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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71화 (71/208)

071 귀환한 총장

깊은 바다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괴물의 울음소리.

소리가 공기를 타고 사람의 귀로 전해지는 것처럼 크라켄의 울부짖음의 담긴 마나가 찌릿하게 데카드에게로 전해졌다.

“……!!”

전평장에서 데카드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마법의 향연을 이어 나가던 중 갑작스러운 마나가 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이렇게 야성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마나는 보통 괴수들밖에 내뿜지 못하는 것이다.

개가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듯이 데카드도 지금 다른 이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크라켄의 진동 마나를 느낀 것이다.

[주인님, 뭔가 굉장히 커다란 개체가 근처에 있습니다.]

[나보다는 작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느껴지는 거리로 봐선 이 고오른이 추측해 보건대 바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자신과 마수들이 느낄 정도의 거리라면 마지아 섬 인근 해안에 괴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커다란 몸을 끌며 섬으로 다가오는 괴수를 섬 주변 바다에 있는 호위함들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데카드가 렌달의 얼음 창을 고개를 숙여 피하고 반격으로 고슴도치를 닮은 니들 헤지하그가 독침을 분사했다.

“어림없다!”

렌달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대결에만 집중했기에 다른 것은 아예 신경 쓰지 못했다.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어.’

데카드를 본능적으로 긴장시키게 만들 만큼 커다란 마나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수들은 데카드가 느끼지 못하는 마나까지 조금씩 더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마수왕님! 뭔가 이상하다!]

[맞아요! 뭔가 야생의 마나에 더러운 오물이 끼얹어진 것 같은 이 느낌…….]

‘오물? 설마…….’

바로 머릿속으로 어떤 이들과 집단을 생각한 데카드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놈들이 바다 괴수를 시체화시킨 건가.’

흑마법사들이 커다란 괴수를 잡고 그것을 시체로 일으켜서 부려 먹는 전투법은 옛날에도 많이 쓰였던 방법이다.

과거에는 활화산 안에 사는 파이어 드레이크를 놈들이 시체화시켜 전투에 써먹었는데, 생전의 힘이 거의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젠장.”

다가오고 있는 커다란 위협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데카드가 잠시 물러서자 렌달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 네놈도 이제 한계인 건가? 그렇게 물 쓰듯이 마나를 쓰니 그럴 수밖에!”

“닥쳐.”

렌달의 잡음을 단숨에 제거한 데카드는 온 감각을 괴수의 마나에게로만 집중시켰다.

“해안에 올라왔어.”

삐이이이-

그와 동시에 교수들이 품고 있는 수정구에서 붉은빛이 들어왔다.

“이, 이건……!!”

“침입자?”

최근 200년 동안은 침입자를 허용하지 않았던 마지아 섬의 해안에 불청객이 발을 디뎠다.

“마, 마탑에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흐, 흑마법사들인가?”

“측정은 잠시 마무리한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기숙사로 돌아가!!”

로베네 교수가 빠르게 상황을 진두지휘하며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마탑의 학생들은 굳센 로베네의 모습에 믿음을 느끼며 차례대로 엉키지 않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갔다.

‘대단하군.’

어지간한 카리스마가 없으면 이곳에 모여 있는 많은 학생들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게 쉽지 않은데, 로베네는 그것을 단숨에 해냈다.

“용병들도 기숙사 건물로 대피해라!”

그 말만 남기고 교수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안으로 향했다.

렌달은 이런 상황에서도 기세가 좋았다.

“운이 좋구나.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몸을 부숴주려고 했는데.”

데카드는 그 말에 답변하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로베네의 안내에 따라 전부 빠져나간 학생들.

해안으로 침입자를 물리치러 간 교수들.

전평장에는 지금 렌달과 데카드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없었다.

꽈아아앙-!!

고오른의 건틀릿이 허공을 때리면서 생겨난 충격파가 렌달을 덮쳐 벽면까지 밀쳐버렸다.

그 힘에 어떠한 반응도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벽에 콰앙! 하고 부딪친 렌달은 그대로 기절했다.

“요즘 애들은 나댈 줄만 알지, 지들이 뭐라도 된 것처럼 굴어요. 쯧쯧쯧.”

젊은 꼰대 데카드는 자신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흑마법사는 교수들이 막을 것이니 렌달을 여기 버려둬도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 * *

크라켄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라면 육지에서 숨을 못 쉬는 게 정상이나 어차피 죽어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 크라켄은 해안에 첫발을 올리려 했다.

