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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59화 (159/208)

159 홀로그램 대련

몇 시간에 걸친 작전 회의가 끝이 나고 정보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두 진영 간의 정보를 합치고 조합해 보니 위치가 특정된 몇 명의 흑마법사가 있었다.

“그럼 이쪽을 먼저 치도록 하지.”

“좋아.”

은신처가 들통 난 흑마법사들 중 어떤 놈을 먼저 공격할지 순서도 다 정했다.

“공격 날짜는 언제로 하는 것이 좋겠나?”

“시간 끌 거 있나? 내일로 하자고.”

“알겠네. 그럼 나는 황제 폐하께 보고하고 올 테니 자네는 팀원들과 함께 있어주게.”

데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원들이 있을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이곳은 거의 파티 분위기였다.

언제 이렇게 친해진 것인지 마도사들과 부원들은 서로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며 친해져 있었다.

“하하핫! 아까 네 백염 엄청나더라!”

“고마워! 너도 꽤 하던데?”

“아스카 언니! 저 얼음 속성 팁 조금만 주세요!”

“얼음 속성? 봐봐! 내가 알려줄게!”

사교성 좋은 고드윈과 아스카는 몇 마디 말을 섞은 것만으로도 친근감 있게 마도사들을 대했다.

반면 카론과 벨린다는 원체 말이 없고 잘 웃지도 않으니 마도사들도 무서워서 잘 다가가지 않았다.

가만히 턱을 괴고 앉아있는 벨린다의 옆에 마리가 조용히 앉았다.

“……?”

그녀를 쳐다보자 마리는 옆머리를 귀 뒤로 스윽 넘기며 손을 내밀었다.

“마리야. 앞으로 잘 부탁해.”

“벨린다. 나도 잘 부탁해.”

정식으로 인사가 하고 싶었던 건지 마리는 악수 후에 쌩 하고 어딘가로 호다닥 뛰어갔다.

그리고 관심을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 받게 되는 이도 있었다.

“저기! 마나 번호 좀 알려주세요!”

“아니에요! 얘 말고 저한테 알려주세요! 정말 제 스타일이시라!”

“왜, 왜 그러세요……. 저는 번호 같은 거 잘 몰라요.”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엘리스는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러나 끈질기게 그녀의 뒤를 계속 따라오는 마도사들은 결국 엘리스를 둘러쌌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어디 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요!”

“괘, 괜찮은데…….”

난처해하는 엘리스를 잠시 보고 있던 아스카는 눈물이 핑 하고 도는 것 같았다.

“에휴……. 저 언니는 결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엘리스가 후드로 얼굴을 다 가린 채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밖에서 들어오는 데카드가 보였다.

“데카드!”

구원자를 만난 이처럼 엘리스는 환하게 웃으며 데카드의 뒤로 숨었다.

“응? 왜 그래?”

“저, 저 좀 숨겨주세요.”

“뭔 일 있었어?”

엘리스는 이게 뭔 일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데카드가 중앙에 딱 막고 서있자 더 이상 들이대는 건 포기한 마도사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얘기는 잘 진행되셨어요?”

벨린다의 물음에 데카드는 씨익 웃으며 답해 주었다.

“물론이지. 아마 내일 흑마법사하고 대판 싸우게 될 거야.”

“으으! 기대된다!”

하도 흑마법사와의 마찰이 잦아지다 보니 이제는 두렵고 무섭기보단 오히려 기대되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고서클의 흑마법사도 아니고 어중간한 실력의 잔챙이들.

“생포가 목적이고 놈들을 황궁까지 잡아와서 정보를 뽑아낼 거야.”

“그렇군요.”

부원들끼리 모이자 다시 편해진 엘리스는 후드를 벗고 이쪽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럼 저의 포지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엘리스는 우리의 진형 바깥에 서서 주변에 기습하려는 이들이 있는지 확인해 주고 도망치는 흑마법사를 잡아줘.”

마법사가 아닌 엘리스의 포지션은 이런 마법사들의 진형에서 상당히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면의 폭발적인 힘과 엘리스의 센스가 그걸 무마해 주리라.

“알겠어요.”

그렇게 간단한 작전 전달이 끝났을 때 훈련장으로 들어오는 또 다른 이들이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리는 한 신하의 함성.

