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52화 (152/208)

152 백화점 수성전

“…….”

갑작스레 들린 폭음에 레오가 뻗던 주먹을 멈췄다.

후욱-!!

술에 취한 남자의 코앞에서 멈춘 그의 주먹.

“히익!”

남자는 폭음에 한 번 놀라고 눈 깜짝할 새에 자신의 코를 뭉개버릴 뻔한 주먹에 두 번 놀랐다.

뒤로 발라당 넘어진 남자는 그대로 뒷걸음질 치다가 카지노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모두 백화점 바깥으로 대피해 주십쇼.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모두 백화점 바깥으로 대피해 주십쇼.]

천장에서 지지직거리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

잠시 주변을 둘러본 레오.

몇몇 사람들이 무거운 칩을 버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버려진 칩들을 줍자 벌써 꽤나 많은 돈을 벌었다.

“여기 있었군, 레오.”

카지노에 사람들이 빠졌기에 레오는 금방 눈에 띄었고 짹짹이는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레오는 물끄러미 창문 바깥을 바라볼 뿐 짹짹이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뭐라도 있나?”

짹짹이도 그를 따라 창문을 내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급속도로 썩어 들어가는 표정.

“하필 우리가 이곳에 온 날 이럴 게 뭐냐.”

백화점의 입구로 해골 병사들이 물밀 듯 들어오고 그들을 지휘하는 기사의 모습을 한 네 명의 존재가 있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흑마력.

“사람은 아닌 것 같군.”

갑옷의 빈 부분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하얀 뼈가 그들의 정체를 말해 주었다.

“이대로라면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저들에게 포위당할 텐데.”

이미 해골 병사들은 백화점을 포위하고 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쯤 1층으로 우르르 내려갔을 사람들과 만났을 것이다.

“…….”

저 멀리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이지만 늦을 것 같다.

여기 이 안에서 시간을 끌어줄 존재가 필요하다.

“주인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던 짹짹이는 멀리 떨어진 다른 마수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말을 들은 마수들은…….

“알았어! 오랜만에 몸 좀 풀겠네!”

“푸르르! 저기 말 탄 해골 놈은 내 차지다!”

“때린다! 부순다!”

“…….”

각각 떨어져 있던 마수들이 1층으로 집결하기 시작했을 때 백화점의 고객들은 이제 1층으로 들어온 해골 병사들과 마주쳤다.

“꺄아아악!”

“모, 모두 진정하세요!”

눈에서 붉은 안광을 내뿜는 해골을 보고도 진정할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겨우 정신을 붙잡은 몇몇 직원들은 고객들을 안정시켜보려 했으나 무리였다.

자신들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데 누가 누굴 챙긴단 말인가.

달그락- 달그락-

몇 천 구의 해골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저리게 했다.

그들이 내뿜는 사기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활기찼던 1층 로비가 순식간에 공동묘지로 변해 버렸다.

잠시 후.

해골 병사들의 사이를 뚫고 나오는 말을 탄 죽음의 기사, 네 명.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냐!”

한 명이 용기 있게 소리치자 기사들의 눈빛이 그에게로 쏠렸다.

“커헉……!!”

그것만으로도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살기, 기운의 한계치를 넘어서 그는 쥐어짜지는 것 같은 폐의 고통에 무릎 꿇었다.

기사는 단단해 보이는 검은 투구 안에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혼돈이다.]

해골 기사가 손을 반쯤 들어 올리자 병사들의 기세가 바뀌었다.

그들의 붉은 안광이 더욱 거세지고 목줄이 풀린 사냥개처럼 제자리에서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죽여라.]

캬아아악-!

사방의 창문을 뚫고 해골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어디를 둘러봐도 하얀 뼈밖에 보이지 않았고 저 죽음의 파도에 금방이라도 휩쓸려 죽을 것 같았다.

그때.

콰아아아앙-!!

천장을 부수고 등장한 근육질, 적색 머리칼의 남자.

“역시 이 방법은 무리였다!”

그리고 남자가 부순 구멍을 타고 내려온 주황색 머리, 갈색 피부의 여자.

적색 머리의 남자는 그 여자를 잠시간 노려보았다.

여자는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더니 눈앞에 있는 병사들을 보고 씨익 미소 지었다.

“전방은 우리가 맡는다!”

주황색 머리의 여자가 소리치고.

“그래.”

