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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82화 (182/208)

182 마법 새내기

“마수왕님! 일어나라! 아침이다!”

“어응…….”

이상한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킨 데카드.

일어나자마자 창문 밖에선 수평선으로 해가 떠오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수평선 아래에는 조그마한 어선도 함께 있었다.

“쟤들 엄청 놀라요! 막 쓰러지고 그러는데요?”

그럴 수밖에.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성이 떡하고 생겨났으니.

“표정 웃기다!”

마수들은 그런 어부들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고 데카드는 그새 옷을 다 갈아입었다.

“애들은?”

“준비 끝났습니다.”

부원들은 언제나 데카드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친다.

“그럼 나가자.”

집에 너무 오래 있는 건 집주인에게도 실례고 자신은 할 일도 있다.

방 밖에서 만난 부원들과 데카드는 다시 복도를 빠져나가 이제 스크롤을 찢으려는 순간,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가시는 건가요?”

어떻게 알았는지 라이아가 따라 나와 있었다.

“슬슬 나가려고. 나도 할 일이 있으니까.”

“그렇군요. 이 아쉬운 마음은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

라이아는 얕게 미소 지으며 데카드에게 다가왔다.

“손을 내밀어 보시지요.”

“손?”

그가 오른손을 내밀어 보이자 라이아는 양손으로 데카드의 오른손을 감싸 안았다.

스아아아-

무언가 푸른 느낌의 마력이 라이아에게서 빠져나와 데카드에게로 들어갔다.

“제가 드린 것은 바다의 탈리스만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뭔데?”

그 푸른 마력이 몸에 들어온 순간 부터 몸에 활력이 돋는 느낌이다.

“기본적인 치유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고 생명이 위험할 때는 단 한 번. 탈리스만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당신을 지켜낼 겁니다.”

오른손에 마나를 집중시키자 나가족의 고대 언어가 팔뚝부터 손등까지 나타났다.

“나보단 네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물론 저 같은 것보다야 목숨이 위험할 순간이 별로 없으시겠지만, 만약 있다면 절대 뿌리칠 수 없는 적의 손아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이아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편하게 취하시지요.”

짹짹이까지 가세하자 데카드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네. 다음에 올 때는 선물 사가지고 올게.”

아주 작게 소리 내며 웃은 라이아는 고개를 저었다

“저에겐 당신의 존재 자체가 선물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낯부끄럽네.”

아침부터 이런 느끼한 소리를 들으니 속이 불편해졌다.

“어쨌든 이제 진짜 간다.”

“안녕히 가십쇼.”

부욱-

스크롤이 찢어지고 일행이 다시 눈 떴을 때는 마지아 섬의 해안가였다.

“근데 그 할 일이라는 게 뭐예요?”

“굳이 너희들은 갈 필요 없는데. 따라올래?”

“네!”

엘리스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제일 빠르게 대답했다.

“할 일도 없었는데 마침 잘됐습니다.”

어차피 집도 무너진 마당에 부원들은 데카드를 따라가기로 했다.

데카드는 그렇게 아사이드로 도착해서 젠킨스를 만나기 위해 장관실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그 앞 책상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젠킨스가 어디 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어디 가셨지?”

“화장실이라도 가셨나?”

그때 정말 화장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오! 진짜! 내가 그거 상사만 아니었으면 수염 잡고 360도 돌린 다음에 바닥에다….!”

젠킨스를 착실하게 까고 있던 부장관이 데카드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

업무실 안에 흐르는 조용한 정적과 침묵.

“어, 어떻게 오셨어요?”

결국 부장관이 목을 가다듬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장관님을 뵈러 왔는데요.”

“장관님은 지금 지하 2층에 계세요.”

“아, 감사합니다.”

다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면서 부장관의 뻘쭘한 얼굴도 사라졌다.

“근데 보통 마법부 장관의 위치를 이렇게 쉽게 알려주나요?”

갑자기 궁금한 듯 아스카가 데카드를 보며 물었다.

