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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51화 (51/208)

051 저녁 만찬

“그러고 보니 저와 같이 유물을 찾으러 간 나머지 조사원들은 어디 있습니까?”

앞에 하인즈가 있어 데카드는 필립에게 존대를 사용해가며 물었다.

“일단 자네의 상태가 안 좋아 보여 잠깐 우리 집으로 옮긴 것이네. 다른 이들은 개인행동을 하고 있을 거야.”

“그렇군요.”

대문 같이 커다란 문 앞에서 멈춰선 하인즈가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그 안에서는 양옆에 시녀들이 쫙 서 있었다.

필립의 가족과 데카드를 포함한 5명이서 충분히 앉을 만한 테이블 위에는 각종 지역에서 올라온 음식들이 아주 맛있게 요리돼있다.

“그대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필립이 옆에 있는 데카드를 돌아보며 ‘어때? 대단하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굉장합니다.”

장단을 맞춰줘야 하니 데카드는 대충 칭찬을 해준 후 테이블에 앉았다.

“하인즈와, 시녀들은 이제 전부 나가주십쇼.”

“알겠습니다.”

편안한 대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립은 만찬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물렸고 데카드와 필립 둘 만 남게 되었다.

“야, 나 이제 전속 용병 그만두려고.”

데카드가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빵을 스프에 찍어 먹으며 말했다.

“왜? 그냥 일 대충 하면서 월급 받는 괜찮은 직업 아니야?”

확실히 필립의 말대로 집행부의 전속 용병은 몸이 어디 한 군데 크게 다치거나 불구가 되지 않는 이상 쫓겨날 일도 잘 없고 월급도 꾸준했다.

“이런 걸 하기엔 내가 돈이 너무 많아.”

“으음…….”

필립은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데카드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오래 하면 안 될까?”

“내가 미쳤냐?”

자신은 굳이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루비아에 땅 하나 사서 남 부럽지 않은 집 한 채 지은 다음에 필립처럼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서 살 수 있었다.

“나도 너를 딱히 잡아두고 싶진 않거든? 근데 이건 진짜 어쩔 수가 없어.”

데카드가 집행부에 있으면 좋은 점이 무척이나 많았다.

저번만 해도 루비아에 있던 흑마법사를 잡았고 이번 조사에서도 유물을 찾고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생한 친구의 일생을 보면 인간계에 와서까지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게 필립의 심정이었다.

그래도 이건, 진짜 이건 집행부장의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네가 어쩔수가 없다고? 집행부장이?”

데카드는 바게트를 우적우적 씹으며 필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계가 인정한 범죄자를 잡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집행부의 장이 못 막는 일은 데카드가 생각하기엔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아니지?”

필립은 측은한 눈으로 자신의 오랜 친구를 바라보았다.

실종되기 전에도 귀찮아 보이는 일들이란 일들은 전부 데카드에게 들러붙었고.

이렇게 돌아온 이후에도 귀찮은 일들에 휘말리니 참으로 기구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탈리스의 황가에서 너를 부르더라.”

“…….”

입에 있던 빵이 밖으로 떨어지는 것도 모를 만큼 데카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으나 그게 현실로 와 닿자 데카드는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나오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근데 너만 부르는 게 아니라 조사원들 전체를 부르는 거였어. 그러니까 아마 상을 주려고 부르는 걸 거야.”

데카드가 가져온 유물이 딱히 탈리스의 것이 되진 않지만, 그 유물이 탈리스에서 보호되고 있다는 건 다른 국가들 앞에서 황제의 어깨가 올라가는 일이다.

굳이 상을 줄 필요는 없지만, 황제는 이렇게 상을 주면서 마치 자신이 시켜서 한 일인 듯 남들에게 어렴풋이 각인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네가 귀족들 싫어한다는 거 알고 있는데 이번만 참자. 응?”

