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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79화 (179/208)

179 300년 전쟁의 끝

“작전은 다 들어서 알고 있지?”

“네!”

항마력을 기본으로 갑옷처럼 두른 괴물들에게 평범한 마법은 먹히지 않는다.

“녀석들의 속살을 노려라! 맞죠?”

“맞아!”

“근데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여섯은 산호 성 아래에 깔린 비탈을 우다다 내려가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괴물들을 보았다.

정말 위에서 봤을 때 커다란 줄은 알았지만 눈앞에서 보니 더 엄청났다.

“전부 우리 숙소만 해!”

분명 안 좋은 소식이지만 아스카의 목소리는 어쩐지 들떠 있었다.

“너는 왜 신나있냐?”

“기대되잖아! 이런 것들하고 싸우는 건 처음이라고!”

“어쨌든 절대 개인행동은 금물이야! 모두 다 같이 싸워야 해.”

“알겠습니다.”

이제 정말 괴수들이 가까워지자 데카드는 안에 있던 마수들을 꺼냈다.

“우오! 오랜만에 밖이다!”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이런 것들은 그냥 한 입에 삼켜!”

육체가 아닌 마나로 이루어진 마수들의 몸이라 물속에서도 별 지장이 없었다.

“대충 100마리쯤 돼 보이는데……. 오늘 안에 끝내자!”

나가들이 300년 동안 힘들게 막고 있었던 괴물들의 진격을 오늘 끝내버린다.

“그럼 간다!”

“스톰 크루!”

티이라가 양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세우고 팔을 한계까지 뒤로 젖혔다.

그리고 단숨에 앞으로 끌어오며 X자로 허공을 갈랐다.

쩌어어어엉-!!

쿠워워워-

갑자기 피부에 난 상처에 울부짖는 크라켄.

바람 마법이 가진 극한의 절삭력은 크라켄의 몸에 작지만 분명한 상처를 주었다.

“지금이야! 퍼부어!”

“아이스 캐논!”

“뇌전의 발톱.”

상처를 향해 온갖 마법을 전부 쏟아 붓자 항마력이 전혀 없는 속살은 그대로 터져나갔다.

그 결과 크라켄도 사망.

거대한 육체가 바다에 털썩 하고 쓰러지자 그 진동이 바닥을 울렸다.

“저, 저기 있는 건 누구지?”

“이, 인간?”

아직 인간이 참전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전장의 나가 병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깊은 바닷속에서 크라켄과 인간이 싸우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그때 산호성에서 낮지만 위엄 있는 여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인간들은 우리의 아군이다. 저들을 보조해 주거라.]

아군이라는 말에 나가 병사들은 솔직히 안심했다.

“벌써 크라켄을 세 마리나 쓰러뜨리다니! 적이었으면 상상도 하기 싫군!”

“그보다 인간이 저렇게 셌었나? 바깥에 나가 본 적이 워낙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아마 아니었을걸?”

이 열 명은 인간계에서도 최정상급의 실력자들.

이들을 기준으로 인간의 강함을 판별하는 건 무리가 있다.

“으랴! 불타 죽어라!”

물속에서 꿋꿋이 불 속성의 마법을 쓰는 고드윈과 고오른.

당연히 물속이라 불의 위력은 절감되었으나 효과가 아예 없진 않았다.

“좋았어! 피부가 벗겨졌다!”

“죽여라!”

“그림자 칼날.”

불은 세포 최대의 적.

아무리 물속이라고 하나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두 마법사의 불이 꾸준히 괴수들의 피부를 태우면 그들의 항마력 코팅이 된 피부가 벗겨졌다.

갑옷이 벗겨지면 이 괴수들은 별 게 아니다.

“마수왕님! 오늘 얘 데리고 가서 문어 숙회 해먹자!”

“좋은 생각인데?”

해맑게 얘기하는 티이라와 그걸 또 받아주고 있는 데카드 사이에서 짹짹이가 끼어들었다.

“괴물의 시체를 먹으면 아무리 익혀먹더라도 식중독에 걸리기에 십상이라고 책에서 봤습니다.”

“그런 책은 어디서 보냐?”

“그냥 아무거나 보다 보니 나오더군요.”

짹짹이는 말과 동시에 데카드의 위에서 날아오는 크라켄의 다리를 잘라냈다.

“또 저의 어둠 속성은 이 괴수들에게서 유리합니다. 저를 입으시지요.”

“알겠어.”

