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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58화 (158/208)

158 서열 정리

“당신. 강하군요.”

벨린다와 마주 선 마리가 본능적인 직감을 통해 잠시간 그녀의 강함을 느꼈다.

그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벨린다.

“아직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레오의 검술에서 체력 소모가 큰 절기를 한 번이라도 쓰게 되면 그 즉시 몸에 무리가 와 잠깐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전투에서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마리가 벨린다를 들여다볼 때 벨린다 또한 마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스르릉-

벼락을 부드럽게 뽑아내며 마리를 관찰했다.

흔들림 없이 단단한 눈빛.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수준급의 마나.

잘 정돈된 마나룸만 봐도 그녀가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측. 준비가 끝났소?”

“그렇습니다.”

“네.”

아토스는 신에게 비는 심정으로 마지막 희망인 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마저 패배해 버리면 앞으로 작전을 짤 때 마도사단 쪽의 발언권이 완전히 없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시작!!”

힘차게 아토스가 시작 구호를 외쳤다.

그와 동시에 푸른색으로 물들어가는 벼락.

무언가 튀겨지는 소리와 함께 벼락에 번개가 휘감겼다.

‘엄청 가벼워……!’

사실 벼락을 가지고 하는 전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전에서는 이 미스릴 소재의 검이 어떤 위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됐었는데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쇼크 웨이브.”

벨린다가 검극을 바닥을 향해 두고 톡 건드렸다.

콰지지지지직-!!

그 행동에 반응해 성질 급한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전류.

번개 속성의 공격은 대부분 매우 빠르다.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지는 감전은 뭐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몸을 속박하리라.

“…….”

그러나 아직 이것만으로는 마리를 쓰러뜨리기엔 한참 모자랐다.

합장하듯 양손을 모은 마리.

푸른색 입자가 그에 반응해 점점 모여들었다.

마나 입자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무언가 마법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공간 왜곡.”

쩌어어엉-!

영창과 함께 순간 마리의 앞쪽 공간이 뒤틀렸다.

그 뒤틀린 공간의 모습은 훈련장의 구석.

지지지지직-!!

훈련장의 애꿎은 의자를 강타한 벨린다의 쇼크 웨이브는 마리의 털 한 올도 건드리지 못했다.

“공간 속성의 적성자라……. 희귀한 걸 찾았군.”

“……자네만 하겠나?”

공간 속성의 적성자는 보통 텔레포트의 담당 마법사로 가거나 마법부가 모셔가려고 안달을 한다.

그쪽으로 가면 편안한 생활과 부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여기 황궁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벨린다도 어렵겠는데?”

“부, 부장님! 대체 저 속성이 뭐예요?”

데카드는 생각을 정리한 후 아스카에게 설명해 주었다.

“공간 속성이라는 거야. 저 속성은 다른 일반 속성들과 다르게 적성에 맞지 않으면 절대 다룰 수 없지만, 만약 그걸 다루고 전투에 익숙하다면.”

“익숙하다면……?”

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되는 거지.”

벨린다는 지금 급하게 몸을 날려 마리의 공격을 회피하고 있다.

‘저 공간 왜곡이라는 마법…… 단순한 방어용이 아니었군.’

조금 전 벨린다의 쇼크 웨이브를 무력화시킨 마법인 공간 왜곡.

생전 처음 보는 마법인데다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힌다.

쩌어엉-!!

말하는 와중에도 벨린다의 오른 허벅지 쪽의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크윽……!”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어 공간의 공격을 피해낸 벨린다는 충전해 둔 번개를 참격의 형태로 쏘아 보냈다.

지지지직-! 지지직-!

초승달 모양의 참격들이 마리를 덮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덧없이 공간 왜곡에 튕겨져 나가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참격들.

‘파훼법이 없는 건가……?’

그녀는 잠시간 이렇게 생각했다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 어떤 뛰어난 마법에도 파훼법과 약점은 반드시 존재한다.’

