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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61화 (161/208)

161 관음증 환자를 잡았다

만찬은 시침이 오후 10시를 가리켰을 때 비로소 끝이 났다.

오츠만은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며 틴젤을 데리고 이만 자신들의 침소로 돌아갔다.

“아아! 나 좀 더 놀래!”

“안 된단다. 틴젤. 이제 그만 잘 시간이잖니.”

떼를 쓰는 황녀와 그걸 막는 황제 간에 작은 해프닝이 있긴 했으나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원들은 먼저 출발하고 데카드는 엘리스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 황궁에 남았다.

“엘리스. 몸은 괜찮아?”

그 고통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데카드가 제일 먼저 다가와 쓰러진 듯 누운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잡은 엘리스의 손에서 온기보단 스산한 냉기가 느껴졌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 엘리스가 고개를 들어 활짝 웃어 보였다.

“저는 괜찮아요.”

“그럴 리가 없어. 이리 업혀. 내가 방까지 데려다 줄게.”

고통 끝에 복이 있으리.

엘리스는 그 복이 지금 왔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데카드의 등에 몸을 기댔다.

“그럼 이번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업힌 등에서 엘리스의 심장 고동 소리가 느껴졌다.

“그럼 갈게.”

“네.”

그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 머리는 등에 기댔다.

[둘이 잘 어울린다!]

[뭐가 잘 어울려!]

[…….]

[질투심이 많으면 건강에 안 좋은 법!]

[나 엄청 건강하거든?!]

요르야 앞으로도 건강할 거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등 뒤에 있던 엘리스는 갑자기 조용해진 데카드의 눈치를 살폈다.

“데카드……?”

“응? 왜?”

“아, 아니에요. 갑자기 조용하시길래.”

엘리스는 주변에 떠드는 사람 하나 없어 조용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그의 안에서 열심히 떠들고 계신 네 마리, 정확히는 세 마리 마수 때문에 조용할 틈이 없었다.

“황녀하고는 어땠어?”

“힘든 것 빼고는 괜찮았어요.”

그게 다 아닌가?

엄청 힘들었다 말고는 감상평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때의 시간은 정말 휙휙 지나갔었다.

“근데……. 무겁지 않으세요? 꽤나 오래 걸으셨는데.”

벌써 둘은 황궁을 벗어나서 집이 있는 저택으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동안 자신을 업으면서 걷고 있는 데카드에게 살짝 미안해졌다.

“딱히 안 무거운데.”

별로 무거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냥 살짝 무게감 있는 배낭을 드는 정도?

“그, 그래도 이젠 제가 걸어서 갈게요.”

“잔말 말고 그냥 있어. 내일 되면 또 격하게 움직여야 할 텐데 몸 관리를 잘해야지.”

그는 순수하게 전투적인 면에서의 조언을 던져준 것뿐이고 엘리스 또한 그걸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이 느낌은 뭘까.

데카드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만 같다.

“가면 샤워하고 바로 자.”

이 남자의 말은 거부할 수가 없고 거부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네…….”

그냥 이대로 자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이제 집이 코앞이었다.

시간아, 제발 천천히 가다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빌어보았으나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갔다.

그때 자신의 기감을 건드는 무언가.

“데카드, 잠깐만.”

“응?”

엘리스는 입술에 검지를 대고 청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있어요.”

몬스터? 일리는 없고 흑마법사? 는 자신이 감지하지 못한다.

만약 그렇다면 데카드가 더 빨리 감지해 냈겠지.

“외부인이 몰래 침입한 것 같아요.”

데카드의 피곤했던 정신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위치는 알겠어?”

“아니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요.”

“귀찮아졌네.”

엘리스의 기감은 믿을 만한 정보다.

데카드 또한 의식하고 난 뒤로부턴 굉장히 미약한 살기가 집 안 곳곳에서 느껴졌다.

[까마귀를 풀어보겠습니다.]

‘부탁해.’

까악- 까악-

까마귀들이 하늘을 날기 시작하고 살기를 집중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뛰어난 시력은 밤에 상관없이 집의 정원 곳곳을 훤히 들여다보았다.

[정원에선 외부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흔적도 없어?’

