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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86화 (18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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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도시, 슬레이.

이곳의 거대 갱 중 하나인 썩은 쥐의 보스는 어두운 방에서 자신의 쥐들과 함께 정세를 들여다보고 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단다, 셀리.”

자신의 쥐를 사랑스럽게 부르며 육포를 던져 주던 보스, 미크로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현재 흑마법사들이 이곳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으니 길어야 일주일이면 이곳까지 오겠구나.”

흑마법사들이 이곳에 온다면 자신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

현재 들리는 소식들로 의하면 그들의 흑마법을 버티는 군대가 없다고들 한다.

그럼 백기를 드는 것이 우선일까.

“백기를 든다고 해도 살려줄지 의문이야.”

흑마법사나 자신이나 같은 뒷골목 출신이라 그런지 감이 잘 온다.

“놈들은 아마 우리 모두를 죽일 거란다. 셀리, 넌 어떻게 생각하니?”

쥐에게 묻는다 한들 쥐는 찍찍거리며 육포만 맛나게 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흑마법사의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이고 지금은 더 급한 것이 있다.

“하필 이런 때 전쟁을 하게 될 줄이야.”

슬레이 내에서 다섯 개의 거대 갱들과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신흥 거대 갱 하나.

이 중 신흥 거대 갱이 싸움을 걸어왔다.

미크로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책상 밑에 있던 유물을 꺼내 들었다.

우우웅- 우우웅-

일정하게 진동을 뿜어내며 공명하는 유물.

“그래도 넌 절대 뺏기지 않을 테니 안심하거라.”

회색 빛깔의 유물은 여전히 사람을 홀리게 하는 요사스러운 기백을 내보냈다.

“보, 보스! 큰일입니다!”

“무엇이냐.”

갑자기 방문을 콰앙 열고 들어온 부하 하나가 창문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 지금 바깥이 불바다가…… 커헉……!”

말하고 있던 부하의 가슴에서 날카로운 칼끝이 솟아나왔다.

다시 쑤욱 칼이 빠지자 부하는 힘이 풀린 다리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썩은 쥐의 보스! 이제 그만 죽을 때가 되었다!”

“……너희들의 힘이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벌써 본진까지 침범할 줄이야. 이곳의 위치를 어떻게 안 것이냐.”

썩은 쥐는 본디 점조직.

밑에 있는 갱단원들이 몇 명 잡히더라도 그들은 절대 본진을 알 수 없다.

쉬운 꼬리 자르기 덕에 썩은 쥐의 본진은 지금까지 들킨 적이 없었다.

“평생 안 걸릴 은신처가 어디 있겠나!”

방으로 들어온 습격자는 당장 품에서 총을 꺼내 들이밀었다.

탕-! 탕-! 탕-!

정확히 급소로 날아든 총알은 가슴에 박혀 들어갔다.

“내가 이리 쉽게 죽을 것 같더냐……!”

보통 인간이라면 분명 죽었어야 하는데 미크로는 멀쩡하게 일어서 벽에 걸린 쌍권총을 집었다.

“젠장……! 왜 안 죽는 거야!”

“크하하하! 유물로 키운 나의 생명력을 무시하지 말아라!”

원거리 전은 습격자에게 불리했기에 그는 근처에 의자를 집어 들고 달려갔다.

탕탕-! 타탕-!

두 개의 총이 불을 뿜었으나 의자가 대부분을 막아주었다.

총의 화력에 의자를 비롯한 주변이 곧 너덜너덜해졌을 때 습격자는 이미 다가온 뒤였다.

“죽어라!”

“그 유물이란 걸 가져오지 못하면 난 뭘 해도 이미 죽은 목숨이다!”

습격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총을 버리고 육탄전으로 들어갔다.

퍼억-! 콰앙-!

서로의 주먹이 얼굴을 비롯해 온갖 곳을 다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승자는 빠르게 결정이 났다.

습격자가 머리로 날린 주먹을 미크로가 간신히 피했으나 그가 들고 있던 조그마한 칼은 보지 못했다.

푸확-!

“크헉……!!”

목의 경동맥이 그대로 베인 미크로는 바닥에 쓰러졌다.

“후우…….”

습격자는 숨을 몰아쉬고 책상의 뒤편으로 가 아래를 뒤적거렸다.

이내 딱딱한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했고 그것을 꺼내보자 아니다 다를까 역시 유물.

