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85화 (185/208)

185 악재의 연속

“제, 제2의 암흑시대라고……?”

“그 재앙이 한 번 더…….”

[크크큭…….]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대리인들을 둘러보던 탑주는 검지 하나를 펴 보였다.

“……?”

아무도 그 손가락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고 그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일 뿐이었다.

[1년. 딱 1년 안에 너희들의 세상을 부숴주겠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대륙은 굉장히 넓다.

주변에 섬까지 다 합친다면 1년은커녕 100년도 힘들었다.

그 반증으로 첫 번째 암흑시대를 이끌었던 흑마법사들은 300년이 지나도 세상을 집어삼키지 못했다.

계속되는 인간들의 저항과 동맹군에 의해 끝에선 결국 밀리고 만 것이다.

[나를 그 모자란 멍청이들과 비교하지 말도록. 그러니 최후의 만찬을 즐겨라.]

푸스스스-

기사에게서 검은 연기가 빠져나오며 이내 커다란 공간이 열렸다.

해골 병사와 기사를 비롯해 어둠의 군세들은 모두 그 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후우…….”

다시금 조용해진 회의장.

“어떻게 보고를 드려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군.”

탈리스의 대리인은 바지를 털고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

방금 일어난 이 상황을 황제에게 뭐라고 전달해야 좋은가, 도저히 모르겠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멘티티의 대리인은 크게 목소리를 높여 얘기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소. 이곳에 모인 나라들이 지금 이 순간부터 동맹이 되었다는 거지.”

“맞소. 우리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다면 그깟 시체 놈들 무서울 게 뭐란 말이오.”

릴리안의 대리인 또한 입을 맞춰 말했다.

“알겠소. 그럼 다른 왕국의 대리인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 동맹에 참여하겠소?”

탈리스, 릴리안, 멘티티.

대륙의 강대국 세 개가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세상에 이만큼 이례적인 일이 있을까 싶지만, 소국의 대리인들에겐 안 좋은 소식이다.

“저희도 동참하겠습니다!”

“마, 맞습니다! 하핫. 시체들 따위야 일도 아니겠지요.”

강대국 중 딱 하나의 국가라도 중립을 표명하면 그곳에 붙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됐다.

“그럼 모두가 동의하는 걸로 알겠소.”

탈리스의 대리인은 품에 있던 스크롤을 찢었고 다른 대리인들도 하나둘 스크롤을 찢었다.

이 스크롤은 자신들의 나라로 한 번에 돌아갈 수 있도록 출구가 설정되어있다.

“폐하!”

황궁에 도착하자마자 발에 땀이 나도록 뛴 대리인.

“비키시오!”

대리인은 회의장의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도 지나쳐 자신이 직접 두꺼운 문을 열었다.

천천히 열린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대리인은 헉헉거리며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인가. 그대의 안색이 안 좋구나.”

갑자기 회의 중에 난입한 대리인을 쳐다보던 황제, 오츠만은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귀신이라도 만났나? 왜 이리 안색이 창백한 것이야.”

“귀신은 아니오나 그것과 같은 존재를 보고 왔나이다.”

“귀신과 같은 존재? 그게 무슨 말이더냐.”

대리인은 그동안 토론장에서 있었던 일과 자신을 탑주라고 소개한 인물.

그의 선전포고를 모두 빠짐없이 얘기했다.

“……그 말이 모두 사실이렷다.”

오츠만은 가만히 눈을 감고 대리인에게 말했다.

“누구 앞에서 감히 거짓을 고하오리까. 당연히 모두 사실입니다.”

“그래 봤자 흑마법사입니다, 폐하! 본국의 마도사단과 기사단이면 삽시간에 쓸어버릴 수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신하는 탑주와 그 부하들을 한껏 얕잡아보았다.

그러나 대리인은 고개를 저었다.

“폐하. 소신 감히 말하옵건대 그 탑주란 자의 기백은 제가 지금껏 봐왔던 어떤 마법사보다 뛰어났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오츠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마도사단장보다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허허허! 장난이 심하시오! 본궁의 마도사단장은 7서클의 마도사인데 단장보다 강한 기백이라면…….”

