 상회.

자신은 죽음에서 몇 발자국이나 멀어졌다.

“오오…. 몸 안에 흑마력이 넘쳐흐르는구나.”

자신의 비어있는 몸 안을 꽉꽉 채운 다크 룸.

마법사의 마나 룸과 같은 것으로 흑마력을 보관하는 곳이다.

강해진 자신을 만끽하던 루이는 주머니를 열었다.

우르르르-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들.

“일어나라.”

그의 명령에 해골들과 좀비들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며 정렬하게 오와 열을 맞췄다.

“크하하하!”

본래라면 하지 못했을 이런 정밀한 컨트롤이 지금은 숨 쉬는 것보다 쉬워졌다.

“언데드들의 내구도도 말도 안 되게 올랐어! 이거라면 그놈도….”

강력한 힘을 얻었으니 이제 크로우란 자를 찾기만 하면 됐다.

그때 언덕 아래에 있는 커다란 마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보아하니 저번에 방비가 두터워 공격하기를 꺼렸었던 그 마을이다.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있나. 놈이 오게 하면 그만이지. 네놈이 정의의 사도라면 와서 날 막아보아라. 크흐흐…….”

루이는 입꼬리를 올리며 마을로 내려갔다.

* * *

“마수왕…….”

“주인님이 깨우지 말라고 하셨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려던 요르가 수문장, 짹짹이의 앞에 막혔다.

“아침도 안 드셔? 어제저녁도 거르셨잖아!”

짹짹이는 아직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손을 내밀었다.

“두고 가라.”

“쳇!”

혀를 짧게 찬 요르는 접시를 건네주고 방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마수왕님 눈에 처음 띈 마수가 나였으면 내가 저 자리에 있는 건데!”

마수들 모두가 짹짹이의 위치를 부럽게 생각한다.

마수왕인 데카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고 모시는 역할.

그와 떨어지는 법을 보기 어려웠기에 요르는 특히 짹짹이가 부러웠다.

“만약 짹짹이 대신 내가 있었다면…….”

요르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

매일 아침 데카드를 깨우는 영광을 누리고 싸울 때도 밥 먹을 때도 함께한다.

“이 중에는 나도 같이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부러워!”

오랜만에 거센 질투심을 불태우며 계단을 내려가려고 할 때 뒤에서 짹짹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워실의 구멍은 막아 놓았으니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그, 그걸 어떻게……!”

자신이 아무도 없던 새벽에 몰래 뚫어놓았던 것을!

저 까마귀가 어찌 알았단 말인가!

“어떻게 알았냐고?”

“……!!”

짹짹이와 멀찍이 서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요르의 눈이 경악을 내비쳤다.

“이, 이젠 마음까지도 읽는 것이냐!”

팔뚝에 오소소 돋은 소름을 문지르던 요르를 짹짹이가 쳐다보았다.

몇 백 년 동안이나 보아왔는데 괜찮은 관찰력만 있다면 어조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 읽지 마!”

“내가 네 마음을 어떻게 읽나. 그냥 얼굴에 써 있으니까 그런 거지.”

“내,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

어째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멍청해지는 것 같다.

“하아……. 이만 내려가라. 너하고 대화하다 보면 나까지 아둔해지는 느낌이니.”

“쳇! 너 잘났다!”

요르는 혀를 쭉 빼고 1층으로 내려왔다.

“데카드는 아침도 안 먹는데요?”

“아직 주무…… 아니 내가 왜 이걸 너한테 보고해야 돼!”

“네……?”

엘리스의 질문에 괜히 예민하게 군 요르는 자신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침은 엘리스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음식인 토마토 파스타.

“우응! 이거 맛있다!”

요르를 제외한 마수들은 이미 신 나게 식사를 시작했고 부원들은 이미 바깥에서 수련 중이었다.

“으음......”

파스타를 한 입 퍼먹은 요르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내렸다.

“맛없으세요……?”

맛있다.

그러나 겉으론 절대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표정 관리 때문에 덩달아 심각해진 요르의 얼굴을 보고 엘리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요르는 대답하는 기계처럼 이미 말할 답변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흥! 그러면 맛있겠냐!”

보통 이러면 풀이라도 죽어야 하는데 눈앞에 인간은 생글생글 웃으며 조미료들을 가져왔다.

“조금 싱거우신가요? 그러면 소금이나 설탕을…….”

“아니야! 됐다!”

지금이 딱 간도 적당하고 모든 게 잘 맞물려 있는데 저런 것들로 이 하모니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조미료를 들고 오는 엘리스를 양팔로 막은 요르는 새를 쫓아내는 것처럼 훠이훠이 손을 저었다.

“저리 가라! 나 혼자 먹을 거다.”

가라 해놓고 일어나는 건 자기가 일어난다.

“쳇. 요리는 왜 쓸데없이 잘해가지고.”

요르는 혼자 거실로 나와 파스타 접시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포크로 한 입 집어 먹었다.

옆에선 언제 왔는지 티이라가 파스타를 잔뜩 담은 냄비를 들고 와 앉았다.

“왜 심술이냐! 맛있는데.”

“나도 알아! 맛있는 거!”

“그럼 왜 그러냐! 엘리스한테!”

티이라가 입안에 있는 걸 다 씹지도 않고 소리를 질러서 파스타 면이 요르에게 팍팍 튀었다.

