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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35화 (35/208)

035 우물 안 개구리

집행관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지만, 이 용병의 노려보는 눈빛은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크하하!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화를 내기는커녕 집행관은 오히려 좋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고 데카드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야말로 책임질 수 있겠어?”

호랑이가 이빨과 발톱이 빠졌다고 고작 여우에게 도망가야겠는가.

이제 막 귀족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난 멋 모른 여우는 씨익 웃으며 데카드의 어깨를 툭툭 쳤다.

“따라나와.”

집행관이라는 놈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슬레이의 흔하디흔한 깡패와 다름 없다.

[마수왕님! 저런 것도 살려두실 생각이신가요?]

[기회만 주시면 제가 불태워 죽이겠습니다!]

[티이라! 잘근잘근 씹고 싶다! 저 녀석!]

[…….]

[무리하지 마십쇼, 주인님. 이전보다 거대한 힘을 얻었다고는 하나, 상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수들의 바람처럼 저 집행관은 실내 업무만 가능할 정도로 죽여놓을거지만 짹짹이의 말도 확실히 맞는 말이다.

아무리 뺀질거리고 품행이 망나니 같아도 가지고 있는 힘은 집행관급.

최소 5서클은 돼 보이는 상대 같은데 아직 3서클에 불과한 데카드가 여유롭게 싸울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가보자고.’

그렇다 해도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일이다.

저 철 없는 집행관으로 본보기를 보여야 앞으로 귀찮은 일이 덜 생긴다.

우드 몽키들을 역소환하고 집행관이 간 곳을 향했다.

그곳은 바로 3층 수련장.

집행관들이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 들리는 곳으로 강한 마법에도 버틸 수 있도록 벽이 항마력 소재로 되어있어 대결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싹싹 빈다면 내가 용서해줄 수도 있는데.”

집행관은 아직도 자신이 엄청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표정에서 자신감을 넘어선 확신이 묻어나왔다.

“사지 한 군데는 부러질 각오 해라.”

집행관의 머릿속에는 데카드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서클의 차이가 있기에 방어 마법을 펼치면 자신이 당할리가 없다는 계산이 끝났다.

물론 데카드의 계산은 달랐다.

‘이번에 새로 얻은 힘을 시험해봐야겠어.’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전투력 측정기가 지금 눈앞에 떡하니 있었다.

유물을 찾으러 가기 전에 한 번 실험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 됐다.

데카드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마나룸을 열었다.

고오오-

자신의 것뿐만이 아닌 안에 있는 마수들의 것까지 전부 개방하자 엄청난 량의 마나가 데카드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무, 무슨 마나가……!!”

아까 우드 몽키를 다룰 때부터 용병 중에 드문 마법사인 것은 알았으나 어디서 운 좋게 서클하나 만든 초짜 마법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마나는 뭐란 말인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거인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건 환각이다! 내가 미처 모르는 새에 나한테 환각을 건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집행관인 자신이 고작 저딴 용병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과 마법사 부대를 앞에 두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저 마나.

“네 이놈! 감히 집행관에게 환각제를 사용하다니!”

“음?”

어이가 없다는 것보단 황당함에 내뿜고 있던 마나도 조금 잠잠해졌다.

“집행관을 향한 공격은 중죄! 즉결처형이다!”

집행관이 말을 끝으로 자신의 마나룸을 열었다.

“나쁘진 않네.”

적이 아닌 집행관 선배로서 말하자면 신입인걸 감안했을 때 괜찮은 수준의 마나였다.

[마수왕님 박살내버립시쇼!]

마수들의 응원이 머리를 웅웅 울리고 그들의 마나도 덩달아 힘이 넘쳐서 데카드에게 들어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든 너의 과거를 참회해라!”

“어우…….”

저런 말 하면 쪽팔리지도 않나?

방금 그 말로 자신의 속을 메스껍게 해 대결에 영향을 주려 했다면 대성공이다.

“파이어 핸드!”

