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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45화 (145/208)

145 드워프의 만찬

“데카드!”

“부장님!!”

“야……! 목소리 낮춰!”

또 눈사태 때문에 고생할까 고드윈이 아스카의 목청을 조금 죽여보려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엘리스는 헐레벌떡 그에게 달려갔다.

재빠르게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데카드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으신 것 같네요.”

“맞아.”

“놈들은 생포하셨습니까?”

데카드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아공간 주머니 하나를 들어 보였다.

“당연하지.”

“역시! 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너희들도 수고했어.”

일행은 그렇게 서로의 공을 칭찬해 주며 성채로 돌아가 켈른을 만났다.

“정말 고생 많으셨소! 크하하핫!!”

켈른은 앓던 이가 쏙하고 빠져나간 이 통쾌한 느낌에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시원하게 웃었다.

엘리스와 고드윈이 기절시킨 기사들에 대한 사과도 전했으나 켈른은 손을 저었다.

“전장에서 개인의 감정에 치우쳐 대장의 말을 듣지 않은 놈들이오. 당장 목을 베어도 할 말이 없으니 오히려 놈들을 살려줘서 감사할 따름이오.”

켈른은 단상 위에 놓인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손뼉을 짝짝 쳤다.

“부르셨습니까?”

그러자 성채 안에서 켈른의 수발을 들어주는 드워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민들에게 납치범이 잡혔다고 널리 알리고 성채 안에서 귀빈 분들과 즐길 만찬을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집사 드워프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고 켈른은 잠시 자신의 옆에 있는 길쭉한 상자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벨린다에게 멈춘 시선.

갑자기 이어지는 아이컨택에 벨린다는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피식 웃은 켈른은 상자를 양손에 들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일전에…… 그대가 우리의 기사들을 정면으로 때려 부순 걸 봤소.”

“아아…… 그,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죄송할 건 없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대의 검이 실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소.”

모두의 눈이 벨린다의 파란색의 검으로 움직였다.

마나를 담기 쉬운 소재의 품질 좋은 마력 검.

품질에 맞는 성능을 보여주는 고급품이다.

“나쁘지는 않은 검이나 나의 눈에는 부족한 게 많아 보이더군.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바꿔 보는 게 어떠하오?”

켈른이 상자의 잠금을 풀자 덜컥 하고 안에 있는 내용물이 드러났다.

“와아…….”

잠깐 탄식이 나올 정도로 검의 자태는 아름다웠다.

보석 같은 장식류는 전혀 박아 넣지 않았음에도 이 번쩍번쩍 빛나는 것 같은 광휘.

원래 있던 청색 도신 대신에 은색의 도신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설마…… 미스릴?”

데카드가 은색 도신의 소재를 알아채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알아보셨구려. 맞소. 도신의 소재는 마나 전달률이 제일 높으며 매우 가벼운 미스릴로 선택했지.”

스릉-

벨린다는 상자에서 검을 꺼내 한 번 휘둘러보았다.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검의 길이와 완벽히 일치하는 이 세심함.

무엇을 휘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이 가벼움.

마지막으로 도신 밑면에 쓰여 있는 이 음각.

“으음…… 이게 뭐라 쓰여 있는 거죠?”

언뜻 보면 룬어 같기도 하지만 무언가 애매하게 다르다.

“벼락이라고 우리 드워프의 고대 문자로 쓰여 있을 것이오.”

“벼락…….”

“그 검의 이름이기도 하지.”

벨린다는 자신을 지금까지 지켜주고 또 함께해 준 청색 마력 검에게 잠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원래 있던 마력 검은 잠시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벼락이 들어왔다.

“잘 어울려! 벨린다!”

“고마워. 감사합니다, 켈른 님.”

“고마운 건 나지.”

켈른은 상자를 옆으로 치우고 다시 의자 위에 앉았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시오. 곧 만찬이 준비될 테니.”

“알겠습니다.”

일행은 그렇게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들어갔고 데카드는 들어가자마자 벌러덩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수면 가스의 잔향에 너무 노출돼서 그런가? 왜 이렇게 졸리지.’

[그건 그냥 주인님의 버릇 때문입니다.]

‘……조용히 해.’