벨린다는 심호흡 한 번으로 감정과 들뜬 숨을 진정시켰다.

그 후 눈을 똑바로 떠 마리를 있는 그대로 보았다.

‘저쪽도 지금 꽤나 몰려있어. 공간 마법이 주는 후폭풍을 견디고 있는 거야.’

공격을 받거나 몸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마리의 목 뒤편과 손, 이마는 땀으로 축축했다.

필시 저 마법이 체력을 상당량 깎아 먹은 것이다.

‘이 부분만 잘 공략하면 이길 수 있어.’

그녀는 방금 떠오른 작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꿇었던 무릎을 풀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라이트닝 베쉬.”

작게 중얼거린 벨린다.

그녀의 양발과 검에 찌릿한 번개가 모여들었다.

“간다.”

순간 벨린다의 한 마디가 허공에 남아 주인 없이 흩어져 버렸다.

마리는 갑자기 사라진 상대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콰과과과과광-!!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을 때 옆에서 번개의 참격이 날아들었다.

‘공간 왜곡……!’

빠른 반응으로 참격을 날려버린 마리.

그러나 여전히 벨린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냐!’

마리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벨린다 대신 답해 준 참격만이 그녀를 환영했다.

‘공간 왜곡!’

다시 한번 공간 왜곡을 사용해 공격을 받아넘긴 마리는 점점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얼른…… 얼른 승부를 봐야 해.’

이렇게 계속 시간이 늘어져 장기전으로 가면 자신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마리는 마음을 굳게 먹은 듯 눈을 감고 양팔을 좌우로 넓게 벌렸다.

‘뭘 하려는 거지?’

그런 마리의 모습을 고속 이동 중인 벨린다가 발견했다.

무언가 하려는 것은 확실한데 그게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벨린다는 마리가 어떤 모종의 마법을 펼치기 전에 끝장낼 생각으로 검에 번개를 잔뜩 욱여넣은 채 달려갔다.

후우욱-!

고속 이동을 멈추고 마리의 후방으로 나타난 벨린다.

하지만 마리는 웃고 있었다.

“공간 짓누르기.”

무음.

마리의 마법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갔다.

벨린다의 몸에 가해지는 어마 무시한 압력.

“크으윽……!!”

조금만 긴장을 놓친다면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위력이다.

‘하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어……!!’

중력이 몇 배로 늘어난 것 같은 이 힘에서도 검을 찔러 넣는 벨린다.

스윽-!

마리의 볼에서 붉은 혈선이 만들어지고 벨린다는 더는 압력을 이기지 못한 채 튕겨져 나갔다.

철퍼덕 하고 훈련장 바닥에 처박힌 벨린다.

다행히 번개로 몸을 보호한 듯 큰 외상은 없어 보였다.

‘둘 다 대단하군.’

아토스는 마법 대제전에서나 볼 법한 수준 높은 대련에 눈이 호강한 느낌을 받았다.

마리의 대처도 훌륭하나 공간 속성의 약점을 눈치채고 발 빠르게 대응한 저 마법사 또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무승부! 이 경기는 무승부로 하겠다.”

아토스가 내린 결과에 양 선수는 살짝 아쉬운 표정만 지을 뿐 결과를 받아들였다.

“벨린다! 대단했어!”

“잘했어! 벨린다!”

“미안해. 나만 져버려서.”

풀이 죽은 채로 돌아온 벨린다를 잠깐 지켜보던 아스카.

그녀는 바로 헤드락을 걸며 잘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너의 최선을 다했잖아! 그거면 된 거라고! 그리고 지면 뭐 어때? 네가 죽은 것도 아니잖아! 알았어?”

“으응…… 알았어.”

아스카의 위로 아닌 위로가 도움이 된 것인지 벨린다는 멍멍한 귀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약속한 대로 작전을 다시 짜야겠군. 데카드는 날 따라오게.”