“원래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우리가 워낙 여기를 자주 올라와서 그러려니 하는 걸 거야.”

“그럴 수도 있겠네요!”

데카드와 부원들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기에 부장관도 이제는 얼굴을 익혔다.

그리고 만약 수상한 사람이라면 자신 이전에 젠킨스에게 잡혔을 테니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할 일이란 건 도대체 뭐예요?”

뭐긴.

당연히 파워 업이지.

최근 리치의 존재를 깨닫고 데카드는 자신의 힘에 부족함을 느꼈다.

“이제 7서클로 올라설 거야.”

대륙과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준의 서클이자.

혼자서 소국 하나 정돈 없앨 수 있다는 천재의 영역.

“와아……. 굉장히 빠르시네요. 얼마 전에 막 6서클로 오르셨지 않나요?”

“맞아.”

“진짜 대단하시네요.”

정말 경이로운 속도다.

다른 이들은 최소 몇 년, 길면 몇 십 년의 텀을 두는데 데카드는 한 달도 안돼서 7서클에 도전했다.

“이제 우리도 슬슬 올려야 하지 않겠나.”

말은 이렇게 했어도 부원들 모두 6서클의 마법사들이다.

“그건 맞아. 우리도 더 이상 머무를 수만은 없지.”

수련과 임무가 주는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서클이 받쳐주어야 제대로 된 마법의 힘을 끌어낼 수 가 있는 법이다.

“부장님 하는 김에 우리도 올리자!”

아스카는 거의 동네 소풍 가듯이 말했으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굉장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잘 생각해야 해. 자신이 준비가 안 됐다고 조금이라도 느끼면 절대 하지 않는 게 좋아.”

다른 낮은 서클도 아니고 무려 7서클이다.

어정쩡한 마음가짐으로 될 게 아니란 소리.

“부장님은 저희가 장난 같으세요?”

“흑마법사들의 씨를 말려버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합니다.”

“옳소!”

이들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그놈들이 맞나 싶을 정도.

“실수해서 잘못되지나 마라.”

데카드는 뒤돌며 나름 무겁고 진중한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데카드. 웃고 있는 거 다 보여요.”

이걸 들켰네.

긴장하라고 조금 어둡게 말했는데 엘리스가 귀신같이 이쪽의 입꼬리를 봐버렸다.

감추고 싶었으나 부원들이 기특해서 어쩔 수 없었다.

[문이 열립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진한 책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트리스? 장관님도 있네요.”

둘은 서로 떨어진 탁자에서 각자 옆에 책을 산처럼 쌓아놓고 페이지만 넘기고 있었다.

바닥에는 샌드위치 포장지가 널브러져 있는 게 꼭 폐인의 방 같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부장관님이 알려주던데요?”

“그래서 어쩐 일로 왔나?”

젠킨스의 낯빛은 트리스와 다르게 아직 쌩쌩해 보였다.

굳이 거슬리는 게 있다면 그의 입 주위에 묻어있는 샌드위치 조각.

“저번에 제가 썼던 서클 마법진. 다시 써도 되냐고 허락 맡으러 왔습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허허. 마음대로 쓰게. 어차피 자네 아니면 그걸 다룰 이도 없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응? 몰랐나? 그 마법진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때 젠킨스가 말은 안 했지만 데카드가 썼던 마법진은 프로토 타입이었다.

아직 미완성이었다는 것.

“그래서 자네 정도의 마나 감응도가 없으면 마법진은 작동도 하지 못해.”

특정 능력을 지닌 이에게만 호응하는 마법진이라 마법부 내에선 쓸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해서 자네의 부원들도 그 마법진을 사용할 수 없을게야.”

“그렇군요. 아쉽게 됐네요.”

만약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진이라면 부원들의 서클 올리기에도 꼭 쓰고 싶었다.

그만큼 이 마법진의 고통을 지우는 능력은 뛰어났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아스카가 주변에 산처럼 쌓인 책들을 보며 물었다.

