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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05화 (105/208)

105 접전

가론에게 최근 출발한 거대 행렬에 대해 조사하라는 편지를 받은 샤릴마의 검은 전갈 단원들은 하루를 바쁘게 움직였다.

부원들이 입 아프게 거리에서 소문을 퍼뜨린 것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제일 중요한 대부호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소문으로 들은 평소 행실을 보아 여자를 밝히고 돈을 귀히 여기지 않으며 언행이 가볍다.

최근 대부호와 그 수행원이 들른 가게들은 전부 샤릴마에서 비싸기로 이름난 가게.

보석이나 비단을 비롯한 여러 고급 상품들을 대부호는 줄지어 완판시켰다.

단원들은 그 가게까지 직접 들려 대부호의 모습이나 성격을 조사했다.

“어휴…… 여자를 하루 종일 품에 끼고 다니더라고요.”

“그래도 그분 덕분에 여러 가게 주인들이 벼락부자가 됐지.”

대부호의 행실을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의 씀씀이를 칭찬하는 쪽도 있었다.

이러한 특이점이나 행실을 쪽지에 적어 단원들은 다시 본진을 향해 매를 날렸다.

그 매를 다시 회수 받은 가론.

이때쯤 해는 점점 떨어져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대부호란 놈도 졸부에 속하는 것 같군.”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최근 행적이 없을 수 없고 돈을 가벼이 여기지도 않을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쉽고 많이 번 이들이 보통 이 대부호와 같은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일이 더 쉬워질 수도 있겠어.”

멋모른 졸부가 사업을 크게 하기 위해 상단을 출발시켰다.

돈을 좀 많이 들여서 샤릴마의 마법사 한 명을 구해 온 정성은 갸륵하나 그 정도론 이 가론을 막을 수 없다.

그 마법사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그저 그런 용병.

습격은 충분히 가능한 일.

“내일 당장 이 행렬을 기습한다. 주변에 있던 단원들을 전부 부르면 몇 정도 되지?”

“천 명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천 명은 굉장히 많은 숫자이나 마법사 앞에서 사람의 숫자는 의미가 없다.

마법 하나만 잘못 맞으면 그대로 골로 가버리기 일쑤.

“그들 중 저격수들을 은신시키고 때가 되면 마법사를 향해 저격한다. 빨리 움직여.”

“넵 알겠습니다!”

단원이 막사를 급하게 나가며 매들을 이용해 사막 곳곳에 깔려있는 단원들에게 집합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는 가론이 직접 출격할 때만 나타나는 것.

단원들은 그 전설이라 불리는 도적과 함께할 생각에 가슴이 뛰고 또 돈을 만질 생각에 손이 부들거렸다.

이렇게 검은 전갈이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을 때 일행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야. 거기에서 잡아줘야지.”

“죄, 죄송합니다.”

일행은 잠잘 준비를 하기 위해 마차에 넣어둔 캠프 재료들을 꺼내는 중이었다.

꽤나 커다란 캠프를 세 개 정도 만들고 그 안에 데카드가 늘 가지고 다니는 간이침대를 넣어주자 완성되었다.

“이렇게 보니까 꽤나 살 만하네.”

이런 풍족한 조건만 계속 충족이 된다면 사막에서의 생활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캠프 중앙에서는 트리스가 모래 위에 불을 피워 올렸다.

그 위에는 아니다 다를까 역시 캔 요리를 아스카가 준비하고 있었다.

맨날 캔 요리만 먹어 대서 혹자는 질리지 않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래봬도 매일매일 다른 맛을 먹는 중이다.

“모두 저녁 드세요!”

“흐음…….”

혹시 사막 어딘가에서 누가 보고 있을 것 같아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다.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데카드를 본 엘리스는 그의 팔을 잡고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으니 그렇게 경계 안 하셔도 돼요.”

“아, 그래?”

혼자 미어캣처럼 고개를 돌려댄 게 머쓱해진 데카드는 아스카가 주는 캔을 받아들었다.

숟가락으로 캔 요리를 싹싹 긁어먹다 보니 문득 걱정되는 점이 생겼다.