바로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흑발의 남자가 대답했다.

그 옆에 있는 백발의 여자와 금발의 남자.

“그럼 나하고 레오가 후방!”

“좌우는 내가 하면 되겠군.”

셋은 에스컬레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단 한 번의 도약으로 포지션을 잡았다.

“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우리? 이거 말해도 되나?”

“되겠냐!”

공중에서 날개를 펴고 멈춰있던 짹짹이가 대신 누군가의 물음에 답해 주었다.

“그냥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정의의 영웅이라고 생각해라. 그게 마음 편하다.”

[지금 들어온 놈들도 같이 죽여라.]

[앞으로의 대업에 방해될 만한 강함을 지녔다.]

[여기서 죽인다.]

[살을 찢고 뼈를 끊어내리.]

해골 병사들이 기사의 명령을 받들어 앞뒤 할 것 없이 물밀 듯 들어왔다.

앞뒤는 든든한 네 마리의 마수가 버티고 있으니 짹짹이 자신은 좌우만 신경 쓰면 된다.

짹짹이는 손가락을 마주 붙이고 마나를 집중시켰다.

“으악! 해골이 온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병사들이 오는 좌우를 향해 짹짹이가 손을 뻗었다.

“그림자 장막.”

바닥에서 로비의 천장까지.

그 위와 아래를 포함해 반대편 벽까지 남김없이 그림자의 장막이 채워 버렸다.

캬아아악-!!

해골 병사들은 자신들의 무기로 장막을 열심히 두드렸으나 그것이 힘으로 깨질 리 만무했다.

“오오! 짹짹이 잘한다!”

“우리도 질 수 없지!!”

강체화로 단단하게 만든 티이라의 피부에 해골 병사들의 무기는 일절 피해를 주지 못했다.

어떻게 내려치더라도 오히려 무기가 부러질 뿐 티이라의 피부엔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하하핫!! 간지럽다! 간지러워!”

강체화된 주먹은 그야말로 강철.

힘을 담지 않고 툭툭 내지르기만 해도 연약한 해골은 부서져 버렸다.

“좋아! 좋아! 이제 내 불 맛도 봐라!”

새빨갛고 뜨거운 붉은색 홍염이 회오리처럼 몰아쳤다.

그곳에 힘을 실어주는 티이라.

“용오름!”

그녀의 바람 마법 덕분에 고오른의 불꽃 회오리는 더욱더 힘을 머금고 그 크기를 불려 나갔다.

“이거나 먹어라!”

콰아아아아앙-!

뼈들이 산채로 녹아내리고 망자들의 비명이 로비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앞쪽이 선전하고 있을 때 뒤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죽어! 죽어!”

“…….”

요르가 입김을 후 하고 불어주자 그곳의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 내리며 병사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쩌저저저적-!

얼음 동상이 된 병사들은 한 번씩 건드려주기만 해도 동파되어 산산조각이 났다.

데카드가 6서클에 올라서면서 더욱더 강해진 마수들의 힘은 이런 기예도 가능하게 했다.

“…….”

레오의 몸이 순간 밝게 빛나더니 어딘가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그곳은 병사들이 빽빽하게 모인 중앙.

갑자기 자신들 사이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병사들이 놀랄 겨를도 없이 수많은 전격이 그에게서 거침없이 뻗어져 나갔다.

벼락의 비.

번개 속성의 상승 마법으로 이걸 맞고 살아있기란 쉽지 않다.

콰르르르릉-!

한차례 전격이 휩쓸고 지나가자 그대로 튀겨진 병사들은 전멸.

레오가 중앙에서 힘을 써주자 수비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좋아! 나도 간다!”

요르가 얼음 속성 마나의 성질을 순식간에 바꿨다.

시릴 듯 차가운 얼음 말고도 그녀에게 존재하는 또 다른 마나.

그것은 아주 위험하고 또 그만큼 매력적이다.

“베놈 게이저!”

그녀의 양손에서 회색 독가스가 쏴아 하고 분사되었다.

어떻게 피할 틈도 없이 그것에 닿게 된 남은 해골 병사들.

치이이이이-

닿은 그 순간.

병사들은 한 그릇 죽처럼 물로 녹아내렸다.

누군가 사골 국물이라도 바닥에 쏟은 것처럼 로비 뒤편 바닥엔 뽀얀 국물이 가득하였다.

