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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4화 (14/208)

014 수리공 찾기

“조장!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노가다를 해야 합니까?”

“보면 모르냐! 그 세이칼이라는 놈을 찾을 때까지지!”

4인 1조로 뭉쳐 다니는 썩은 쥐의 깡패들은 보스가 내린 명령에 따라 발에 땀 나게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이렇게 넓은 도시에서 어떻게 사람 한 명을 찾냐고!”

보스가 그들에게 내린 명령은 듣기에도 터무니없었는데 슬레이에 숨어 있는 세이칼을 찾으라는 명령이었다.

세이칼을 찾는 썩은 쥐 깡패가 이들뿐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범위가 너무 넓었다.

“현상수배도 때리고 개도 풀고 별짓을 다했는데 어떻게 그림자 하나 안 보이냐.”

“그래도 다른 조가 보상을 먹기 전에 저희가 찾아야죠!”

썩은 쥐의 보스는 세이칼을 찾아올 시 1백금화를 약속했고, 이것은 단박에 인생 역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막내야. 이제 얼마 안 났으니 희망을 한 번 가져보자.”

조장은 지도를 펼쳐 지금까지 지나온 곳에 X표를 그었다.

“이제 남은 곳은 세 군데 정도야.”

자신들이 지나온 곳에 미처 세이칼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가능성은 머릿속에서 애써 지워버렸다.

“희망을 가지자! 얘들아!”

이 세 군데만 지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장과 그 부하들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누군가 그들 대화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그 희망, 우리도 좀 가져보자!”

“응?”

갑작스런 말에 옆을 돌아보니 사람은 없고 손바닥만 한 하늘색 쥐가 찌직거리고 있었다.

“우와! 세상에 이런 쥐도 있습니까?”

“보스한테 바치면 점수 좀 딸 것 같은데요?”

평소 쥐를 기르는 것이 취미인 썩은 쥐 보스에게 이런 특이한 쥐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야아! 너 머리 좀 돌아간다.”

조장은 조심스럽게 푸른 쥐를 손에 올렸고 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뭔가 지직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냐?”

“쥐가 원래 그렇죠 뭐.”

지직- 지지직-

“아니 그런 찍찍이 아니라 뭔가 다른…….”

조장은 그 말을 다 하지 못하고 푸른 쥐가 내뿜는 전격에 당해버렸다.

“으아악!”

“뭐, 뭐야! 대장!”

푸른 쥐, 번개속성 마수 볼트 렛은 쓰러진 조장의 배를 통통 건너뛰어 누군가의 손에 다시 착하고 올라탔다.

“잘했어!”

찌직-

“웬 놈들이냐!”

데카드와 페일이 골목길에서 나타나면서 썩은 쥐 깡패의 앞 뒤를 완전히 막았다.

“너희들, 세이칼이라는 수리공을 찾고 있지?”

갑자기 나오는 세이칼의 이름에 깡패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면 뒤에 있는 무서운 누나랑 놀아야 할지도 몰라!”

깡패들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페일의 양팔에서 꿀렁꿀렁하고 물이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꿀꺽…….”

대답 한번 잘못 하는 순간 거리 한복판에서 익사체로 발견될지도 모른다.

“저, 저희 어떡합니까?”

딱 봐도 마법사로 보이는 저 여자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보였고 앞에 있는 남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어떡하긴.”

조장이 없으면 이중에서 가장 고참인 남자가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데카드에게 걸어갔다.

“1대1 결투를 신청하시려는 건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막내가 선배의 배짱에 감탄할 때, 비장한 분위기로 걸어간 남자는 멈춰 섰다.

털썩-

“……?”

“아는 건 다 말할 테니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남자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은 최대한 공손하게 배 앞으로 모았다.

“뭐 해! 너희들도 빨리 무릎 꿇어!”

“네, 넵!”

막내와 나머지 한 명도 재빠르게 선배 곁으로 와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딱히 협박다운 협박도 하지 않았는데 앞에는 어느새 남자 셋이 무릎 꿇고 있었다.

“쉽게 끝났군.”

