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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97화 (97/208)

097 대사막

“그럼 30분 뒤에 다시 이곳에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낙타나 식량, 물같이 꼭 필요한 것은 트리스가 준비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각자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트리스가 거리의 어딘가로 사라지고 아스카는 엘리스와 벨린다의 팔짱을 끼며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우리는 저기로 가자!”

“자, 잠깐만……!”

“……?”

엘리스와 벨린다가 뭐라 할 틈도 없이 아스카는 그녀들을 이끌고 샤릴마의 상점가로 뛰어갔다.

어느새 데카드, 고드윈, 카론만이 남게 되었다.

샤릴마는 넓고 분명 할 것도 많아 보이긴 했지만 이 셋은 딱히 뭘 더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생필품이야 트리스가 준비할 거고 옷 같은 것은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저기 보니까 괜찮은 무기 상점이 있는 것 같은데…… 부장님도 같이 가실 겁니까?”

“아니야. 너희끼리 다녀와라.”

“그럼 있다가 다시 뵙겠습니다.”

고드윈과 카론은 무기 상점을 향해 가고 데카드 혼자만 썰렁하게 텔레포트 기계 앞을 지키고 있었다.

5분 정도 발로 땅을 구르며 앉아 있자 심심해서 죽을 것 같았다.

[조금 걷다 오시는 게 어떠세요?]

요르의 말에 데카드는 그래야 겠다고 중얼거린 후 거리의 한쪽으로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귀티가 흐르는 짹짹이의 샤릴마 버전에 시선이 집중됐다.

어디 잘나가는 대부호의 모습을 한 데카드는 북적북적한 길도 사람들이 알아서 물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어디 디저트 가게라도 없나.”

짧게 먹고 때울 수 있는 음식 가게를 찾던 데카드는 무언가 바삭바삭하게 구워지는 냄새에 코를 킁킁거렸다.

“그렇지! 이런 거리에 점포가 없을 수가 없지!”

데카드는 신이 난 발걸음으로 냄새를 쫓아 점포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그러나 음식의 정체를 본 데카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치익-

데카드의 외견을 보고 대륙인이라는 것을 눈치챈 점포 주인이 어눌한 대륙어로 말했다

“맛있숴요! 한 입 먹어봐요우.”

“괘, 괜찮습니다.”

점포 주인이 준 것은 사막을 지나다니는 전갈과 거미, 지네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곤충들이었다.

[우욱……!!]

[1000년을 굶으면 그제야 입이라도 대볼 것 같은 흉측한 모습입니다!]

[…….]

[나쁘지 않아 보인다?]

마수들 중에선 티이라만이 이 음식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데카드는 물론 불호였기에 벌레구이를 뒤로하고 다시 거리를 걸었다.

“냄새는 기가 막힌데 하필 벌레네.”

데카드가 입맛을 쩝 다시며 심심풀이로 먹을 만한 게 없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나 음식의 냄새는 아까의 벌레구이가 마지막이었고 음식점을 들어가려고 해도 전부 극남쪽 언어라 알 수가 없었다.

“통역 렌즈를 가져올 걸 그랬나?”

통역 렌즈는 눈에 착용하면 보이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순식간에 번역해서 모국어로 보이게 해주는 마도구를 말한다.

어차피 이런 곳을 많이 들를 것은 아니라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있어서 나쁠 게 없어 보였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싶네.”

이런 더운 사막 도시에서 아이스크림을 팔 것 같지는 않았다.

한편 엘리스와 벨린다의 팔짱을 강제 독점하고 샤릴마를 쏘다니던 중인 아스카는 텐션이 하늘까지 치솟아 있었다.

“뭐가 그렇게 기쁜 거야?”

그걸 눈치챈 벨린다가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는 아스카를 보며 말했다.

“정말 모르겠어? 드디어 흑마법사를 쳐부술 수 있는 기회라고!”

“우리는 흑마법사가 아니라 유물 탈취가 목적이잖아.”

“어허! 모르는 소리! 그 더러운 흑마법사 놈들에게서 유물을 지키는 것도 우리의 임무야!”

흑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던 벨린다도 내색은 안 했지만 흑마법사와 다시 조우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는 어떡해?”

“응?”