[네. 굉장히 용의주도한 놈들이군요.]

엘리스는 데카드의 등에서 내려 천천히 정문을 열어보았다.

그 너머에는 평소와 같이 넓게 펼쳐진 정원이 보였다.

“정원에는 없어.”

“제 생각도 같아요.”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놈들이라면 그들은 이런 정원에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집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데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 집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저부터 들어갈게요.”

“아니야. 나한테 편한 방법이 있어.”

먼저 치고 가려는 엘리스의 어깨를 잡아 멈춘 데카드는 집의 문을 조용히 열었다.

“가 봐, 얘들아.”

푸른 마나 입자와 함께 인간계로 현신한 네 마리의 지배자 마수.

그들은 자신의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침입자를 찾으면 되는 거죠?”

“누가 많이 찾나 내기하자!”

“도전을 받아주지!”

“…….”

후다다닥 집 안을 뛰어다니며 눈에 불을 켜는 모습이 침입자를 찾기만 한다면 반으로 갈라 죽일 기세다.

물론 마수들이 상처 없이 생포해 온다 해도 자신이 그럴 생각이지만.

“으으! 흔적이 없어요!”

“없긴 왜 없느냐! 이렇게 수상한 냄새가 진한데!”

“그거 내 방구 냄새다!”

고오른이 입가에 거품을 물며 쓰러지고 범인, 티이라는 헤헷 하고 웃으며 다른 방으로 도주했다.

“왠지 이런 데에 있을 것 같은데…….”

엘리스는 무언가 감이 오는 듯 1층이 아닌 위층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깜깜한 저택의 최상층.

이곳에서부턴 그녀도 발소리를 죽이고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뽑아들었다.

끼익-

누군가의 인기척.

그 소리에 주저하지 않고 엘리스의 단검이 진원지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콰앙 하고 무언가와 부딪친 단검은 허공을 가른 듯 타격음이 매끄럽게 들리지 않았다.

‘어디냐.’

엘리스가 복도로 들어왔을 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 때문에 펄럭이는 커튼이 보였다.

스륵-

그녀는 단검을 집어 넣었다.

‘이미 빠져나간 지 오래야.’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눈치 빠르게 도망간 것이다.

상황이 끝난 줄도 모른 채 우당탕탕 최상층으로 뛰어온 마수들.

“뭐야! 왜 네가 여기 있어!”

“이미 침입자들은 도망쳤어요.”

자신을 보자마자 왁 하고 화내는 요르에게 엘리스가 진중한 표정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기감에 아무것도 안 잡히더니…… 벌써 도망친 건가.”

“다음에는 꼭 잡는다!”

위층에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때 데카드는 한창 정원을 걷고 있었다.

딱히 산책을 이유로 걷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경비 마법이나 알람 마법의 설치를 위해서였다.

“설마 또 갈까마귀 애들인가?”

갈까마귀 암살단과는 여러모로 마찰이 많았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그때 완전히 죽여 놨어야 하는 건데.”

조장과 그 휘하의 암살자들은 지금쯤 땅과 하나가 되었을 시간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 리 없던 데카드는 알람 마법의 설치를 마치고 돌아갔다.

부스럭 부스럭-

새라도 있는 것인지 가끔 흔들리던 정원 가까이의 나뭇가지.

저려오는 몸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새보다는 훨씬 큰 한 남자가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댔다.

“이게 뭔 고생이야…….”

데카드와 엘리스가 나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언제 돌아올까 목이 빠지라 기다렸다.

몸을 기댄 가지들은 또 어찌나 얇은지 몸에 힘을 주지 않으면 떨어지기에 십상이었다.

“그리고 여기 애들은 왜 이렇게 다 감이 좋은 거야.”

아까만 해도 남색 머리 여자한테 들킬 뻔해서 정말 쥐죽은 듯 몸을 엎드려야 했었다.

그래도 내려올 수는 없었다.

“조금만 버티자.”

이 초상화에 나와 있는 네 명을 찾기 전까진…….

“어라? 저기…….”

암살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망원경의 배율을 높였다.

그제야 조금씩 자신이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게 정확히 눈으로 들어왔다.

“차, 찾았다……! 그 넷이야……!”

