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59화 (59/208)

059 용병들의 첫인사

“마탑에 용병으로 파견 왔습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아무에게나 가서 통행증을 꺼내며 말을 걸자 직원이 그것을 받아들며 몇 가지 질문을 해왔다.

“두 분 이름이 데카드 아르마다와 엘리스 맞습니까?”

“맞습니다.”

“네.”

인사과 직원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데카드 아르마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직원은 용병 등록을 끝마치는 동안 그 이름을 자신이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기억하지 못했다.

“혹시 총장님은 지금 계시나요?”

온김에 트리스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자신의 목걸이도 받아가야 하고 필립이 말한 트리스의 상태도 마음속에 걸렸다.

“총장님은 지금 마법부로 출장 가셔서 1주일 후에나 돌아오실 거에요.”

“알겠습니다.”

아쉽게도 오늘 트리스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등록은 완료되었습니다. 여기 위저드 베이커리 건너편에 가시면 용병 숙소가 있으니 짐을 풀고 계세요.”

“감사합니다.”

숙소의 키 카드로 보이는 것을 건네주고 간단한 숙소의 위치까지 알려준 직원은 자신의 할 일을 끝내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이제 나가자.”

마탑 재학생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외부 인물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해도 될 만큼 마탑이 그렇게 개방적인 곳은 아니었다.

곧 수업 시간도 끝나가니 지금 딱 나가면 학생들의 시선을 받지 않고 유유히 나갈 수 있으리라.

[1층, 내려갑니다.]

둘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데카드의 예상대로 아직 학생들은 수업실에서 나오지 않아 한산했다.

“그거 내가 준 로브는 아직 가지고 있어?”

“물론이죠.”

엘리스는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벗어놓은 로브를 꺼내 보였고 데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 사람들한테 괜히 그거 눈에 띄면 귀찮아질 거야. 또 신분 증명이니 날조니 어디서 훔쳤니 온갖 화살들이 다 날아올 거란 말이지.”

데카드의 기록이 마탑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괜찮겠지만 정말 남김없이 전부 날아가 버려서 지금 데카드는 마탑의 완벽한 외지인이다.

신분도 고작 용병밖에 안 되는 이가 마탑을 졸업했다는 증표인 로브를 들고 있다는 건 도둑질했다는 얘기와 다름없었다.

“알겠어요.”

마탑의 날씨는 선선해서 엘리스도 굳이 이걸 꺼내 입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밤에 잘 때나 한 번씩 꺼내 보는 것 말고는 로브가 닳을까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1층, 문이 열립니다.]

최하층인 1층까지 도착한 두 명은 아직 아무도 없는 1층을 빠져나와 마탑 주변 대도시로 나왔다.

“이제 위저드 베이커리 건너편에 있는 숙소로 가면 되겠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말 그대로 빵집인데 데카드는 어렴풋이 위치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베이커리를 간 적은 없고 그 옆에 있는 술집을 간 적이 있었지만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똑같으니 데카드는 엘리스와 같이 베이커리로 걸어갔다.

[이곳은 정말 없는 게 없군요.]

데카드가 걷는 대로 주변을 둘러보던 짹짹이는 옷을 파는 가게부터 대장간, 무기 상점, 서점, 마도구 가게 등등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축소시켰다는 말을 많이 하긴 했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이 섬 안에 전부 모아 두었기에 세간에서는 마지아 섬을 세상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렀다.

[우옷! 저기 고깃집도 있습니다!]

[추르릅! 티이라! 군침 돈다!]

[…….]

[그보다 거리가 너무 텅 빈 거 아니에요?]

가게의 불은 전부 꺼져 있고 분명 활발했던 도시 같은데 지금 상황만 보면 유령 도시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렸다.

‘가게의 고객층은 오직 학생들이어서 이렇게 수업 시간 동안은 가게들도 쉬는 거지. 어차피 손님이 없을 테니까.’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이라 할 수 있는데 마탑 주변 가게들의 특징 중 하나다.

‘그래도 곧 순식간에 꽉꽉 들어찰 거야.’

거리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지금이 딱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칠 시간이었다.