집행관이 손을 들어 올리자 불들이 응축돼 손에 모양을 갖춰갔다.

“호오.”

정말 데카드를 죽일 생각으로 마법을 펼쳤다는 게 느껴지는 고열과 함께 집행관이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내보였다.

“재로 변해라!”

화르르-!

파이어 핸드가 그대로 데카드를 찍어누를 듯 아래로 빠르게 내려왔다.

“소환.”

귀여워서 깨물어 죽이고 싶은 후배가 마법으로 재롱을 부린다 해도 곧이곧대로 맞아줄 생각은 없다.

데카드의 발아래로 소환 마법진이 펼쳐졌고 3서클의 웨이브 돌핀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가각-!

돌핀은 나오자마자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과 데카드의 주위에 그대로 물보라를 펼쳐 파이어 핸드를 막아냈다.

치이이-

파이어 핸드가 물보라의 닿자마자 그대로 기화하며 수련장이 연기로 들어찼다.

“용병 따위가 내 공격을 막다니!”

집행관은 용병 따위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서 놀란 게 아닌 그저 괘씸한 듯 더욱 눈에 불을 켰다.

“화염 폭…!”

이번에도 불마법으로 공격을 이어나가려던 집행관이 연기를 뚫고 날아오는 물의 창을 보고 급하게 마법을 취소했다.

“크흑…!!”

물의 창은 다행히 몸을 움직여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지만, 마법이 시전 도중 강제로 끊겨버려 그 후폭풍이 찾아왔다.

스스스-

연기가 걷히자 아까 전 물의 창을 쓴 돌핀이 여유롭게 데카드의 주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타이밍이 괜찮았나 보네?”

데카드도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실하지 않아 그저 마나의 변동만으로 집행관이 규모 있는 마법을 준비 중이란 걸 알고 날린 창이었다.

무릎을 손으로 집고 순식간에 지친 모습이 역력한 집행관을 보니 체력 훈련도 빼먹고 다니는 모양이다.

“아직 본 실력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곤란하지. 시간 줄 테니까 일어서봐.”

“천한 용병 따위가….!!”

집행관은 후폭풍으로 찾아온 고통을 뿌리치고 마나 회로를 진정시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느리다니까.”

피융-!

또다시 돌핀이 쏘아낸 물의 창이 집행관이 마법을 쓰려던 타이밍을 귀신같이 알고 공격해왔다.

“베리어!”

집행관이 이번에는 마법을 끊는 대신 아예 다른 마법으로 시전 도중 바꿔 후폭풍과 물의 창을 막아냈다.

터어엉-!

“오올,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는 새끼네.”

예의범절은 못 배웠어도 마법에 관한 건 착실히 배운 듯하다.

“캐스팅 속도가 어떻게 나보다 빠른 거지….?”

집행관은 베리어를 치우고 도저히 답이 안 떠오르는 문제를 중얼거렸다.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야?”

돌핀이 이번에는 물의 창과 함께 화살을 섞어 쏘며 선공을 가져갔다.

“헤이스트!”

집행관은 버프마법으로 신체 능력을 높여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이 공격할 차례라는 생각에 마나를 뽑아낸 순간 팔에서 핏물이 튀었다.

피싯-!

“피, 피가…!”

팔에 상처 조금 났다고 저렇게 동요하는 걸 보면 집행관으로 오기 전까지는 어려운 일 한 번 안 해본 도련님이라는 게 티가 났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헤이스트를 이용해서 공격을 피할 거란 건 데카드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일부러 창에다 화살까지 섞어가며 공격을 해 아까 창으로 적셔놓은 바닥까지 유인했다.

집행관이 안심하고 마법을 준비하려는 때 젖은 바닥에 있던 물이 한줄기의 칼날이 되어 공격한 것이다.

“너 죽겠다.”

“뭐라고….?”

시험해보려던 힘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마수 한 마리로 요리가 될 정도면 집행관은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조금은 기대했는데.”

