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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11화 (111/208)

111 돌파

‘고오른의 힘으로 빨리 끝내 버리자.’

고드윈이 백염의 지속적인 데미지로 손쉽게 끝냈으니 고오른의 불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데카드는 양팔에 고오른의 볼캐닉 건틀렛을 장착했다.

[우오오! 준비됐습니다!]

건틀렛 위에 조각된 산양의 코에서 불길이 푸르릉 하고 뿜어져 나왔다.

그 위압적인 모습은 인간이라면 주눅이 들만도 했건만 모래 병사는 그런 것이 없어 보였다.

데카드는 여유롭게 병사의 앞으로 다가갔다.

트리스가 밝혀낸 이들의 행동 패턴 중 하나인 절대 선공하지 않는다를 이용한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수록 건틀렛이 내뿜는 열은 강해져 갔다.

데카드의 전신을 감싼 아지랑이.

무엇이든 녹여내고 불태울 화염의 힘에 데카드는 전에 없는 충만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부장님이 착용하고 있는 저건 뭔가요?”

“마도구 아니겠나?”

그것의 정체는 트리스와 엘리스 정도만 알고 있었고 부원들은 저것이 자신들의 선생님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둘은 말을 아끼며 계속 데카드를 지켜보았다.

“빨리 끝낸다.”

여기서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버렸다.

데카드는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병사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아니, 꽂아 넣으려 했다.

중간에 일렁이는 새하얀 불꽃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백염?”

푸화아아악-!

병사의 주위로 백염이 해일처럼 몰아치며 데카드를 덮치려 했다.

발을 뺄 틈도 없이 백염이 옷깃에 닿으려 했다.

[불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오른의 무기를 찬 데카드에게 흉내에 불과한 불은 일절 먹히지 않는다.

백염이 오는 족족

건틀렛이 흡입하듯 빨아먹었고 그것은 무기의 힘으로 치환됐다.

“저 병사가 어떻게 제 힘을 쓰는 거죠?”

“고드윈의 힘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데카드의 드러난 맨살 위로 살랑거리는 미풍이 지나갔다.

순간 등골에 땀이 쫘악 흐른 데카드는 당장 바닥을 굴렀다.

슈확-!

“트리스의 바람인가.”

트리스가 모래 병사를 쓰러뜨릴 때 썼었던 바람 마법이다.

방금 데카드가 바닥을 구르지 않았다면 분명 칼로 베인 듯이 큰 상처를 입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방금 자신이 다칠 뻔했다는 게 아니다.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른 한 가지 가정에 데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최대한 빨리 죽인다!’

데카드가 양 팔꿈치를 뒤로 쭈욱 빼고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거대한 힘이 용솟음치며 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부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볼캐닉 런쳐!”

투콰아아아앙-!!

건틀렛에서 나간 초고온의 맹염이 유적의 바닥을 불사 지르며 나아갔다.

데카드는 승리를 예감하며 미소를 지었으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저, 저건....!”

모래 병사의 손에 검이 들리고 벨린다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사의 익숙한 자세.

자신이 마수계에서 수만 번 보아왔던 오랜 신하의 자세다.

검이 흐름을 만들어내고 그 흐름은 순식간에 자신의 몸집을 불려 나갔다.

흐름과 맹염의 충돌.

콰아아아앙-!!!

폭발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고 자욱한 연기는 기침을 나오게 만들었으나 가장 중요한 손맛이 없었다.

“…….”

데카드는 연기 저편에 있는 병사가 아직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다 다를까 데카드가 건틀렛을 휘둘러 연기를 쫓자 두 발로 당당히 서 있는 병사가 보였다.

레오의 검술로 완벽하게 받아치진 못했는지 한쪽 팔과 옆구리가 완전히 날아간 상태였다.

큰 상처이긴 하나 어차피 저것도 회복할 터.

“우리 모두의 기술을 쓸 수 있군.”

한두 개쯤은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레오의 검술을 쓰는 것에서 데카드는 확신했다.