띠리링- 띠링-

음악 소리같이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리면서 데카드와 엘리스가 있는 곳까지 작게 그 소리가 들려왔다.

“종소리가 들리네요.”

소리가 들려오는 뒤편을 바라보며 엘리스가 말하던 찰나 마탑의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막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놀라지 마, 쉬는 시간이라 놀러 나온 애들이야.”

마탑의 쉬는 시간은 30분.

나름 긴 시간이라 볼 수 있겠지만, 막상 즐기다 보면 후루룩 가버리는 애매한 시간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빠르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즉석 음식들을 사서 주린 배를 채우거나 카페에 가서 친구들과 떠들고는 한다.

굳이 이런 목적이 없더라도 마탑의 답답한 분위기를 벗어던지기 위해 이렇게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도시로 나오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거의 전교생이 한꺼번에 우르르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은 마치 청어 떼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 같다.

발 빠른 학생들은 애매한 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즐기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뛰면서 달려왔다.

그들의 앞에는 데카드와 엘리스가 있었고 그 학생은 잠깐 의아한 눈빛으로 둘을 쳐다봤다.

“야! 여기로 가자!”

“아! 알았어!”

그러다가 관심이 사라졌는지 학생은 일행들의 곁으로 다시 달려갔다.

“빨리 와!”

“천천히 좀 가!”

유령도시가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와 걷는 소리에 점철되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인간들이 엄청 생겨났어요!]

한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밖으로 빠져나오니 없다가 허공에서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학생들이 바깥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거짓말처럼 방금까지 불 꺼져 있던 가게들도 영업을 시작했다.

“신기하네요.”

엘리스는 이렇게 도시 같은 넓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밀물, 썰물처럼 있다가 사라지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그런가?”

데카드도 옛날에는 저 무리에 어울려서 놀았던 사람이니 딱히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느 도시처럼 가는 길마다 사람이 있고 가게들도 시끌벅적했으며 도시 구경도 조금씩 하다 보니 위저드 베이커리 앞에 도착했다.

“그럼 여기 건너편이라 했으니까 저기겠네.”

도시를 속속히 꿰고 있는 데카드 답게 숙소까지 오는 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문 앞에 있는 센서에 카드를 대자 청명한 소리가 들리면서 센서의 불이 초록색으로 들어왔다.

삑- 철컥-

문도 손쉽게 열렸고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서 본 숙소는 복도가 길게 나 있고 각 용병 팀마다 방을 나눠 놓은 모습이었다.

“이런 건 또 세심하네.”

처음 보는 용병들을 같은 자리에서 자게 했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라는 것은 마탑도 알고 있었다.

키 카드에 적힌 방 번호로 간 두 명은 이번에도 센서에 카드를 대고 방문을 열었다.

“으음…….”

있을 건 다 있는 방이었고 공간을 여유롭게 쓰기 위해 2층 침대를 두었고 식탁이나 의자도 딱 두 명이서 쓸 만했다.

“그, 그럼 여기서 데카드와 자야 하나요?”

“그런 것 같은데?”

용병 팀의 방은 나눠놨어도 남녀는 가르지 않은 듯 2층 침대가 아주 예쁘게 잘 놓여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붉어진 얼굴을 최대한 감추려고 하는 엘리스를 보며 데카드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뭐 더블 사이즈 침대 하나만 있는 것보단 낫잖아?”

데카드와 한 침대를 쓴다는 상상에 엘리스의 얼굴은 밤새 술 파티를 벌인 사람처럼 빨개져 갔다.

“누가 위쪽 쓸래?”

“제가 써도 괜찮을까요?”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살자의 습관인지 엘리스는 높은 곳에 있으면 진정이 잘 되었다.

지금은 얼굴이 너무 빨개서 조금이라도 진정을 하지 않으면 심장이 아파올 것 같았다.

“그래, 그럼.”

데카드야 위나 아래나 상관없기 때문에 나름 푹신해 보이는 아래쪽 침대에 몸을 눕혔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사용해야 할 침대라고 생각하니 벌써 정이 드는 기분이다.