어둠 속성은 항마력 같은 마법 방어 성질을 상당 부분 무시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짹짹이는 남들보다 힘들이지 않고 크라켄을 비롯한 다른 괴수들을 썰어버릴 수 있었다.

스르륵-

짹짹이가 까마귀 코트로 변해 그에게 걸쳐졌다.

[살짝 변화를 줘보겠습니다.]

샤릴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코트가 평소 모습과 다른 형태로 변해갔다.

“오오. 멋있는데?”

변화가 완료된 코트의 모습을 본 데카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정렬되고 날카롭게 예열된 깃털들이 나가 종족의 비늘처럼 패턴을 맞춰서 겹겹이 쌓여있었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얇아진 코트의 두께는 전투에서도 거치적거리지 않아 편리해졌다.

[나가의 스타일입니다.]

“성능 테스트도 바로 해보자고.”

짹짹이는 어둠 속성을 직접 사용하지 못하는 데카드 대신 마법을 사용해 그의 손으로 전해 주었다.

“이게 그림자 칼날이야?”

[그렇습니다.]

“살짝 내 식대로 변형해도 괜찮지?”

완성된 그림자 칼날은 데카드의 손길을 한 번 더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더 날카롭고 강하게.’

기존의 있던 마법의 수식 변경은 원래 실험을 몇 번 거쳐야 하지만 데카드는 그딴 것 몰랐다.

그저 감과 경험으로 수식을 재배열했다.

“그림자 칼날!”

그렇게 완성된 그림자 칼날이 아귀 고래의 지느러미로 날아갔다.

스아아아아-!!

아주 부드럽고 걸리적거림 없이 지느러미를 베고 지나간 마법.

순식간에 중심을 잃은 아귀 고래는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거 기억했지? 짹짹아?”

[물론입니다.]

데카드가 변형했던 수식 그대로.

짹짹이가 만들어내서 그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이번에는 변형된 그림자 칼날의 수식으로 다른 걸 만들어봤습니다.]

뭔가 빠르게 회전하던 초승달 모양의 그림자가 데카드의 손을 떠났다.

“별 위력은 없는 것…….”

쿠오오오오-

괴수들의 진영 중간으로 날아간 그림자.

그것은 바닥에 닿자마자 팽창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미친 위력이네.”

[대신 마나를 많이 잡아먹습니다.]

“그건 괜찮아. 것보다 기술명을 정해야 할 것 같은데…….”

데카드는 잠깐 눈을 감고 고민했다.

“그림자 폭풍! 어떠냐?”

[심플하고 좋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자 폭풍은 몇 개 더 완성돼 괴물들에게로 펑펑 날아갔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부장님이 다 하실 것 같은데?”

“그럼 땡땡이 칠 거냐? 빨리 불이나 부어!”

“에라이!”

지금 쏟고 있는 백염을 아스카에게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고 고드윈은 아귀 고래의 옆구리를 공략했다.

“됐다!”

백염에 완전히 녹아 사라진 옆구리 쪽의 항마력 피부.

“간다.”

제일 가까이 있던 벨린다가 한껏 번개를 충전시켜 놓았다.

물속에서 번개는 굉장히 빠르게 퍼지는 법.

벌써 벨린다의 주변은 저릿거리며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벼락 찢기.”

참격 대신 벨린다는 높이 뛰어올라 옆구리의 위쪽에 검을 박아 넣었다.

지지지지직-!!

항마력이 없는 맨살에 번개가 그대로 주입되자 아귀 고래는 몸이 마비당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죽일 수 없다.

옆구리에 꽂아 넣은 검은 그대로 천천히 밑을 향해 갔고 끝내 살을 전부 갈라버렸다.

“좋았어! 벨린다! 근데 우윽…….”

“괘, 괜찮냐?”

아귀 고래의 옆구리를 가르니 그 안에서 쏟아진 내장과 피가 벨린다에게로 쏟아져버렸다.

“난 괜찮아.”

가까이 가기만 해도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

다행히 물속이라 조금만 몸을 털어도 내장 조각들은 다 떨어져 갔다.

“으하하하! 다 죽어라!”

멀지 않은 곳에서 마수들도 선전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앙-!

고오른은 괴수들에 배를 뻥뻥 차고 때리며 내상을 주었다.

항마력이고 뭐고 엄청나게 강한 힘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문어 숙회 먹자!”

그녀는 고오른보다 좀 더 과격했다.

아예 괴수들의 입안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넣는 티이라.