“흑마법사가 언니한테 저주를 걸면 언니는 서클이 없어서 저항할 수가 없지 않아?”

심장을 감은 서클은 흑마법사의 저주에게서 정신을 보호해 주는 역할 또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클이 많은 고서클 마법사일수록 저주는 점점 더 걸기 어려워진다.

“나는 기회를 보다가 후방을 노리려고.”

암살자가 마법사들의 전투에서 눈에 띄는 짓을 하다간 바로 저승 갈 수 있다.

천천히 뒤를 돌아 적들이 방심하는 순간을 노려야 할 것이다.

“언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숙소에서도 그녀의 조용한 발소리 때문에 심장 떨어질 뻔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그 새끼들 만나는 순간 바로 아래턱 갈긴 다음에 몸의 절반은 불태우고 나머지 절반은 얼려버릴 거야!”

“무슨 치킨이냐.”

프라이드, 양념 반반처럼 흑마법사를 조리할 생각에 아스카는 한껏 들떠 보였다.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벨린다가 잠깐 옆에서 샤릴마를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엘리스는 자신보다 살짝 큰 벨린다와 눈을 마주쳤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냥 예뻐서 봤어요.”

벨린다가 싱긋 웃으며 말했고 그 난데없는 칭찬에 엘리스가 푸욱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했다.

이렇게 셋과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무기 상점에서 카론과 고드윈은 턱을 괴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걸 사, 말아?”

“네가 쓸 일이 얼마나 있겠나. 돈 낭비다.”

고드윈은 멋들어진 사브르 한 자루에 눈이 빼앗겨 다른 곳으로 뗄 줄 몰랐고 카론은 모래에 발이 잘 안 빠지는 부츠를 고르고 있었다.

“쓸데없는 거 고르지 말고 이리 와서 부츠나 골라봐라.”

“쓸데없는 거라니! 나중 가면 목숨을 구해 줄 수도 있는 거라고!”

“네 백염이 훨씬 쓸 만하니까 그딴 거에 눈독 들이지 마라. 정 날붙이가 사고 싶으면 이걸 사.”

카론이 가리킨 것은 휴대용 나이프였다.

여러 위급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나이프는 마법사에게 있어 사브르보다 더 쓸모가 많으리라.

“그게 낫겠다.”

결국 사브르를 놓아준 고드윈은 나이프 하나를 구매했고 카론은 부츠를 샀다.

“와아!! 카론! 여기 방패 봐봐!!”

“하아…….”

고드윈의 고질병인 지름신을 막기 위해 카론은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 * *

약속한 30분이 지나고 하나둘 일행은 약속했던 기계 앞으로 모였다.

트리스는 퇴마부 한 명당 한 마리씩 탈 수 있게 준비를 해왔고 낙타의 옆쪽에는 생필품이 달려 있었다.

“타시죠.”

트리스가 제일 먼저 능숙하게 낙타에 올라타고 평소 동물 타는 거라면 마수계에서 안 타본 게 없는 데카드도 무리 없이 올라탔다.

나머지 부원들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모두 문제없이 올라탈 수 있었다.

“으으…….”

아스카는 이런 동물에 올라타는 것이 처음인지 고삐를 잡은 손을 약간씩 떨고 있었다.

“떨지 마. 네가 떨면 동물도 덩달아 긴장하니까.”

“네, 넵!”

옆을 지나가던 데카드가 한마디 툭 던진 말에 아스카는 힘차게 대답했다.

선두에 선 트리스가 뒤에 인원들을 체크하면서 말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말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일행은 샤릴마를 빠져나왔고 찌는 듯한 더위가 느껴지는 사막의 한가운데로 나왔다.

어째 도시보다 더 뜨거운 것 같은 태양의 열은 꼭 펄펄 끓여지는 거대한 솥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스카는 벌써 수통에 입을 대고 있었고 길어도 반나절이면 도착할 거리이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사막에선 아까 구이로 구워지던 벌레 녀석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꼬물거리며 전갈은 모래 속으로 사라졌고 낙타는 생각보다 승차감이 좋았다.

“와아…… 더워서 미치겠다.”

트리스는 얼음 속성 마나를 돌림으로써 더위를 해결한 것 같았지만 다른 부원들은 그렇게 해도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살짝 도와줘야겠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또 유능한 소환사 아니겠는가.

