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0화 (10/208)

010 마법사의 행방

바텐더가 말하는 정보상이 살고 있다는 집은 주변의 슬레이와는 전혀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일게 만들었다.

“정말 여기가 맞아?”

“그렇습니다!”

골목들을 지나다 보니 나온 작은 오두막은 건축 양식이 슬레이에서 본 다른 건물들과 전혀 달랐다.

또 바닥에는 벽돌로 깔린 도로가 아닌 잔디가 아름답게 자라있어 마치 개인 정원과도 같아 보였다.

오두막 근처 연못도 파여 있는 게 마음 편히 휴양지로 오면 좋을 것 같은 곳이다.

‘들어가 보자.’

여기서 죽치고 서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텔레포트 기계가 망가진 지금 그 수리공을 찾아서 기계를 고치게 하고 자신은 루비아로 가야 했다.

똑똑-

나무 판자를 두들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오.”

목소리로만 봐서는 술을 잔뜩 마신 걸걸한 목소리의 중년 남자였는데 이 또한 집 주위의 풍경하고 전혀 맞지 않았다.

“이보게 달튼! 나일세 로바드!”

“로바드?”

둘 사이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는지 오두막 안에서 누군가 쿵쿵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콰앙-

오두막의 문이 거칠게 열어 젖혔다.

그리고 터질 것 같은 근육을 갑옷처럼 두른 팔 하나가 바텐더의 멱살을 붙잡았다.

“네놈이 빌려 간 돈만 20은화가 넘는다! 빚만 지고 도망간 주제에 감히 여기의 낯짝을 들이밀어?”

“자, 잠깐! 오늘은 내가 아니라 이쪽 데카드님의 용무 때문에 온 거라고……! 나도 데카드 님이 아니었으면 여기 올 일은 없었어!”

로바드가 억울해하면서 하는 말의 달튼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로바드의 멱살을 한 손으로 더욱 세게 감싸 쥐었다.

“그럼 원래도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거냐?”

“그, 그 말이 그렇게 되나?”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달튼의 바위 같은 주먹이 들어 올려지자 로바드의 머리를 비추고 있던 태양이 가려졌다.

“히익……!”

“멈춰.”

딱히 이 쓰레기를 도와줄 연도 없고 쌓인 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달튼의 기세로 봤을 때 로바드는 오늘 하루 종일 맞을 것 같았다.

‘그건 안 되지.’

자신은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나가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내일 다시 와야 하지 않은가.

“너도 맞고 싶나?”

“난 당신한테 정보를 사러왔어. 내가 원하는 정보만 받으면 깔끔하게 사라져줄게.”

“손님이셨군.”

툭-

달튼은 들고 있던 로바드를 그대로 놓고 데카드를 맞이했다.

“이리 들어오시게.”

“가, 감사합니다. 데카드 님.”

데카드는 로바드의 감사를 흘려들었다.

감사할 것까지야, 자신이 정보를 다 사면 두드려 맞는 건 매한가지일 텐데.

달튼의 안내를 받으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자 집에 있을 만한 가구들은 없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만 있었다.

“따라오시오.”

햇빛이 들지 않아 깜깜한 계단에서 횃불을 들고 천천히 내려가자 곧 넓은 지하실 하나가 나왔다.

수많은 서랍으로 둘러싸인 지하실은 작은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가 사람을 위한 가구에 전부였다.

“자, 그럼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 게요.”

“슬레이의 텔레포트 기계를 고칠만한 수리공에 대해 알고 싶어.”

달튼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왼쪽에 있는 서랍을 뒤져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재주 하나는 이 양반이 기가 막히는데 정보는 아쉽게도 이 종이 한 장이오. 사시겠소?”

파일로 한 뭉텅이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턱없이 적은 양이다.

“……정말 이게 다야?”

“우리야 아무 정보나 닥치고 모으다 보니 그 사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들어오는 게 아니면 없소.”

결국 유일한 힌트는 저것 하나밖에 없게 됐다.

“살게.”

“원래 받는 가격이 있는데 정보의 양이 너무 적어서 양심적으로 50 동화만 받겠소.”