신하의 말을 오츠만이 이었다.

“8서클이란 소리겠지.”

그러나 대리인은 고개를 저었다.

“9서클일수도 있습니다.”

“…….”

아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장내가 싸늘해졌다.

탑주의 선전 포고를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신하는 바삐 오츠만의 눈치만 보았고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근처에 있던 기사 하나가 빠르게 다가와 그의 명령을 들었다.

“가서 마도사단장을 불러와라.”

“알겠습니다.”

기사는 회의실을 나가 마도사단장, 아토스를 대동한 채 돌아왔다.

“잘 왔네. 마도사단장.”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폐하.”

“맞네. 내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대리인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라.”

대리인은 방금 막 온 아토스에게 탑주와 선전포고에 관한 얘기를 빠르게 마쳤다.

“탑주란 자가 흑마법사들의 수장이란 거군요.”

“정확하네. 그리고 탑주에 관해서 대리인에게 몇 가지 들은 것이 있는데 자네의 확인이 필요한 말이 있어. 해보게, 대리인.”

대리인은 아토스를 조금씩 살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느껴지는 기백이 9서클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아토스 역시 대리인의 대답에 침묵으로 반응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마도사단장.”

“어이없지 않습니까? 분명 겁에 질려 저자가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대신의 말이 옳소! 분명 저주에 걸린 것이외다!”

“조용.”

오츠만이 검지를 입술에 올리자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진 회의장.

다시금 말할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아토스는 꾹 닫았던 입을 열었다.

“대리인이 저주나 환각을 보았거나 또는 겁에 질려 착각한 것 같습니다.”

대리인은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눈치를 보였으나 더이상 의견을 피력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거의 반 미친놈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토스가 뒷말을 이었다.

“그러나 정말 적은 확률로 대리인이 제정신이고 만약 탑주가 9서클이라면……. 정말 저희가 전설 속에서나 보아왔던 그 9서클이라면. 그자가 말한 1년은 허황된 소리가 아닙니다.”

“9서클이 가능은 한 건가?”

아토스를 제외하면 이 회의장 안에 있는 인물들은 마법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봐도 무방했다.

“쉽게 한 문장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론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론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면 예외의 경우가 있다는 소리 아닌가?”

“맞습니다만, 그 예외의 경우일 수가 정말 턱없이 적습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있나?”

아토스는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숫자를 굴려보다가 이내 답을 내놓았다.

“약 1억분의 1 정도 확률입니다.”

정말 거의 불가능한 확률이다.

모두가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마음이라도 놓고 있을 때 회의장 안으로 급보가 날아왔다.

“폐, 폐하! 큰일입니다! 탈리스 외곽의 성벽이 공격받고 있다는 급보가 날아왔습니다!”

탑주의 공격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졌다.

“지원군을 보내고 만약 물리쳤을 때는 추적군을 보내지 말라고 전하거라. 지금은 정보가 턱 없이 부족해.”

“아, 알겠습니다!”

다시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병사는 급하게 회의장을 나갔다.

그리고 또 다시 급보를 전하기 위해 다른 연락병들이 연달아 회의장의 문을 열어젖혔다.

“폐하! 주변국인 릴리안과 멘티티도 흑마법사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급보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놈들의 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주변의 소국들은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쓸려나가고 있습니다! 당장 지원군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

항상 악재는 다른 악재와 겹쳐서 온다.

오츠만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매만지며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바로 출병할 수 있는 병사들이 몇 명이지?”

“방금 결정하신 지원군을 제외하면 오만 정도 입니다.”

오만의 병사를 지금 전부 내보는 것이 맞을까.

괜히 내보냈다가 손해만 보는 것이 아닐까.

오츠만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오만의 병사를 도움을 요청한 나라마다 균일하게 쪼개 파병토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폐하!”