“여기 있어. 갔다 올게.”

각 측의 수장인 데카드와 아토스가 나가고 훈련장에는 마도사들과 부원들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휘이잉-

어디서 불어온 것인지 어색한 침묵의 바람이 양 진영을 휘감았다.

* * *

“팀원들의 마법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더군. 대체 어디서 그런 보석을 발굴한 건가?”

“내가 한 건 아니야.”

젠킨스가 발에 땀이 나게 정보를 모으고 영입시킨 뒤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친 덕분이다.

자신은 그저 조그마한 팁들만 몇 개 던져주었을 뿐.

“어쨌든 그들의 마법은 대단했네. 그리고 아까 그 백염의 소유자. 정말 인상 깊었어.”

아토스는 난생 처음 백염을 보고 감탄에 마지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불 속성 마법사의 태생적 한계라 불리는 백염!

정말 이 주제 하나로 논문이 몇 개가 나올지 마음속으로 세고 있었다.

“여기서 임무를 짤 생각이네.”

“보안이 철저하군.”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 해도 아토스의 지문과 홍채를 인식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작전에서 보안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테니 말일세.”

“동의해.”

둘은 안으로 들어가고 아토스는 일단 원래 짜두었던 작전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우리 마도사 쪽이 자네들이 모은 정보와 우리의 정보를 바탕으로 흑마법사를 섬멸할 계획이었네.”

“진형을 보여줘 봐.”

마도사단은 마법사들의 집단.

당연히 여러 모습의 진형이 존재할 것이다.

“그건 이걸로 보여주겠네.”

수정구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톡톡 건드리자 빈 벽면에 화면 하나가 생겨났다.

“우리의 진형은 총 세 가지. 바로 이것들이네.”

포메이션 ABC라는 이름으로 분류해놓은 세 가지 진형.

그것들은 데카드가 보기에도 썩 나쁘지 않았다.

“하나는 공격용. 하나는 수비용. 하나는 후퇴용인가.”

“바로 맞췄네.”

공격용은 방어 계열 마법사가 앞에 서고 원거리 계열과 공격 계열 마법사는 후방.

수비용은 방어 계열 쪽에 좀 더 많은 힘을 투자하고 공격의 비중을 줄였다.

후퇴용은 버프 계열 마법사들을 중앙에 두고 서로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두는 형태였다.

“이 정도는 집행부에서도 있었던 거니까.”

아토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데카드는 원래 짜인 진형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거. 내 맘대로 바꿔도 되나?”

“뭐……. 상관은 없네만.”

“그럼 이렇게 하자.”

데카드가 슥슥 바꿔나가는 진형을 지켜보던 아토스는 경악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 이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왜 말이 안 돼? 충분히 할 수 있어.”

데카드는 기존에 있던 것에는 딱히 별다른 것을 추가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원들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빼곤.

다만 그는 새로운 진형을 만들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이 진형이 실전에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네만…….”

“오히려 실전이니까. 쓰일 수 있는 거다.”

데카드가 짠 진형의 정체.

그것은 방어를 버리고 오직 공격에만 투자한 것이다.

방어 계열 마법사는 공격 계열 마법사에게 일대일로 붙어 그들에게 날아오는 마법을 최소한으로 방어해 주는 형식이다.

그리고 조금씩 분산돼서 모여 있는 버프 마법사들.

그들은 공격 계열 마법사들에게 힘을 더해 준다.

“이건 너무 각개 격파에 취약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들이 있는 거야. 너희가 한 번에 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이곳저곳에서 시간이나 시선을 많이 끌어줄 거야.”

“하아……. 자네를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어.”

데카드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거만하게 다리를 꼬며 등받이에 팔을 올렸다.

“내가 집행관 시절 때 맨날 무리만 하며 다녔었지.”

“그래.”

“그때 내가…… 실패한 적 있었나?”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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