황제 폐하 납시오-!

“화, 황제 폐하라고?!”

그 말에 마도사단은 기겁하며 모두 자리에서 내려와 급하게 일렬로 서고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갖췄다.

그에 반해 설렁설렁 자리에서 걸어 내려온 부원들과 데카드는 바닥에 내려와 마도사들과 같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모두들 수고가 많군.”

옆에 아토스를 대동한 오츠만은 무릎 꿇은 마도사단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강한 집단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것이겠지.

“나의 자랑스러운 마법사들아. 너희는 내일 흑마법사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흑마법사라는 말에 몇몇은 긴장되는 듯 입이 바싹바싹 말랐고.

다른 이들은 한껏 실력을 뽐낼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너희들은 흑마법사와의 전투가 처음이겠지만 옆에 있는 이들은 그들에게 있어 전문가다. 모르는 것이나 도움을 구할 게 있다면 이 용병들에게 물어보도록.”

네-!!

마도사단의 파워 넘치는 대답에 오츠만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 나가기 전에는 배불리 먹어야 하는 법. 오늘 황궁의 만찬실을 비워둘 테니 마음껏 먹고 마시거라.”

마도사단의 기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오고 오츠만은 다시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크흠……! 폐하의 말씀은 들었겠지? 오늘 오후 7시! 황궁 만찬실에서 보자.”

알겠습니다-!

“우리도 가서 한 접시 하자고.”

“좋아요!”

“황궁은 어떤 음식을 주려나? 벌써부터 기대된다!”

“하여간 음식만 주면 흑마법사도 따라간다니까.”

고드윈이 살짝 중얼거린 말을 귀신같이 주워들은 아스카는 째릿하게 고드윈을 쳐다보았으나 기분이 좋아 봐주기로 했다.

“7시까지 뭘 해야 되지.”

지금은 5시.

두 시간이라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시간이 남았다.

“그냥 잠이나 자러 갈까.”

하지만 집까지의 이동 거리를 생각해 봤을 때 왔다 갔다 하는 거리가 더 귀찮게 느껴졌다.

“심심하면 날 따라와 보겠나?”

마도사단이 빠져 휑해진 훈련장에서 우두커니 남아있는 부원들을 보고 아토스가 외쳤다.

데카드는 이 두 시간을 때울 수만 있다면 뭐라도 좋을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좋은 거 있어?”

“후훗. 따라오게.”

부원들과 데카드가 아토스의 뒤를 따라가고 그는 황궁의 안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황궁은 미로처럼 어지럽게 설계되어 있음에도 아토스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길을 찾았다.

“너는 여기 지리를 다 외웠어?”

“맨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워졌네.”

“나는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데.”

아토스는 그렇게 잘 움직이다가 한 방 앞에서 멈춰 섰다.

“바로 여기네.”

“여기가 뭐하는 곳인데?”

“뭐라 그럴까……. 내가 심심풀이로 이것저것 만든 것들이 쌓여있는 곳이지.”

방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커다란 수납공간이 겹겹이 붙어있었는데 그 안에는 상자들로 가득하였다.

“이거였던가?”

수많은 상자 중 하나를 골라 들은 아토스.

그 안에는 뭔가 팔찌 같은 것이 한 쌍으로 들어가 있었다.

“뭐냐? 이게?”

“일종에 마법사용 장난감이네.”

그렇게 설명한 아토스는 팔찌 하나를 자신의 팔목에 착용했다.

“이렇게 팔찌를 끼게 되면 여기 보석에 불이 들어오는데 그럼 작동이 완료됐다는 신호야.”

팔찌가 작동되자 보석이 빛을 뿜기 시작하더니 뭔가 홀로그램 같은 형상이 모습을 갖춰나갔다.

우우우우웅-

완성된 홀로그램의 모습은 팔찌의 착용자인 아토스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끝이야?”

“당연히 아니네. 자네도 한 번 이 팔찌를 껴주겠나?”

팔찌를 받아든 데카드는 한 번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손목에 껴보았다.

아토스 때와 마찬가지로 홀로그램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데카드의 모습으로 갖춰졌다.

“사용자의 마나를 흡수해서 이렇게 정교한 모습이 만들어지는 건가?”

“비슷한 원리지.”

