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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87화 (187/208)

187 개인 연습

“격리하겠습니다.”

짹짹이가 빠른 반응 속도로 양손을 뻗어 그림자를 일으켰다.

바닥에서부터 두껍게 그림자가 솟아올라 돔의 형태로 유물을 감싸 안았다.

쿠우우우웅-!!

곧이어 그림자 안에서 들리는 폭음.

폭발은 그림자 바깥에 새어나오지 못했고 이따금 뚫린 구멍으로 연기만 조금씩 새어나왔다.

“그림자를 치워보죠.”

“어.”

다시금 안쪽이 잠잠해지자 짹잭이가 그림자를 걷어냈다.

그림자 안에선 힘을 잃고 바닥에 볼품없이 떨어져 있는 회색 유물과 하늘색 유물이 있었다.

“둘이 공명을 한 건가?”

“공명의 효과가 폭발이라면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이젠 안 그러잖아.”

처음의 폭발 이후 두 유물은 서로 붙여놓고 튕기게 해보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일단 떨어뜨려 놓는 게 좋겠습니다.”

“동감이야.”

데카드는 유물을 서로 다른 주머니에 보관했다.

“그런데 이것들은 마법부에 갖다 놓지 않으실 겁니까?”

지금까지 데카드가 찾았던 유물들은 전부 마법부에 있다.

푸른 유물과 붉은 유물이 그것이다.

“이 두 개의 유물은 그래도 얌전하잖아? 오래 붙들고 있는다고 정신이 위험해지는 것도 아니니 내가 쓰려고.”

회색 유물은 몰라도 이 하늘색 유물은 굉장히 쓸 만한 능력을 지녔다.

다친 이에게 쥐여 주는 순간 금방 새살이 돋아나고 어떤 심한 상처라도 회복해 준다.

이건 전투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앞으로 정말 하루가 지날수록 싸우기만 할 텐데 안 다칠 거란 보장은 없지.”

자신과 부원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이 유물은 꼭 필요하다.

“손에 있는 건 뭐야?”

“오늘 자 신문입니다.”

다시 침대에 누우려는데 짹짹이가 옆구리에 끼고 있는 신문이 눈에 띄었다.

“줘 봐.”

신문을 받은 데카드는 1면부터 천천히 읽어나갔다.

“흐음……. 벌써 나라 몇 군데는 수도 직전까지 뚫려버렸군. 지금까지 승리한 군대가 없는 최악의 적이라…….”

1면의 기사 메인 제목이었다.

“이쪽을 보시면 그들에게 항복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짹짹이가 신문의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흑마법사들을 따라야 한다는 광신도들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진이 걸려있었다.

“저런 애들이야 옛날에도 있었어.”

데카드가 하나도 남김없이 머리를 날려 주곤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얼마나 무섭겠냐. 매일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항복을 한다 해도 놈들이 받아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거지.”

흑마법사들은 절대 항복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냥 죽여서 해골 군대에 넣어버리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언제쯤 참전하실 계획입니까?”

“글쎄다.”

이대로 느긋하게 있을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대규모 전쟁에 들어가실 겁니까?”

각 부대끼리 칼이 부딪치고 피가 튀기는 대규모 전쟁.

그것도 소환사가 날뛸 수 있는 무대이긴 하지만 데카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소수 정예로 게릴라전을 펼칠 거야.”

지금은 인간들 쪽이 수성의 입장이고 흑마법사들이 공성의 입장이다.

자신은 그들이 들어오는 길목에 숨어 있다가 보급로와 핵심 전력을 툭툭 끊어버릴 생각이다.

“그러려면 딱 우리 퇴마부가 적당해.”

모두가 7서클에 올라선 지금, 민간 집단 중에선 세상에서 가장 강하지 않을까?

“마수들도 이런 급습에 어울리는 애들이 몇몇 있고.”

7서클에는 다양한 마수들이 있는데 개중에는 암살 특화도 있었다.

그것들과 기습이라는 이점을 잘 살린다면 당해낼 흑마법사들은 없을 것이다.

“마수들은 아직도 자?”

“그렇습니다.”

“걔들도 참…… 오래도 자네.”

누가 누구한테 할 말은 아니었으나 짹짹이는 구태여 말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그럼 잠만 자실 계획입니까?”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세상이 말세에 들어섰는데 속 편하게 잠만 잘 순 없다.

그 정도 양심은 탑재되어 있다.

