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22화 (22/208)

022 방해꾼 처리

데카드는 최대한 사냥꾼을 광장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기 위해 옥상 위를 뛰어다녔고 사냥꾼은 점점 좁혀져 가는 목표물에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거기서라 엘프년!”

이제 목소리까지 확실하게 귀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사냥꾼은 저기 옥상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검은 인형이 엘프라고 확신했다.

“아까 그 마수와 냄새가 똑같다.”

잡히면 썩은 쥐 보스에게 데려가기 전에 살가죽을 벗겨놓겠다고 다짐한 사냥꾼은 소매에서 암기를 꺼냈다.

슈욱-!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옥상을 뛰어넘는 데카드에게 암기가 정확하게 날아들던 그 순간 깃털 코트가 자신 스스로 움직이더니 암기를 잡아내었다.

“자, 잘못 본 건가?”

[이쯤이면 되겠습니다.]

“좋아.”

이제 충분히 광장에서 멀어졌고 사냥꾼과 싸울 체력도 안배를 해야 하니 데카드는 이쯤에서 유인을 멈췄다.

“드디어 포기한 건가.”

사냥꾼은 비교적 낮은 2층 옥상을 빠르게 기어 올라왔고 자신의 애검을 손에 들며 드디어 데카드를 눈에 담았다.

“……너는 그 엘프년이 아니었군. 동료인가?”

“딱 보면 모르냐?”

사냥꾼은 힘들게 표적을 쫓아왔는데 만약 데카드를 잡는다 해도 현상금이 걸린 게 없어 돈을 받을 수 없으니 말 그대로 개고생만 했다.

[피냄새가 역하군요.]

짹짹이는 검과 사냥꾼에게서 나는 짙은 피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살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마나룸이 개방되고 전신에 마나가 감돌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는 히든카드니까 지금은 그렇게 숨어있어.’

짹짹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튀어나와 사냥꾼에게 필살의 일격을 먹일 것이고 지금은 데카드가 저 또라이와 놀아주어야 했다.

스릉-

데카드는 무기로 티이라의 송곳니 쌍단검을 꺼내 들었다.

받은 후에 관리를 전혀 안 했음에도 그 날카로움은 변함이 없었고 구릿빛 색깔은 햇빛을 부드럽게 반사해냈다.

“꽤나 좋아 보이는 단검이군. 전리품으로 쏠쏠하겠어.”

사냥꾼이 이쪽의 장비를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 때 그건 데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우, 마공학 권총? 좋은 거 들고 다니네.”

데카드가 인간계에 있던 10년 전만 해도 마공학 권총이 발명되긴 했었지만, 초기 모델이라 기본 마법보다도 약하고 사용법도 어려워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저 권총을 보아하니 외관도 업그레이드되고 스왈로우를 단박에 역소환 시킨 걸 생각해 봤을 때 데미지도 준수해 보였다.

“그 권총, 내가 가져야겠다.”

“크큭. 말도 안 되는 소리.”

좁은 옥상 위에서 둘은 자세를 잡고 서로에게 달려들 준비를 마쳤다.

후욱-!

먼저 움직인 건 사냥꾼이었다.

역시 지금까지 보여준 움직임대로 일반인이라면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에 검격이 데카드의 목을 노렸다.

[왼쪽 방향 사선 베기.]

짹짹이의 말대로 사냥꾼의 검이 날아들었다.

근접전에 취약한 마법사도 이렇게 누군가가 공격방향을 전부 알려준다면 쉽게 싸움을 이어나갈 수가 있게된다.

쩌엉-

사냥꾼의 검이 중간에서 단검에 의해 막혀버렸다.

“마법사 따위가 내 검을 막다니…… 정체가 뭐냐.”

단검과 장검 하나를 거리로 둘의 눈이 절대 서로를 피하지 않고 노려보았다.

데카드는 곧바로 거리를 벌리기 위해 앞차기로 사냥꾼의 복부를 차서 밀어버렸고 그대로 소환마법을 펼쳤다.

“소환!”

지금까지는 견제를 위한 1서클 마수들이었지만 직접적인 전투라면 그보다 상위 등급인 2서클 마수가 필요했다.

끽끽끽-!

어두운 동굴에서 살아가는 나이트 벳 4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오며 데카드의 주위를 날아다녔다.

“아직도 나한테 마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지 못했단 말이냐!”

