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78화 (78/208)

078 경매는 자본이지!

“한번 봅시다.”

마법부 장관이 직접 선별했다는 팀원이라는 말에 데카드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파일을 열어보았다.

“먼저 첫 번째는 아스카 멀린.”

“멀린?”

“그래. 그 멀린 가문이야.”

멀린 가문은 옛날 흑마법사가 성황하던 암흑시대에서 그들과 전면전을 펼치던 마법사 가문이었다.

그들은 특유의 마나 운용법과 가문의 마법으로 흑마법사들과 싸웠지만 결국 패배해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살아남았다 해도 흑마법사의 저주는 핏속에 녹아 후세로 계속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멀린 가문은 그 뒤로 단명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일에 있는 나이를 보니 25살이군요. 슬슬 저주에 걸릴 나이가 아닙니까?”

“이 아이는 특별해. 가문에 걸린 저주에 면역 체계가 있어서 단명의 운명을 피할 수 있었어.”

“흐음…….”

데카드는 단번에 아스카라는 마법사의 특기와 특이 사항을 쭉 살펴보다가 지원 동기로 눈을 옮겼다.

“복수…….”

“아스카는 자신의 가문을 사지로 몰아간 흑마법사에게 복수하는 것이 목적이야.”

한때는 대가문이라 불렸던 멀린 가문이 그토록 몰락의 길을 걷게 만든 흑마법사들이니 아스카의 입장으로선 치가 떨릴 것이다.

하지만 복수라는 감정은 참으로 위험했다.

언제 그 감정에 잡아먹힐지 모르고 복수의 끝은 절대 달콤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넘어가 보죠.”

파일을 넘기자 다음 팀원이 나왔다.

“강렬한 인상이네요.”

트리스가 무심코 이렇게 말할 정도로 이 남자에 대한 감상은 강렬했다.

왼쪽 눈에 안대를 꼈지만 가로지르는 상흔이 여실히 드러났고 검은 머리를 짧게 위로 틀어 올렸다.

“이 마법사의 이름은 카론 알프레드. 원래는 흑마법사의 실험체였던 자네. 그것을 우리들이 구해 왔고.”

“어떤 실험이었나요?”

“일반인을 자신들의 힘으로 최대 몇 서클까지 올릴 수 있나 하는 실험이었네. 카론은 5서클까지 버텨냈어.”

“대단한 정신력이군요.”

흑마법사들이 회로 안에 있는 마나를 상냥하게 움직여주진 않았을 테고 쇄빙선같이 장애물은 다 부수면서 갔을 것이다.

거기서 비롯되는 고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준이 아닌데 그것을 5서클까지 견딘 카론의 정신력은 데카드도 인정할 만큼 대단했다.

“그럼 아직 마법을 배우진 않은 건가요?”

“그렇네. 그래서 지금 마법부의 인사들이 그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있지.”

“알겠습니다.”

데카드는 파일을 넘겼다.

“이 사람은…….”

“아아. 그 마법사가 어떻게 알고 필립한테 사정사정한 모양이야.”

프로필 속 얼굴은 데카드가 익히 아는, 임무를 같이했던 벨린다였다.

퇴마부장이라는 자리를 창설하는 것에 있어 다른 부의 부장들에게만 젠킨스가 편지를 보냈다.

‘그걸 필립이 별생각 없이 책상 위에 던져뒀는데 벨린다가 발견한 거겠지.’

“능력은 충분해서 넣기는 했지만, 자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빼겠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벨린다의 패도적인 마검술은 굉장히 뛰어난 수준이었고 저번 조사에서 정신적으로도 성장을 이루어냈다.

데카드가 몇 번 다듬어 준다면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인재다.

데카드가 다음 팀원으로 파일을 넘겼다.

“고드윈 빌리.”

“이 친구가 좀 특이하네.”

데카드는 젠킨스의 말에 특이 사항으로 눈이 갔다가 그 말을 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백염(白炎)을 쓴다라…….”

“백염은 모든 불 속성 마법사가 원하는 특성이지. 그렇지 않나, 트리스?”

옆에 있는 트리스도 불 속성을 주로 쓰기에 백염이라는 것에 눈독을 들이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백염은 선천적인 것이기에 태어날 때부터 얻지 못했다면 영원히 얻지 못하는 태생의 영역이었다.