데카드는 손바닥을 펼쳐 마수들을 소환했다.

째짹-! 짹짹-!

쿨링 버드라 불리는 이 파랑새는 얼음 속성 마수로 시원한 한기를 끊임없이 배출해 내는 마수다.

쿨링 버드가 사막을 날아 부원들의 어깨 위에 안착하자 에어컨을 바로 옆에서 쐬는 듯한 시원함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진짜 감사합니다, 부장님.”

“이제야 살겠다…….”

트리스는 데카드의 대처에 미소 지으며 지도를 펼쳐보았다.

대사막의 대략적인 모습이 지도에서 나타났고 베이스캠프의 위치 또한 표시되어 있었다.

“이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됐는데…….”

트리스는 지도를 접고 다시 품에 넣으며 광활한 사막을 관찰했다.

쿠구구구구구-

“무슨 소리지?”

“지진?”

지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땅의 진동은 점점 거세지는 게 아닌,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콰아아앙-!!

사막 바닥에서 땅을 뚫고 올라온 거대한 전갈들이 진형을 짜며 일행의 낙타 주위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아아, 얘네들이 그거구나?”

데카드는 뭔지 알겠다는 듯 모래 먼지 속에서 점점 드러나는 인형을 보았다.

사막 거대 전갈들을 길들여서 타고 다니며 여행자들의 귀중품이나 상단을 약탈하는 사막의 도적들.

“크하하하! 네놈들! 꽤나 귀해 보이는 것들을 가지고 있구나!!”

“크하하하핫!!”

“캬하하하하!!”

한 명의 웃음소리에 맞춰 열 명에 달하는 도적들이 한꺼번에 목이 터지라 웃기 바빴다.

“극남쪽 도적들이 대륙어를 하네요?”

아스카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뭐냐? 너희들은?”

데카드의 한마디를 기다렸다는 듯 대장으로 보이는 도적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 사막을 주름잡는 대도적단, 검은 전갈의 조장이시다! 네놈들의 물건과 계집들을 내놓는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이런 사막에서는 인력이 귀해 물건보다는 사람 자체에 목적을 두고 강탈하는 것 또한 흔한 일이다.

파리가 주제를 모르고 꼬일 만큼 이쪽 일행의 미모가 쓸데없이 눈이 부시긴 했다.

“고드윈.”

“네, 부장님.”

데카드는 입을 열다 말고 잠시 트리스 쪽을 쳐다보았다.

끄덕끄덕-

트리스가 상관없다는 표시를 보냈다.

허락도 떨어졌겠다 데카드는 다시 고드윈을 보며 말했다.

“네가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마침 날씨도 뜨거운데 여기 일행에는 그것보다 수만 배는 더 뜨거운 남자가 있다.

고드윈이 낙타에서 내렸다.

내려서 보자 전갈들은 훨씬 커다랬고 도적들의 인상은 그것보다 훨씬 험상궂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태우면 전부 똑같은 얼굴을 하기 마련이다.

“뭐냐! 꼬마야! 어쭙잖은 영웅 놀이 하러 온 거면 들어가라!”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군!!”

“…….”

고드윈은 구태여 대답하지 않고 마나룸을 열어젖혔다.

안 그래도 더운데 자신의 마나는 몸을 더욱 덥혀갔다.

여기 어깨 위에 쿨링 버드가 없었다면 자신은 진작 열사병으로 쓰러졌을 거다.

사사사삿-

고드윈의 마나를 일반인인 도적들은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전갈들은 자연적인 본능으로 느꼈다.

전갈들이 갑자기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산적들이 이상함을 느꼈다.

“엉? 뭐야! 이놈들 왜 이래?”

전투용으로 훈련시킨 전갈들이 이렇게 무서워서 쪼그라든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천적을 만났을 때나 보이는 반응인데 도적들이 아무리 앞으로 가라고 해도 전갈은 뒤로만 갔다.

“죽여도 됩니까?”

고드윈의 물음에 데카드는 조금 고민하다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네가 알아서 해!”

“알겠습니다.”

화르르르르르-

고드윈의 양 주먹에서 첫눈 같은 화염이 피어올랐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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