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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42화 (142/208)

142 니다벨리라는 이름의 체스 판

결전의 해가 밝았다.

오늘은 이 두 고들링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다.

이 아침을 기점으로 자신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텐데 중요할 수밖에.

“오늘 얼마나 잡아야 되지?”

“여섯.”

목표량까지는 남은 수는 딱 여섯.

둘이서 합을 맞추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불가능한 숫자도 아니다.

“그 마법사 놈만 조심하면 돼.”

“대체 어떤 놈이길래 그래? 한 번 보고 싶네.”

“크크큭…….”

카키는 힘없는 너털웃음을 지어내며 니다벨리 성채에 난 개구멍을 통과했다.

고들링은 워낙 체구가 작아 이런 구멍도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먼저 둘은 어두운 뒷골목에 몸을 숨겨 니다벨리의 동태를 파악했다.

“여전히 경비는 삼엄하고…….”

“그래도 주변에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군.”

지금 두 흑마법사가 있는 쪽은 니다벨리에서도 외곽.

현재 부원들과 데카드가 거처로 삼은 성채와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다.

“잘만 하면 가능해.”

“너만 잘하면 된다.”

“……나가기 전에 네 입이나 찢어줄까?”

지금은 이렇게 환장의 팀워크를 선보이지만, 실전에선 환상의 팀워크로 탈바꿈된다.

투닥투닥거려도 둘은 갓난아기일 때부터 쭉 함께였다.

가만히 있어도 옆에 있는 놈의 생각이 들리는 수준.

“그럼 저 드워프부터 할까?”

“좋네. 그런데 뒤에 집이 있잖아.”

자칫하면 발각될 수 있어 저 집 한 채에는 거슬리는 점이 많았다.

“저긴 내가 맡을게.”

가까이에서 빨래를 걷고 있는 드워프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카키가 뒤에서 수면탄을 준비하고 휴고는 살금살금 드워프의 뒤를 밟았다.

“흐읍……!”

“조용히 잠들어라.”

수면 가루가 묻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자 드워프는 금방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휴고가 다시 어두운 골목으로 질질 드워프를 끌고 올 때 카키는 야구공을 던지듯 열린 집의 열린 창문으로 수면탄을 던졌다.

펑-

작은 폭발 소리와 함께 푸른 수면 가스가 안에서 흘러나왔다.

“농도가 짙은 거라 일어나는 데 꽤 오래 걸릴 거다. 어쩌면 영영 못 일어날 수도 있고.”

“저기 안에 있는 놈들까지 잡아가면 안 되나?”

“안 돼. 안에 드워프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집까지 들어가기엔 근처에 엄폐물이 하나도 없다.”

휴고는 혀를 쯧 하고 짧게 차며 돌아섰다.

그러면서 괜히 화풀이로 조약돌을 주워 지붕 위에 있는 애꿎은 까마귀에게 던졌다.

까악- 까악-

조약돌에 맞은 까마귀는 몇 번 더 둘 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어딘가로 날아갔다.

“흐음…… 저 까마귀……. 뭔가 익숙한데.”

“그런데 니다벨리에 까마귀가 이렇게 많았나?”

“뭐?”

“아니 주변을 둘러봐.”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는데 인식하고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방금 지붕 위에 있던 까마귀.

저기 가로등 위에 앉은 까마귀.

지금도 하늘 위를 유영하는 중인 까마귀 떼들.

저 수많은 까마귀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우리를 보고 있어.”

겉으로는 야생의 까마귀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도 눈은 이쪽에 고정되어 있다.

“지, 지금 우리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거야?”

“보면 모르겠어? 내가 저번에 말했던 그 마법사 놈이야. 분명해.”

* * *

[주인님.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

한창 꿈나라 여행 중이던 데카드는 난데없는 짹짹이의 호출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까치집이 된 머리를 정리하고 두 뺨을 착착 때려 정신을 차렸다.

“어디야?”

[니다벨리의 외곽입니다.]

“좋아. 드디어 꼬리를 보였구만.”

데카드는 이미 일어나있는 부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드디어! 그놈들 어디 있데요?”

“너무 열 내지 마라. 놈들을 잡는 건 나니까.”

