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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86화 (86/208)

086 의문의 선생님들

퇴마부원들은 데카드가 내준 과제에 대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하루를 보냈다.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은 과제의 난이도에 부원들은 열을 올리며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과제를 수행하려 했다.

아침 8시.

데카드치곤 굉장히 일찍 일어난 시간이었으나 퇴마부 숙소에서는 제일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하암…… 다들 과제 하나 보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공터에서 부원들이 열심히 자신이 내준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스카도 보였는데, 아직 어제 겪었던 고통이 완전히 가시질 않아 몸이 불편할 텐데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기특하네.”

하나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꾀부리지 않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려는 부원들을 위해 데카드가 준비한 선물 아닌 선물이 있다.

벌컥-

데카드가 숙소의 문을 열고 나오자 공터에 있던 부원들의 이목이 쏠렸다.

벨린다의 물 잔에 물을 따라주던 엘리스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데카드! 잘 잤어요?”

“응.”

데카드는 숙소를 빠져나왔으나 문을 닫지 않았다.

잠깐 수련을 멈추고 그를 보고 있던 부원들이 그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려던 찰나 뒤에 사람들이 더 나왔다.

“마수왕님의 부탁이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열심히 할게요!”

“이 고오른이 선생이라니!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티이라! 기대된다!”

“…….”

“오늘은 저까지 나오는군요.”

데카드가 대동하던 모든 마수들이 인간형의 상태로 오랜만에 나왔다.

마수들이 기지개도 켜고 굳은 관절을 푸는 사이 엘리스를 제외한 부원들은 멍하니 데카드 뒤에 있는 다섯 명의 남녀를 바라봤다.

“방금까지 숙소에는 부장님 말고 아무도 없었는데……?”

조금 전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던 고드윈은 저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믿을 수 없어 했다.

“깨, 깨끗해……!”

아스카는 저들에게 느껴지는 마나에서 단 하나의 티끌 같은 더러운 점을 찾지 못했다.

저런 마나는 데카드에게서 한 번 봤었던 것 같다.

그의 마나가 더러운 종이를 하얀색으로 깔끔히 덧칠한 느낌이라면, 다섯 명의 남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태어나길 순백으로 탄생한 느낌이었다.

카론도 마도서를 펼치다 말고 힐끔 이쪽을 관심 있게 쳐다보는 눈빛에 데카드는 훗 하고 웃으며 소리쳤다.

“모두들 잠깐만 모여 봐!”

안 그래도 다섯의 정체가 궁금했던 부원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데카드의 앞으로 온 부원들은 마수들을 멀리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대부분이 어마 무시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누가 조각을 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될 정도로 사람이 저런 얼굴을 하고 태어나는 게 가능한지 의심스러웠다.

“이분들을 소개할게. 먼저 이 백발의 미녀는 요르 선생님.”

데카드의 어깨까지 밖에 오지 않는 요르가 한껏 거만한 표정을 지은 채 턱을 살짝 들어 부원들을 내려다보았다.

“얼음 속성과 독 속성을 주로 다루시니까 이분한테는 그런 걸 물어보면 돼. 부원들에게 인사해 주시겠어요, 요르 선생님?”

요르는 누가 봐도 명령에 못 이겨 한다는 티를 팍팍 얼굴에서 내며 대충 자기소개를 했다.

“요르다.”

“크흠…… 그럼 여기 있는 이 덩치가 산만한 아저…… 아니 선생님의 이름은 고오른이야. 자기소개를 해주실래요?”

“고오른이다! 불 속성과 땅 속성을 다루고 있지! 그리고 마투술도 하고 있으니 물어 보아라!”

하이텐션의 고오른을 보며 부원들은 자신들의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다음은 티이라 선생님. 이분은 극남쪽에서 오셔가지고 아직 우리말이 서툴러.”

극남쪽 사람이라는 말을 부원들은 티이라의 외모를 보고 납득했다.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와 거친 머리칼, 날카로운 송곳니는 극남쪽 사람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럼 자기소개 해주시겠어요? 티이라 선생님?”

“티이라다! 강철 속성! 바람 속성을 다루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 금발의 미남 선생님의 이름은 레오.”