사냥꾼은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데카드를 조준하고 그대로 쏴버렸지만, 이 역시 코트가 알아서 움직이며 데카드의 전방을 막아내었다.

“총알 좀 아껴놔라. 나중에 내가 써야 되는데 총알 없어서 못 쓰는 건 좀 그렇잖아.”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사냥꾼은 권총을 빠르게 집어넣고 다시 자신에게 유리한 근접전으로 페이스를 가져가기 위해 달려들었다.

좁은 옥상은 그런 것에 효율적이었고 언뜻 보면 옥상이 데카드에게 불리한 싸움 장소 같아 보였다.

“근접전이라고 네가 유리할 것 같냐?”

데카드는 무기로 싸우는 것에 있어서 마수 소환만큼의 절대자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검술 만을 평생 파온 사냥꾼에게 맹공을 당할 수는 있어도 절대 공격을 허용하진 않았다.

[오른쪽 종베기.]

왜냐하면 실시간으로 답지가 머리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냥꾼으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확실히 무기를 잘 다루는 건 아닌데 어떻게 내 공격을 막는 거지.’

사냥꾼의 안목처럼 데카드는 단검이라는 무기를 많이 다뤄본 적이 없어 방어는 짹짹이의 말에 따라 적절히 할 수 있지만 정작 공격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방어만을 잘해서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데카드에겐 나이트 벳들이 있었다.

피잇-!

“크흑……!”

사냥꾼이 발 빠르게 물러나 깊은 상처는 피했지만,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나이트 벳이 예리한 날개로 사냥꾼의 팔에 상처를 입혔다.

그러고는 다시 그림자에 숨어들어 모습을 감추었다가 사냥꾼이 방심하기를 기다렸다.

사냥꾼은 눈을 의심하며 재빨리 주위에 있는 그림자를 머릿속에 기억해두기 시작했다.

“한눈팔 틈이 있어?”

코트에서 날아온 깃털 암기가 사냥꾼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왔지만 전부 튕겨내 지거나 막히고 말았다.

챙채챙-!

[확실히 대단하긴 합니다.]

‘그러게 말이야.’

데카드와 이렇게 싸우기 전에 다양한 마수들로 거의 폭격을 하다시피 공격했는데 모두 살아나왔고 그만큼 체력도 많이 빠져있을 텐데 검을 움직이는 모습은 아직 여전했다.

또 한순간에 날아온 암기들을 모두 쳐낸 것을 보면 실전 경험이 어마무시 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후우…… 하아…….”

데카드에게로부터 날아오는 암기와 어디 그림자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나이트 벳들을 신경 쓰면서 싸우는 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힘든 일이다.

거칠어진 숨은 균일한 박자를 찾지 못하며 불안정했고 심장 뛰는 소리는 머리까지 흔들리게 했다.

‘남은 체력도 얼마 없고 이대로라면 내 쪽이 제풀에 지쳐 쓰러질 거다.’

“힘들지? 편하게 보내줄 테니까, 이리 와.”

사냥꾼은 데카드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어딜 가려고.”

나이트 벳들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오며 또 사냥꾼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 빠르게 사냥꾼이 검을 움직였다.

공격은 막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힘만 빠지게 될 뿐 사냥꾼의 숨통은 점점 조여오고 있었다.

“살려줄까?”

갑작스러운 데카드의 말에 사냥꾼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지며 버럭 소리 질렀다.

“내가 목숨을 구걸할까 보냐!”

“워워. 목숨을 구걸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너의 목숨을 다시 네가 사라는 거지. 싫다면 지금 바로 죽여주겠어.”

이건 허세가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사냥꾼을 죽여버리면 살렸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포기하기 싫어 넌지시 그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해보는 것이다.

“나의 목숨을 내가 산다고……?”

처음 들어보는 개념에 사냥꾼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자 데카드가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예를 들자면 너가 가지고 있는 값진 물건과 정보를 주면 너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거지.”

“……네가 원하는 건 정보 쪽이군.”

“역시 머리가 좋은 놈은 말하기가 편하다니까?”

물건 같은 거야 죽인 다음에 뺏어도 문제가 없지만, 사람의 뇌 속에 들어있는 정보는 그럴 수가 없다.

“네가 알고 있는 것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살려줄 수도 있어.”

“…….”

사냥꾼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봤다.

