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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3화 (13/208)

013 파워 업과 간단한 저녁

“뛰어난 동료를 얻은 건 좋지만, 거기에 안주할 순 없지.”

도시를 지배하는 갱과 앞으로 여러 번 부딪쳐야 할 텐데 1서클로는 힘이 모자란 게 사실이다.

“2서클에 돌입한다.”

원래 서클을 하나 더 만든다는 것은 몸에 크게 무리를 주기에 안전을 위해서 사전에 안정화 마법진을 비롯해 여러 준비과정들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데카드에게는 이미 한 번 거쳐온 일.

‘2서클 정도는 정신력으로 버티면 되겠지.’

데카드는 뒷마당에 그대로 가부좌를 틀며 앉고 심신을 안정시켜나갔다.

주변의 건물도 없고 치안이 없는 것에 가까운 슬레이를 밤에 돌아다닐 간 큰 사람도 없어 조용한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집중하자.”

몸을 안정화할수록 서클을 올리는 과정에서 느끼게 될 고통도 줄어든다.

서클 하나를 심장에 더 감는다는 건 쉽게 말해 완성된 건물의 1층 하나를 더 추가하는 짓이다.

맨 위가 아닌 1층을 하나 더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을 전부 부수고 1층부터 다시 쌓으면 결과적으로 층 하나가 더 생기는 원리로 서클은 만들어진다.

데카드의 몸이 명상으로 완전한 안정상태에 들어갔고 건물 부수기는 시작됐다.

‘마나회로고 뭐고 재사용이 가능할 정도로만 전부 부숴버린다.’

서클을 생성할 마나가 심장의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서클이 높아질수록 마나회로는 점점 단단해지고 유연해지기 때문에 그 고통의 크기와 시간도 늘어간다.

다행히 지금은 서클이 낮아 5분 정도가 지나면 공사가 끝이 난다.

“후우…….”

길었던 5분이 지나고 이제 조심스럽게 서클을 감을 차례다.

너무 크게 감아버리면 회전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너무 꽉 조여서 감으면 심장의 무리가 갈 수 있다.

‘적당한 크기는 딱 이 정도.’

여러 번의 공사와 서클 감기를 통해 데카드는 자신에게 맞는 서클의 크기를 정립했다.

심장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원이 하나가 더 생겨나자 몸은 급속도로 자신을 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공사로 부숴놨던 모든 마나 관련 몸의 구조들을 다시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조물들은 더 견고해지고 전보다 부수기 어려워진다.

“됐어.”

전보다 훨씬 커진 마나룸과 더 좋아진 엔진이 불을 뿜으며 온몸의 마나를 공급하고 있었다.

자연을 이루고 유지하는 마나의 힘이 더 강하게, 더 많이 데카드에게로 들어왔다.

5분 만에 거친 운동이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흥건해진 상의를 벗어 쭉 짜자 땀이 뚝뚝 떨어졌다.

“샤워라도 해야겠는데.”

뒤로 보이는 로바드의 집 안에 마땅한 샤워실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수계 느낌으로 하자, 소환.”

데카드가 2서클로 올라가면서 부를 수 있는 마수들도 훨씬 많아졌다.

부르르-!

히잉-

몰속성 마수인 워터 스타와 씨 홀스가 마법진에서 등장하며 데카드의 생각대로 거대한 물의 구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쏴아아-

두 마리의 마수는 금방 물의 구체를 만들어 허공에 둥실둥실 띄웠다.

“어흐 차가워.”

구체 안에 넣어본 손은 냉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물을 조금만 뜨겁게 해보자.”

2서클로 올라가면서 동시의 세 마리 정도는 거뜬하게 소환할 수 있게 되었고 마법진에서는 레드 폭스가 튀어나왔다.

“이것 좀 뜨겁게 해줄래?”

우우-

레드 폭스가 꼬리를 구체 안에 넣자 얼마 안 가 미지근해질 정도로 물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우우-!

레드 폭스가 다시 역소환되고 구체를 띄우고 있는 워터 스타와 씨 홀스의 마나가 다 닳아버리기 전에 얼른 샤워를 끝마쳐야 했다.

