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70화 (70/208)

070 야! 덤벼!

“내 차례네.”

“데카드! 힘내요!”

“힘내십쇼!”

“화이팅하시게!”

열띤 응원을 받으며 데카드는 경기장으로 내려왔다.

눈앞의 렌달은 전에 측정을 했던 용병들에게 설렁설렁했던 것과는 달리 데카드가 나오자마자 그 기세부터가 달라져 있었다.

“예상은 했다만 장난은 아니네.”

이렇게 직접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진한 마나는 그 강함을 대변해 주듯, 쉬울 거라는 생각은 접게 만들었다.

과연 3학년 전투력 톱이라는 학생들의 말은 거짓말도 허명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짹짹이가 렌달의 심상치 않은 마나를 보며 데카드에게 물었다.

‘나도 보여줘야지.’

이제 여기까지 왔으면 약한 척하는 코스프레는 더 이상 필요 없고 유지하기도 힘들어진다.

데카드가 자신과 마수들의 마나룸을 있는 힘껏 전부 개방했다.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듯 회로를 순환하기 시작한 마나를 심장에 감긴 서클이 열심히 펌프질했다.

고오오오오-

데카드의 주변으로 푸른 마나 알갱이들이 휘몰아쳤다.

이건 회로를 순환하면서 빠져나가는 이탈 마나들로 효율을 위해서라면 이런 것도 다 써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동은 완전한 보여주기식 마나 순환이다.

렌달이 먼저 자신의 강함을 노출했으니 자신도 이 정도는 해줘야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저, 저게 가능해?”

“마나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마탑의 학생들은 난생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탈 마나들의 파도에 입을 쩍 벌리며 눈을 떼지 못했다.

허공을 수놓은 마나 알갱이들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처럼 아름다웠고 또 공포스러웠다.

“대단합니다! 용병 맞습니까, 저거?”

“용병으로 썩기엔 아까운 인재군요.”

전용 관객석에서 경기장 안을 보던 교수들도 데카드의 마나 개방에 혀를 내두르며 턱을 길게 빼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그래봤자 과시용에 불과합니다.”

진저백은 조용히 한마디를 내뱉고 팔짱을 끼며 데카드를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마나만 내뿜을 거야?”

“……뭐?”

마나를 위협적으로 뿌려만 댈 뿐 어떠한 마법도 쓰지 않는 렌달을 보며 데카드가 소리쳤다.

“지루하니까 빨리 끝내자.”

“허.”

렌달은 헛웃음 터뜨리며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데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냥 정신이 이상한 놈이었군.”

이따위 정신병자에게 긴장했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한 렌달은 원하는 대로 지금 돌리고 있는 마나를 마법으로 치환했다.

“스팅어 웨이브.”

파도지만 그 끝이 회전하고 회전하면서 뾰족하게 가시처럼 돋아난 한 줄기의 파도가 창처럼 그 끝을 데카드를 향해 겨누었다.

심지어 한 개에서 끝이 아닌 두 개를 넘어 세 개, 네 개, 다섯 개…….

10개의 가시 파도들이 렌달을 보호하듯 일어섰고 그의 남은 한 손에는 또 다른 마법진이 나타났다.

“아이스 해머.”

거인족이 쓸 만큼 커다란 망치를 만들어낸 렌달은 씹어내듯이 거칠게 말했다.

“이걸로 네놈의 머리를 부숴주지.”

대련용 조끼를 입어서 그럴 일은 딱히 없겠지만 저런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는 게 사실이다.

[마수왕님! 제가 나서서 저놈 골통을 부수겠습니다!]

[아니야! 그냥 내가 삼켜버릴래!]

[요르! 가만있어라! 삼키는 건 내 전문이다!]

[…….]

마수들 모두가 뜨끈한 살기를 품으며 렌달을 노려보았기에 그는 갑자기 전신에 오한이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포식자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뭔갈 해줘야겠네.”

거대한 망치와 가시 파도들은 솔직히 학생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자신도 그만큼의 마법을 보여줄 차례다.

“소환!”

사람보다 훨씬 큰 마법진이 한꺼번에 다섯 개가 촤라락 등장하며 경기장 안을 밝게 비췄다.