‘남은 체력은 반의반도 안되고 도망칠 퇴로도 거의 다 사라졌다. 목숨 걸고 달려든다 한들 아까처럼 성공하지 못한다면 난 죽는다.’

사냥꾼은 판단이 선 듯 들고 있던 장검과 허리에 있던 권총 등 각종 암기와 단도들을 땅에 내려놨다.

“……너는 뭐 부업이 무기상이냐?”

사냥꾼이 들고 있는 무기들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자 옥상의 절반이 꽉 차보였다.

“됐고 네가 원하는 정보가 뭐냐.”

“왜 세이칼을 쫓지? 썩은 쥐가 시켰나?”

사냥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거기 보스가 나에게 직접 의뢰를 넣었지.”

“네가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슬레이의 거대 갱 보스가 직접 의뢰를 넣을 정도면 이 사냥꾼은 자신의 업계에서 꽤나 인정 받은 인물이란 뜻이다.

데카드의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사냥꾼이 울컥하며 눈을 부릅떴다.

“나도 지금 꼴이 이렇지만 슬레이에서 알아주는 현상금 사…….”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세이칼이 왜 쫓기는진 아냐?”

사냥꾼은 고민하다가 곧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중요한 물건을 고치기 위해서라고 들은 것 같다.”

“너도 대충은 아는구나?”

데카드는 얘기가 쉬워지겠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사냥꾼을 쳐다봤다.

“나는 너 같은 놈을 아주 잘 알아. 절대 손해는 보지 않고 너 자신만의 이득을 챙기려는 새끼들.”

집행관으로 일하다 보면 범죄자들이야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보기 때문에 이 현상금 사냥꾼 같은 놈은 옛날에도 사방에 깔려있었다.

“너 같은 놈이 썩은 쥐라는 거대 갱을 상대하면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일을 했을 리가 없어. 그렇지?”

썩은 쥐에 보스가 사냥꾼이 일을 마친 후 정보가 새어나감을 방지하기 위해 갱의 힘을 이용해서 사냥꾼을 죽이려 한다면 그는 속수무책으로 죽을 것이다.

경험 많은 현상금 사냥꾼이 그에 대비할 것을 마련해 두지 않는다는 게 이상할 것이다.

사냥꾼은 뜨끔하는 표정으로 흔들리는 눈동자를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피했고 데카드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훗하고 웃었다.

“그 정보가 내가 원하는 정보면 넌 살고 아니면 죽는다.”

“알겠다.”

사냥꾼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자신이 아는 썩은 쥐에 비밀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안전장치로 만들어 둘 겸 그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에 대해 조사를 해봤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세상이 생겨난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것과 인간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사냥꾼은 기억을 회상하듯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전설에 따르면 세상을 창조한 신의 힘이 조각난 채로 인간계에 떨어졌는데 썩은 쥐에 보스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그중 하나라고 하는군.”

“그중 하나? 그런 힘을 가진 게 여러 개란 소리야?”

제물만 존재한다면 영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라는 사냥꾼의 말에 데카드는 골치 아파졌음을 느꼈다.

“당신이 원하는 정보였나?”

“뭐 어느 정도는 맞는 정보였어, 짹짹아.”

코트가 갑자기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며 무릎을 꿇고 있던 사냥꾼의 배후로 돌았다.

“사,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살려줄거야.”

퍼억-!

짹짹이가 손날로 사냥꾼의 척수를 강타해 기절시켰다.

데카드는 바닥에 쌓여있는 무기들과 물건들 중 마력 권총과 샐러맨더의 가죽, 돈 주머니만을 챙기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시 골목으로 내려온 데카드는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살려두시는 겁니까?”

짹짹이가 영 꺼림칙 한 듯 사냥꾼이 있을 옥상을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아. 보험도 들어뒀으니까.”

아직 사냥꾼의 그림자에는 나이트 벳 한 마리가 수면 상태로 잠들어있다.

수면 상태로 마수가 들어가면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소환사의 마나를 잡아먹지 않게 되고 역소환까지 갈만한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쭉 인간계에 있을 수 있게 된다.

사냥꾼이 만약 다시 데카드를 찾아온다면 그때는 나이트 벳이 사냥꾼의 심장을 찌를 것이다.

“사냥꾼에게 정보는 왜 받아내신겁니까?”

“그놈의 안전장치가 내 안전장치가 될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 유물이란거, 한번 캐볼 필요가 있어보이거든.”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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