“하하핫! 못 씹겠지?”

괴수는 그녀를 날카로운 이빨로 조각내려 했으나 강체화가 그걸 막았다.

“너 이빨 깨졌다!”

오히려 유리 창문처럼 와장창 깨지는 괴수의 이빨.

티이라는 깔깔 웃으면서 괴수들을 내부에서 파괴해갔다.

빛을 욱여넣어 검을 만들어낸 레오.

“…….”

어두운 바닷속에서 그의 검은 유난히 빛이 났다.

우어어어-!

우으으-!!

빛에 익숙하지 못한 괴물들의 눈은 레오의 광휘를 견뎌내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빛이 종횡무진 움직이는 모습은 휘황찬란했다.

“다 얼어붙어라!”

한편 바다와 가장 상성이 좋은 속성의 요르는 이곳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아이스 그라운드!”

쩌저저적-!

괴물들의 겉면을 얼리는 건 솔직히 무리가 있다.

항마력도 문제지만 크기가 크기인지라 저걸 전부 꽁꽁 얼리려면 마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

그렇다면 속 안을 얼리면 그만.

“빙하 송곳!”

괴물의 내부에서 펼쳐진 마법은 그들의 몸을 뚫고 나와 비산했다.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정리당하는 괴물들.

“이, 이게 현실인가?”

“내 지느러미 좀 꼬집어봐.”

나가 병사들은 창을 내지르는 것도 까먹은 채 멍하니 그들의 싸움을 바라만 봤다.

“저게 인간들의 무력인가.”

여왕 또한 반응은 병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 암흑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별 볼 일 없던 종족이었건만.”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

태양이 슬슬 저물고 더 깊은 어둠 속에 빠진 바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산호성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이제 물 위로 올라갈 때가 되었나 보구나.”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여왕의 말에 신하는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그렇다. 저들의 전투가 끝나면 트로이카를 움직일 것이니라.”

신하는 활짝 미소 지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올라갈 때가 되었지.”

괴물들과의 전쟁이 끝나면 더 이상 자신들의 존재를 숨길 이유가 없다.

그녀가 완전히 마음을 먹었을 때 병사들의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겼다!! 우리의 승리다!”

300년 동안 이어졌던 기나긴 전쟁이 드디어 끝이 났다.

바다 괴물과 나가.

둘 사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소모전이 지금 인간들의 손에 막을 내렸다.

* * *

“모두 수고가 많았다. 그대 안에 있다고 했던 다섯 명도 인상적이더구나.”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여왕은 후훗 하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대와는 어쩐지 오래 볼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산호성이 두둥실 떠올랐다.

우우우우우웅-

산호성을 가득 채우는 뱃고동같이 거대한 울림 소리.

“뭐지? 주변에 또 괴수가 있나요?”

방금 전까지 괴물들과 싸우고 왔던 아스카는 이 소리를 그것과 착각했다.

“하핫. 괴수는 아니다. 우리 종족의 엄연한 신수지.”

“신수요?”

거대 거북 트로이카.

등껍질 위에 지은 산호성은 건설 이래에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이 거대한 신수 덕분.

“떠올라라, 트로이카.”

육중하고 거대한 육체가 점점 비상했다.

거품이 미친 듯이 생겨나고 작은 섬만한 트로이카가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푸화아아아아-!!

거대한 물보라가 사방에 일고 트로이카는 근 300년 만에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산호성 안은 여전히 바다에 둘러 쌓여있군요.”

“우린 이곳에서 숨 쉬시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네.”

트로이카가 바깥으로 떠올랐어도 산호성 주위를 구체의 바닷물이 감싸고 있었다.

“이곳이 우리의 거점이 될 것이다. 그대가 원하던 우리의 힘. 주도록 하겠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나가와 인간은 다가올 암흑시대에서 동맹이 되었도다.”

여왕과 데카드는 손을 마주 잡았다.

그 손 안에는 협상 재료였던 나팔이 들어있었다.

“고맙다. 그러고 보니 아직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군. 내 이름은 라이아. 나가의 31번째 여왕이다.”

“데카드 아르마다. 전 집행관이자 현 퇴마부장 겸 마수계의 왕.”

뭔가 저쪽도 여왕인데 이쪽도 구색을 갖춰야 할 것 같아 굳이 할 필요 없는 뒷말을 덧붙였다.

“자, 잠깐…… 마수계의 왕이라고……?”

근데 라이아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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