“이제 슬슬 정리가 끝난 것 같군.”

짹짹이는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장막으로 쓰던 그림자를 그대로 가져와 좌우를 공격하던 병사들을 묶어버렸다.

돔의 형식으로 병사들을 둘러싼 그림자.

“그림자 칼날.”

그림자 돔 안에서 돋아난 칼이 빠르게 회전하며 병사들을 뼛가루로 갈아버렸다.

미풍 한 번에 날아갈 듯 곱게 갈아진 뼈는 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

10분도 안 돼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해골 병사들.

말 위에 탄 네 명의 기사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마수들을 쳐다보았다.

“다음은 너희냐?”

“빨리 끝내고 가자. 주인님께서 기다리신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

“말에서 내려라! 붙자!”

제일 먼저 치고 나간 티이라가 높게 점프해 그대로 주먹을 한 기사에게 꽂아 넣으려고 했다.

콰아아앙-!

“막아?”

강체화로 단단해진 주먹을 거대한 대검으로 막아낸 기사.

기사는 검을 다시 한번 움직여 티이라를 튕겨냈다.

“저 조무래기 해골들보다는 재밌겠구만!”

티이라의 공격에 대응한 모습을 보고 고오른은 더더욱 기대감을 높인 채 자신도 달려들었다.

불에 휘감긴 주먹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그 열기를 더해나갔다.

“내 주먹은 저 공룡보다 더 강하다고!”

“누가 공룡이냐!”

“너 공룡 맞다.”

“아, 그런가?”

갑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 티이라는 내버려두고 고오른은 자신의 거대한 육체를 빠르게 움직였다.

후욱-!

순식간에 기사의 앞까지 이동한 고오른.

그대로 화염의 어퍼컷을 날린다.

이 주먹은 기사를 노린 게 아니다.

퍼어엉-!!

기사들이 타고 있던 말이 일 권에 모두 터져나갔다.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진 기사들.

“이제 죽어라!”

그들을 이대로 밟아 짓뭉개려고 할 때 어딘가에서 등에 한 줄기 소름이 떨어지게 하는 흑마력이 느껴졌다.

“젠장!!”

순간 놀라 타이밍을 놓친 고드윈은 반격해 오는 기사들의 검을 피해 뒤로 한두 걸음 물러섰다.

“뭐, 뭐냐! 이 흑마력!”

“끔찍하리만치 더럽고 역겹군.”

아침에 먹었던 음식이 다시 위로 올라오려고 할 때 기사들의 몸에 있던 검은 수정구가 빛을 뿜었다.

슈욱-

수정구가 뿜어내는 빛은 곧 옥좌에 앉은 어떤 이를 보여주었다.

[내 인사는 잘 받았나? 첫인사라고 나름 약하게 했는데 말이야.]

“쳇! 너무 약해서 준비운동도 안 됐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앞으로는 더욱더 세게 갈 테니까 말이야. 벌써 떨어져 나가면 내 흥이 돋질 않지.]

짹짹이가 마수들의 어깨를 헤치고 나가며 입을 열었다.

“정체가 뭐냐.”

[그건 나야말로 묻고 싶군. 너희 넷의 정체가 뭐지? 정보가 전혀 없는 강자들이다. 그 정도면 분명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야 했을 텐데…… 어디 외딴 차원에 있다 왔나?]

정확한 정답을 짚은 괴인은 한 번 씨익 웃더니 말을 이었다.

[나중에 또 보자고.]

수정구가 꺼지고 금이 갔다.

와장창-

깨진 수정구에서 흑마력이 날뛰기 시작하더니 동그란 원형 문을 만들고 네 명의 기사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로비.

“사, 살았다!”

한 명이 이렇게 외치자 다른 사람들 모두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저, 정말 감사합니다! 네 분!”

“…….”

직원이 여러 번 허리를 숙여가며 감사 인사를 하고 레오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그는 물끄러미 그 손을 바라보기만 했다.

머쓱해진 직원은 손을 뺐고 요르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우리가 너희들 구해줬잖아! 맞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 물건들 공짜로 가져가도 괜찮지?”

“예……?”

“고마워!!”

요르의 말이 무엇인지 재빠르게 눈치챈 마수들이 구석에 모아놓은 데카드의 선물을 들고 백화점 바깥으로 도망쳤다.

“어…….”

직원은 그저 멍하니 마수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만 보았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