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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56화 (156/208)

156 공조 성립

“으어……! 다 했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며 다시 한번 해가 하늘 위로 올라왔을 때 서류의 정리가 완벽하게 끝이 났다.

일이 끝나자마자 마수들은 쓰러지듯 거실의 소파 위에 털썩 누워버렸고.

부원들은 너무 많이 쓴 탓에 부들거리는 손과 머리를 진정시켰다.

“누구 물 먹을 사람?”

“나…….”

“나도 줘라…….”

거의 반 시체의 몰골로 엘리스가 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부원들.

살아있는 시체와도 같은 모습에 흑마법사가 언뜻 보고 지나치면 모를 정도다.

“근데 우리 조금 있다가 12시에 황궁 들어가야 하는 건 알고 있지?”

아직 팔팔한 데카드가 쓰러져 있는 마수들과 부원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아… 맞다…….”

“모른다……. 나는 그냥 마수왕님 안에 있을 거다.”

부원들은 부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나 자신의 방까지 터덜터덜 올라가 샤워를 했다.

이 모습으로 황제와 대면하면 그 자리에서 모욕죄로 참수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쏴아아아-

부원들의 물 트는 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오고 엘리스도 샤워를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다 여전히 의자에 앉아서 최종 서류를 검토 중인 데카드가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조금 산만하신 분인데 저렇게 엄청난 집중력을 갖고 계셨구나…….’

인내심이나 집중력 하면 저리 가라 하는 직업인 암살자로 평생을 살아온 자신도 힘든 밤이었는데 데카드의 눈은 흔들림이 없다.

‘역시 대단하셔.’

엘리스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 올라갔다.

여러 번 검토했던 서류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데카드.

그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이러했다.

“이런 공조에선 적만 조심하는 게 아니야. 제일 조심해야 하는 건 같이 손을 잡은 상대방이지.”

분명 공동의 적을 잡기 위해 힘을 합쳤다고는 하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니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마찰에서 이런 정보에서의 우위는 자신들의 발언권을 강하게 해줄 것이다.

“그 황제라는 인간은 어떻습니까?”

“황제?”

데카드도 그때 한 번 보고 또 본 적이 없다.

그때의 첫인상은 그냥 딸 바보 아빠였는데 지금은 또 모르겠다.

“너희도 눈을 좀 붙여두거나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먹고 있어. 아니면 같이 갈래?”

“당연하다!”

“물론 같이 가야죠!”

“…….”

“실 가는 데 바늘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오른의 적절한 속담 투척에 요르가 다시 봤다는 듯 말했다.

“오오……. 네가 그런 말도 알아?”

“어쨌든 너희들도 그럼 준비해 놔. 12시 전까지.”

마수들이야 딱히 준비할 게 없으니 냉장고의 앞으로 가 배를 채우기 시작했고 데카드도 몸단장을 시작했다.

* * *

“야아…. 부장님, 그 정장은 어디서 나셨습니까?”

“선물 받았어.”

데카드는 저번에 요르가 선물해 준 정장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다 보니 이런 걸로도 기선 제압이 필요하다.

“헤헤헤…….”

“……언니. 침 떨어지겠어.”

엘리스의 시선은 데카드에게 고정.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역시 내가 잘 골랐어!]

요르는 뿌듯해했고 다른 마수들도 분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했다.

“데카드. 앞으로 그 정장 매일 입어주시면 안 돼요?”

“글쎄? 원래는 이런 날 아니면 안 입으려고 했는데.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에요! 데카드한테 엄청 잘 어울려요!”

“그래?”

데카드는 잠깐 길에 놓인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곤 아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딱히 모르겠는데.”

[정말 잘 어울린다니까요!]

유일하게 요르와 엘리스의 의견이 통합되는 순간이었다.

정장이 어찌 됐든 걸어서 황궁까지 도착한 일행.

이번에는 경비병이 뭐라 물어보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황제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꺼내 보였다.

“비켜라.”

“네, 넵!!”

황제의 인장을 본 경비병들은 갑자기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눈을 잔뜩 부릅뜨며 최대한 길을 비켜서 주었다.

