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47화 (47/208)

047 발견한 유물

‘레오!’

[…….]

데카드는 레오가 가지고 있는 빛의 마나를 순식간에 뽑아내 오른손에 집중시켰다.

스릉-

검의 그림자가 닿았던 타일이 열리면서 창이 솟구쳐 나오자 벨린다는 황급히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유리를 가려버리고 말았고.

그것을 본 벨린다는 당황해 다리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런 벨린다를 향해 창이 바닥에서 솟구치려고 할 때.

“라이트.”

맨눈으로는 도저히 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크기에 광구가 벨린다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횃불이 내는 빛조차 전부 지워버리고 그림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고루고루 빛이 퍼져나갔다.

벨린다를 찌르려는 창은 빛을 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데카드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벨린다는 아마 온몸이 창에 꿰뚫려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일단 건너와.”

하늘에 떠 있는 광구 덕분에 벨린다는 굉장히 편하게 걸어올 수 있었지만, 고개는 들지 못했다.

“죄, 죄송해요.”

벨린다가 오자마자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며 데카드에게 사과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금 전의 라이트가 내뿜는 마나를 가까이 있을 흑마법사가 감지라도 했다면 기습이고 뭐고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벨린다는 데카드를 비롯한 여기 있는 모두에게 사과했다.

혹시 지금 자신의 행동 때문에 유물 조사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살았으면 된 거지, 지금은 움직여야 해.”

기습이 설령 막혔더라도 여기서 죽치고 고민할 필요도, 시간도 없었다.

“너무 마음쓰지 말고 따라와.”

데카드는 여전히 침울해 있는 벨린다의 머리를 한 번 거칠게 쓰다듬어 주었다.

“네, 네.”

죄송함보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훨씬 커지면서 조금 붉어진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빨개지고 있었다.

“다시 가자.”

또 나온 기다란 복도를 데카드가 먼저 들어갔고 그 뒤를 헤칸이 따라갔다.

“부러워요, 벨린다님.”

“응?”

벨린다가 아까의 쓰다듬으로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엘리스가 한마디를 툭 던지고 자신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첫 번째, 두 번째 복도보다 지금 걷고 있는 세 번째 복도는 유난히 긴 느낌이었다.

흑마법사가 들을까 발소리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하며 복도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학!! 사, 살려주십쇼! 살려만 주신다면 앞으로 이 목숨을 바쳐서……!!”

“너의 쓸모는 여기까지다.”

푸확-!!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걸 보며 비웃는 소리 또한 같이 들려왔다.

“하는 말이나 분위기를 보면 아직 우릴 못 알아챈 것 같은데.”

만약 데카드가 흑마법사들이었다면 지금 일행의 존재를 눈치채자마자 복도에 온갖 함정을 설치해 놓았으리라.

잠시 저들이 떠나길 기다린 후 어두운 복도를 지나 아까 흑마법사들이 있었던 곳까지 도착했다.

일행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조금 전 만들어진 듯한 피웅덩이였다.

거기서 조금 더 시야를 넓히자 다음 진로를 막고 있는 문과 괴상한 형태를 한 조각상이 보였다.

조각상은 인간의 몸통에 새의 날개를 가졌고 얼굴에 또한 새의 부리가 달린, 처음 보는 존재의 형태를 가졌다.

“문은 저기뿐인 것 같습니다.”

사방 벽면을 둘러보아도 다음으로 지나갈 수 있는 문은 저곳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지나가기 위해 일행이 조각상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손에든 창을 바닥에 쿵 찧더니 부리의 입을 열며 말했다.

[이곳을 지나갈 자 영혼의 격을 보이거나 제물을 바쳐라.]

“제물?”

주변에 있는 선혈들을 보면 그 제물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영혼의 격이란 건 무슨 뜻일까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조각상은 그 영혼의 격이라는 또 다른 대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영혼의 격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품격과 질,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높다면 무사히 통과하게 해주지.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조각상은 말을 끊고 손에 있는 창을 움켜쥐며 뒷말을이었다.

[전부 몰살이다.]

“흐음…….”

제물은 산 사람 하나를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할 가치도 없이 탈락이다.

그렇다면 영혼의 격이라는 것과 그냥 싸워서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지나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설령 나와 싸워서 이긴다고 해도 날 부수면 이 유적이 통째로 무너질 것이다.

“쳇.”

눈치도 빠른 조각상이 순식간에 데카드가 하는 생각을 읽고 막아버렸다.

[주인님, 영혼의 격을 받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왜?’

[직감이지만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짹짹이의 직감은 항상 믿을만했다.

마수게에서도 그 직감 덕분에 목숨을 구한 일이 몇 번 있었고 짹짹이의 말을 받아들여 데카드는 결정을 끝냈다.

“영혼의 격이란 걸 해보는 게 난 좋을 것 같아.”

“방법이 이것뿐이라지만 너무 애매한 것 같아요.”

영혼의 격이라는 단어조차 생전 처음 듣는 단어였고 조각상의 통과 기준이 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한 명을 제물로 바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데카드는 거칠 것 없이 조각상의 앞으로가 소리쳤다.

“영혼의 격을 보이겠다.”

[좋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라지.]

조각상의 눈이 전보다 더 밝아지며 데카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 이럴 수가…….]

조각상은 순간 창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는 것도 잊어 거대한 창을 바닥에 콰앙하고 떨어뜨렸다.

“무, 무슨 일입니까?”

“낸들 아냐?”

[호오…….]

조각상이 지 혼자 놀라고 지 혼자 감탄하는 이 희귀한 광경은 지금 한 번으로 족했다.