“그러게.”

처음에는 남자가 자신에게 걸어오길래 꽤나 강단이 있어 보여 마수들을 쓰지 않고 주먹대 주먹으로 싸우려 했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길래 되려 이쪽이 당황했다.

“여기는 너무 트여있으니까 저쪽으로 가자고.”

사람을 무릎 꿇리고 심문하기에 이곳은 너무 뻥 뚫려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마치 로바드를 보는 듯한 이 셋은 기절한 조장의 팔다리를 잡고 낑낑거리며 데카드가 말한 자리로 옮겼다.

이제는 누가 깡패인지 모르겠을 만큼 으슥한 곳으로 깡패들을 데려온 데카드와 페일은 세이칼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심문하겠다.”

데카드가 심문을 위해 질문하려 할 때 페일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러든지.”

잠시 데카드가 뒤로 물러서 망을 보고 페일이 깡패들에게 다가왔다.

“세이칼은 어디 있지.”

페일의 질문에 깡패들이 벙찌며 어물어물 거렸고 제일 먼저 무릎 꿇은 선배가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으…… 저희가 그것을 알았으면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았을…….”

“내가 묻는 것에만 대답해라.”

“…….”

이게 뭔 막장 심문이란 말인가.

너무 근본적인 문제를 처음부터 물어봤다.

“……너, 심문할 줄 모르지.”

“처음 하는 건 맞는데…… 괜찮지 않았나?”

괜찮긴 뭐가 괜찮아.

애초에 이 깡패들이 말했다시피 세이칼의 위치는 이들도 아는 바가 없다.

“됐으니까 물러나 있어.”

이제는 전문가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내가 또 집행관이었을 때 흑마법사 심문은 기가 막히게 잘했다고.”

흑마법사는 잡히면 보통 자살을 선택하기 때문에 생포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만약 생포했을 경우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야 하는데 항상 데카드가 심문을 도맡아 했었다.

선배들이 귀찮음에 떠넘긴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데카드가 이것을 천직처럼 기가 막히게 잘했기 때문이다.

‘이런 놈들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돈 아니면 힘뿐이라 오히려 쉽지.’

단순한 깡패들 머리에 많은 것이 들어있진 않는다.

적당하게 당근과 채찍을 잘 조율해서 구슬리면 알아서 정보를 술술 불어댈 것이다.

“너무 긴장은 안 해도 돼. 대답만 잘하면 아무런 상처 없이 보내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데카드는 등을 벽에 기대며 너무 긴장해 하고 벌벌 떠는 깡패들을 조금 진정시켜주었다.

“너희 썩은 쥐가 왜 세이칼을 찾고 있는 건지는 관심 없어. 우리가 궁금한 건 딱 하나야. 세이칼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파악된 범위. 그것만 있으면 돼.”선배 깡패는 침을 꿀꺽 삼키고 조장 품 안에 있을 지도를 떠올렸다.

“저기에 지도가…….”

선배 깡패가 조장을 가리키며 지도를 주려고 할 때 옆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저희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막내야……!”

무슨 객기가 도진건지 가장 최근에 썩은 쥐로 들어온 막내가 데카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누가 결정할 수 있지?”

“조장님이 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 쓰러진 사람?”

아직 전격의 충격으로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져 있는 남자를 가리키자 나머지 깡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니네 대장이 너희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테니 한 번 깨워보자.”

“내가 하겠다.”

페일이 손바닥을 펴고 조장의 얼굴과 가까이하자 물 한 바가지가 철썩하고 뺨으로 쏟아졌다.

“어푸……!”

갑자기 코, 입으로 들어오는 물에 정신을 차린 조장이 기침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런 조장에게 부하들이 무릎 꿇은 채로 엉금엉금 매달려왔다.

“조장!”

“저희 어떡합니까!”

하지만 기절했다가 막 정신을 차린 조장으로선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여긴 어디야……!”

막내가 급하게 현 상황을 조장에게 설명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 임에도 조장은 핵심을 짚고 소리쳤다.

“무, 무엇을 원하는 거냐!”