팔짱을 끼고 그 빛나는 금안으로 유독 벨린다를 바라보고 있던 레오는 자신이 호명되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

“빛 속성과 번개 속성을 다루고 계시고 마검술도 전공이시니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봐도 돼.”

이제 짹짹이를 소개할 차례인데 이 이름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좀 그러니 다른 이름을 임시로 붙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선생님의 이름은 카라스. 어둠 속성이 주 속성이고 은신술에도 조예가 있으셔.”

어제 이 방법을 생각했을 때는 괜찮을까 싶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마수들만큼 뛰어난 선생님이 없었다.

마검학이니 마투술이니 모두 마수들의 전문 분야에 속해 있었고 아스카를 위한 속성학도 마수들의 특기였다.

“이 선생님들은 모두 내가 가면 떠나실 분들이지만 어렵게 모셨으니 최대한 질문을 많이 해.”

“넵!”

“네!”

부원들은 모두 저마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선생님들을 골라 질문을 퍼부었다.

마수들은 뭔가 말로 맞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답해 주었다.

“그래서 이 아이언 커팅이라는 마법은 모양의 틀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면 쉽다는 거군요.”

“맞다! 맞아!”

카론은 강철 속성을 제대로 파기 위해 티이라를 붙잡았다.

고드윈은 자신의 백염에 대한 사용법이나 응용법을 제대로 알기 위해 같은 불 속성인 고오른과 수련을 같이 했다.

“네가 가진 백염은 아직 미지근하다! 더더욱 그 열을 높여라!”

“그,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용광로! 너의 심장을 용광로로 쓰는 거다! 마나로 열기를 더하고 심장으로 불을 녹여낸 후 마법으로 빠져나온다! 이걸 이해하면 너는 두 배, 세 배는 강해질 수 있다!”고오른은 추상적이지만 자신의 식대로 설명을 고드윈에게 때려 박고 있었다.

용광로라는 단어에서 포인트를 잡았는지 고드윈이 계속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용광로…… 용광로…… 아! 그거군요! 심장의 용광로!”

“그래! 바로 그것이다!”

잠시 공터를 돌며 잘하고 있나 보고 있던 데카드는 쿵 짝이 잘 맞아 보이는 고오른과 고드윈은 내버려두고 요르 쪽을 살펴봤다.

“얼음은 상대의 움직임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최고의 속성이자 사용자에 따라서 그 공격력이 천차만별인 속성이야! 알아들었어?”

“네!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스 스피어 하나만 만들어 봐.”

아스카는 요르의 말에 따라 손바닥 위로 기다란 얼음의 창을 만들었다.

그녀가 만든 아이스 스피어는 매끄러운 단면에 끝이 뾰족하게 깎여진 바늘 같은 모양이었다.

“후우…… 얼음 속성은 매우 큰 절삭력을 가지고 있기에 상대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추가 내상을 입히기도 해! 근데 지금 너의 창을 봐 봐!”

“으음…….”

아스카가 보기에도 이런 창으로 내상까지 입히길 바라는 건 무리 같았다.

“앞으로 이런 모양의 창을 만들도록 해.”

요르의 손바닥에서 아이스 스피어가 발현되었다.

그러나 아스카의 것과는 그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창날의 부분이 상대의 살에 박혀 잘 움직일 수 없게 양 부분이 둥글게 휘어있었고 끝은 단검처럼 예리했다.

“이런 모양의 창은 상대에게 심한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고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 그렇지?”

“네!”

요르는 하다 보니까 열변을 토하면서 아스카를 가르치고 있는 자신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러니까 얼음 속성을 앞으로 펼칠 때에는 빠른 전개 속도만 생각하지 말고 너의 상상력을 넣으라고! 알겠지!”

“넵! 알겠습니다!”

하기 싫은 척하면서도 알려줄 건 다 알려주고 팁까지 챙겨주는 요르를 보며 아스카는 고마움에 그녀를 끌어안았다.

“감사해요!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야야! 지, 지금 누구를 함부로 끌어안는 거야!”

요르는 아스카의 품에서 아등바등하며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저쪽은 잘 되고 있나 보네.”

생각보다 마수 선생님들이 큰 활약을 해주고 계신 모양이다.