이것도 딱히 양심적으로 보이는 가격은 아니었고 데카드는 은화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거스름돈이오.”

깔끔하게 계산이 끝나자 데카드는 달튼이 건넨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즐거운 거래였소.”

데카드는 다시 어두운 계단을 올라갔다.

뒤에서 들리는 로바드의 비명소리는 무시한 채 데카드는 오두막 바깥으로 나오며 잔디 위에 앉아 말려있는 종이를 풀었다.

“좋아, 어디 한 번 보자.”

[이름: 세이칼 성: 불명

최근 행적: 트위스트 도박장- 포커장에서 보임]

“정말 부실하네.”

그리고 최근 행적이 도박장이란 건 무슨 말인가.

오늘 이 정보상의 집으로 올때만 해도 벌써 20곳이 넘는 도박장이 있었다.

“그래도 찾아봐야지.”

트위스트 도박장,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근데 거긴 어디야?”

무법 지대 도시인 슬레이는 너무 넓었고 도박장도 하나 건너 하나 있어 트위스트 도박장이 어디 있는지도 감이 안 왔다.

“결국 그 바텐더 놈이 또 필요하네.”

지금쯤 온몸이 먼지나게 맞고 있을 로바드가 아직 살아있기를 바라야 했다.

“어흑……!! 살려주시게 달튼!”

“내 돈이나 갚아라!”

다시 계단을 내려와 보니 바닥에 쓰러진 로바드가 무릎을 꿇고 달튼에게 빌고 있었다.

“당신은 왜 또 왔소?”

“그놈 좀 빌려야겠어.”

길잡이를 또 구하기에는 귀찮고 그냥 눈앞에 있는 거 아무거나 데려가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그건 안 되겠는데. 나도 이 도둑놈한테 볼 일이 많아서 말이야.”

“살려주십쇼 데카드 님!”

로바드도 지금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은 데카드에게 붙는 것뿐이라는 걸 깨닫고 엉금엉금 데카드 쪽으로 기어갔다.

“이 쓰레기를 죽이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오늘은 내가 먼저 좀 써야겠다.”

“너도 저놈처럼 처 맞기 싫으면 보내줄 때 조용히 나가라. 이 새끼는 또 숨기 전에 죽여놔야겠으니.”

달튼은 도저히 말로 해선 로바드를 보내주지 않을 느낌이다.

“이렇게 나오면 나도 무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어.”

데카드가 마나룸을 개방하면서 전신의 마나를 순환시키자 모든 감각이 활성화되고 달튼의 거친 숨소리까지 귀로 들어왔다.

“너도 마법사라는 건가.”

달라진 데카드를 알아본 달튼은 한탄의 한숨을 쉬며 로바드를 노려보았다.

“내가 포기하지.”

“가자.”

저쪽에서 물러나 줬으니 이쪽도 여기서 끝내주어야 했다.

마나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둘의 기 싸움은 끝이 났다.

“네, 넵!”

죽다 살아난 로바드가 허겁지겁 데카드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데카드와 로바드는 오두막에서 정원을 나와 다시 골목길을 지나서 슬레이의 거리로 나왔다.

“너, 트위스트 도박장이 어딘지 알아?”

“무, 물론입죠! 압니다!”

모르면 다시 그곳으로 던져주려 했는데 로바드의 목숨은 다행히 질겼다.

“그, 그런데 정말 말씀하신 곳이 맞습니까?”

데카드의 말을 되물으면서도 제발 그곳만은 아니길 바라는 로바드의 마음이 눈에서 전부 드러났다.

“불만 있어?”

“아, 아닙니다!”

트위스트 도박장이 뭐하는 곳인진 몰라도 로바드는 몸을 부르르 떨며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찰박찰박-

조금 전과 달리 바닥에 고인 물의 신발이 젖자 로바드는 눈을 찡그렸다.

“비가 언제 온거야.”

‘그 마법사가 거하게 일을 저질렀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비가 오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바닥은 축축하고 곳곳의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예상대로 오는 길에 구해 준 엘프 마법사가 제법 실력이 있는 듯 했다.

“이쪽입니다!”

“그래.”

이 정도 실력의 마법사야 어련히 알아서 할 터.