“조장이 갖고 있는 지도를 원하신답니다!”

조장은 아직 품속에 있는 지도를 느끼며 둘을 바라봤다.

“이걸 주면 우릴 살려주는 거요……?”

“물론이지!”

데카드는 냉큼 대답했다.

옆에 있는 페일은 수장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너무 채찍만 때리면 반항하기 마련이다.

조장은 품 안으로 손을 넣으며 지도를 꺼냈다.

“당신들이 지도를 주는 순간 우리를 몰살시킬 수 있으니 이놈들은 먼저 도망치게 해주시오. 너희들은 잠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조장!”

“조장을 버리고 갈 수는 없습니다!”

“끝까지 곁에 있겠습니다!”

“이 자식들....!”

조장은 살짝 눈물을 머금더니 부하 깡패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뭐 하냐 얘내들?”

안 죽일 건데 그냥 다 같이 나가지, 뭘 따로따로 나가는 건지 모르겠다.

“알았으니까 빨리 지도나 내놔.”

조장은 흘렸던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장. 살아서 봅시다.”

“그래. 먼저 가거라.”

부하 깡패들이 아직 살아있는 조장의 모습을 더 보려는 듯 천천히 이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멀어졌다.

충분히 부하들이 멀어지자 조장은 손에 들고 있던 지도를 데카드에게 건넸다.

“X표를 치지 않은 곳이 우리가 아직 수색을 못한 곳이오. 또 가져가는 김에 이것도 가져가시오. 어차피 마지막일테니.”

지도와 함께 조장이 추가로 준 것은 세이칼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었다.

“얼마 안 남았네.”

세 군데면 오늘 안에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말고도 수색조는 많으니 찾을 거면 빨리 찾는 게 좋을 것이오.”

조장을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고 몸의 힘을 뺀 후 편안하게 섰다.

“마지막 자비로 고통 없이 끝내주시오.”

“끝내긴 뭘 끝내. 너도 빨리 부하들이랑 사라져.”

페일은 조장의 소원대로 이제 그만 끝내주려는 했지만 아쉽게도 데카드가 선수를 쳤다.

“……그냥 보내주는 거요?”

“우리가 뭔 싸이코 살인마인 줄 알아? 얻을 건 다 얻었으니까 꺼져. 아, 그리고 우리 봤다는 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네 바람대로 죽여줄 수도 있어.”

“며, 명심하겠소.”

조장은 엉거주춤 둘에게서 멀어지며 혹시라도 희망을 품게 하고 죽이는 변태들일까 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빨리 안가면 진짜 죽인다!”

답답함에 소리까지 지르고 나서야 조장은 젖 먹던 힘을 다해 골목을 벗어났다.

“그냥 죽이면 안 되나?”

못내 아쉬운 페일이 지금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 물로 이루어진 화살 하나를 손에서 만들어냈다.

“아서라. 쥐도 궁지에 몰리면 사람을 무는 법이야.”

이미 도박장도 부수고 노예 시장도 쓸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쪽의 소속원까지 죽여버리면 다가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세이칼을 찾을 때까지는 몸을 사려야 해.”

데카드는 세이칼을 찾고 텔레포트 기계를 고쳐 루비아로 도망쳐버리면 그만이라 기계가 다 고쳐지면 몰라도 지금은 자중해야 했다.

“짹짹이하고 로바드를 불러야겠어.”

지도에 써진 곳이 데카드와 페일은 어디인지 모르니 지리의 능숙한 로바드를 불러야 했다.

“짹짹이를 이곳으로 불러줘.”

카악-!

스카이 크레인이 로바드가 있는 집으로 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갔다.

* * *

“어딘지 알겠어?”

알아야 할 거다.

모르겠다면 로바드의 생사 유무도 알 수 없어질지 모르니.

“압니다! 제가 아주 잘 아는 곳이니까 저만 따라오십쇼!”

살짝 입술과 눈꼬리가 떨리는 게 로바드도 초행길 같지만 지금 믿어볼 건 이 뚱뚱이뿐이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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