“그렇지요. 백염은 보통의 빨갛거나 푸른 불보다 더 뜨거운 온도를 가졌고 위력도 다른 불보다 천지 차이니까요.”

“맞네. 고드윈은 그 귀하다는 백염의 사용자야.”

“흥미롭군요.”

백염은 온도와 위력만이 아니라 성스러운 불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흑마법사들의 저주와 마법을 상쇄시킨다는 전설도 있다.

데카드는 일생 백염 사용자를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구설로는 그렇게 전해졌다.

“내가 고른 팀원은 이 네 명이 끝이네. 어떤가?”

젠킨스의 안목으로 고른 팀원답게 모두들 뛰어난 실력과 정신력, 동기가 충분했다.

“나쁘지 않습니다.”

“허헛. 다행이구만.”

젠킨스는 몇 달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다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제가 여기에 한 명을 더 추가해도 괜찮겠습니까?”

“누구를 말하는 건가?”

“선배, 설마…….”

“제가 잘 아는 암살자가 있는데 여기에 넣으면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카드는 씨익 웃으며 팀원의 결정을 완료했다.

“좋네. 그러면 팀원들과는 언제 만나볼 텐가?”

“모두 여기에 있나요?”

“그렇네. 지금 모두 아사이드에서 대기 중이지.”

데카드는 벽 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오늘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흐음……. 오늘은 안 되겠군요. 내일 아침에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젠킨스는 별 상관없다는 듯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 앞으로 흑마법사 박멸에 힘써 주게, 퇴마부장.”

데카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트리스는 아직 무언가가 불만인 듯 입술을 살짝 내밀며 시선은 계속 다른 데를 쳐다보았다.

“엘리스를 넣은 것 때문에 그래?”

데카드가 눈치 좋게 이유를 단박에 맞히자 트리스가 퍼뜩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속 좁은 여자가 아니라고요.”

본인이 필요해서 팀에 넣겠다는데 트리스가 뭐라 할 권리는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마법을 쓰지 못하면서도 흑마법사들의 감지를 피할 수 있고 날카로운 단검을 수족처럼 다루는 엘리스는 유능했다.

그래도 뭔가 마음이 거부하는 이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엘리스는 아마 경매장에 있을 테니까 우리도 거기로 가보자.”

* * *

아사이드의 경매장에는 없는 게 없고 세상에 있는 귀한 것이 전부 몰릴 정도로 시장이 크고 큰 손들도 많은 곳이다.

엘리스는 좁은 골목에 꽤나 많은 사람이 걸어 다녀 치이지 않게 몸을 웅크리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가고 있었다.

“지도를 보면 여기가 경매장이 맞는데.”

분명 지도대로 보고 왔는데 길치도 아닌 자신이 이렇게 못 찾는 거라면 분명 문제는 지도나 길에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꺾어야 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굳이 경매장으로 갈 필요는 없겠지.”

고풍스러운 느낌의 거리에는 다른 물건을 파는 상점들도 많으니 천천히 구경하다 보면 데카드의 일이 끝나 있으리라.

검이나 창, 도끼를 파는 무기 상점부터 방어구 상점 그리고 여행자들을 위해 보존이 오래되는 음식 등등.

찾다 보면 어딘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괜히 둘만 두고 왔나?”

데카드도 일을 해야 하니 그냥 둘만 보냈더니 그 붉은 여우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능력으로는 달릴지 모르나 피지컬 적인 면으로는 자신이 훨씬 나았다.

엘리스는 마법사로 살아온 트리스보다 더 탄력적이고 굴곡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본 엘리스는 만족하며 다시 길을 걸어갔다.

“어? 데카드!”

그러다 보니 저 멀리서 트리스와 걸어오는 데카드가 보였다.

“엘리스!”

강아지가 주인을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것처럼 엘리스는 순식간에 데카드의 앞까지 도착했다.

“일은 잘 끝내셨어요?”

“으음…… 아무래도 우리 용병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어떤 일이요?”

데카드는 잠시 자리에 멈춰 서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러니까 데카드가 저를 신경 써줬다는 거네요.”