“그래서 이 홀로그램으로 뭘 할 수 있는데?”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에 손을 뻗어보자 만져지는 것 없이 그대로 통과됐다.

“그건 지금 보여주겠네.”

아토스는 씨익 웃으며 팔찌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갑자기 손에 불덩이를 만들기 시작하는 아토스의 홀로그램.

“마법?”

데카드의 홀로그램에게 날아간 불덩이는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홀로그램은 큰 피해를 입은 듯 무릎을 꿇었으나 그 여파에 그대로 노출된 데카드의 본체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뭔지 알겠어.”

“엄청 재밌어 보이는데요?”

“서로 피해를 보지 않고 대련을 할 수 있게 해준 건가.”

이 행동 한 번으로 팔찌의 정체를 파악한 부원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짚었네. 이 팔찌는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지.”

“마수도 소환할 수 있나?”

“한 번 해보게.”

데카드는 마나를 집어넣고 소환술을 펼쳤다.

신기하게도 홀로그램 마법진을 뚫고 나오는 홀로그램 우드 몽키.

우끼끼-?

우드 몽키는 휙휙 뛰어서 홀로그램의 어깨에 올라탔다.

“근데 이런 팔찌는 들어본 적도 없고 파는 걸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아직 프로토 타입이니 팔 수준은 아니야.”

“이 정도면 팔아도 될 것 같은데.”

자신의 감이지만 아마 이 팔찌가 상용화된다면 마법사들의 전투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몸에 무리도 안 주고 다치지도 않으니까.

“마침 나도 시간이 비고 자네도 딱히 할 짓이 없어 보이니……. 한 번 나랑 이 팔찌로 대련해 보겠나?”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지.”

부원들은 고서클 마법사들의 싸움에 왠지 자리를 비켜야 할 것 같아 방의 구석 소파로 가 앉았다.

방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선 두 홀로그램.

[마수왕님! 지지 마라!]

[…….]

[흐음……. 이 싸움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홀로그램 상태에선 우리의 무기를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랬다.

이 홀로그램은 마수들의 무기를 꺼내서 착용하지 못했고 오직 마수들로만 싸울 수 있었다.

‘다른 저서클 마법사면 모르겠는데 과연 마수들로만 이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데카드는 6서클, 아토스는 7서클.

한 서클 차이이지만 이 차이는 때로는 무한의 거리처럼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 들어가겠네!”

아토스의 홀로그램이 양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그 원을 따라 점점 형성되는 마법진.

“와아……. 마법진을 저렇게도 만들어내네.”

지금 아토스가 한 기술은 모션 캐스팅으로 마법을 발동하는 데 있어서 편안함을 더 주기 위해 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각각 만들어지는 붉은 마법진과 초록 마법진은 홀로그램인데도 그 기세가 대단했다.

“질 수 없지.”

마수들의 무기가 없다고는 하나 곧이곧대로 져줄 마음은 하나도 없다.

“소환.”

굳이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무의식적으로 혀가 움직였다.

허공에서 나타나는 소환 마법진.

조금씩 상황을 봐가면서 마수들을 소환하기 위해 처음에는 무리가 없는 스웜프 코모도를 다섯 마리 소환했다.

“하하핫! 역시 그 소환술 하나는 명불허전이군!”

자신이 기억하던 옛날의 모습 때보다 더 뛰어나진 것 같아 아토스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서클은 낮아졌는데 숙련도는 올라갔다라! 참으로 미스테리하군!”

아토스의 마법진이 완성되고 각 마법진에서 불더미와 폭풍이 몰아쳐 나왔다.

두 힘은 서로 뭉쳐지고 바람이 불을 더욱 키워 어마 무시한 화마를 만들어냈다.

“너도 옛날보다 훨씬 보기 좋아졌는데?”

“당연한 말을.”

스웜프 코모도들은 홀로그램 데카드의 몸에 타닥타닥 붙기 시작했다.

빈틈없이 갑옷처럼 데카드를 꽁꽁 싸맨 코모도들.

그것들은 화마에서 그를 완벽하게 지켜주었다.

“이제 내 차례다.”

데카드가 마수들을 더 소환하고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아토스도 마법을 쏟아냈다.

그렇게 7시 때까지 둘은 박 터지게 싸우고 또 싸웠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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