드디어 이 빌어먹을 나무에서 내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남자의 광대가 승천했다.

“이제 내려가…….”

“어딜 마음대로 내려가려고.”

“히익……!!”

암살자가 급하게 뒤를 돌아보았으나 그곳은 이미 텅 빈 허공이었다.

순식간에 잡힌 암살자의 멱살.

후욱-!

강력한 힘으로 밀려난 그는 나무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으윽.....!!”

비명을 가까스레 속 안으로 눌러내고 급하게 중심을 잡았다.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것치곤 안정적인 착지의 암살자는 단검을 손에 들었다.

“웬 놈이냐. 어서 나와라.”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위협을 해보았으나 그자는 어디 있는지 도통 보이질 않았다.

“도둑놈이 어디서 무게를 잡아.”

또 뒤에서 들린 목소리.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그쪽으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안 되지, 안 돼.”

“……!!”

어떻게 이리 빠르게 이동하는 건지 습격자는 계속 자신의 뒤를 잡고 있었다.

퍼억-!!

“크아악!!”

암살자의 등이 부러질 것처럼 휘어버리더니 벽면으로 날아가 부딪쳤다.

그가 날아간 벽에서 후드득 파편이 떨어질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털썩 하고 바닥에 기절한 암살자.

“연기 좋았다. 짹짹아.”

[나날이 실력이 늘어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럼.”

자신의 집에 있다 빠져나간 암살자는 결국 놓쳤으나 그 대신 관음증 환자를 잡았다.

암살자를 짹짹이의 까마귀로 손발을 묶은 후 어깨에 없었다.

“얘를 어디다 놓지.”

[다락방은 어떠십니까?]

“좋다.”

짹짹이의 의견을 수렴.

데카드는 그의 날개로 훨훨 하늘을 날아 다락방의 창문을 열고 들어갔다.

“얘 일어나면 알려줘.”

[알겠습니다.]

짹짹이의 까마귀까지 하나 풀어놓고 데카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뭐야! 마수왕님 왜 위층에서 오냐?”

“한 놈 잡은 다음에 다락방에 가둬놨어.”

“어떻게 잡으셨어요? 저희는 흔적도 찾기 어렵던데.”

딱히 비결은 없다.

그냥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알아챘을 뿐이다.

어둠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었다면 큰 오산.

그림자와 어둠은 자신의 편이다.

“엘리스는?”

“자러 갔습니다!”

데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로 쓰러졌다.

고오른이 선물로 준 침대는 구름 위에 몸을 파묻은 것처럼 편안했다.

“얼른 자라. 너희도.”

“넵!”

“안녕히 주무세요!”

“…….”

마수들의 힘찬 밤 인사를 끝으로 데카드의 눈이 감겼다.

* * *

“자! 오늘 여기서 루비스트 평원까지 이동한다!”

탈리스의 서쪽 문 앞에서 모인 마도사단과 부원들은 아토스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부원들에겐 따로 데카드가 설명을 해줄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냥 귀찮으니까.

“루비스트 평원이 어떤 곳인데요?”

“엄청나게 넓고 잔디가 쫙 깔린 평원이야.”

자신은 이런 정보만 줘도 오케이였다.

“우리는 루비스트 평원으로 조용히 움직여서 그곳에 숨어있는 흑마법사를 척살한다!”

“예!”

마도사단이 큰 소리로 대답하고 주변의 시민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이곳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지나갔다.

“가자!”

아토스와 데카드가 선두에 서고 버프 마법사들이 움직였다.

“헤이스트 맥시멈!”

“헤이스트 맥시멈.”

헤이스트의 최상승 마법인 헤이스트 맥시멈.

이 마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두 진영을 감싸 안았다.

“와아! 엄청 빨라졌어요!”

“발 안 꼬이게 조심히 달려!”

버프 마법사가 펼치고 있는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다시 평범해진다.

그러면 이미 멀리 떨어진 동료들을 자력으로 따라잡아야겠지.

“네!”

“신난다!”

“풍경이 휙휙 지나가!”

하지만 그런 복잡한 일이야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은 부원들은 자유로이 쌩쌩한 바람을 맞으며 달려 나갔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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