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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58화 (58/208)

058 마탑으로

“다만 조금 많이 비싸다는 게…….”

리온은 여기까지만 입을 열고 뒷말은 흐리며 끝까지 잇지 않았다.

귀족들은 자신의 부에 대한 자신감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깔려 있다.

그렇기에 집이 비싸다고 하면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고 아는 경우가 있어 리온은 데카드의 눈치를 보았다.

“괜찮습니다. 그럼 바로 세 번째 집을 보러 가시죠.”

데카드는 첫 번째 집이랑 두 번째 집은 각각 하자가 있으니 멀쩡하고 자신의 취향과도 얼추 맞는 세 번째 집을 골랐다.

“넵! 알겠습니다.”

리온은 그 집의 열쇠를 챙긴 후 급하게 데카드의 뒤를 따라나섰다.

부동산에서 집까지는 같은 B구역이라 그렇게 멀지 않았고 데카드는 설렁설렁 무표정으로 길을 걸었다.

“……마차는 가지고 오지 않으셨습니까?”

“걷는 게 더 좋아서요.”

서클을 올림으로써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해소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데카드는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보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그, 그렇군요.”

보통 귀족들에 대해서 말할 때 화장실을 가도 마차를 타고 간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할 만큼 마차는 그들의 필수품이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이 귀족의 언행에 리온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집까지 도착했다.

“이곳입니다!”

“호오.”

5층짜리 저택은 주변에 철창을 둘러 나름의 보안에도 신경을 썼고 그러면서 넓은 마당이 확보되었다.

집은 관리를 잘한 듯 겉으로 봐서는 딱히 손댈 곳이 없어 보였고 옛날 귀족들이 살았던 집이라 그런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흘러나왔다.

“들어가 보시죠!”

리온은 가져온 열쇠로 철창의 문을 열었고 그것은 끼익 소리를 내며 길을 열어주었다.

“마당이 넓군요.”

밖에서 볼 때보다 안으로 직접 들어오니까 마당은 더욱 넓어 보였다.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이렇게 마당을 넓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마당이 넓으면 동물을 키우거나 조그마한 건물을 또 하나 짓는다거나 해서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철창을 열었던 열쇠 꾸러미에서 다른 열쇠를 찾은 리온은 저택의 문고리를 잡고 열쇠로 비틀어 잠긴 문을 열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실내는 조금 어두운 감이 들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있어 볼 만했다.

“전 집주인이 살짝 고전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주변 벽이나 천장을 보시면 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벽지는 동화 속의 귀족들이 살았을 법한 투박한 벽지에다가 천장에는 조명을 위해 샹들리에를 걸어 놨다.

요즘 마법의 발전으로 귀족

중에서 샹들리에를 쓰는 집은 구세대라고 놀림을 받기에 다들 마법으로 돌아가는 조명을 사용했다.

“특이하군요.”

마법 조명은 데카드가 마수계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등장했던 물건인데 아직도 이렇게 샹들리에를 사용하고 있던 집이라니.

데카드의 몸도 내부 공사로 뒤집어졌지만, 이 집도 내부 공사가 절실해 보인다.

“이제 위층으로 가 보시죠.”

리온은 데카드에게 2층, 3층, 4층, 5층, 다락방까지 소개해 주었고 집이 좀 구시대적인 것 빼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집이었다.

[저기가 내 방이니 건들지 마라!]

[무슨 소리야! 저긴 내 방이야!]

[티이라! 이쪽 방이 마음에 든다!]

[…….]

벌써 마수들은 원하는 방이 겹쳐서 싸우고 있었다.

“바로 계약하시죠.”

“알겠습니다!”

리온은 땡잡았다는 표정으로 가져온 계약서와 펜을 데카드에게 들이밀었다.

“여기와 여기에 사인을 해주시면 됩니다.”

데카드는 사인을 하면서 리온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잘 아시는 인테리어 업체 있으신가요?”

“어휴! 물론입니다! 제가 아주 좋은 데와 주선해 드리죠!”