짹짹이의 촌철살인에 아파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 * *

“부장님. 부장님.”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듯한 느낌에 데카드의 머리가 대롱대롱

움직였다.

“으응……?”

“만찬의 준비가 끝이 났답니다.”

“알았어…….”

카론은 그렇게 데카드를 깨우고는 방을 나갔다.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치우고 바깥으로 나선 데카드에게 다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부원들이 보였다.

“가자.”

“네.”

“네!”

데카드를 필두로 부원들은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인간의 보폭으로 올라가려면 두세 개의 계단을 한꺼번에 넘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만찬장에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이 보였다.

“저희를 보는 눈이 완전 달라졌어요.”

“그렇겠지.”

아니꼬운 인간 손님에서 순식간에 마을의 연쇄 납치범을 생포한 영웅이 되었으니 바뀔 만도 하다.

기사 한 명이 데카드를 보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만찬장의 문을 들어가기 쉽게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코로 후욱 들어오는 맛있는 냄새.

“배가 안 고팠는데 이건 무조건 먹을게요!”

“살 뺀다며.”

“……내가 언제!”

아스카와 고드윈은 여전히 투닥거리며 자리에 앉았고 데카드는 켈른과 가까운 옆자리에 앉았다.

성채 안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요리사 드워프들이 오크 통을 열고 맥주를 쭈욱 따라주었다.

“니다벨리에서만 특별히 만드는 특산 명주요. 귀한 손님들이 왔을 때만 여는 통이니 좋게 봐주셨으면 하오.”

“냄새가 아주 환상적입니다.”

“하하핫. 칭찬 고맙소. 하지만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술이 좀 독할 텐데 괜찮겠소?”

데카드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

“오늘 오크 통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걱정하셔야 할 겁니다.”

“크하하하핫! 과연! 알겠소. 내 명심하도록 하지.”

켈른이 맥주가 가득 담긴 나무 컵을 높이 들어 올리며 만찬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이제부터 만찬을 시작하겠소! 모두 맛있게 즐겨주시길 바라오.”

“잘 먹겠습니다!”

부원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고기를 비롯한 산해진미에 걸신들린 듯이 음식을 해치워나갔다.

이 중에선 나름 조용하고 침착한 편에 속하는 카론, 벨린다, 엘리스도 음식이 입에 맞는지 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야! 이 닭다리 내가 먼저 집었거든?”

“웃겨! 빨리 손 떼!”

닭다리 하나 가지고 마법까지 펼칠 두 명의 기세에 가만히 있던 데카드의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하하핫. 괜찮소. 먹성이 좋은 게 오히려 보기 좋구려. 닭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싸우지들 않으셔도 되오.”

그제야 자신들의 추태를 깨달은 둘은 붉어진 얼굴로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그 와중에 닭다리는 자신의 품으로 챙긴 아스카.

징하다는 눈빛으로 한 번 그녀를 쳐다본 고드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고릴라랑 싸워서 뭐 하냐. 사람인 내가 참아야지.’

“야! 누구 보고 고릴라래!”

“……??”

귀신같이 고드윈의 눈에서 속마음을 읽어낸 아스카가 그의 다리를 팍 하고 걷어찼다.

다리의 아픔보단 팔뚝에 돋은 소름을 밀어낸 고드윈은 의자를 들고 아스카와 두어 걸음 띄어 앉았다.

“뭐하냐?”

“너 귀신 들린 것 같아. 내 옆에 오지 마.”

“이런 미친…….”

또 싸우는 둘을 질린 눈으로 쳐다본 데카드는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둘은 무시하십쇼.”

“아니오. 인간의 문화는 어떨지 모르나 우리 드워프는 이런 만찬장에서 즐기지 못하는 것보단 저렇게 활발한 게 더 보기 좋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혹시 이 자리가 인간의 사교계에서 열린 만찬장이었다면 일단 일행은 복장부터가 글러 먹었다.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드레스가 기본.

이것을 입고 간다고 쳐도 사교계의 음식 문화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다양하고 또 어렵다.

음식을 먹는 순서, 이 음식에 대한 평가, 차에 대한 지식 등등.