뚜벅- 뚜벅-

바깥의 복도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아마 다른 용병들이 이제 막 도착한 것 같았다.

용병들 중에는 데카드와 엘리스가 가장 먼저 숙소에 도착했는데 출발한 시간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길 찾는 시간은 없었다.

딱- 딱-

방에 있는 창문의 난간으로 푸른색의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부리로 유리를 쪼아댔다.

“뭐야?”

그 모습에 데카드가 창문으로 다가가자 새는 자신의 다리를 내밀었다.

“전서구네.”

저번에 슬레이에서 세이칼을 찾으러 갈 때 결정적인 힘이 되어주었던 새였다.

창문을 열어서 다리에 있는 작은 쪽지를 빼자 전서구는 다시 다른 곳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그게 뭐예요?”

“나도 모르겠는데?”

마탑의 생각은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아서 뭐가 적혀 있을지는 데카드도 몰랐다.

[오후 11시. 숙소 앞에서 집합.]

누가 마탑 아니랄까 봐 정말 자기 할 말만 써놓는 것도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11시면 곧 이네.”

20분 후면 새가 전해 준 집합 시간인 11시였기에 발 뻗고 마음 편히 잘 수도 없었다.

[제가 깨워 드릴 테니 조금이라도 주무시겠습니까?]

‘아니야. 20분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자신이 잠만 자는 고양이도 아니고 고작 20분을 못 버티진 않는다.

[오오! 마수왕님! 많이 늘었다!]

[그러게요? 원래라면 2분이건 20분이건 그냥 잘 수 있을 때 주무시는 분인데?]

[마수왕님은 잠마저 지배하셨군요!]

[…….]

20분 조금 참았다고 이런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인간은 아마 데카드뿐일 것이다.

* * *

집합 시간인 11시 정각.

짝을 지어서 조금씩 무리를 지은 모습을 보니 다양한 마법부 소속 용병들이 모인 것 같았다.

다섯 명처럼 많은 인원이 온 곳도 있었고 데카드와 엘리스처럼 두 명이서 온 곳도 있었다.

이렇게 전부 모인 것을 보니 대충 세어 봐도 50명은 돼 보일 만큼 많았다.

“그럼 전부 모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마탑의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용병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판을 들고 한 명씩 이름을 불러나갔다.

“파이.”

“넵.”

“고우.”

“여기 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데카드와 엘리스의 이름도 불리고 모든 용병이 빠짐없이 도착했다.

“여러분이 모인 이유는 다들 알 거라 믿습니다.”

최근 흑마법사들이 다시 창궐하기 시작하고 그 여파가 학생들이 있는 마탑까지 미칠까 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벽이었다.

각국의 유명한 귀족의 자제들이나 영애들 심지어 어느 나라의 왕자까지 마탑 학생들의 평균 신분은 매우 높았다.

흑마법사들이라면 이런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마탑으로 올 가능성이 충분히 높았다.

섬을 두르고 있는 마법 방어 장벽과 바다를 지키고 있는 각국에서 지원한 전투함들.

이것 말고도 마탑의 방어 시스템은 무척이나 많았지만 언제나 사람은 필요한 법이다.

기계들이 닿지 못하는 세심한 부분은 이곳에 있는 용병들이 대신해 주어야 했다.

“45명의 여러분들을 저희는 다섯 명씩 아홉 팀으로 나눌 겁니다.”

다섯 명 정도가 한 일을 할 때 손발 맞추기가 편하고 리더가 수월하게 나머지 네 명을 통솔할 수 있었다.

“제가 호명하는 사람은 이쪽으로 서 주십쇼.”

다섯 개의 팀을 각각 A팀, B팀, C팀, D팀, E팀으로 나눴다.

그중 데카드와 엘리스가 들어간 팀은 D팀.

두 명이라 찢어지지 않고 같은 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럼 오늘은 팀끼리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내일 아침 여덟 시에 이곳으로 다시 모여 주십쇼.”

첫날은 일이 없는지 남자가 마탑으로 돌아갔다.

남자가 가고 나자 팀 안에서는 어색한 기류가 휑하고 흘렀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