지금 이 병사는 데카드를 제외한 여섯의 기술을 모두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저 병사를 이기려면 완전 파괴를 하고 회복을 막아야 하는데…… 가능한가요?”

아스카가 걱정스레 전황을 살펴보다가 다시 트리스를 보았다.

그녀의 눈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감해 보였으나 며칠 그녀를 봐오니 지금 꽤나 동요 중이란 게 느껴졌다.

“부장님은 해내실 거다.”

카론은 팔짱을 끼고 자리에 털썩 앉으며 병사를 쳐다보았다.

여섯의 능력을 모두 담은 괴물.

나라면 어떻게 상대했을까.

카론이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도저히 승기가 보이지 않았다.

‘부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카론은 이런 질문을 속으로 던졌고 데카드의 답은…….

‘아아, 저거 어떻게 잡아야 하지?’

‘나도 모르겠다’였다.

데카드는 일단 고오른의 건틀렛을 장착 해제하고 마나룸을 개방했다.

‘일대일이 안 되면 다대일로 간다.’

마수 소환사가 가장 잘하는 전투 방식인 다대일.

물론 소환사가 많은 쪽이었다.

데카드는 저번에 사막에서 보았던 문 울프, 열 마리를 이곳에 다시 소환했다.

“소환!”

“소환술로 밀어 붙이시려나 봐요!”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가 다양한 패턴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유능한 소환사보다는 절대 많을 수 없다.

문 울프는 한 마리 한 마리가 강한 공격력과 스피드를 가진 훌륭한 마수.

심지어 이 마수들이 일정 수 이상 모이게 되면 서로가 손발을 맞추며 합공을 준비한다.

아우우우우-!

한 문 울프의 하울링을 시작으로 모든 문 울프들이 모랫바닥을 박차고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병사는 아스카의 얼음 속성으로 울프를 얼리고 백염으로 태웠으나 열 마리를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문 울프가 다리를 무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울프들도 입을 쩍 벌렸다.

“모래라서 직접적인 공격은 잘 통하질 않는군.”

늑대가 자신을 물면 병사는 쿨하게 그 부위를 내어주고 검으로 늑대를 베어냈다.

[상태 이상을 줄 수 있는 속성의 마수를 선택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 속성이 좋을 것 같은데요?]

‘물 속성이라면 또 이놈만 한 게 없지.’

데카드는 5서클 물 속성 마수, 그랜트 일을 소환했다.

그랜트 일은 전기뱀장어를 닮은 생김새를 가졌고 능력 또한 그것과 비슷하다.

물 속성과 번개 속성을 다루는 그랜트 일은 사람 두 명과 비슷한 길이로 상대를 감은 후 감전시켜 죽인다.

“가라.”

후루루루룩-!

그랜트 일이 허공을 헤엄치며 파직 파직 전류를 내뿜었다.

아직 남아있는 울프들이 물러나고 그랜트 일이 물보라를 일으켜 병사를 덮쳤다.

모래의 특성상 눅진해지고 무거워진 병사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랜트 일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곧장 느껴지는 백염의 열.

“튀겨버려!”

그랜트 일은 백염이 날아오기 전에 시간 끌지 않고 꼬리로 젖은 바닥을 스윽 쓸었다.

파지지지지직-!

주변에 물이 닿은 곳이라면 어디든 그랜트 일의 번개가 휘몰아쳤고 몸이 축축하게 젖은 병사야 말할 것도 없었다.

곧장 몸이 번개에 감전당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물어뜯어.”

이후로는 다시 회복하지 못하게 울프들이 계속 끊임없이 발로 부수고 이빨로 씹었다.

그렇게 마지막 병사까지 처리가 끝이 났다.

드르르륵-

한 쪽 벽면이 거친 흙먼지와 함께 열리면서 다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수고하셨어요! 부장님!”

“역시 퇴마부장은 대단합니다.”

“잘했어요. 데카드.”

일행은 순조롭게 다음 방으로 넘어갔고 한편 유적 밖에서는 새까만 로브인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것을 본 까마귀들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흑마법사들은 주변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며 유적 앞까지 왔다.

“총장은 없나?”

