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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60화 (160/208)

160 옷 입히기 인형

“내가 이긴 거다?”

“허억…… 허억…… 무슨 소리요! 누가 봐도 내가 앞섰는데!”

“아니지. 나는 6서클인데도 너를 이길 뻔했다고.”

데카드는 마수들을 이용해 온갖 방법으로 아토스를 위험에 빠뜨렸으나 그는 연륜에 맞게 잘 헤쳐 나왔다.

“어쨌든 나도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 수 있었어. 부족한 부분도 찾았고.”

그의 말에 아토스는 수긍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솔직히 6서클이라곤 믿기지 않는 화력과 실력이었지.”

마침 시계는 딱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딱 저녁 먹으러 갈 시간이네. 가자! 얘들아!”

데카드와 아토스를 따라가며 부원들은 서로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었다.

“근데 둘 다 미친 실력 아니야?”

“맞지.”

“아니 나는 세상에 그렇게 많은 마수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니까?”

그가 소환한 정말 각양각색의 마수들.

세간에 잘 알려진 유명한 마수들부터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마수들까지.

데카드는 그것들 모두를 수족

다루듯 아주 자연스럽게 소환했다.

마치 세상에 있는 모든 마수를 계약해 둔 것처럼 말이다.

“정말 신기한 분이야.”

“동감.”

“저런 걸 보고 양파 같다고 하는 건가 봐.”

까도 까도 새로운 면이 나오는 데카드와 아토스 그리고 부원들은 황궁 만찬실까지 도착했다.

이제 이곳도 몇 번 왔다 갔다 해보니 길이 눈에 익었다.

“들어가시죠.”

만찬실의 문을 열어주는 기사들.

열려진 문 뒤로 미리 준비된 음식들이 쭉 나열돼 있는 모습과 빈 식탁들이 보였다.

한쪽은 부원들과 데카드의 자리.

다른 한쪽은 아토스와 마도사단의 자리다.

“그럼 재밌게들 즐기게.”

“그래.”

아토스는 마도사단 쪽으로 걸어가고 일행은 빈 식탁으로 가 앉았다.

“아무래도 뷔페식인 것 같은데요?”

“그런가 보네.”

음식이 중앙에 놓여 있고 그 주변에 집게들과 접시가 따로 놓여 있다.

“음식 가지러 가자.”

접시를 집고 그 위에 먹고 싶은 음식을 담는다.

데카드는 달고 맛있는 디저트 위주의 음식을 챙겼고.

아스카는 가지각색의 고기를 집어 들었다.

“네가 고기 다 가져가기 전에 나도 먹어야겠다.”

“뭐래!”

고드윈도 고기를 몇 점 접시 위에 올려두었다.

카론은 닭 가슴살과 샐러드.

이런 자리에서도 그의 식단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그럼 이걸로.”

벨린다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올린 접시를 보니 물씬 고급 음식점의 향기가 나는 듯했다.

“그 사람은 안 오나 보네.”

“누구요?”

데카드의 중얼거림을 엘리스가 듣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황제.”

황제라는 단어가 나오자 부원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에, 에이……. 황제가 여길 왜 와요. 부담스럽게.”

“원래 본인은 그런 거 잘 몰라. 아랫사람들에게 부담인지 아닌지.”

“그래도 설마 황제라는 사람이 그 정도 눈치도 없겠…….”

끼익-

“오늘 만찬은 나도 함께하겠다!”

“나도 왔지롱!”

황제까진 상관없던 데카드도 옆에 있는 꼬마 여자아이를 보니 숨이 턱 막혀버렸다.

“황녀까지 왔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폐, 폐하!”

아토스를 시작으로 벙쪄 있던 마도사단과 데카드와 부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황제는 껄껄 웃으며 손짓으로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마도사단과 용병들의 기를 북돋아 주는 자리인데 내가 같이 있어야지 않겠나.”

아토스의 이마에서 흐르는 한줄기의 비지땀.

“하, 하나 폐하께서 피곤하시지는 않으실까 염려가 되옵니다.”

“이 정도 가지고 피곤은 무슨! 나는 괜찮으니 어서들 들게.”

아토스의 눈치에도 황제는 전혀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나도 먹을래!”

그의 딸, 틴젤 또한 자유분방한 모습을 뽐내며 접시를 초콜릿으로 가득 채웠다.