“아악! 좀 다 먹고 말해!”

살짝 미안한 듯 티이라는 옆에 있던 휴지를 뽑아 요르의 머리에 붙은 면을 때주었다.

그렇게 때진 면은 다시 그녀의 입속으로 직행.

“……더러워.”

요르의 시선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파스타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어차피 마수왕님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뭐……?”

“마수왕님이 우리를 소유한 것이지 우리가 마수왕님을 소유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요르.”

답지 않게 진지해진 티이라의 목소리.

입은 열정적으로 파스타를 먹고 있지만 목소리만큼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우리가 아무리 마수왕님과 가까워져도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게 있다. 그건 아무리 몸을 섞어도 부서지지 않지.”

“뭐야……. 너 티이라 맞아?”

“닥치고 끝까지 들어라.”

움찔한 요르.

티이라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어떻게 해도 마수왕님의 마음을 얻을 순 없다. 그건 엘리스 같은 인간들만이 할 수 있다.”

요르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잘 생각해 봐라.”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티이라는 자리를 피해 주었다.

티이라가 떠나고 남겨진 요르의 파스타 위로 투명한 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 * *

“큰일입니다!”

이젠 저 소리도 익숙해졌다.

“또 뭔가.”

밤낮으로 이어진 회의에 다크서클이 얼굴에 축 내려앉은 오츠만은 아침부터 비보를 들어야 했다.

병사는 한차례 숨을 돌리고는 말했다.

“루비아 주변에 있는 마을들이 하나둘 궤멸돼 가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 마을들을 보호하고 있는 성벽이 몇 개인데.”

“그런 대대적인 침공이라면 저희가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신하의 말대로다.

그 말은 수도와 가깝기에 방비가 두텁기 그지없다.

“흑마법사의 수는 몇이라더냐.”

병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 하나입니다.”

단 하나.

한 명의 흑마법사가 지금 루비아를 옥죄어오고 있었다.

단기간에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 루이.

그는 이제 막 다른 마을에 쳐들어가려던 참이다.

“흠흠~”

콧노래가 아주 저절로 나온다.

“한 놈도 빠짐없이 죽여라!”

남녀노소 어린아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그 마을에 강아지마저 죽여내 자신의 부대로 통합시킨다.

“아주 좋아.”

질은 낮지만, 양이 많다.

이 정도면 웬만한 기사단이 떼거리로 몰려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우우웅- 우우웅-

달그락- 달그락-

어느새 부대의 행렬이 언덕을 넘고 넘어도 그 끝이 보이지가 않게 되었다.

“크로우는 어디 있나! 이 마을을 살리고 싶다면 나를 상대하라!”

이래도 안 나올 거야?

루이는 크로우란 자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파괴를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덤벼 보거라! 크흐흑!”

자신을 대체 누가 막을 것인가.

“으아아아악!”

“쿨럭! 쿨럭!”

“도, 도망쳐라……!!”

잘 훈련된 제국의 기사들도 자신을 보면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친다.

“어딜! 생체 폭발!”

흑마법 중에서도 최상위 마법인 생체 폭발.

이것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폭탄처럼 터뜨려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마법이다.

콰아아아앙-!

퍼어엉-!!

몸이 산 채로 터져나가면서 안에 있던 날카로운 뼈가 주변에 인간들을 마구 찔러댔다.

“끄아아악……!!”

자신이 손만 대면 그곳은 곧 생지옥이 된다.

이 얼마나 짜릿한 기분인가.

“세상이 꼭 내 것이 된 것 같군!”

힘을 쓰면 쓸수록 더더욱 탑주에 대한 충성심도 깊어져 갔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이 힘을 준 건 탑주였으니까.

루이가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다시 한번 생체 폭발을 쓰려는 순간, 공간이 뒤집혔다.

“공간 마법……?”

멍하니 있을 틈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반응해 몸을 뒤로 뺐지만, 오른팔은 그러지 못했다.

푸화아악-!

“흐음…….”

자신의 오른팔이 터져나갔음에도 그는 가만히 비어있는 한쪽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으으! 아깝다! 마리!”

“괜찮아. 다음번에는 머리를 터뜨릴 거니까.”

공격은 저놈들이 한 건가?

기감을 넓혀보니 주변을 포위한 마법사들의 마나가 하나둘 느껴졌다.

그 수준은 절대 낮지 않았기에 루이는 이들이 누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너희들이 궁정 마도사단인가?”

“그렇다.”

대장격으로 보이는 여자가 짧게 대답했다.

아까 분명 마리라고 불리는 걸 들은 것 같은데…….

“이름이 마리냐?”

루이는 자신의 오른팔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핥으며 말했다.

“네놈 따위에게 말할 이유는 없다.”

“큭큭. 너무하는군.”

“넌 포위당했다. 얌전히 구속을 받아라. 그럼 적어도 팔다리는 붙여주지.”

마리가 턱 짓으로 터져나간 오른팔을 가리켰다.

“이거? 무슨 소리냐. 내 팔다리는 잘 붙어있는데.”

오른팔로 집중된 흑마력.

쑤욱-

도마뱀의 꼬리가 다시 자라나듯 루이의 오른팔이 다시 어깨에서 뻗어 나왔다.

“그럼 어서 덤벼보아라. 꼬맹이들아.”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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