“야아…… 이게 권력의 힘인가요?”

“길 갈 때는 편하겠군.”

권력의 힘 중 아주 조그마한 부분에서 쓸데없이 감탄한 부원들은 별 탈 없이 황궁의 안까지 들어왔다.

황궁의 성벽을 지나 궁의 입구까지 오자 누군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데카드 씨 하고는 오늘로 두 번째군요.”

그 사람은 저번에 황제의 서찰을 가져다주었던 루페였다.

데카드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아주자 루페가 궁 안을 안내했다.

“먼저 폐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겠습니다. 예법은 알고 있으시길 바라죠.”

“예법……?”

“그, 그게 뭐야?”

당연히 부원들은 서로 속닥거리며 난리가 났고 의외로 당황하지 않고 평온한 데카드의 옆에 살짝 붙으며 물었다.

“예법이란 게 뭐예요?”

“있어. 귀찮은 거.”

부원들이 멍한 얼굴과 그게 끝이야? 라는 눈으로 데카드를 쳐다보았다.

결국 그 시선을 못 이긴 그는 예법에 대해 대충 설명해주었다.

“황제의 허락이 있을 때까지는 얼굴을 보면 안 되고 최소 10보는 떨어져야 하며 황제가 말을 걸기 전까지는 먼저 입을 열어선 안 돼.”

“……뭐가 전부 안 되는 거 투성이네요.”

“그래서 귀찮다는 거야.”

예법의 설명이 끝났을 때 일행은 이미 알현실의 앞까지 도착했다.

“폐하! 마법부의 용병들이 도착했습니다.”

퇴마부라는 부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으니 황궁에겐 마법부로 고용된 전속 용병들로 소개가 돼 있었다.

루페가 커다란 소리로 데카드와 부원들이 왔음을 알리자 안에서 짐짓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라 하라.”

끼익-

기사들이 문을 열어주고 일행은 비교적 편하게 알현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알현실을 처음 와보는 부원들은 감탄을 연발하며 두리번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뭔가 엄청 삐까번쩍하네.”

“비싸겠다. 쩝…….”

황궁의 알현실을 본 소감치곤 굉장히 싸 보였으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데카드를 시작으로 부원들이 무릎을 꿇었고 황제, 오츠만이 미소 지었다.

“그대를 이런 상황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

굳이 대답하지 않고 데카드는 가만히 오츠만의 말을 들었다.

“집행부의 전속 용병으로 있다가 이제는 마법부의 용병이라니. 참으로 신출귀몰하도다.”

여전히 긴 서론으로 말을 시작하는 오츠만의 버릇에 데카드는 하품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대와 팀원들을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흑마법사 때문이지. 놈들은 얼마 전 이곳 루비아에 테러를 일으켰고 짐은 그 행동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자기네 집 마당이 불바다가 될 뻔했는데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황제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이 붉어지며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해서 그대들과 우리 궁정 마도사단이 힘을 합쳐 놈들을 잡았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폐하.”

“본래는 집행부와 공조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보상에 관해서도 얘기를 해봐야 하는데.”

사실 보수는 마법부에서 따로 챙겨주는 것이 있지만 중요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보상은 일단 기본적으로 집행부에게 주려던 것을 그대들에게 줄 생각이네. 그것을 저들에게 주어라.”

황제의 명령에 한 신하가 돌돌 말려있는 스크롤 하나를 데카드의 앞에 갔다 놔주었다.

이 역시 황제의 인장이 박혀있었고 종이에서부터 돈 냄새가 흘렀다.

“그 종이를 펼쳐보면 그대들이 받을 보상이 적혀있다. 지금 펼쳐보고 맘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고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데카드는 스르륵하며 부드럽게 풀리는 스크롤을 완전히 펼쳐보았고 부원들은 꼬물꼬물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보상목록-

1. 백금화 100개.

2. 세금 20% 감면.

3. 명예 훈장 수여.

4. 신분 승급.

데카드의 눈이 쭉 목록을 훑어내려 가다가 마지막에서 멈추었다.

“이 신분 승급이란 것은 뭡니까?”