데카드에게 업체를 알선해 주면 자신에게도 수수료가 떨어지기에 리온은 더욱더 함박웃음을 지으며 계약서를 얼른 가방 속으로 챙겼다.

“돈은 자동 이체되실 거고 좋은 거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카드와 리온은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헤어졌고 데카드는 아침거리로 데카드와 마수들 것, 엘리스의 몫까지 산 후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으로 들어가자마자 1층 구석 테이블에서 쥐 죽은 듯이 앉아있는 엘리스가 보였다.

“아침 사왔는데 먹을래?”

“네!”

엘리스는 데카드를 보자마자 실 끊어진 인형 같은 모습에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올라가자.”

이곳에서는 마수들에게 토스트를 줄 수가 없다.

데카드의 방으로 엘리스는 따라 들어왔고 마수들이 그와 동시에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아침에는 어딜 갔다 오셨어요?”

엘리스가 토스트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며 물었다.

“그냥 좀 걷다가 집이나 살까 해서 사고 왔어.”

굉장히 개연성 없는 데카드의 말을 엘리스는 이해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토스트를 마저 먹었다.

“근데 마수왕님이 산 집에 저 암컷도 들어오는 거예요?”

요르가 데카드에게로 다가오며 귓속말로 소곤소곤 물어보았다.

“싫어?”

데카드의 물음에 요르는 그래도 아닌 척 표정을 감추려고 했지만 이미 다 드러났다.

“마수왕님이 좋으신 거면 저도 좋아요!”

그러다가 결국 이런 멘트를 날려준 후 침대로 돌아갔다.

“엘리스도 집에서 같이 살래?”

“네, 네?”

갑자기 아침 먹다가 훅 들어오는 동거 제안에 엘리스의 숨이 턱하고 막히며 식도로 들어가던 토스트도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가, 같이 살면…….”

엘리스는 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에 잠깐 빠졌다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야!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같은 여자로서 엘리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아챈 요르가 엘리스에게 왁왁거렸다.

“뭐, 집에 들어갈 때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고민은 천천히 해도 돼.”

리온이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하고 데카드가 의뢰를 넣으면 마탑에 가 있는 사이 집은 입맛대로 조리되어있을 것이다.

“마탑에 가기 전에 준비는 할 게 없나?”

자신이야 멀쩡한 몸과 정신, 마수들만 있으면 되었기에 통과였어도 엘리스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딱히 필요한 거 없어?”

“네, 저는 괜찮아요.”

아직 데카드가 사준 무기들도 멀쩡하고 투척용 단검도 빠짐없이 가득 챙겨 놓은 상태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은 그냥 빈둥거리다가 마탑으로 가자.”

데카드는 잠이라는 숙제를 학교의 우등생처럼 단 한 번도 밀린 적 없이 잘 해결해 왔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침대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간 데카드는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그대로 잠들었다.

“되게 빨리 주무시네요.”

분명 방금까지 실컷 잔 사람치고는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마법보다 잠자기를 더 잘하시는 편이다.”

짹짹이는 조용히 대꾸해 주며 벽에 꽂혀있는 책을 펼쳐 들었다.

* * *

“이제 가는 거냐?”

“슬슬 가야지.”

마탑으로 향하는 텔레포트는 정해진 시간에만 열리기에 이제 통행증을 받아야 했다.

“여기 있다.”

집행부장의 이름으로 데카드와 엘리스는 마탑이 고용한 용병이라는 게 입증되었으며 신분이 확실해졌다.

필립에게서 받은 통행증을 품속에 챙긴 데카드는 적당한 인사를 하며 방을 나왔다.

“그럼 갔다 온다.”

“거기서는 사고 치면 안 된다!”

친구의 걱정 아닌 걱정을 받으며 집행부 건물을 나온 데카드에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엘리스가 보였다.

“벨린다, 오랜만이네?”

그곳에서는 벨린다도 있었는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엘리스를 만난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이제 마탑에 가신다고요?”

“그렇게 됐다.”