지금은 신경끄고 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트위스트 도박장은 슬레이 안에서도 조금 외곽에 있는 곳이었다.

텔레포트 기계 주변에도 도박장은 널려있는데 그 마법사의 마지막 흔적은 트위스트 도박장이 끝이라고 적혀있었다.

“여깁니다!”

꽤나 잘나가는 도박장인지 층들을 전부 세어보니 5층은 되는 것 같았다.

또 층의 개수만 많은 것도 아닌 하나하나의 크기도 굉장히 커보였다.

“그…… 데카드 님.”

“왜.”

로바드가 무언가 망설이며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저는 도박장 안까지의 안내는 못 해 드릴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그 정보상한테 갈래?”

눈앞에 있는 이 도박장은 안에서도 까딱하다간 길을 잃게 생길 만큼 규모와 크기가 거대했다.

그리고 마지막 흔적은 도박장에 있는 포커장에서 끊겼기에 빠르게 그곳을 찾아야 했다.

데카드가 으름장을 놓으며 협박을 해도 진지하게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듯 로바드는 두 개의 길 사이에서 갈등 중인 것 같았다.

“저기가 뭐하는 곳인데 이렇게 쫄아. 그냥 도박장 아니야? 설마 여기서도 돈 빌리고 튀었냐?”

“그, 그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저는 지금 살아있지 못하겠죠.”

로바드는 갈등 중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며 도박장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저 도박장의 무서운 점은 도박장 자체가 아닌 그곳의 주인입니다!”

슬레이는 몇몇 거대 갱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굴러가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거대한 도시가 운영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보통의 도시라면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가지고 운영을 하겠지만, 깡패나 범죄자들이 그런 걸 낼 턱이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을 내기 싫어서 슬레이로 온 놈들인데 퍽이나 세금을 내겠다.

갱들의 대장은 고민한 끝의 도박장과 노예시장이라는 시설을 만들었다.

보통의 도시라면 도박장이 허용되는 곳은 드물었고 노예 시장은 아예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슬레이는 그런 제재 없이 모든 것이 자유.

마약은 물론이고 노예 시장, 도박장 등 오직 향락만을 위한 시설들은 전부 슬레이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데카드가 들어갈 트위스트 도박장은 슬레이를 운영하는 거대 갱 중 하나인 ‘썩은 쥐’가 관리하는 곳이다.

이 안에서 잘못 찍히는 순간 바로 살껍질이 벗겨져 쥐들의 먹이가 된다.

“그러니까 저같이 힘없는 놈들은 안 들어가는 게 상책입니다! 썩은 쥐 대장 아래에 있는 간부가 이 도박장을 관리하는데 그놈의 성격이 얼마나 포악하고 잔인한지 그에 관한 소문만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사람을 거대한 쥐굴 속에 던져넣었다, 매일 세끼를 쥐로만 먹는다, 살아있는 사람의 배를 가른 다음에 그속을 살아있는 쥐들로 채웠다, 등등 도박장 주인에 대한 소문은 흉흉했다.

로바드가 피를 토하는 열변을 하며 도박장이 위험한 이유를 설명해도 데카드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건물을 바라봤다.

“그래?”

“……제 말을 듣기는 하신 겁니까?”

데카드는 계단 앞에서 오도 가도 하지 못하고 떨고 있는 로바드의 얼굴을 잡아 치우며 도박장의 정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짹짹아, 이리 와라.”

[알겠습니다.]

하늘에서 날아온 커다란 까마귀는 깃털로 만들어진 코트가 되며 데카드의 어깨로 떨어지며 걸쳐졌다.

“재밌겠어.”

원래 집행관 시절 성격 같았으면 일단 첫인사로 건물부터 날려버렸을 거다.

‘지금 그러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살살 가야지.’

아무리 데카드라도 지금은 고작 1서클 임을 잊으면 안 됐다.

너무 뒤도 없이 나대다가는 인원수로 순식간에 밀려버리는 수가 있었다.

‘평화적으로 가자, 평화적으로.’

아무런 행패도 부리지 않고 딱 세이칼의 다음 행선지만 알고 빠지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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