평민 출신에다가 심지어 고아였던 데카드는 마탑에 있던 귀족

학생들에게 많은 무시를 당해왔다.

그래도 마탑 안에서는 신분의 차이가 없어지기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피해만 없다면 그냥 넘어갔던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도 2학년이 돼서야 가능해진 일이지 1학년 때는 그런 말이 귀에 들린 순간 귀족

공자님들의 얼굴에 쌍코피를 쏟게 만들어주었다.

“이번 건 귀족

사이즈가 아니잖아.”

귀족을 한참 넘어선 황가 사이즈는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인생이 날아가는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말 한마디 실수하고 행동거지 하나 잘못 했다가는 그날 황제의 기분에 따라 용병하나 목 매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법부 소속의 집행관들은 안전하겠지만, 전속 용병의 신분으로는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똑같은 짓이다.

“상 준다는데 눈 한 번만 딱 감고 가서 받아와. 어떤 좋은 걸 줄지 모르잖아?”

“끽해야 훈장 몇 개 달아주겠지, 뭐.”

흑마법사를 잡거나 데카드가 탈리스 안에서 공을 세울 때마다 집행관 시절 데카드는 훈장을 여러 개 받았었다.

“그래도 황가의 부름을 안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빡친다고.”

그 본인이 극지방에 있던 대사막에 있던 황제가 부른다면 이유 불문하고 당사자는 정해진 기일까지 황제 앞으로 가야 했다.

탈리스 안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변함없었다.

“그거 딱 받고 다음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알았어.”

지금 자신이 안 가겠다고 그냥 잠적해버리면 필립에게 황가의 화살이 날아가기에 어쩔 수 없이 얼굴이라도 비춰줘야 했다.

“아부지! 저희 왔어요!”

“어이구! 그래 내 아들, 내 딸!”

문이 열리자마자 한달음에 곁으로 달려오는 아이들을 필립이 끌어올리며 무릎에 앉혔다.

필립이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있는 사이 데카드는 아리안과 인사를 나누었다.

“데카드라고 합니다.”

“아리안이라고 해요.”

아리안은 튀지 않는 갈색 머리카락에 집행부장의 부인치고 그렇게 꾸미지 않은 소소하고 깔끔한 옷을 입고 있었다.

“루터, 셀리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루터예요!”

“셀리예요.”

힘이 넘쳐 보이는 루터와 낯을 가리는 듯한 셀리는 필립의 무릎에서 내려와 다시 아리안 옆에 있는 자리로 가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포크와 숟가락이 식기에 부딪치는 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 없이 조용했다.

간혹 루터나 셀리가 입에 뭔가 묻었거나 하면 아리안이 닦아주는 것 말고는 다른 행동이나 말이 없었다.

“그럼 형은 용병이에요?”

“그렇습니다.”

엄연히 데카드는 평민이고 필립의 아이라면 루터는 귀족이기에 존대를 해야 했다.

루터는 처음 보는 용병이 신기한 듯 데카드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럼 형은 뭘 잘해요?”

“소환을 잘합니다.”

마법사가 아닌 사람에게는 생소한 소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루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환이 뭐예요?”

“루터, 데카드님이 난처하잖니.”

아리안이 계속 질문 공세를 해대는 루터를 말려보았지만 데카드는 상관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잠깐 저 코흘리개에게 주인님의 소환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마수왕님! 이 음식들 포장해가자!]

“소환은 이런 겁니다.”

데카드가 양손을 모으고 마나를 집중시키자 그 안에서 환한 빛이 새어나오더니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찌르르-

위로 덮은 손이 열렸을 때 그 안에서는 에어 스왈로우가 찌르르 울며 앉아있었다.

“와아! 새다!”

“오빠는 마술사예요?”

“마술이라기보단 마법이죠.”

데카드의 손 위를 조금씩 걸어 다니며 스왈로우는 아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저도 만져봐도 돼요?”

“물론입니다.”