“니트로 바이슨.”

머어어-!!

5마리의 바이슨이 내뿜는 울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경기장을 넘어 전평장의 천장과 벽을 떨리게 만들었다.

푸르르르-!

바이슨이 콧김을 내뿜자 불꽃으로 변하고 잿불들이 허공에서 춤추다가 사라졌다.

그들이 딛는 곳은 발자국 모양의 불이 붙었으며 작게 타오르는 흑적색의 털들은 멀리 있는 렌달에게도 그 열기가 닿았다.

바이슨은 뒷다리를 바닥에 쓸며 당장에라도 날카로운 두 뿔을 사용할 준비를 끝냈다.

“니, 니트로 바이슨!”

마탑의 현 마수학 교수 디아가 경기장으로 튀어 나갈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바이슨들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정말 자신이 아는 그 니트로 바이슨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했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그 바이슨이 맞았다.

“디아 교수님? 저 소들이 뭔데 그렇게 흥분하세요?”

마수학을 모르는 다른 교수들이 볼 때 저 바이슨들은 그냥 불타는 소에 지나지 않았다.

디아는 그제야 눈을 한 번 깜박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저건 니트로 바이슨이라고 부르는 4서클 마수로 육체적 성능과 공격력은 5서클 마수들과 비등합니다. 소환 난이도가 너무 높아 많은 소환사들이 실패를 하죠. 그런데 그 바이슨을 한 마리도 아닌 다섯 마리…….”디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모습은 마치 옛날에 어딘가로 실종됐다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집행관의 소환을 보는 것 같았다.

“쥐포될 준비는 끝났냐?”

바이슨의 돌진을 고작 파도 따위로 막을 수 없다.

“…….”

렌달은 아까 바이슨이 나올 때부터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침묵을 고수한 채 마나들을 가다듬고 있을 뿐.

“가라! 바이슨!”

머어어어어-!!!

바이슨들이 잿불을 코로 뿜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그들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진동했고 지나간 길은 불꽃이 일어났으며 두 뿔에서는 화염이 치솟았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치고 달려오는 바이슨을 렌달도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양손을 화악 위로 올리자 거대한 얼음 장벽이 솟아났다.

높이보다는 당연히 두께로 승부하는 게 옳았기에 높이는 그냥 2M에서 멈추고 두께를 끝도 없이 늘려갔다.

콰아아앙-!!

바이슨들의 돌진이 얼음벽에 막혔다.

하지만 벽들은 바이슨의 체온을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내려갔기에 이대로 가다간 렌달은 바이슨들에게 밟히고 말 것이다.

“저리 꺼져라.”

렌달의 왼손이 허공을 내려 긋자 아까 만들어 두었던 망치가 바이슨 한 마리를 내려찍었다.

머어어-

그대로 압사당한 바이슨은 역소환됐고 그 사이 나머지 바이슨들이 얼음벽을 뚫어냈다.

“빅 웨이브.”

뻐어어엉-!

막힌 하수구가 뚫리듯 거대한 파도가 갑자기 바이슨들을 덮치고 밀치며 저 멀리까지 던져버렸다.

바이슨들은 이 정도로는 끄떡없다는 것처럼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수고했어!”

더 이상 바이슨들에게 무리하게 할 순 없었기에 데카드는 이제 그만 바이슨들을 마수계로 보내주었다.

“너의 공격은 이제 끝인가?”

“그래 보여?”

야심 차게 내놓았던 바이슨들은 전부 역소환당했고 렌달의 HP바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게 아니면 뭐지?”

데카드가 피식 웃으며 양 손바닥을 렌달이 볼 수 있도록 쫘악 펼쳤다.

그 후에 손바닥을 그대로 바닥에 짚었다.

“땅속성 마법이라도 펼치려는 건가?”

땅속성 마법사들의 국룰 자세이긴 하지만 이 자세는 소환사들도 꽤나 많이 쓴다.

“글쎄?”

데카드는 지금 계산 중이었다.

딱히 특별한 계산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마수들을 소환하면 뒷감당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계산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경기장 안은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흙바닥으로 제조돼 있었다.