“오늘은 개인 훈련이나 해보려고.”

개인 훈련?

짹짹이가 고개를 갸웃할 때 데카드는 씨익 웃었다.

잠들어 있는 마수들을 자신의 안으로 들여보내고 잠깐 나갔다 온다고 쪽지도 써 붙였다.

이러면 걱정은 안 하겠지.

친절하게 몇 시까지 돌아올 지도 적어놨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안 그럼 또 엘리스가 찾으러 다닐 것 같아서.”

시원한 바깥바람을 맞으며 데카드는 루비아의 시내로 나왔다.

사람들의 경쾌한 목소리는 어디 가고 분위기 자체가 풀이 죽어 있었다.

[엄청 우울한 분위기군요.]

이게 전쟁이다.

그 소식의 여파만으로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이들 중에는 파병으로 나간 병사들의 가족들도 있겠지.

“하루빨리 끝낼 거야. 이딴 시대.”

탑주가 1년 안에 세상을 끝내겠다고?

“나는 한 달 안에 한다.”

흑마법사들의 목을 따다 보면 결국 놈도 나올 거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아마 놈은 그때가 오지 않기를 빌어야 할 것이다.

“바이올로프로 가주세요.”

“……그곳은 전쟁 지역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담당 마법사는 레버를 당겼고 데카드의 시야가 하얗게 물들면서 바이올로프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까 마법사가 말했던 전쟁 지역.

한창 흑마법사에게 공격받고 있는 나라다.

“개인 연습을 하신다면서 이곳엔 왜 오신 겁니까?”

“연습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연습 상대가 필요하잖아? 스파링 상대가 여기 널려있더라고.”

신문에서 이곳, 바이올로프의 여러 도시가 흑마법사들에게 괴멸당했다는데 오늘은 그걸 수복한다.

“사람도 구하고 내 연습도 하고. 일석이조지.”

짹짹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말릴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보조하겠습니다.]

“하핫. 우리 짹짹이, 많이 똑똑 해졌네.”

[에……? 여기 어디예요?]

방금 막 일어난 요르를 시작으로 마수들이 하나둘 깨기 시작했다.

[…….]

[역겨운 냄새 진동한다!]

[확실히 심하긴 합니다!]

흑마법사들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마수들은 코를 싸매야 했다.

그들이 이끄는 언데드들의 썩은 내와 흑마력의 악취가 숨을 못 쉬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전문 청소꾼 데카드가 왔다.

“으윽……!! 버텨라! 아직 시민들이 전부 대피하지 못했어!”

“하지만 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길목에 서서 진격을 막고 있는 바이올로프의 기사들.

“죽어도 버텨내라!”

“죽으면 안 되잖아? 살아야지.”

“누, 누구 목소리야!”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날개를 단 남자가 떨어졌다.

쿠우우우웅-!!

해골과 좀비들은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사방팔방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건 기사들도 마찬가지.

“이, 이게 뭐냐!”

“또 다른 적인가?”

데카드는 날개로 흙먼지를 치우고 자신을 드러냈다.

“워워. 같은 편이니까 칼은 내려놓으라고.”

기사들은 데카드의 모습을 보고 얼추 진정이 된 듯 숨을 천천히 쉬었다.

“후우……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마법사인 게요?”

“마법사는 맞지. 근데 아직 공식적으로 너희를 도우러 온 것은 아니라 누구인지 말해 줄 수는 없어.”

사실 지금 데카드가 하고 있는 건 위법이었다.

기관 소속의 마법사가 허락도 없이 분쟁 지역으로 가 전쟁을 도운다는 건 징계감이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금 이런 걸 신경 쓸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살짝 물러나 있어. 금방 끝날 테니까.”

손마디를 우드득 꺾으며 데카드는 양손을 바닥에 짚었다.

“소환!”

7서클의 마수들이 마법진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카아아아-!

커어엉-! 컹-! 크와아앙-!

스톰 이글과 섀도우 재규어, 이그니스 타이거가 세 마리씩 등장했다.

‘마나가 확실히 많이 빨리긴 하네.’

7서클 마수 9마리는 마나에 무리를 주었으나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들이 가져다주는 전투력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쓸어버려!”

스톰 이글은 날개로 질풍을 일으켜 언데드들을 조각내고.

섀도우 재규어는 그림자를 옮겨 다니며 날카로운 이빨로 좀비를 찢었다.