흑마법사 소탕은 고사하고 몬스터 소탕도 안 나가본 신입이라 경험적인 면이 너무 부족했다.

데카드는 돌핀을 역소환시키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뒤돌았다.

“어, 어딜 가는 거냐!”

“수준을 알았으면 가만히 있어라, 나대지 말고.”

[역시 마수왕님! 저딴 인간은 상대가 안 되는군요!]

[이 고오른은 믿고 있었습니다!]

[마수왕님! 멋있다!]

[…….]

[뒤에서 흉계를 꾸미지는 않을까요?]

다른 마수들이 축포를 터뜨릴 때 짹짹이는 현실적인 의문을 말했다.

“꾸미라지.”

어차피 전속 용병은 잠깐만 할 생각이었다.

“유물 조사일만 끝나면 전속 용병은 관둘 거야.”

이런 잡일로 푼돈 벌어가면서 살기에는 돈이 너무 많았다.

집행관을 뒤로하고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가자 다른 용병들이 멀쩡한 데카드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신입! 방금 젊은 집행관님이랑 수련장에 가지 않았어?”

“갔는데요.”

별생각 없는 집행관 때문에 이제 오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청소를 끝내고 꿀 좀 빨다가 순찰하러 가야 하는데 이 용병들은 자신을 잡고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멀쩡한 건가! 그 사람이랑 갔다 오면 거의 반 시체가 돼서 나오는데!”

흑마법사도 아닌 같은 용병들에게 이런 악명이 있다는 것에 선배 집행관으로서 한숨이 나왔다.

“전 괜찮으니까 이제 비켜주세요.”

땀 냄새를 풀풀 풍기는 용병들을 밀치고 나온 데카드는 다시 우드 몽키들을 소환해 청소를 시켰다.

용병들뿐만이 아닌 집행관들도 힐끗 데카드를 쳐다보는 걸 보니 예상외로 너무 멀쩡해서 놀란 모양이다.

그래도 집행관들은 별다른 말을 걸지 않으며 넘어갔고 데카드는 순조롭게 오전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아우, 배고파!”

맡은 직급이나 역할은 달라도 이 건물 안에 있는 모두가 좋아하는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다행스럽게도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업무를 마쳐 평화롭게 점심 메뉴를 고를 수가 있게 됐다.

“구내식당도 나쁘진 않지만…….”

건물에 있는 직원들에게 공짜로 밥을 주는 집행부 구내식당은 맛이 좋았지만, 돈이라면 썩어 넘쳐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엘리스도 안 보이네.”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까 싶어 구내식당이 있는 층이나 건물을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인간계의 음식이라니! 기대되네요!]

[티이라! 고기 먹고 싶다!]

[으음! 역시 고기지!]

[…….]

건물을 나와 적당한 음식점을 둘러보던 데카드는 마수들의 물밑 듯 들어오는 고기 요청에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갔던 곳과 비슷하군요.]

짹짹이는 이미 고깃집에 가본 적 있어 익숙한 냄새의 주변을 보았고 다른 마수들은 할 말을 잃으며 지금 이 감각들에 집중했다.

‘나와봐 얘들아.’

데카드의 허락이 떨어지자 안에 있던 마수들과 짹짹이가 인간형으로 변해 나타났다.

“몇 명이서 오셨어요?”

점원이 달려오며 묻자 데카드는 침을 닦고 있는 마수들을 바라보았다.

“6명이요.”

“여기로 앉아주세요!”

점원의 안내대로 테이블에 앉자 데카드는 메뉴판을 펼치며 이 굶주린 마수들의 배를 채워줄 고기를 찾았다.

“마수왕님! 냄새 너무 좋다!”

평소 육식을 즐겨하는 티이라의 코에는 지금 들어오는 냄새들이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시켜줄테니까.”

띵동-

벨을 누르자 아까 자리를 안내했던 직원이 가까이 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여기 고기들 종류별로 5인분씩 주세요.”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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