유물을 손에 잡자마자 그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아공간 주머니 안에 넣었다.

“결국 네놈도 그게 목적인 것이냐…….”

“나의 목적은 아니지. 내 목적은 이걸 얻음으로써 나에게 오는 부가적인 것일 뿐.”

“……웃기는 놈이구나. 세상에 그것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

방을 나가려던 습격자는 피식 하고 웃었다.

“없긴 왜 없어. 목숨이 있지.”

그는 품 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보았다.

편지 밖에 적힌 보낸 이에서부터 습격자는 오줌을 지릴 뻔했다.

하지만 그간 쌓아온 담력이 그걸 간신히 막아주었다.

“후우……. 어쨌든 난 간다.”

유물을 확보하고 습격자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휘하의 부하들이 본진을 쓸어버린 뒤였다.

“로바드 보스! 저희가 승리했습니다!”

“그래. 전리품을 챙겨라. 난 먼저 돌아갈 테니.”

“알겠습니다!”

로바드라 불린 습격자는 이만 썩은 쥐의 본진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골목을 걷던 와중에 살짝 깨진 거울이 보였다.

“진짜 많이 변했구나. 로바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로 몇 달 전의 그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그때 텔레포트 기계 앞에서 데카드가 준 돈으로 사람을 모으고 무기를 사서 갱단을 만들었다.

천재적 실력의 엔지니어, 세이칼도 갱으로 들어와 유용한 물건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더니 포동포동 쪄있던 살은 어느새 쫙 빠져있었다.

“편지를 답장해 드려야 하나……?”

오늘 아침 데카드에게서 온 편지.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유물 안 가져오면 죽인다니……. 이분은 여전히 똑같으시군.”

그래도 자신을 이렇게까지 성장시켜준 기반을 이 사람이 마련해 주었으니 엄청난 은인이다.

“아마 당신이 없었으면 난 그때 죽었겠죠.”

데카드의 곁에 붙어 다니면서 죽을 뻔한 적은 많았으나 모두 그가 구해주거나 열외 시켜 주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마음씨가 고운 사람일지도…….

“에이, 그건 아니다.”

로바드는 고개를 저으며 은신처의 입구를 열었다.

“세이칼 님. 저 왔습니다.”

“로바드 왔는가.”

“일은 잘 돼 가세요?”

세이칼은 공구를 만지다 말고 허리를 쭉 폈다.

“뭐, 나쁘진 않네. 그리고 자네가 부탁했던 건 저기 있어.”

“정확히는 이 편지의 주인이 부탁한 것이지만요.”

편지를 팔랑팔랑 흔든 로바드는 세이칼이 가리킨 물건 앞에 가 주머니를 꺼냈다.

“그는 잘 지내는가?”

소식도 못 듣고 산 지 몇 달이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가 금방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인간이 어디서 밥 굶을 성격입니까? 어디서 호의호식하고 있겠죠.”

“허허. 일리가 있군.”

어쨌든 데카드에 대한 걱정은 그만하고 유물이 든 주머니를 세이칼이 만든 마력 봉인 상자에 넣었다.

여기에 넣어야지만 혹시 모를 유물의 힘이 일반인에게까지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는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다시 은신처 바깥으로 나갔다.

“조금 있다 다시 오겠습니다!”

로바드가 바깥으로 나오자 대기 중인 부하들이 보였다.

썩은 쥐 본진의 약탈이 끝나고 돌아온 것이다.

“나다 싶은 한 명 나와라.”

“넵! 제가 하겠습니다!”

제일 막내가 선배들이 주는 눈치에 못 이겨 손을 들고 자원했다.

“이거 들고 루비아로 가서 여기 적힌 집주인에게 전해 주기만 하면 된다.”

물건 배달만 하면 되는 쉬운 임무였으나 부하는 왠지 망설였다.

“저……. 그게 제가 루비아에서 수배중입니다.....”

“하아.... 이 범죄자 새끼.”

지도 범죄자면서 다른 범죄자를 욕하는 꼴이 살짝 웃겼으나 그렇다고 절대 입꼬리를 올려선 안 됐다.

“그래서 안 갈 거야?”

보스의 명령인데 까라면 까야 한다.

변장이라도 해서 무조건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에 막내는 울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힘차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저 주십쇼!”

부하는 그렇게 상자를 들고 텔레포트 기계로 달려갔다.