스왈로우가 데카드의 의지에 따라 루터의 손으로 가뿐하게 날아갔다.

“아빠는 이런 거 못하던데 신기해요!”

“쿨럭! 쿨럭!”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한 필립은 사레가 들렸는지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필립은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정말 못하는 것은 맞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아이들은 밥 먹는 것도 앉은 채 스왈로우와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필립은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셨습니다.”

“내게는 과분할 정도로 말이야.”

데카드는 그 말을 끝으로 수저를 내려놓았고 필립이 눈치 좋게 그를 보며 말했다.

“다 먹었으면 먼저 일어나도 좋네.”

“감사합니다.”

데카드는 필립에게 한 번 아리안에게 한 번 고개를 숙인 후 만찬장을 빠져나왔다.

배는 불렀지만, 내일 아침부터 황가로 갈 생각을 하니 먹었던 게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 황가라는 곳을 어지간히 싫어하시나 봅니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 뭐랄까, 그냥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집행관으로 살면서 황가와의 교류가 없던 건 아니지만, 딱히 좋은 기억은 없었다.

필립이 내어준 데카드의 방에 도착하자 마수들이 밖으로 나오며 몸을 풀었다.

“그럼 오늘은 일찍 주무실 건가요?”

“밥도 먹었고 이제 슬슬 졸리네.”

자기들 멋대로 불러놓고 늦으면 화를 내는 황가에 가야 하니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했다.

킹사이즈 침대에 눕자 그 푹신함 때문에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안녕히 주무세요!”

“커어어…….”

요르가 밤 인사를 할 때 데카드는 이미 잠들어 있는 후였다.

* * *

“이거 들고 가면 경비병들이 앞을 비켜줄 거야.”

황가의 부름이 담긴 문서를 편지 봉투에 담아 데카드에게 준 필립은 걱정된다는 듯 눈앞에 있는 또라이를 보았다.

“네가 집행관이었을 때보다 지켜야 할 선이란 게 많이 낮아졌으니까 조심해.”

“내가 누군데 그런 거 하나 못 지키겠냐?”

“너니까 그러는 거야, 너니까.”

데카드는 필립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듣고 봉투를 품속에 넣었다.

“너는 유물이나 잘 전달해줘.”

필립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위에 있는 주머니를 보았다.

“집행부에서 나머지 조사원들이랑 모여서 가면 돼.”

“알았어.”

정원을 넘어 밖으로 향하는 데카드의 뒷모습을 창문으로 보던 필립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멀어?”

20분 정도를 걸어서 집행부에 도착한 데카드는 미리 모여있는 엘리스와 벨린다, 헤칸과 만났다.

“데카드! 몸은 괜찮아요?”

밤새 걱정을 한 듯 엘리스의 눈 밑으로 연한 다크 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완전 회복했어!”

마나도 전부 다 찼고 몸의 쌓인 피로도 싹 풀려 있었다.

“다행이네요 헤헷.”

“그럼 이제 황궁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가의 부름서는 선배님이 가지고 계시죠?”

“당연하지.”

데카드가 품속에 있는 문서를 살짝 보여주자 벨린다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황가로 가보자.”

황가는 루비아의 구역들 중 A 구역에 위치해있다.

그 구역 자체가 황가의 영역이며 황궁이라 부르는 것으로 슬레이에서 봤던 바이퍼 보스의 집보다 컸으면 컸지 절대 좁지는 않을 것이다.

암살자를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길을 더 꼬아서 짓고 복도를 미로처럼 설계해 놓았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다.

황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도 가끔 길을 잃는다고 하니 아마도 그 소문은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여기네.”

이곳부터는 아예 다른 곳임을 암시하듯 곳곳마다 두꺼운 갑옷과 창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서 있었다.

성벽 앞에 있는 성문에도 똑같이 기사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일행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용무를 밝혀주십쇼.”

“황가의 부름으로 왔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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