“어이 카론. 들어가 있어. 내 불꽃이 너보다 빠르다고.”

연속된 대기에 지칠 대로 지친 부원들에게 드디어 흑마법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누구보다도 기쁘게 다가왔다.

부원들이 우다다 밖으로 달려 나가고 데카드는 움직이기 전에 작업을 맡겨놓았던 대장간으로 갔다.

“혹시 전부 완성됐습니까?”

“빨리 왔군.”

철을 두드리고 있던 드워프가 힐끔 뒤에 있는 데카드를 바라보더니 커다란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운이 좋구려. 방금 다 만들어서 이제 포장을 하려고 했는데 급하면 지금 가져가시오.”

“감사합니다.”

데카드는 방독면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부원들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지금 니다벨리 외곽에 있는 두 고들링은 마음이 급해졌다.

“젠장……! 언제부터 감시하고 있었던 거지?”

“여기 들어올 때부터인 것 같군. 지금쯤 아마 추적이 붙었을 거다.”

일전에 데카드와 싸워본 적이 있던 카키는 비교적 침착하게 상황 판단을 내렸다.

“까마귀의 눈은 피할 수 없어.”

점점 이쪽으로 모여들고 있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 떼를 죽이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된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단 하나.

펑-! 펑-!

카키가 가죽 공들을 손에 집고 바닥으로 확 던지자 하얀 안개가 순식간에 범위를 넓혀갔다.

“지금은 일단 도망치자.”

“뭐……?”

“귀 막혔어? 도망치자고.”

카키는 휴고의 목덜미를 붙잡고 가로등 사이를 휙휙 넘어 다니며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갔다.

갑자기 사라진 두 고들링의 존재감에 까마귀들은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추적을 시작했다.

[주인님. 두 흑마법사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고?”

[연막탄을 펼치고 어딘가로 움직였군요.]

“그렇단 말이지.”

수적 열세에다가 실력까지 밀린다는 점을 그 흑마법사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몸을 빼서 장기인 기습을 살리려는 의도다.

“나와 수 싸움을 하겠다는 거야?”

니다벨리라는 체스 판 안에서 카키와 데카드의 두뇌 싸움이 펼쳐졌다.

먼저 데카드는 일행을 멈춰 세웠다.

“응? 왜 그러세요?”

“계획이 바뀌었어.”

적이 도망친 작금의 상황에서 추적은 무의미하다.

지금부턴 몰이사냥의 시작이다.

하류와 상류의 길이 모두 막혀 도망칠 길이 없는 물고기는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 사냥 당한다.

“카론. 너는 지금 당장 성채로 달려가서 켈른에게 드워프 기사를 움직여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카론은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고 그가 시키는 대로 다시 방향을 틀어 성채로 달려갔다.

“벨린다. 너는 드워프 기사들이 오면 그들을 이끌고 내 명령에 따라줘.”

“알겠어요.”

“나머지는 다시 날 따라온다.”

데카드와 고드윈, 아스카, 엘리스는 니다벨리의 중앙 광장에 도착했다.

잠시 광장을 둘러보던 아스카는 대번에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아! 알겠어요! 부장님!”

“그대로 실행해 줘.”

“넵!”

아스카는 중앙 광장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가부좌를 틀었다.

양손은 가슴 앞에 두고 합장.

“마나넨 소나.”

우우우우웅-

일전에 유적 미로에서 선보였던 멀린 가문의 비전.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성숙해지고 강해졌기에 그 범위 또한 훨씬 넓어졌다.

“아스카는 여기서 두 놈이 포위망을 빠져나가거나 중앙 쪽에 진입하는 걸 알려줄 거야. 우린 더 이동하자.”

마나넨 소나는 마나로 물건들을 쓸어가면서 형태를 확인하는 것이기에 흑마법사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마지막으로 남게 된 셋은 이제 고들링의 마지막 흔적인 니다벨리 외곽으로 왔다.

“아직 냄새가 진하네요.”

“엄청 역합니다. 으윽…….”

가스를 살포한 지 얼마 안 된 이곳은 감각이 그렇게 예민하지 못한 고드윈도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수면 가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왜 이런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걸? 말해 줄까?”