영혼의 격이라는 게 전부 끝이 난 듯 조각상의 안광이 한층 연해지고 속이 다 까발려지는 더러운 기분 또한 잠잠해졌다.

그러면서 선 채로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던 조각상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저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한 차원의 왕이시여.]

차원이라면 마수게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 조각상이 그걸 어떻게?

[드디어! 눈깔이 좀 트인 놈을 만났습니다!]

[마수왕님을 알아보다니! 이 조각상 제법 똑똑한데요?]

[마수왕님! 얘 키우자!]

[…….]

짹짹이의 조언대로 하긴 했지만 일이 무언가 요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이 알 수 없는 조각상의 말을 파악하고 있을 때 데카드는 다른 질문을 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영혼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 말이죠.]

‘나의 과거를 보는 와중에 내가 마수왕이라는 걸 알아냈단 말인가.’

조각상은 고개를 드는 것조차 죄라는 듯 절대 데카드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을 더욱더 숙였다.

[모든 마법의 금수들 위에 군림하는 왕이시여. 당신에게 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창이 바닥을 쿵 찧자 조각상이 지키던 문 말고 다른 문이 튀어나왔다.

[이 문으로 향하시면 원하는 것이 곧바로 나올 것입니다.]

“오오! 좋았어! 얘들아 가자!”

지름길이라는 말에 데카드는 기뻐하며 뒤에 있는 일행에게 손짓했고 그 발걸음도 가볍게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마법의 금수들 위에 군림하는 자……?”

벨린다가 조각상이 한 말을 중얼거리고 그 뜻을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질 않았지만, 지금은 그걸 고민할 때가 아니다.

“어서 가요!”

벨린다와 헤칸, 엘리스는 데카드가 들어간 통로로 지체없이 들어갔고 통로의 문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워우, 여긴 왜 이렇게 어두워.”

처음 헤칸이 꺼냈던 광구가 다시 발광하며 앞길을 밝혀주었다.

“순조로워.”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유물에 데카드의 입꼬리는 올라간 채로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그보다 데카드.”

“응?”

엘리스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할 말이 생긴 듯 데카드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번에 제가 들은 이야기와 조각상이 한 말들이 관련이 있나요?”

필립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할 때 당연히 마수계에서 있었던 일도 설명해야 했는데 그 자리에는 엘리스도 있었다.

“그렇지.”

어찌보면 그 이야기가 조각상이 한 말을 길게 풀어놓은 것이기에 결국은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헤칸과 벨린다는 궁금했지만 데카드가 따로 말하지 않으니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여기서 흑마법사 보다 더 앞서 가야 해.”

안 그래도 함정의 파훼법을 알고 있는 놈들에게 거리까지 벌려지고 만다면 유물을 눈앞에서 놓칠 수 있었다.

“저기 빛이 보입니다.”

“드디어 밖인가 보네.”

어둡고 오랫동안 환기가 안 된 통로에만 있었더니 숨도 먼지 때문에 잘 안 쉬어지고 머리가 아파오던 참이었다.

새하얗다기보단 무언가 누런빛이 불규칙적으로 비치는 바깥으로 나가자 그 빛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있다.

“히익! 이게 다 뭡니까?”

“뭐긴 뭐야, 황금이지.”

누런빛의 정체는 횃불들이 내고 있던 빛을 금괴들과 금화, 조각상, 여러 장신구들이 반사한 것들이었다.

“건들지 말고 목적만 생각하자.”

백금화가 없었더라면 앞장서서 아공간 주머니 안에 보물을 털어 넣었을 데카드지만 충분한 지갑 사정이 이성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욕심으로 눈이 돌아가 양손 가득 보물을 쥐었을지 모르나 일행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단련된 정예들이다.

“많긴 정말 많네요.”

“그러게.”

탈리스 공작가의 모든 재산을 금화로 바꾸면 이 정도가 나올까?

아마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곳은 황금의 파도가 물결치는 곳이었다.

“저기 있다.”

다른 황금들이 바닥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는 반면에 일행이 찾고 있던 그 물건은 신을 추앙하는 것처럼 높은 단상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특수 아공간 주머니 가져왔지?”

“물론입니다.”

유물같이 위험하고 어떤 자극이 있을지 모르는 물건을 담기 위해 보통 아공간 주머니보다 내구성과 저항력이 월등히 뛰어난 주머니다.

“줘봐.”

“여깄습니다.”

특수 주머니를 받고 유물이 올려진 단상의 계단을 전부 올라가자 큐브 모양에 유물이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제야 집에 가겠네.”

이 먼지 구덩이 산맥은 이제 안녕이다.

유물은 별다른 저항 없이 데카드에게 턱하고 잡혀 주머니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주머니의 입구까지 봉인하자 이제 유물 조사 임무 성공이다.

“돌아가자!”

데카드가 이제 단상에서 내려와 주머니를 품에 넣은 순간 어두운 복도에서 뚜벅뚜벅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숨어.”

데카드가 조용히 내지른 한 마디에 일행은 전부 적당한 조각상 뒤로 몸을 숨기고 마나룸과 회로를 닫았다.

“황금! 황금이다!”

“내가 다 가질 거야! 크크큭!”

복도를 나온 흑마법사들 중 몇몇은 황금에 눈과 마음이 빼앗겨 그대로 보물과 재화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한심한 놈들.”

대장이라 불린 흑마법사는 그런 것에 일절 관심 없다는 듯 길을 따라 단상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보았다.

있어야 할 물건이 사라진 채로 덩그러니 놓인 단상을.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