병사들은 다시 급보를 전하러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후우…… 이런 대전쟁은 처음이오.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하니 신료들 모두 나의 힘이 되어주길 바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리고 아토스는 당장 마도사단을 준비시키시오. 머지않은 날 그들이 활약해야 할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폐하.”

아토스는 심란한 마음으로 회의장을 나왔다.

그는 첫 번째 암흑시대를 겪어본 자로서 이 두 번째 암흑시대가 더욱더 무겁게 다가왔다.

“정말 온 것인가…… 암흑시대가.”

하지만 아토스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때는 무력하게 당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다르다.

“아……! 그자도 있었지!”

암흑시대를 기억하다 보니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떠오른 한 인물이 있었다.

“당장 편지를 써야겠어.”

아토스는 자신의 방으로 가 편지지 위에서 펜을 움직였다.

그리고 받는 이 칸에 적는 그자의 이름.

데카드 아르마다.

“적힌 주소로 속히 보내거라.”

“알겠습니다!”

그의 하수인은 발 빠르게 움직여 데카드의 집으로 갔다.

* * *

“아니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층을 쌓듯이 마나를 움직이는 거다!”

“으으! 어려워요!”

“불타올라라! 고드윈!”

부원들은 한창 마수들과 함께 데카드가 선보였던 매직 애로우 수련법을 연습 중이었다.

“이렇게 하면……!”

퍼엉-!

“에이! 다시 할 거야!”

데카드의 집 뒤편에서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매직 애로우를 펼치는 모습은 겉보기엔 이상해 보였다.

“아이스크림 맛있네.”

한편 데카드는 소파에 편하게 누워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중이었다.

역시 이런 커다란 컵 아이스크림은 숟가락으로 먹는 게 제 맛이다.

“주인님. 바깥에 누가 온 것 같습니다.”

감시 카메라 대신 저택 곳곳에 둔 짹짹이의 까마귀가 누군가의 접근을 확인했다.

“누군데?”

“흐음…… 황궁의 인장을 달고 있습니다.”

“벌써 귀찮은 냄새가 확 느껴지는데.”

그래도 안 나가볼 수는 없다.

편지를 받아주는 성의 정돈 보여줘야지.

“가자.”

데카드는 짹짹이를 입고 창문으로 날아가 정문까지 도착했다.

“누구십니까?”

“으악! 까, 깜짝이야!”

갑자기 배후에서 검은 날개를 단 남자가 내려오자 하수인은 깜짝 놀라 들고 있던 편지를 놓쳐버렸다.

툭- 투둑-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진 아토스의 편지.

“이게 저한테 줄 것입니까?”

편지에 따로 찍힌 황제의 인장은 없었다.

“황제한테서 온 건 아닌데.”

[한 번 읽어보시죠.]

데카드는 편지지를 뜯어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토스의 글을 쭉 읽어 내려가던 데카드의 눈은 점점 날카로워졌다가 다시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하수인은 잠시 데카드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금슬금 뒤로 나갔다.

뭔가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 같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잠깐.”

그러나 딱 걸린 하수인은 갑작스런 데카드의 부름에 몸을 떨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이 내용 진짜입니까?”

“저, 저는 안에 뭐가 적힌지도 모릅니다.”

한숨을 한 번 내쉰 데카드는 편지를 다시 집어넣고 그에게 돌려주었다.

“가서 전해 주십쇼. 아직은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아, 알겠습니다.”

뭘 뜻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수인은 데카드의 전언과 함께 아토스에게로 돌아갔다.

[편지에 뭐라고 적혀있었습니까?]

별말은 없었다.

탑주의 선전포고와 혹시 그가 9서클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만 있었을 뿐.

[그게 별 말이 아닙니까?]

“이 정도면 아니지.”

충분히 예상 범주에 있었던 일이다.

“그래도 내 예상보단 훨씬 빠르네.”

적어도 한 달은 텀을 둘 줄 알았는데 이 탑주란 놈은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들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소리.

“편지를 써야겠어.”

데카드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여러 장의 편지지들을 꺼냈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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