“……사양할게요.”

“하하핫.”

데카드는 입 꼬리를 올리며 외곽의 지형을 살펴보았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언덕 위쪽에 자리 잡은 광산.

드워프들이 질 좋은 철이나 여러 광석들을 가져오는 곳일 텐데 숨을 곳 역시 많았다.

‘짹짹아. 저기 광산에도 까마귀를 보낼 수 있어?’

[보낼 수는 있지만,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불편하시더라도 마수를 소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야겠어.’

데카드는 마나 기동에 큰 무리가 없고 귀신같은 후각을 가진 아이언 독을 소환했다.

컹-! 컹-!

“저기 광산에 흑마법사가 있는지 보고 와.”

아이언 독이 데카드의 명령을 받들어 광산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광산도 이제 해결이 됐고 주변을 더 둘러보았으나 고들링의 흔적은 없었다.

“엘리스. 뭐 보이는 거 없어?”

안 그래도 엘리스는 암살자의 감각을 살려 최대한 흔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눈 씻고 봐도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류 암살자라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정말 안 보여요. 갈까마귀 암살단도 이렇게 흔적이 없지는 않은데…… 날아서 가지 않는 이상은 이럴 수 없어요.”

눈을 너무 크게 떴더니 잠시 생기는 어지러움에 엘리스는 손으로 가로등을 짚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의 것이 아닌 발자국이 아주 연하게 가로등 기둥에 찍혀 있는 것이다.

“차, 찾았어요!”

“정말?”

고드윈과 데카드가 재빨리 달려오며 그녀가 발견한 함정을 확인했다.

데카드가 기억하고 있는 고들링의 발자국과 완전히 일치하는 흔적.

“잘했어! 엘리스!”

“헤헤헷…… 뭘요.”

엘리스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이제 그녀 덕분에 추적에 걸리는 시간은 배로 줄어들었다.

‘짹짹아. 이 가로등을 주체로 까마귀들을 움직여줘.’

[문제없습니다.]

짹짹이의 까마귀가 추적 경로를 대대적으로 변경해 가로등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포위망을 만들었다.

점점 좁혀가는 그물.

분명 이 그물 안에 놈들이 있다.

[주인님. 카론이 드워프 기사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벨린다가 대장을 맡겠다고 하니까 반응이 어때?’

[다들 수긍하는 눈치군요.]

생존 능력이 중요한 이런 설산에서 나고 자란 드워프들은 강한 자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어제 벨린다가 보여준 압도적인 검과 무력.

원래라면 인간이 대장을 맡는다는 것에 반발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설마 이걸 다 염두에 두시고 행동하신 겁니까?]

‘글쎄.’

데카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음 명령을 전달했다.

‘카론은 아스카에게 합류하라고 하고 벨린다에겐 기사들과 함께 까마귀들이 펼쳐놓은 포위망을 따라가라고 해줘.’

하늘을 덮고 있던 그물이 이제부턴 땅도 옥죄어갈 것이다.

짹짹이의 까마귀에게 실시간으로 명령을 전달받은 카론과 벨린다.

“그럼 나는 아스카에게 가보겠다. 몸조심해라.”

“너도.”

카론이 니다벨리 중앙으로 사라지고 벨린다는 이후 까마귀에게 하늘에 펼쳐진 포위망에 대략적인 모습을 설명 받았다.

성채의 벽을 등지고 니다벨리의 동쪽을 통째로 에워싸는 모습.

만약 이 안에 흑마법사들이 있기만 하다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움직입시다.”

“알겠소! 대장!”

“크하하핫! 드디어 그 흑마법사를 때려죽이는구먼!”

혈기 넘치는 드워프 기사들은 곧잘 벨린다의 명령을 따랐고 골목에 골목까지 철저히 차단해 나갔다.

“그런데 정말 이 안에 놈들이 있는 겁니까? 대장?”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럼 누가 안다는 말입니까?”

지금 이 모든 인원을 통솔하고 상황을 통제하는 중인 한 사람.

벨린다는 그 사람이 있는 방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저희는 명령에만 따르면 됩니다. 어서 움직이죠.”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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