그 육중하고 거대한 몸집과 건물만 한 다리들이 점점 물 밖으로 빠져나오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하핫!! 대장님! 기분 째집니다!”

“마탑 놈들! 예전에 입학시험에서 날 탈락시켰던 원수를 이제야 갚겠군!!”

크라켄의 다리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흑마법사들과 대장에게 저 멀리 마탑이 보였다.

“드디어 그분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어.”

자신들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고 설령 있다고 해도 그 어떠한 장애물이라도 넘을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들이 타고 있는 이 크라켄은 다른 개체들보다 특별히 더 강한 변종 돌연변이이기 때문이다.

섬 하나야 우습게 쓸어버릴 거다.

“정지.”

하지만 그 자신만만한 마음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첫 번째 장애물이 나타났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발을 들이는 것이냐.”

붉은 머리를 짧게 단발로 자르고, 닿으면 베일 것같이 날카로운 눈매에 마탑의 코트를 입고 있는 한 여자가 크라켄의 앞에 섰다.

“앙? 뭐냐 네년은! 가장 먼저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내 이름은.”

여기 흑마법사들 중 유일하게 저 여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대장은 살짝 긴장해야 할 상대가 벌써부터 나왔다는 사실에 미간을 찌푸렸다.

“트리스 아드리안. 마탑의 총장이다.”

그녀의 목에서 찰랑거리는 목걸이가 햇빛을 만나 유난히 더 빛났다.

“마, 마탑의 총장……!!”

갑작스럽게 등장한, 자신들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물에 흑마법사들은 대장의 눈치를 봤다.

“네년, 여기서 죽이기에는 재능이 아깝구나. 흑마법사가 될 생각이 없느냐?”

트리스의 호박색 눈동자가 방금 입을 연 대장을 겨냥하며 말했다.

“그런 역겨운 힘을 몸에 받아들이면서도 나보다 약한데 굳이 내가 그럴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

“……죽을 때까지 온몸을 독에 절여주겠다.”

트리스가 마나룸의 문을 열자 다른 마법사가 봤다면 감탄할 만큼 깨끗한 마나가 급류처럼 쏟아져 나왔다.

시야가 넓어지며 목이 아플 만큼 꺾어야 겨우 위가 보이는 크라켄도 이를 똑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아무리 네년이 강하다고 하나 이 크라켄은 다르다.”

대장이 손을 들어 올리자 크라켄의 한쪽 다리가 들어 올려졌다.

“쓰레기가 조종하는 쓰레기가 뭐가 그리 대단할까.”

“어디 그 쓰레기의 힘을 체험해 보련?”

대장이 그대로 손을 휘두르자 크라켄의 다리가 없어진 걸로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휘둘러져 왔다.

“하이 프로텍터.”

육각형의 방어 마법들이 서로를 잇고 이어 더욱 단단하게 트리스를 감쌌다.

그와 동시에 코끼리만 한 다리가 방어막을 강타했다.

쿠우우우웅-!!! 쩌적-

단 한 방 맞았을 뿐이지만 벌써 금이 가기 시작한 방어막을 살짝 쳐다본 트리스는 적들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 했다.

크라켄에게서 분비된다는 항마력 소재의 점액이 방어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마법을 때리는 공격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그러니 트리스의 쉴드가 단 한 방으로 깨져 가는 것이다.

“총장님! 돌아오셨군요!”

“하하핫! 나이스 타이밍입니다!”

교수들도 멀리서부터 보이는 크라켄의 위용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아 생겼지만 그걸 넘어서는 트리스를 향한 믿음이 있었다.

“현재 인원 보고하세요.”

“골렘 제조학의 카이엔 교수와 마수 소환학의 디아 교수가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교수들은 여기 전부 모인 상태고요.”

얼음 속성학의 시안이 인원 보고를 마쳤다.

“그렇군요.”

마탑의 교수들.

천재들의 천재이자 그들의 우상이다.

그런 그들을 바로 앞에서 적으로 만났는데 두렵지 않을 인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흑마법사들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들이 바보 같고 멍청해 보였다.

이 크라켄이 보이지 않는가!

심해에서 잡아 올리고 시체화의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본래와 거의 똑같은 힘을 낼 수 있도록 바다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리와 가시들에 새겨 넣은 저주의 문양.