마수들이 마수계에서 쌓은 몇 만 년의 노하우를 알려주는데 그것들은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구할 귀한 지식들이다.

한 차원의 지배자들이 해주는 과외를 인간계에서 대체 누가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부원들은 아마 그저 마수들이 마법 잘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로 보일 것이다.

다음은 벨린다의 찰떡궁합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

레오 또한 벨린다처럼 번개 속성의 마검사고 데카드가 내준 과제 또한 레오가 하던 수련법이기에 그가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그래서 번개 속성은 파괴력과 속도가 장점이라는 겁니까?”

끄덕끄덕-

“그럼 물 잔을 받을 때 저의 균형이 무너졌었나요?”

도리도리-

레오가 의사소통이 가장 원활하지 않을 선생님이라는 것이다.

데카드에게도 그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이 정말 흔치 않은데 벨린다에게야 절대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다.

레오는 입을 달싹이려다가도 다시 다물고 오직 고개로 예, 아니오를 표현해냈다.

“하아…….”

결국 지친 벨린다가 벤치에 털썩 걸터앉자 레오는 결심한 듯 절대 빼지 않을 것 같던 팔짱을 풀었다.

그러고는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파지직- 지지직-

금색의 전류가 조금씩 그의 들어 올린 손에서 맺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

그 익숙한 번개의 마나를 느낀 벨린다가 고개를 살짝 올려 레오를 보자 그는 손을 아래로 화악 내렸다.

우르릉 콰아앙-!!

벨린다가 그 위험의 전조를 감지해 공터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는 레오가 내리친 뇌전으로 박살이 나 있었고 그 잔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벨린다! 괜찮……!”

“가만히 있어.”

공터로 튕겨져 나간 벨린다에게 달려가려던 아스카를 요르가 막았다.

“지금 벨린다가……!”

“괜찮아. 저 사자는 그렇게 생각 없는 놈이 아니야.”

레오는 튕겨져 나간 벨린다의 검을 주워 그녀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레오 또한 무언가를 쥐고 있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팔을 쭈욱 사선으로 그었다.

우르르릉-

고막을 진동시키는 천둥소리와 함께 금빛 전광이 레오의 손바닥에서 펴져 나가며 파지직거리는 번개의 검이 레오의 손에 들려있었다.

“알겠습니다.”

벨린다는 레오의 뜻을 깨닫고 자신의 검을 뽑아 자세를 취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으로 물고기가 연못을 헤엄치듯 허공을 휘저었다.

그럴 때마다 뇌전의 줄기들이 바깥으로 튀어 나가며 위협적으로 그 기세를 드높여나갔다.

“지지 않습니다.”

벨린다 또한 자신의 푸른 번개를 거칠게 검에서 뽑아내며 레오에게 밀리지 않았다.

금색의 번개와 청색의 번개.

두 가지 색의 번개가 지금 서로를 겨누며 금방이라도 한쪽을 태워죽일 듯 사납게 천둥이 울부짖고 있었다.

“쇼크 웨이브.”

시작은 벨린다의 선공이었다.

벨린다가 땅에 검을 깊숙이 꽂아 넣자 번개들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레오를 포함한 전방위로 뻗어 나갔다.

이렇게 되면 레오는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맞을 수밖에 없으며 회피할 수 있는 곳은 공중밖에 없게 된다.

번개 속성은 그 공격 속도가 무척이나 재빠르기 때문에 생각을 빠르게 해야 한다.

언제나 무표정이던 레오가 선택한 방법은 피하지 않는 것이었다.

레오는 전신의 번개를 둘러 벨린다의 번개의 감전당하지 않도록 방어막을 쳤다.

“칫…….”

역시 같은 번개 속성이라 감전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기란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콰아아앙-!!

벨린다도 몸에 번개를 두른 채 순간 사라지더니 레오의 후방에서 검을 찔러 넣어왔다.

하지만 레오의 눈동자는 벨린다를 놓치지 않았으며 여유롭게 그녀의 검을 막아냈다.

전격과 검들이 맞부딪친 충격으로 공터의 일대가 박살이 났다.

그러나 벨린다는 이빨을 드러내며 환히 웃고 있었고.

레오 또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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