마탑에서 용병 생활을 하는 거라면 딱히 외세의 침입이 있지 않은 이상 꿀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왠지 이 선배님은 그런 꿀도 피해 가는 강한 불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벨린다는 조용히 데카드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벨린다!”

집행부 건물 안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벨린다는 퍼뜩 놀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다녀오세요.”

“그래.”

벨린다하고 짧은 인사도 마치자 나름 인간계에서도 많은 인연이 생겼다는 느낌이 불쑥 들었다.

“갈까요?”

“가야지.”

집행부 근처에 있는 기계로 간 데카드와 엘리스는 담당 마법사에게 통행증을 내밀며 목적지를 말했다.

“마탑으로 갑니다.”

마탑이란 단어를 들은 담당 마법사는 그곳에서 코피 흘리게 공부했던 과거가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며 팔을 문질렀다.

“알겠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레버를 당긴 후 목적지 설정을 끝낸 담당 마법사는 둘을 바라보았다.

“재학생은 아니시죠?”

둘의 귀족

같고 젊은 외모와 범상치 않은 차림에 마법사가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아까 통행증 보셨잖아요. 용병이에요, 용병.”

“크흠…… 실례가 많았습니다.”

담당 마법사가 마나를 기계에 흘러 넣음과 동시에 강한 빛과 함께 둘은 루비아에서 사라졌다.

쏴아아- 쏴아-

귀에서 기분 좋게 들려오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에 걸맞게 갈매기도 조금씩 울고 있었다.

데카드는 자신이 몇 년 동안 몸담았던 고향 같은 이곳에 정말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천천히 나기 시작했다.

“마지아 섬.”

마탑은 다른 대륙에 존재하지 않고 그와 멀리 떨어진 섬에 존재한다.

이 섬은 각국의 사람들이 학생으로 오기에 그 어떤 나라의 국토도 아니었고 오직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마탑의 관할이었다.

섬의 크기는 웬만한 대륙의 절반 크기로 마탑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루비아 만큼의 대도시가 몇 개씩이나 지어져 있다.

도시까지 지은 이유는 학생들은 방학과 교외 임무를 제외하면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탑은 학생들이 바깥으로 못 나가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거의 모든 것을 이 섬 안에 담기 위해 무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학생들은 굳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편안한 학교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상쾌하네!”

루비아는 공기 중에 돈 냄새가 퍼져있다면 이곳은 마나의 냄새가 옅하게 배어져 있다.

마나에게는 따로 냄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 마법사의 체감상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용병들이십니까?”

마지아 섬의 텔레포트 기계를 담당하는 마법사가 둘을 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필립이 써준 통행증을 보여주자 담당 마법사는 고개를 주억이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가자.”

“네.”

정식으로 마탑의 용병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려면 마탑 인사과에 가서 이 통행증을 보여주어야 등록이 된다.

보통 용병이면 그곳이 어딘지도 몰라 길을 헤매겠지만 이곳은 데카드에게 있어서 홈그라운드였다.

마지아 섬 전체는 몰라도 마탑 주변 대도시들은 전부 데카드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저기가 마탑이야.”

대도시 사이에서 우뚝 솟아 하늘에 있는 구름까지 뚫어버린 거대한 탑.

엘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꽤나 인상적인 듯 입을 다물지 못했고 데카드도 처음 저 탑을 봤을 때 그녀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지금 시간은 아직 학생들이 수업할 시간이라 대도시가 텅 비었지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만 돼도 도시는 항상 붐볐다.

도시 구경도 살짝 하면서 마탑의 안까지 들어온 데카드와 엘리스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6-4층, 문이 닫힙니다.]

마탑은 총 9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고작 9층으로는 구름을 뚫어버리는 이런 높이의 탑을 절대 만들 수 없다.

마탑은 사실 1층에서 2층까지 2-1층, 2-2층 이런 식으로 작은 층들이 숨겨져 있다.

그러니 세부적인 층을 다 합치면 총 99층인 것이다.

9층은 9서클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차원에서 마탑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마탑을 9층이라고 생각한다.

[6-4층,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인사과에 도착했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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