“얘기가 그렇게 되나?”

엘리스는 자신 말고 뛰어난 마법사나 인재가 많았을 텐데 굳이 자신을 골라준 것에 있어서 감사함을 느꼈다.

또 이렇게 그와 붙어있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경매 구경은 했어?”

“아니요. 여기 물건들 보느라 못했어요.”

“그래? 그럼 지금 가보자! 트리스 말로는 오늘 특별한 물건이 나온 대.”

왼쪽에는 트리스, 오른쪽에는 엘리스를 두고 데카드는 경매장까지 갔다.

“자 50골드! 더 없습니까? 60! 70! 오 90! 받았습니다!”

경매장에서는 한창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

밖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이 경매는 사람들이 손을 들어 올리며 물건을 낙찰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경매의 열기가 후끈후끈하게 전해졌고 한 물건을 사이로 두 경매인이 치열한 낙찰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500! 520! 540!”

숫자는 끊임없이 올라갔고 둘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야아…… 돈 엄청 많나 보다.”

[마수왕님도 돈 많잖아요!]

많기는 하지만 이런 물건에 쓰고 싶지는 않았다.

딱히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또 경매에서 물건을 사면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 강했다.

“자! 다음 물품은 오늘 경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게 트리스가 말한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경매사가 물건을 덮고 있던 검은 천을 치우자 사람의 상체만 한 상자가 튀어나왔다.

상자의 모양은 꼭 만화에 나오는 보물 상자를 닮았지만, 저 안에 있는 게 보물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상자 안에는 뭐가 들었습니까!”

한 사람이 이렇게 소리치자 다들 궁금한 눈치였다.

“상자 안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가르쳐 드릴 수는 없지요!”

경매사가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며 최소 금액을 불렀다.

“자! 그럼 50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걸 사는 멍청이는…….

“60!”

여기 있었다.

“데카드……! 정말 저걸 사시게요?”

“궁금하잖아.”

데카드는 옛날부터 궁금증과 호기심은 못 참는 사람이었다.

뻔히 상술이라는 것이 다 보였지만 지금은 속아주기로 했다.

정말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있자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며 데카드를 쳐다보았다.

“60! 또 없으십니까?”

잠깐의 적막이 흐르다가 구석에서 또 누군가가 손을 들어 올렸다.

“70!”

“뭐야, 쟤는.”

설마 사려는 사람이 있겠어? 하고 싼값에 상자를 먹으려 했는데 경쟁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데카드도 손을 들어 올리고 의문의 상대도 연달아 손을 올렸다.

값은 100을 넘어 200, 300, 400, 500을 이제 막 넘어섰다.

“선배님.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뭔지도 모르는 상자는 그냥 주셔도 될 것 같아요.”

트리스와 엘리스는 떨어질 줄 모르는 데카드의 손을 말렸고.

[마수왕님! 지지 마라!]

[저런 인간한테 지지 마십쇼!]

[…….]

마수들은 열렬히 응원했다.

“600! 이번 경매 최고 금액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징한 놈들이라는 눈빛으로 데카드와 구석에 있는 경매인을 쳐다보았다.

저 상자가 뭐라고 이런 금액까지 부르는 건지 정말 다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650이 넘어가자 다른 경매인이 조금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후훗, 그게 너의 마지노선인가 보군.”

아쉽게도 여기는 아직 무수한 자본이 남아있었다.

“660! 더 없습니까!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땅땅땅-

결국 의문의 상자 경매는 데카드의 승리로 돌아갔고 다른 경매인은 고개를 숙였다.

“나이스!”

[역시! 마수왕님이 이길 줄 알았습니다!]

[마수왕님! 멋있다!]

[마수왕님은 역시 이런 것도 잘하시네요!]

마수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뒤로하고 데카드는 인파 사이를 빠져나왔다.

660골드라는 거금을 주고 낙찰한 상자를 뒤편에서 수령한 데카드는 손을 싹싹 비볐다.

“뭐가 나올진 궁금하네요.”

트리스는 옆에서 고개를 쭉 빼며 팔짱을 끼고 660골드짜리 상자를 바라보았다.

“좋은 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엘리스는 데카드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열심히 빌었다.

“연다!”

덜컹-!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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