“말 그대로네. 자네들의 신분을 귀족으로 올려주겠다는 거야.”

귀족이 되면 개인적으로 영지도 가질 수 있고 평민의 신분으로는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이 가능하다.

원래 신분 승급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데 황제가 큰 맘 먹고 넣은 것이 느껴졌다.

“딱히 건드릴 게 없군요.”

“그럼 공조는 성립된 것으로 알겠네.”

“좋습니다.”

오츠만이 박수를 짝짝 치자 아까 스크롤을 주었던 신하가 다시 그것을 회수해 들고 갔다.

“루페가 궁정 마도사장에게 안내해 줄 걸세.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텐데 얼굴 정도는 미리 봐두는 게 좋겠지.”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나도 좋네.”

황제의 축객령이 떨어지고 데카드와 팀원들은 알현실을 나왔다.

“와아…… 역시 신분이 사람을 만드는 건가? 위압감이 엄청나더라.”

“그러니까 말이야.”

황제라는 신분과 그 자리가 주는 위압감에 눌려 부원들은 숨이 턱턱 막혔었다.

“부장님은 되게 편안해 보이시던데.”

“딱히 불편하진 않았으니까.”

편한 자리는 결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불편해할 것도 없다.

데카드의 눈에는 노예고 황제고 다 똑같이 보였으니까.

“이곳이 마도사장께서 업무를 보시는 곳입니다.”

똑똑-

루페는 알현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문을 두드리고 허락을 맡았다.

“마도사장님. 용병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시게.”

안에는 여러 마법 실험 도구들과 벽면을 꽉 차게 차지한 두꺼운 책장들로 한 가득이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궁금할 정도.

정리는 잘 안 하는 건지 바닥에 여러 마도서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렇게 빨리 올 줄 모르고 내 미처 청소를 못했군. 누추하지만 여기 앉게들.”

빈 의자들을 가리킨 아토스는 쓰고 있던 논문을 잠시 멈추고 데카드를 힐끗 쳐다보았다.

봐도 봐도 이해가 안 된다.

혼자만 저리 젊음을 유지했다는 것과 갑자기 마법부 용병이 되어서 돌아온 것, 서클이 후퇴한 것 등등.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다.

“으응?”

너무 오래 쳐다봤는지 그가 시선을 느끼고 이쪽을 쳐다보았다.

급히 시선을 피한 아토스.

“뭐야.”

“크흠…….”

아토스는 크게 헛기침을 하며 남은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나는 아토스. 황궁의 궁정 마도사장이네. 잘 부탁하지.”

“처음 뵙겠습니다! 아스카예요!”

“고드윈입니다!”

“벨린다예요.”

“카론입니다.”

“엘리스예요.”

한 명씩 차례대로 돌아가며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데카드의 차례가 왔다.

“데카드 아르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래도 부원들의 눈에선 처음 만나는 사이이니 이름 정돈 말해 주는 게 예의다.

“여러분을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통성명의 이유도 있지만 먼저 말해 줄 것도 있어서네.”

“그게 뭡니까?”

데카드가 대답하자 아토스는 살짝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래도 말할 건 말해야 한다.

“후우…… 솔직히 말해서 이번 공조 때 여러분들의 힘이 크게 작용할 거라고 우린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미리 짜놓은 작전들로 임무를 진행할 상황이 오면 큰 활약은 하지 못할 거야.”

“…….”

데카드의 눈치를 봐가며 조심조심 말하고는 있으나 이건 완전한 무시에 가깝다.

너희의 힘은 기대도 안 하고 있으니 조용히 붙어 다니면서 민폐나 끼치지 마라.

이 말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저희의 실력을 믿지 못하시는군요.”

“집행부라면 모를까 마법부의 전속 용병을 믿는 것은 한계가 있지.”

벨린다가 따지듯 묻자 아토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넘겼다.

그 모습에 데카드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해합니다.”

그가 이렇게 쉽게 나갈 줄 몰랐던 아토스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그럼 임무는 우리가 주체로…….”

“그러니까 대보자고.”

누가 더 길고 짧은지.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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