“만약에 그 검은 전갈의 대장이란 놈이 안 오면 어떡하지?”

상정할 수 있는 제일 최악의 경우.

검은 전갈의 대장이 병력만을 보내고 자신은 쏙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력을 일단 물리쳐야 하니 마법을 써야 한다.

거기 있는 대부분이 엄청난 화력의 마법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검은 전갈의 대장은 나오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럼 한 놈씩 붙잡은 다음에 심문해야죠.”

오지 않으면 찾아간다.

그 병력 중에는 본진에서 온 놈도 있을 터인데 몇 놈 살려주고 심문하다 보면 본진의 위치가 나올 것이다.

“역시 뒷골목……!”

섬뜩한 엘리스의 방식에 아스카가 소름이 돋는다는 듯 양팔을 문지르며 오버 액션을 했다.

“그럼 캠프는 저번처럼 세 개니까 그때 방 나눴던 것처럼 하자.”

유적 앞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는 데카드, 고드윈, 카론이 한 방.

아스카와 벨린다가 한 방.

트리스와 엘리스가 한 방이었다.

몇몇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고 있을 때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제, 제가 총장님과 한방을 쓰고 싶습니다!”

“아스카?”

엘리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아스카를 쳐다보자 그녀의 눈에선 결연함까지 엿보였다.

‘내가 언니를 구해 줄게!’

“저는 상관없습니다.”

트리스야 옆 침대에 누가 눕든 상관이 없었다.

“저도 뭐…… 딱히.”

엘리스도 동의했고 그렇게 아스카와 트리스가 한 방을 쓰게 됐다.

막상 방을 바꾸긴 했지만, 오늘 화장은 누가 해준 건지 그 무서운 인상이 더욱 강해졌다.

잠깐 방심하고 등을 돌리면 바로 잡아먹힐 것 같은 느낌!

아스카는 숟가락을 든 손을 미세하게 떨며 캔 요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짧은 저녁이 끝나고 이제 내일 또 부지런히 움직이기 위해 다들 일찍 캠프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스카는 자신의 짐을 마차에서 들고 먼저 캠프 안으로 들어간 트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숨을 깊게 쉬며 긴장을 떨쳐낸 아스카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잠만 자면 돼! 잠만!’

“아스카, 괜찮겠어?”

옆에서 같이 짐을 꺼내던 벨린다가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나, 나, 나야 정말 괜찮지!”

“…….”

염소가 사람으로 환생한 듯 떨리는 아스카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다리 또한 같이 공진하고 있었다.

“사, 살아 돌아올게!”

“그래.”

어쩌면 친우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벨린다는 행운을 빌어주었다.

펄럭-

아스카가 막사의 입구를 들추며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저기 구석에서 간이용 침대에 앉아 짐을 주섬주섬 풀고 있는 트리스.

분명 가만히 있는데도 뒷모습만 보고 있으면 그녀가 화난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힘차게 목청을 내며 인사를 하자 트리스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짐 풀기에 열중했다.

“저도 잘 부탁합니다.”

트리스는 그대로 화장을 지우고 오늘 입었던 연기용 의상을 풀어헤쳤다.

바로 드러나는 하얀 살결.

“어맛……!!”

아스카가 두 눈을 가리며 신음을 내질러도 트리스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스카는 쭈뼛쭈뼛 자신의 침대로 가 엉덩이를 털썩 걸치려는 순간 침대에서 무언가 나서는 안 될 소리가 났다.

빠지직- 콰앙-

침대에 헐거워진 나사가 그대로 부서지면서 아스카가 모랫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모래로 철푸덕 쓰러지자 트리스가 순식간에 달려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아아…… 네.”

생각보다 따뜻하다?

소문이나 신문으로 접했던 철혈의 트리스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만 봐서는 세상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 같았다.

“침대는…… 다시 쓸 수 없겠군요.”

“괘, 괜찮아요! 바닥에서 모포를 깔고 자면 되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트리스는 자신의 침대를 쳐다보더니 다시 아스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판단이 끝나자 트리스가 아스카의 손목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

엉거주춤 침대로 끌려온 아스카는 트리스의 힘이 이끄는 대로 일단 침대에 누웠다.