“에이……!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카악, 퉤!”

선배와 보스에게서 멀어지자 바로 튀어나오는 막내의 험담.

막내는 세이칼의 힘으로 살짝 개조된 기계 앞으로 섰다.

삑-

그가 차고 있던 팔찌를 기계에 갖다 대자 저장해 둔 마나가 활발히 돌아가면서 작동 준비를 끝냈다.

“이러면 되는 거겠지?”

들었던 설명대로 했으니 아마 맞으리라.

“가자.”

빠른 변장의 필수품인 인피면구를 뒤집어쓰고 가짜 신분증도 품에 꼭 넣은 채 막내는 레버를 당겼다.

슈욱-!

순식간에 이동되는 시야.

“어우……!”

이런 텔레포트는 처음이라 막내는 속으로 헛구역질을 했다.

그래도 상자는 꽈악 잡은 것이, 자신의 목숨줄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쇼.”

“크흠…… 여기 있습니다.”

가짜 신분증을 내밀자 담당 마법사는 그것을 기계에도 넣어보고 갖가지 검사를 거쳤다.

‘후후. 우리 세이칼 님이 직접 만든 위조 신분증인데 걸릴 리가 없지.’

정말 그의 말대로 기계는 신분증의 정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지나가십쇼.”

“넵.”

막내는 무사히 마법사를 통과하고 오랜만에 루비아를 눈에 담았다.

“전시체제라더니 흉흉하네.”

옛날과 달라진 점에는 건물도 있었지만 나라 전체가 전쟁 준비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곳으로 가면 되는 건가?”

로바드가 일러준 집 주소로 부하는 조금씩 조금씩 찾아갔다.

친절한 표지판 덕에 길은 잃지는 않았지만, 몸이 점점 떨렸다.

“보스가 무서워하는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막내는 로바드의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

기존 다섯 개의 거대 갱에게 싸움을 건 미친 갱단 대장.

뛰어난 전술과 게릴라전의 화신.

굉장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봤다.

“후우…… 긴장된다.”

그런 보스가 두려워하는 사람!

막내는 그자가 사는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집 존나 크다…….”

엄청난 부자인가?

“근데…… 우리 보스도 돈 엄청 많다고 들었는데.”

그 많은 돈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 막내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둘째 치고 집주인이 초인종을 눌러도 나오지 않았다.

“아직도 자는 건가?”

슬레이는 지금 막 해가 떴지만, 이곳은 낮 12시다.

“해가 중천인데.”

띵동-! 띵동-!

로바드는 갖다 놓기만 하라고 얘기했으나 그래도 받는 사람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초인종을 한 번 더 누르려고 할 때 누군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누구냐.”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는 날카로운 검은 눈으로 막내를 노려보았다.

“딸꾹……!”

순간 딸꾹질이 나올 만큼 강렬한 기세에 막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상자를 내밀었다.

“배달 왔습니다!”

“배달?”

검은 눈의 사내, 짹짹이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뭔가 더 거슬리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상이다.

막내는 일단 보스의 이름을 팔았다.

“로바드 보스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로바드라면 슬레이에서 길 안내를 해주던 뚱보다.

“기억나는군. 이리 줘라.”

상자를 가로채듯 빼앗고 짹짹이는 이만 문을 쿵 하고 닫았다.

갑자기 상자와 남자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멍하니 있던 막내는 이내 돌아갔다.

짹짹이는 문이 아닌 창문으로 다시 방에 돌아왔다.

“일어나셨군요.”

“어……. 방금 일어났다…….”

아직 잠긴 목소리의 데카드는 짹짹이가 건넨 상자를 무심결에 받았다.

“이게 뭐야?”

“로바드가 보냈다는군요.”

“아아, 그게 벌써 왔어? 되게 빠르네.”

어제 편지를 보냈는데 하루 걸러 배송도 아니고 오늘 바로 올 줄은 몰랐다.

데카드는 상자의 봉인을 풀고 안에 든 주머니를 꺼냈다.

“이게 무엇입니까?”

“유물. 이제는 다른 곳에 유물을 둘 수가 없겠더라고.”

주머니에서 회색 유물을 꺼낸 데카드가 손으로 유물을 빙그르르 돌려보았다.

우웅- 우웅- 우웅-

그때 데카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주머니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안에서 튀어나오는 푸른 유물.

두 유물은 서로에게 이끌리듯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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