이것에 스치기만 하면 살이 썩고 뼈가 녹아내린다.

“크하하하하!! 모두 죽여주겠다!”

어차피 앞에 모인 교수들은 언젠가 그분의 앞날에 방해가 된다.

지금 쓸어버려서 나쁠 게 없으리라.

특히 저 마탑의 총장!

저 여자의 강함과 성장 가능성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대장의 광소와 함께 해안에서의 싸움은 시작됐다.

* * *

데카드는 딱히 괴수와의 싸움으로 힘을 뺄 생각이 없었다.

카이엔의 안내에 따라 해안과 멀찍이 떨어진 기숙사에서 팀과 함께 남는 방을 잡아 쉬는 걸로 만족했다.

그리고 팀원들은 아까의 대결에 대해서 떠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데카드가 그런 힘을 숨기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소!”

“그때 보여준 힘은 1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파편이었습니다.”

“같은 마법사가 맞긴 한가요? 우리?”

데카드와 렌달의 싸움을 본 같은 팀원들은 눈이 호강하기도 했지만, 감쪽같이 힘을 숨긴 데카드에게 혀를 내둘렀다.

“죄송합니다.”

속인 건 속인 것이니 데카드는 머리를 숙여 미안함의 표시를 했다.

“굳이 우리가 피해 본 것은 없으니 사과까지 할 건 없소.”

“맞아요! 그냥 신기해서 그랬어요, 신기해서.”

데카드가 다시 의자에 앉아서 아까 써버린 마나를 보충하고 있는 사이 해안에서 격렬한 마나의 충돌이 느껴졌다.

‘밀리진 않나 보네.’

교수들은 다행히 크라켄과의 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고 제 할 일을 해주고 있는 듯했다.

[주인님. 쉬시는 데 죄송합니다만, 근처에서 흑마법사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맞아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요!]

‘양동작전인가.’

크라켄이라는 거대한 방패를 내세운 뒤 몇몇 흑마법사들이 기숙사로 들어와 학생들을 인질로 쓰려는 계획이란 게 바로 짐작이 갔다.

‘절대 안 되지.’

이곳에 자신이 떡하고 버티고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어딜 가시려고요?”

“사냥.”

데카드는 기숙사의 창문을 열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짹짹이의 날개가 펼쳐지며 땅까지 안전하게 착지까지 성공했다.

“좋아, 좋아. 흑마법사들은 어디 있어?”

[저 숲속입니다!]

“알았어.”

숲이 있고 저들은 사냥감, 나는 사냥꾼.

자고로 사냥꾼에게는 멋들어진 활이 필요한 법이다.

[열심히 할게요!]

요르가 무기로 변하며 두 마리의 백사가 서로 이어지더니 하나의 장궁으로 변했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활시위를 몇 번 튕기자 부드러운 공명음이 들려왔다.

[아흣……! 마수왕님! 간지러워요!]

“아, 미안.”

데카드는 뻘쭘함을 헛기침 몇 번으로 날려버리고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숲의 나무들을 헤치고 빠르게 기숙사로 접근 중인 총 열 명의 흑마법사 정예.

원래라면 이들이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 말도 안 되지만 머리를 잘 굴린 양동 작전으로 가능해졌다.

아무도 모르게 기숙사를 점령하고 그 안에 있을 학생들을 인질로 삼는다.

그 와중에 딸려오는 부수입은 덤.

행복한 상상에 흑마법사들의 입이 귀에 걸리며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입 벌려! 독화살 들어간다!”

상상 아닌 망상을 깨고 들어온 경쾌하고도 경박해 보이는 말소리에 흑마법사들의 집중이 분산되었다.

“뭐, 뭐냐! 커허헉!”

피유웅-!

초록색 독화살이 흑마법사가 입을 벌린 그대로 꽂아 들어가며 뚫고 뒤로 튀어나왔다.

이것만으로도 치명상인데 독화살은 흑마법사를 점점 녹여갔다.

“…….”

단말마도 남기지 못한 채 성대가 녹아내린 흑마법사는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렸다.

“뭐, 뭐야! 이 새끼는!”

“어떤 독을 쓴 거지?”

그들이 아는 독 중에서 이렇게 맞자마자 사람을 녹여 형태도 갖추지 못하게 하는 독은 생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요르문간드의 독이다!]

화살이 비처럼 위에서 쏟아져 내려 흑마법사들이 벌집이 되는 시간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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