“리치에 관한 자료를 찾는 중이었습니다.”

“아아! 부장님한테 들었어요!”

산호성으로 괴물들을 잡으러 가기 전에 데카드는 간단명료하게 리치가 뭔지 알려주었다.

“그냥 엄청 센 해골이라 들었는데. 맞나요?”

정말 간단명료해서 듣고 있던 트리스가 고개를 숙이고 끅끅 웃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네만.”

“그래. 장관님도 동의하잖아.”

“맞는 말도 아니지.”

다시 데카드의 편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 해골을 잡기 위해서 문헌이나 책들을 뒤져보는 중입니다.”

겨우 웃음을 멈춘 트리스는 수북하게 쌓인 책들을 가리켰다.

이걸 다 보려면 여분의 눈이 두 개는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왜냐면 보다가 눈이 녹아서 사라지거나 빠져버릴 테니까.

“기다려 봐. 내가 사람들을 더 붙여줄게.”

* * *

“근데 마수님들을 그렇게 버려두고 와도 괜찮은 건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법진이 있는 방으로 올라가면서 벨린다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러나 데카드는 그녀의 말에 검지를 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버려둔 게 아니라 잠시 떨어진 거지. 내가 서클 올리는 동안 걔들은 놀고 있으니까 할 일 없으면 이거라도 하는 게 맞잖아?”

딱히 틀린 거 없는 그의 말에 벨린다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이제 도착했으니까 걔네들은 그만 신경 쓰고 너희들이나 걱정해.”

데카드는 7서클을 두 번이나 달성해 봤던 사람이다.

인간계에서 한 번, 마수계에서 한 번.

이번까지 합치면 총 세 번, 7서클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니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진짜 조심해라.”

이 위험성은 두 번 말하고 세 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한 마디로 일축시켜 신신당부했다.

“알겠어요! 부장님!”

“정말 괜찮으니까 조금 있다 무사히 뵙겠습니다.”

서클을 올리지 않는 엘리스를 제외하고 모두 마법진 위에 걸터앉았다.

대신 안에 구비된 벤치에 걸터앉은 엘리스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보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진다.

“마법사들은 이 안에서 뭔가 더 느끼려나?”

자신은 서클이 없으니 그 느낌을 모른다.

“나도 한 번…….”

평생 마법과는 연이 없던 인생을 살아왔으나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도 연모하는 이도 적도 전부 마법사다.

아직까지 마법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으나 확실히 있으면 좋은 점이 많다.

“도움이 필요한가?”

“으앗! 깜짝이야……!”

암살자인 자신이 전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은밀히 뒤를 돈 사내.

“짹짹이 님! 놀랐잖아요!”

“미안하다. 뭔가 도움이 필요한 듯해서.”

“피,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마수 중 유일하게 책 분류 작업에서 빠질 수 있었던 짹짹이.

그는 현재 데카드에게서 떨어져 엘리스처럼 할 일이 없는 상태였다.

“보아하니 서클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엘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만 저 같은 게 마법사가 될 수 있을까요?”

아마 마법을 시작하려는 모든 젊은이가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짹짹이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주인님도 하는 데 못할 사람이 누가 있나.”

“네……?”

솔직히 남들은 천재라고 칭송하지만 9서클에 오르려고 할 때 그는 몇 백 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또 짹짹이는 그걸 직관한 유일한 자다.

마법은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최강이 될 수 있는.

아주 진입 장벽이 낮은 학문이라고 짹짹이는 생각했다.

“그러니 이리 와라. 내가 도와주겠다.”

마침 할 일도 없었는데 시간 때우기에 딱이다.

갑자기 짹짹이의 미소가 데카드와 겹쳐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일단 천천히 심호흡해라. 그리고 몸을 움직이지 마.”

마법진에 앉은 엘리스는 그의 말대로 행동하고 숨을 쉬었다.

“좋아. 이제 그럼 시작해 보지.”

짹짹이가 손을 심장이 있는 쪽 등에 갖다 댔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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