“있으면 기감에 걸렸을 것이다.”

“그래, 이 겁쟁아.”

겁쟁이란 말에 울컥한 한스는 유적 앞이라는 상황에 분노를 가라앉혔다.

유적의 입구를 잠시 바라보던 쉬엔은 갑자기 피식하고 웃었다.

“왜 웃나?”

크론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쉬엔이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잡아채듯 손을 빠르게 휘둘렀다.

촤악-!

그러자 곧장 반응하고 올라오는 함정.

“마나 트랩이군.”

“그 총장의 짓이 틀림없다.”

아주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게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자신들은 그 총장과 동일한 7서클.

정신만 바짝 차린다면 함정은 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흐음…… 함정이 있다는 뜻은 총장이 우리보다 빠르게 이곳으로 들어갔다는 소리인데.”

“우리는 셋이다. 쫄지 마라.”

“누가 쫄았다는 거냐.”

“어쨌든 우리가 늦었다는 것엔 변함없잖아? 빨리 들어가자고.”

셋은 처음부터 삐걱거리며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 * *

[주인님, 흑마법사들이 들어왔습니다.]

‘알겠어.’

이때쯤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해도 조금씩 지고 자신들의 준비도 완벽하다고 생각하겠지.

“흑마법사들이 왔어.”

흑마법사라는 말에 부원들의 얼굴이 굳으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밤을 새워가며 합격진을 짰지만 7서클이라는 힘에도 이것이 통할까라는 확신이 없었다.

자신의 실수는 곧 팀의 붕괴로 이어지고 그렇게 된다면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실수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때는 내가 뒤를 봐줄 테니까.”

데카드는 또 부원들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부원들은 이 한마디에 거짓말같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저 말 한마디였으나 그 어떤 말보다 믿음직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꼭 흑마법사들과 만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운이 좋으면 부딪힐 일 없이 유적을 빠져나갈 수 있죠.”

부원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해주겠다고 7서클 흑마법사 세 명과 붙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죽을 확률이 너무 높은 일이니 목숨을 먼저 우선시해야 한다.

부원들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두려움을 조금씩 떨쳐내고 있을 때 다음 함정이 이들을 반겼다.

“이번엔 또 뭐냐?”

방 안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먼저 귀를 자극했다.

카가각- 카각-

벌레들이 무언가를 갉아 먹는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

성대를 찢으면서 내는 것 같은 이 쇳소리는 팔뚝에 소름을 돋게 했다.

“벌레군.”

“으으…… 징그러.”

“여기를 통과 못 하면 저곳으로 내던질 심산인가?”

아스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벌레에 파묻힌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단 1초 만에 괜히 했다고 후회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이 앞은 푹 꺼져 있고 그 바닥에는 벌레들밖에 없다.

다음 입구는 친절하게도 이미 반대쪽에 열려 있는 상황.

전갈을 비롯한 독충들을 헤치고 지나가면 넘어갈 수 있다.

온몸이 물리고 독에 곪아 터지겠지만.

하지만 지금 여기 모인 이들은 마법사들.

공중에 다리 하나 놓는 것쯤이야 아주 쉽게 가능하다.

“제가 할게요!”

아스카가 앞으로 나서며 양손을 뻗었다.

쩌저저저적-!

마나가 움직이며 이쪽과 반대쪽을 잇는 얼음 다리가 아름답게 조형됐다.

“오오 잘했어.”

“얼른 가요!”

“이번 건 쉽네요?”

마법사를 생각하지 않고 함정을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번 함정은 너무 쉬웠다.

일행은 아스카가 만든 다리에 올라탔다.

급조한 것이긴 하나 일곱 명이 올라갔다고 부서지진 않는다.

얼음 속성의 얼음은 시전자의 실력에 비례해서 강도가 높아지기에 아스카 정도면 겨울철 강이 얼어붙은 정도와 같다.

사람 몇 명이 올라가든 전혀 상관없다는 뜻이다.

다리에 절반을 건넜을 때 방의 벽면에서 무언가 내려앉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철컥-!!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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