“보는 사람은 없겠지.”

이웃도 없고 뒷마당인데 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데카드는 거리낌 없이 상의와 하의를 벗고 구체 속으로 몸을 던졌다.

물에 따뜻한 온도를 느낄 틈도 없이 빠르게 샤워는 시작됐다.

부르르-

1서클에 워터 스타는 가지고 있는 마나의 총량이 적어 벌써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지금 막 머리를 다 감고 몸에 들어가려는 참인데 워터 스타는 여기에서 역소환되고 말았다.

구체를 버텨주던 마수 한 마리가 사라지고 나니 물들 중 절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씨 홀스! 믿는다!”

아직 샤워는 끝나지 않았고 조금만 더 하면 되는 이 상황에서 씨 홀스는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었다.

“오케이! 끝났어!”

팔과 다리를 동시에 씻는 신기를 보이며 데카드의 샤워는 끝이 났고 씨 홀스는 역소환됐다.

“후우! 시원하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데카드는 마수 두 마리를 더 소환했다.

우우-!

까악-!

한 마리는 아까 보았던 레드 폭스고 또 다른 한 마리는 몸을 말려줄 스카이 크레인이다.

“이 둘만 있으면 따뜻한 온풍을 즐길 수 있지!”

크레인이 데카드의 앞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바람을 보내주고 레드 폭스가 열을 방출하며 그 바람을 데운다.

그럼 결과적으로 데카드에게는 온풍이 불어오게 되는 것이다.

후우웅-

따뜻한 바람은 금방 젖은 몸과 머리를 말려주었다.

“수고했어!”

바닥에 잘 개어둔 옷도 탁탁 털어서 다시 입고 뒤를 돌아서자 자신을 보고 있는 누군가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대로 얼어붙은 데카드는 지금이 뜨겁게 하지 않은 물의 구체에 손을 넣었을 때보다 더 싸늘한 것 같았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목욕할 때부터 있었다.”

페일이 뒷마당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변동을 느끼고 나왔을 때는 이미 데카드가 샤워에 열중하고 있었다.

“역시 마을 바깥은 신기한 게 많군.”

“크흠…… 급해서 그런 거야 급해서.”

남자가 허공에 떠다니는 물 안으로 들어가서 허둥지둥 샤워하는 모습은 엘프들의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녁 다 됐습니다!”

어색한 정적 사이로 로바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일은 딱히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안으로 들어갔고 데카드도 이미 벌어진 일, 배나 채우기로 했다.

“짹짹아, 얘 이상한 짓 안 했지?”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짹짹이는 로바드의 머리를 끓는 물에 처넣을 생각이었지만 로바드는 정말 순수하게 요리를 했다.

“집에 있는게 별로 없어서 양은 좀 적지만 맛은 괜찮을 겁니다!”

로바드가 드물게 자신 있다는 듯 수저를 짹짹이와 데카드, 페일 앞으로 놓았다.

“제가 장을 자주 보러 가지는 않아서 이런 캔 요리밖에 없어가지고 간단하게 만들어봤는데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은 육포 몇 조각과 관리가 필요 없이 오래가는 캔 요리들이었다.

“제가 먼저 먹어보겠습니다.”

보통의 인간이 아닌 마수가 인간으로 변한 것뿐이라 짹짹이에게 웬만한 독은 전혀 듣지 않는다.

작은 경우라도 짹짹이는 방지하기 위해 육포도 몇 번 씹어보고 캔 요리도 숟가락으로 퍼먹어보았다.

“어때?”

“맛있습니다.”

슬레이의 음식들은 딱히 건강을 신경 쓰지 않아 대부분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고 그 덕에 맛 자체는 뛰어났다.

“이게 인간들의 음식인가.”

페일은 포크로 캔 안에 담긴 완두콩이나 스프를 휘저어 보더니 한 입 먹어보았다.

“엘프의 요리하고는 전혀 다르군.”

자연이 주는 과일이나 야채, 풀들만 먹고 살아왔을 페일에게 조미료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나쁘지 않아.”

말은 퉁명스럽게 하더라도 캔 요리로 가는 숟가락질은 여기 있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이런 것도 오랜만이네.”