층과 층 사이에 간격은 대략 해야 5M 정도, 이 마수를 소환하기엔 적절하다.

“소환!”

데카드의 두 번째 소환이 펼쳐졌다.

그의 소환이 펼쳐지자 렌달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얼음의 창칼들을 뽑아냈다.

그러나 렌달의 긴장이 무색하게 경기장 내부에는 어떠한 마수들도 보이지 않았다.

소환 마법진은 분명 나타났으나 그것을 매개체로 나오는 마수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너는 어디까지 나를 모욕할 셈이야!”

데카드가 아무것도 아닌 허세를 부렸다는 사실과 자신이 그런 저열한 수에 넘어갔다는 것에 렌달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당장에라도 저 면상에다가 얼음 창을 꽂아 넣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아이스 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렌달이 시동어를 말하려는 순간 땅 밑에서 쿠구구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점점 더 빠르게 접근해 왔고 그에 맞춰 소리도 커져 나갔다.

콰아앙-!

갑자기 지면을 뚫고 올라온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두 손.

그것은 렌달의 양 발목을 잡고 땅 아래로 끌어 내렸다.

상황 파악할 틈도 없이 발들이 땅속에 박혀 움직일 수가 없어진 렌달은 안간힘을 써 봐도 벗어날 수 없었다.

쿠구구궁-! 콰앙-!

자신의 할 일을 완벽히 끝마친 렌드 몰은 땅을 뚫고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아주 잘했어.”

랜드 몰은 두더지 형태의 마수로 이렇게 상대를 붙잡고 땅으로 끌고 들어가거나 기습에 특화된 땅 속성 4서클 마수다.

“랜드 몰까지!”

관객석에 있던 디아는 다시 눈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데카드의 마수 소환을 본 자신의 눈을 계속 의심해야 했다.

“누구 대가리가 깨질지는 두고 보자고!”

랜드 몰이 데카드의 손짓에 따라 하늘을 향해 커다란 돌을 던졌다.

그 돌은 곧장 움직일 수 없는 렌달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젠장!”

그냥 맨눈으로도 보이는 공격을 못 피한다는 사실에 렌달은 아까 만들어둔 망치로 야구공을 치듯 돌을 날려버렸다.

까아앙-!

“일단 빠져나가야 해……!”

렌달의 발밑에서부터 강한 급류가 솟아올랐다.

급류는 렌달로 인해 꽉 막힌 땅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그의 발을 마구 밀어냈고 그 결과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좋았어!”

“뭐가 좋아!”

빠져나왔다고 좋아할 시간 따윈 없었다.

랜드 몰이 던져놓은 돌들이 유성우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퍼 웨이브!”

아까 빠져나올 때 사용했던 급류들이 파도가 되며 바위들의 궤도를 빗겨나가게 했다.

데카드와 렌달이 끊임없이 펼치는 공방에 마탑 학생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어느 쪽도 학생 수준이 아니었고 지금 자신이 용병들의 전투력 측정을 보러 온 것인지 마법 대제전을 보러 온 건지 구별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둘 중에 과연 이기는 건 누구일까.

아직 데카드의 HP바는 닳지 않았고 렌달의 HP바만이 93%로 줄어있었다.

“그렇게 돌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의 장대비는 그저 공격 패턴 1에 불과하다.

데카드는 마수 소환사.

공격 방식은 소환사 역량에 따라 무제한이 될 수 있다.

콰앙-!

렌드 몰이 발톱을 살짝 위로 들어 올리자 지면에서 날카로운 바위 파편이 솟아나며 렌달을 찔렀다.

“크흑……!!”

이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는지 렌달은 그대로 피해를 입어야 했고 HP바는 쭉쭉 떨어져 82%가 되었다.

“이 개새끼가…….”

“그런 거에 화내면 나중에 0%로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하려고?”

불꽃과 흙먼지가 튀는 공방은 계속 이어졌고 누구 하나 뒤로 뺄 생각 없이 오직 공격에만 집중했다.

* * *

“다 됐습니다!”

“크크크큭!! 좋았어. 마지아 섬과 마탑은 이제 끝이다.”

흑마법사들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크라켄의 사체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일어섰다.

우워어어어-!!!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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