데카드는 일전에 한 번 사교계 파티에 초대된 적이 있어 궁금함에 한 번 가보았던 적이 있다.

‘으윽…….’

괜히 떠올렸다.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에 데카드는 맥주를 입에 털어 넣어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몰아내었다.

그렇게 밤 12시가 될 때까지 마시고 논 일행과 켈른.

드워프들이 강하다고 할 만큼 독한 맥주들이 담긴 오크통은 동난 지가 오래.

“그, 그럼 오늘 만찬은 이것으로 마치겠소.”

“들어가십쇼.”

켈른은 비틀거리며 자신의 침소로 움직이고 데카드는 살짝 알딸딸한 기분이 들었으나 사리분별이 가능했다.

“흐음…… 완전히 퍼졌네.”

고드윈과 아스카는 아까 맥주 한 잔을 다 비웠을 때쯤 식탁에 머리를 박고 기절했다.

카론은 두 잔쯤 마시다가 기절.

벨린다는 세 잔까지 딱 비워내더니 또 기절.

엘리스는…….

“한 모금 마셨네.”

나무 잔에 따른 맥주의 양이 거의 줄지 않았다.

이건 한 모금이 아니라 반 모금일 수도 있겠다.

데카드는 먼저 카론과 고드윈을 양팔에 업고 방으로 내려갔다.

[마수왕님! 도와드릴까요?]

‘응? 아니야. 내가 할게.’

마수들이 바깥에 있다가 혹시 드워프들의 눈에 띄면 설명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귀찮아진다.

술에 듬뿍 취한 둘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다시 계단을 훅훅 올라가 이번에는 아스카와 벨린다를 옮겼다.

“한 손에 두 명은 조금 무리네.”

엘리스까지 어떻게든 옮겨보려 했으나 빨리 한 번 더 갔다 오는 게 빠를 것 같은 느낌이다.

데카드는 다시 방까지 내려가 둘을 눕혀주고 마지막으로 엘리스를 데려오기 위해 만찬장의 문을 열었다.

“……엘리스?”

만찬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의자에 앉아있었던 엘리스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누군가의 납치인가 싶어 기감을 돋워 보았으나 흑마력과 마나는 일절 잡히지 않았다.

“엘리스! 어딨어!”

엘리스가 마법사도 아닌지라 그녀의 마나를 추적할 수도 없다.

넓은 만찬장 안을 둘러보아도 엘리스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짜 어디 간 거…….”

데카드가 엘리스를 애탄 마음으로 찾고 있을 때 답은 의외로 빨리.

그리고 자신의 발로 그에게 찾아왔다.

후욱-! 쿵-

“으윽…….”

갑자기 자신의 후방으로 돌아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이는 검은 옷의 누군가.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이 습격자의 얼굴을 비춰 보였다.

“엘리스? 이게 무슨…….”

데카드는 말을 끝까지 잇지 않고 자신이 중간에서 그 답을 찾아버렸다.

아, 얘 술 마셨지.

“야이…… 새이끼야…….”

엘리스는 다 풀려버린 혀로 흐느적흐느적 말하며 데카드의 멱살을 잡고 왔다갔다 움직였다.

술에 잔뜩 취한 몸이라 딱히 별다른 힘도 들어가 있지 않아 데카드의 옷깃만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너어…… 진짜아…….”

“일단 이것 좀 놓고 얘기할까?”

데카드가 엘리스의 손을 잡고 옷에서 떼어놓으려는 순간 그녀의 눈이 위로 치켜 올라가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싫으면 말고…….”

결국 다시 그녀의 손을 놓은 데카드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 첫 번째.

뒷목을 강하게 가격해서 기절시킨다.

‘이건 너무 폭력적인가.’

두 번째.

잘 타일러서 방까지 데리고 간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말을 순순히 들어줄 것 같지는 않은데.’

데카드가 머리를 마구 굴리고 있을 때 엘리스의 입이 열렸다.

“야.”

“응?”

무의식적으로 대답한 데카드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점점 엄습해 오는 불안감.

“나랑…… 사, 사, 사…….”

기계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엘리스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그러다가 겨우 내뱉은 한마디.

양 뺨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엘리스는 그 말을 끝으로 털썩하고 쓰러졌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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