데카드도 마탑 기숙사에서 자취생활을 할 때 많이 사 먹었던 간편 요리들이다.

뜨겁게 데워야 완성되는 요리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면 몸을 따듯하게 해주었고 배도 든든하게 해주었으며 무엇보다 다른 음식들보다 싸다는 장점으로 돈 없던 학생 시절 많이 애용했던 기억이 났다.

“더 없나?”

페일이 벌써 주어진 캔 요리 두 개와 육포를 해치우자 로바드가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쯧.”

페일은 혀를 차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잘 먹었다.”

“감사합니다!”

짹짹이는 데카드가 먹은 캔들을 치웠고 로바드는 또 집 안이 더러워질세라 쓰레기들을 바깥에다 버리고 왔다.

“그럼 모두 안녕히 주무십쇼!”

저녁도 먹었고 밖은 이미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로바드의 저녁 인사와 함께 조명들이 꺼졌다.

데카드는 거실 바닥의 로브를 깔고 이불로는 요르의 비늘을 덮었다.

“편안하게 주무십쇼.”

짹짹이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데카드 주변의 의자를 끌고 앉아 그를 지켰다.

거실은 데카드에게, 방은 페일에게 빼앗긴 로바드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원래 자신이 쓰던 이불을 꺼내서 잠들었다.

* * *

“어디 있는지 알려줘.”

카악-!

찌르르-!

에어 스왈로우들과 스카이 크레인들이 수리공을 찾고있는 썩은 쥐 깡패들을 찾기 위해 맑은 아침 하늘로 날아갔다.

“아으, 머리 아파.”

한 번의 6마리를 내보내는 건 데카드도 힘에 겨운 일이었고 2서클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무리를 해서 그런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대단하군.”

하늘을 자유로이 비행하는 마수들은 데카드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옆에서 그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던 페일은 감탄하며 데카드의 옆자리에 앉았다.

“데카드는 정말 2서클이 맞나?”

느껴지는 마나의 존재감으로는 분명 2서클이 맞는 것 같았지만 가지고 있는 마나의 관한 생각이나 철학, 응용력들은 도무지 2서클에서 볼 수 있는게 아니었다.

“엘프들과 비교해봐도 데카드와 같은 2서클은 찾기 힘들다.”

인간이 아닌 엘프로 범위를 넓혀보아도 2서클이라는 낮은 깊이에서 이 정도에 깊숙함은 발견할 수 없다.

“말 걸지 마. 머리 아프다.”

지금도 6마리 마수들 때문에 실시간으로 마나가 빠져나가 시야가 돌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끽해봐야 10분이네.’

앞으로 10분이면 데카드의 마나는 전부 사라질 것이고 그 안에 깡패들을 찾아야 했다.

‘안 되면 짹짹이의 마나라도 빌려야지.’

“너의 마나가 사라지면 내 식대로 할 거다.”

페일은 그냥 지나가는 아무 깡패나 붙잡고 썩은 쥐 깡패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 썩은 쥐 깡패가 수리공을 찾고 있는 깡패인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지금 여기서 마수들이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나아보였다.

“찾았다.”

다행히 그런 무대포 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마수들에게서 신호가 울렸다.

“데카드 님!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로바드가 외투를 입고 신발을 신으려던 걸 데카드가 손을 들며 물러서게 했다.

“됐으니까 빠져있어, 이번에는 길잡이가 필요한 게 아니니까.”

지금은 싸우러 가는 것이기에 자신의 몸 하나는 지킬 줄 알아야 했는데 로바드는 같이 갔다가 인질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짹짹이를 여기 남겨두고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너는 짹짹이의 말대로 하면 돼.”

“후우…… 알겠습니다.”

위험한 일에서 빠지게 되자 로바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겉으로는 힘이 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전문 메소드 표정 연기를 펼쳤다.

“그럼 가자, 페일.”

“알겠다.”

수리공이 어디 있는지 점점 그 범위를 좁혀나가고 있을 썩은 쥐 깡패들에 진행 상황을 자신들도 좀 써먹어야겠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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