불꽃을 두른 발톱의 이그니스 타이거는 종횡무진 적진을 휩쓸어 모두 불살라 버렸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놈들이 다 소멸했습니다……!”

마수들은 여기서 끝을 낼 게 아니라 다른 길목을 버티고 있는 기사들도 도와주었다.

어느새 도시에서 언데드는 찾아볼 수가 없어졌고 흑마법사들은 당황했다.

“어, 언데드들이 다 어디 있지?”

“연결이 모두 끊겼습니다!”

“젠장……!! 대체 어떤 놈이냐!!”

원거리에서 언데드들을 조종했던 흑마법사들은 어쩔 수 없이 바이올로프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잿더미까지 치워줄 심성까진 없어서.”

해골들이 타죽으면서 만들어낸 뼛가루를 발로 스윽 밀어 치운 데카드는 기사들 사이를 비켜 지나갔다.

“자, 잠깐만! 은인의 이름이라도 압시다! 왕이 당신께 큰 상을 내리실 거요!”

“필요 없다. 그런 거.”

데카드는 손을 휘휘 저으며 다음 전쟁 지역으로 갔다.

“후우…… 이곳은 아까보다 더 심하네.”

이 나라는 바이올로프가 언데드들을 막았던 것에 비해 아예 쓸려나가 버렸다.

흑마법사들에게 나라 자체가 전복당한 것이다.

“엄청 빠른 속도네.”

단 며칠 만에 나라가 무너지다니.

“나는 몇 시간 안에 수복한다.”

이 성벽 안에 있는 흑마법사들을 싸악 치워내면 그게 수복 아니겠나.

데카드는 아까 소환했던 마수들을 그대로 다시 불러냈다.

플러스, 짹짹이의 까마귀 떼까지.

까악- 까악-

“언데드들을 이끌고 있는 흑마법사들을 찾아.”

[알겠습니다.]

귀찮게 팔다리를 하나씩 자르는 것보다 목을 한 번 베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근데 솔직히 짹짹이가 까마귀로 찾아주지 않더라도 어디 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거기 먼저 가볼까?”

거긴 살짝 고개만 들어주면 훤하게 잘 보인다.

그렇게 보이도록 설계해 놨으니까.

바로 왕성이다.

* * *

“더 이상 우릴 모욕하지 말고 어서 죽여라!”

“흐흑……! 아버지……!”

“깔깔깔! 벌써 죽기에는 이르지! 아직 너희 국민들을 다 잡지 못했다고!”

흑마법사들은 구속 마법에 묶인 왕족들을 보며 비웃기 바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수구에 숨어 살았어야 했는데 이런 세상이 오다니! 너무 행복해!”

암흑시대는 말 그대로 흑마법사들의 천국.

평소라면 꿈도 못 꿨을 이런 행동들이 모두 가능했다.

왕과 그 가족들은 고개를 숙이며 눈물 콧물을 다 흘렸다.

“너희 국민들을 다 생포한 후에 거대한 공개 처형식을 여는 거야! 너희가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고귀하신 왕족들은 자리에 서서 백성들의 참수를 구경하는 거지!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왕은 할 수만 있다면 하늘에 빌고 싶었다.

‘제발 지금 제 말을 듣고 계신 이가 있다면 저희를 구원하소서……!’

콰아아아앙-!!

와장창-!

갑자기 벽을 깨고 하늘에서 난입한 흑발의 사내.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이 바퀴벌레 같은 놈들.”

짹짹이의 날개를 한 번 후욱 펄럭이자 그 안에서 뻗어 나간 깃털들이 흑마법사들의 목을 꿰뚫었다.

“커흑……!”

“크헉……!”

갑자기 절명한 동료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지막 흑마법사의 목을 데카드가 잡아챘다.

“나머지 애들은 어디 있냐?”

“으으윽……! 난 그런 거 모른다!”

“그럼 죽어.”

굳이 심문까지 하며 정보를 캐고 싶진 않다.

어차피 눈에 밟히는 게 흑마법사였으니 묻지 않아도 죽이는 건 문제가 없었다.

“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바누아의 국왕은 아직 힘이 풀린 다리를 주체하지 못해 데카드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고 나라나 빨리 수습해. 아니면 난민으로 다른 나라에 보내던가. 그게 더 안전할 거야.”

콰아앙-!

바람같이 나타나 흑마법사들을 모두 죽인 사내는 다시 한번 바람 같이 하늘로 사라졌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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