오츠만은 따로 자리 하나를 만들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이런 자리에 우리만 동떨어져 있는 것도 그러니……. 여기 의자 두 개만 가져오거라.”

“넵!”

기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고급스런 의자 두 개를 대령했다.

“저기 중앙에 두어라.”

직사각형에 긴 식탁에서 가로로 줄지어 앉은 마도사들.

황제는 그들이 앉지 않은 세로줄로 가 의자를 놓았다.

“서, 설마…….”

한 마도사가 그것만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중얼거렸고 모두의 이마가 땀으로 흥건해졌다.

“같이 먹도록 하지.”

“우와! 잘생긴 애들 많다!”

황제와 황녀.

이 눈치없는 것들은 기어코 마도사단의 식탁에 덜컥 합석해 버렸다.

오츠만과 가까이 앉게 된 마도사는 실신할 것처럼 숨을 거칠게 쉬었고 몇몇은 블리자드라도 맞은 듯 얼어붙었다.

“폐, 폐하! 합석이라뇨! 저희가 황권에 누를 끼칠까 봐 소신, 심히 염려되옵니다. 그러니 따로 자리를…….”

“아닐세. 내가 편성한 마도사단인데 이렇게 얼굴 보는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내일이면 전투에 나갈 전사들이기도 하거늘.”

틴젤은 이미 손에 들어온 초콜릿을 와구와구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 데카드 쪽 식탁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휴우…… 다행이다.’

[저 귀찮은 꼬마가 또 뭔 짓을 할지 모르겠어요!]

[…….]

[생긴 건 귀엽다!]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것이다!]

데카드가 잠시 마도사단의 안녕을 빌어주고 이제 첫 입을 뜨려고 할 때.

“아아, 틴젤. 지금 막 생각난 건데. 저쪽 식탁에 너와 놀아주었던 그 용병도 있단다.”

이 망할 황제가!

“와아! 정말? 나는 그럼 저기서 먹을래!”

“그러렴.”

“갔다 올게!”

마도사단은 잠시 데카드의 안위를 빌어주었다.

“진짜네! 그때 그 용병이야! 잘 지냈어?”

데카드는 이미 체념하고 틴젤의 인사를 살갑게 받아주었다.

“저는 잘 지냈습니다. 황녀님도 잘 지낸 것 같군요.”

“응! 맞아!”

이 모습을 본 엘리스는 몇 달 전 그때가 떠올랐다.

그녀는 똑똑히 기억한다.

황제에게 그의 딸을 놀아주라는 퀘스트를 받고 끌려간 날.

돌아온 데카드의 지친 표정을.

삽시간에 사람의 볼 살이 그렇게 빠질 수 있는지 자신은 처음 알았다.

‘이번에는 내가!’

또 데카드를 그렇게 둘 수는 없기에 엘리스는 조심스레 틴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황녀님?”

“응? 너는 누구야?”

엘리스는 허리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데카드의 친구. 엘리스라고 해요.”

틴젤은 위에서 아래로.

엘리스를 스캔하더니 톡 하고 쏘아붙였다.

“관심 없어. 나는 데카드하고 놀래.”

‘신이시여.’

마수계에 끌려갈 때도 찾지 않았던 신을 오늘 찾게 되었다.

“저도 데카드 못지않게 잘 놀아요. 저하고 놀지 않으실래요?”

“정말?”

“그럼요.”

틴젤은 아니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활짝 웃었다.

“좋아! 나는 예쁜 것도 좋아해.”

아름다운 인형 취급을 당했어도 엘리스는 싱긋 웃었다.

목표는 이뤄냈으니까.

틴젤은 엘리스와 접시를 한 손씩 잡고 만찬실을 나갔다.

“진짜 선녀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야.”

“사실 암살자였다는 거. 거짓말 아니었을까? 나는 성녀라고 해도 믿겠어.”

엘리스의 행동을 보고 가까이 있던 부원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진짜 고맙다. 엘리스.’

말은 못했으나 데카드는 벌써 마음속으론 눈가가 촉촉해진 상태였다.

나중에 그녀를 위한 선물도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케이크를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그런데 밥은 안 드시나요?”

“여기 가져왔잖아!”

자신의 접시를 자랑스럽게 내민 틴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는 안 가져왔어?”

“네.”