‘설마 총장님이 나 대신 바닥에서 주무시려는 건가?’

아스카가 봄날처럼 따뜻한 트리스의 고운 마음씨에 감동하려는 순간 트리스의 입이 열렸다.

“실례하겠습니다.”

침대에 몸을 걸치고 트리스가 아스카의 옆에 누웠다.

그러자 딱 맞아 떨어지는 침대의 크기는 두 명이 함께 자도 나쁘지 않았다.

대신 뒤척이거나 움직이면 곧바로 떨어지게 된다.

“이대로 주무실 건가요……?”

“문제 있습니까?”

“아, 아니요…….”

결국 아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불을 덮었다.

잠깐 고개를 돌리자 눈을 감고 자는 듯한 트리스.

그녀를 보자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총장님은 부장님이랑 어떤 사이신가요?”

“그게 궁금합니까?”

눈은 뜨지 않은 채로 트리스가 말했다.

아스카는 자신이 해선 안 될 질문을 한 건가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을 집어먹어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게 사적인 자리에선 부장님을 총장님이 선배라고 부르시길래…… 궁금해서…….”

“선배와 저의 관계는…….”

트리스는 입을 달싹였다.

“네? 뭐라고요?”

분명 뭐라 말한 것 같았는데 속삭임 정도의 크기도 되지 않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러나 트리스는 더 말할 생각이 없는 듯 그대로 입을 꾸욱 닫았다.

아스카 또한 더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직감적으로 눈치채 자신도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잠이 들었다.

* * *

“어우, 배고파.”

아무도 깨우지 않아 결국 배가 고파서 일어난 데카드는 안을 둘러보았다.

카론과 고드윈은 이미 짐을 다시 마차 쪽으로 옮겼고 이부자리 정리도 끝낸 듯 했다.

“나만 일어나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아까 누가 깨우러 왔는데 그 붉은 머리 계집이 말렸어요!]

[이럴 때는 깨워야 하는 거 아닌가?]

[맞다!]

[…….]

살짝 민망해진 데카드는 얼른 침대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데카드가 캠프에서 나왔을 때는 다른 캠프가 정리를 끝내고 있을 때였다.

“소환.”

데카드도 우드 몽키들을 소환해 회수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갑자기 사막에서 나타난 원숭이들에 일행은 데카드가 깨어났단 걸 알 수 있었다.

“데카드! 일어났어요?”

“어. 하아암…….”

“이거 드세요.”

트리스가 수통이랑 육포 봉지를 건넸다.

“고마워.”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물을 들이켜자 한결 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엘리스는 코끼리 위에서 계속 사방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아까부터 계속 뒤통수가 따끔따끔한 게 누군가의 살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살기를 정제할 줄도 모르는 것을 보면 아마 못 배운 도적들일 가능성이 컸다.

엘리스는 단검의 날을 세우며 전투를 기다렸다.

“점점 다가오고 있어요.”

“그래?”

“부딪칠 준비를 해야겠군요.”

부원들은 전부 마나룸을 가열시키고 서클을 회전시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언제나 마법을 쓸 수 있도록 예열해 둔 것이다.

“아직 저건 멀쩡하네.”

샤릴마의 마법사는 멀리서 보면 허우대가 멀쩡했다.

저것을 보고 잡스러운 도적들은 알아서 걸러주는 것이다.

저렇게 허수아비처럼 세워만 두어도 제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캠프 회수 다 했습니다!”

“그럼 출발하자!”

어차피 이쪽은 이동 속도가 느려 금방 따라잡힐 테지만 이동하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다시 데카드, 엘리스, 트리스가 뒷좌석에 타고 고드윈이 고삐를 매만졌다.

엘리스가 고개를 돌리며 잠시 사막의 능선을 보고 있을 때 무언가 반짝반짝 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의 정체를 단번에 기억해 낸 엘리스는 데카드와 트리스를 잡고 그대로 눌렀다.

“모두 엎드려요!!”

타아아아아앙-!!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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