그에 반해 엘리스는 접시는커녕 음식도 담지 못했었다.

틴젤은 그것을 보고 잠시 끙끙 고민하더니 힘든 결정을 내렸다.

“내 거 조금 나눠줄게! 그리고 내 방에 음식 많아!”

황녀의 방인데 음식이 좀 많을까.

배고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틴젤이 엘리스를 끌고 온 곳은 저번에 데카드와 함께 놀았던 그녀의 방.

“들어와!”

“네.”

그녀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온 엘리스는 입이 자연스레 벌어지는 걸 느꼈다.

“엄청 화려하고 예쁘네요.”

“그렇지! 나도 알아!”

높은 천장에 달린 보석 샹들리에.

벽면에 걸린 이름난 명화.

커다란 침대와 따뜻한 온기.

아름다운 옷은 물론이요, 값비싼 인형들이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어린 소녀들의 로망은 전부 모아둔 것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그럼 뭐 하고 놀까요?”

“내 취미는 인형에 옷 입히기야!”

동문서답처럼 보일 수 있는 답변이나 엘리스는 이 말의 진의를 파악했다.

“입을 옷은 어디 있죠?”

* * *

“언니는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글쎄다.”

이 중에서 그 답을 아는 이는 데카드밖에 없을 것이다.

“황녀는 척 보니까 이제 막 13살인가 14살일 것 같은데. 뭐 별거 있겠어? 숨바꼭질이나 하겠지.”

데카드는 고드윈의 답에 고개를 저었다.

황녀는 그렇게 만만한 적이 아니다.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는 절대 그 지옥에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한 놀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야.’

황녀와의 놀이가 무서운 점은 반복에 있었다.

10분 동안만 같은 짓을 반복해도 체감 상으로는 몇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으으…….”

순간 그때가 떠오르면서 돋은 소름에 데카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끼익-

누군가 만찬실 안으로 들어왔다.

무언가 살짝 작은 듯한 은빛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누구지?”

마도사단의 마법사들은 먹던 음식도 내려놓고 멍하니 지금 들어온 여자를 쳐다보기 바빴다.

“진짜 예쁘다…….”

“그러게…….”

밤중의 하늘을 그대로 퍼서 옮겨 놓은 듯 깨끗한 남색의 머리칼.

커다란 호리병이 사람으로 환생한 듯한 몸매.

시선들이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띠운 채 살짝 숙인 고개는 뭇 남성의 애간장을 타게끔 하였다.

“……설마 언니야?”

“그런 것…… 같은데?”

아스카의 입에 있던 고기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질 때 엘리스 뒤에 있던 틴젤이 뿅 하고 나타났다.

“어때! 내 실력이? 진짜 예쁘지!”

자신의 인형을 자랑하듯 틴젤은 엘리스의 손을 잡고 한 바퀴 빙그르르 돌게 했다.

그녀의 몸이 회전하면서 사방으로 퍼지는 은은한 향수 냄새에 한번.

음식 따윈 눈에 안 들어오는 외모에 두 번.

마도사단은 놀라야만 했다.

“저, 정말 언니야?”

“으응…….”

이쪽 식탁으로 가까이 온 엘리스를 이곳저곳 뜯어본 아스카는 다시 봐도 감탄이 나왔다.

“샤릴마에서부터 꾸미면 어떤 모습이겠거니 생각은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어.”

벨린다도 심심한 찬사를 보내며 조그맣게 손뼉을 쳤다.

딱 좋은 반응에 틴젤은 자기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좋아하며 깔깔거렸다.

“어때요……?”

데카드의 앞에 선 엘리스.

부끄러워서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 이 사람의 반응이.

[와아! 엘리스! 예쁘다!]

[…….]

[흐, 흥! 예, 예쁘네! 나보단 아니지만!]

[요르보다 더 예쁜 것 같기도…….]

[야!!]

요르마저 내심 인정할 만큼 엘리스의 자태는 아름다웠다.

아까 성녀 운운하던 고드윈의 말이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로.

“예쁘네.”

“고, 고마워요…….”

짧은 한 마디였지만 몸에 있는 피가 전부 위로 몰린 듯 뜨겁고 빨개진 귀는 돌아올 줄 몰랐다.

“자! 빨리 딴 옷 갈아입으러 가자!”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눌 시간 없이 엘리스는 틴젤에게 이끌려갔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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