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1화 (1/208)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001 마수계로 간 소환사

“이 정도면 우리 집행관이 하는 일은 전부 보여준 것 같네!”

상체는 소의 모습을 하고 하체는 사람의 모습을 한 타우로스가 남자의 마지막 일격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정말 집행관 자리를 동전 따먹기로 얻은 건 아니었네요?”

이곳에 올때까지 계속 뺀질거리던 남자의 모습은 자신이 생각한 집행관과 전혀 달라 영 못미더웠는데 실력 하나는 발군이었다.

“당연하지! 이 몸이 누구신데!”

여자의 말에 남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우우우우웅-

그때 갑자기 허공에서 무언가 일렁이더니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간이 갑자기……!”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피해!!”

하지만 대피할 틈도 없이 벌어진 공간은 강한 흡성을 가지며 남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꺄악!”

여자가 상대적으로 더 가벼운 무게 때문에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려던 걸 남자가 겨우 손목을 잡아내 막았다.

“크윽……! 마나도 다 썼는데……!!”

아까 미궁의 주인을 잡느라 거의 전부 소진한 마나 때문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 손 놓고 선배라도 사세요! 이러다가는 같이 끌려가 죽어요!”

이 다음 남자의 말로는 ‘아니야! 같이 빠져나가야지!’가 오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말을 할 남자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럴까!”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확 밝아지자 여자는 네가 그럼 그렇지란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이내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를 본 남자가 씽긋 웃으며 말했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정말요?”

공간이 내는 흡입력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져 이제 여자를 잡고 있는 남자의 몸도 조금씩 끌리고 있었다.

“일단 눈은 계속 감고 있어!”

“눈은 왜요?”

“빨리!”

영문도 모른 채 남자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스르륵-

남자가 자신의 몸을 날려 여자를 바닥으로 끌어오고 목에 무언가를 걸어주었다.

“서, 선배!”

“널 여기 데려온 건 나니까 선배된 도리로 책임은 져야겠지! 학교에는 너 혼자 돌아가라!”

카아아악-!

남자가 남은 마나를 전부 털어 넣어 마수 하나를 소환했다.

허공에서 마법진과 함께 나타난 마운틴 호크가 두 발 가득 여자를 잡고 최대한 일렁이는 공간에서 멀어져간다.

“선배!!”

“금방 돌아갈테니까 내가 준거나 버리지 말고 갖고 있어!”

어디 지지할 곳도 없이 그대로 허공에서 빨려 들어간 남자와 함께 그 공간은 닫혀버리고 동시에 마운틴 호크도 마나가 끊겨 역소환됐다.

“아아…….”

여자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제외하면 이 세계에서 그의 흔적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마법이라는 것이 발견 되고 난 후 세상에는 여러 마법 아카데미들이 생겨났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최고의 아카데미는 마탑이었다.

내로라하는 젊은 천재들이 마탑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고 입학시험을 보지만 합격하는 건 소수의 불과하다.

이런 마탑에서 3학년, 즉 졸업반으로 가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렇기에 마탑을 졸업한 학생들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그리고 공간으로 빨려들어간 남자, 데카드 아르마다는 마탑의 역대 졸업생 중 전투력 만큼은 가장 뛰어나다 평가받았기에 이 일은 대서특필되었다.

[속보!! 마법사의 별 중 하나라 불렸던 마탑의 졸업생이자 마법부의 집행부 2급 집행관 데카드 아르마다, ‘마법부 직업체험 행사’에서 사망!]

[데카드 아르마다가 직업 체험을 위해 마탑 3학년생과 미궁 조사를 진행하던 도중 돌아온 건 동행한 3학년 트리스 아드리안.]

[마법부 공간계열의 마법사들이 미궁 조사 중, 하지만 데카드 아르마다가 어느 공간으로 이동되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입장 표명.]

[마법부에 1급 집행관, 마샬 리벨로는 현재 온 인력을 데카드 아르마다를 찾기 위해 투입 중이라 밝혀.]

[마수소환학의 초신성, 거의 인간 마수라 불리고 23살이란 젊은 나이의 7서클을 달성한 유례 없던 천재, 데카드 아르마다. 마법부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

[마탑 마수소환학의 교수. 엠마 바르데는 마수소환학의 미래가 죽었다고 한탄.]

[모든 마탑의 교수들과 마법계의 주요 인사들은 위대한 마법사, 데카드 아르마다의 죽음을 기리고 장례식을 치르다. 그 현장의 밀착취재.]

* * *

몽롱하다.

내가 여기 얼마나 있었지……?

차가운 무언가가 몸을 훑고 지나가더니 이제는 어지럽기만 하다.

‘빨리 나가야 해.’

눈을 떠도 이것이 무슨 풍경인지 모르겠고 하루종일 술을 마신 것처럼 구토가 밀려왔다.

“우웁……!”

그리고 그것들이 정말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 데카드는 공중에서 튕겨져 어딘가로 떨어졌다.

파앙-!

하늘에서 떨어졌다기보다 버려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처럼 거칠게 튕겨져 나와 그대로 땅바닥을 구른 데카드.

정신을 차리자마자 흙투성이가 된 몸의 힘을 주어보았다.

“으으…….”

아직도 정확한 초점을 잡지 못하는 머리를 탁탁 치며 조금 흔들자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

“여긴 어디야…….”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커다란 산들이 있고 그 산들을 뒤덮은 나무들과 마지막으로 마수들이었다.

까아악-!

“다크로우……?”

칠흑과도 같은 색의 깃털과 보통 까마귀보다 3~4배는 더 큰 몸집.

지능도 조류형 마수들 중에서는 높은 축에 속하고 낮은 서클도 소환할 수 있어 초급 마수 소환사들이 많이 찾는 효자 마수다.

“저게 왜 하늘에……?”

애초에 마수들은 마수계란 곳에서 살다가 마수 소환사의 마나에 반응해 마법진을 타고 인간계로 넘어온다.

“누가 소환한 건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누군가 사람이 있다는 소리이니 여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빨리 마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살려!”

그래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 저 다크로우의 주인을 불러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까아악-!”

툭-

다크로우의 새똥만이 날아올 뿐 사람의 목소리라던가 인기척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외부의 도움을 기대 할 수 없어 보이자 데카드는 일단 마나를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세를 잡고 명상을 시작하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나가…….”

텅 비어있었던 마나룸이 급속도로 차오르며 순식간에 마나가 전부 회복됐다.

“…….”

분명 마나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하루라는 시간이 넘게 걸릴 텐데 마나룸은 더 채워질 공간이 없었다.

“소환!”

마나가 부족한 것보다는 가득 채워진 게 나으니 일단 이 일은 뒤로 미루고 데카드는 마수 소환을 펼쳤다.

마수 소환학이라는 학문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자 미래가 펼치는 소환답게 당장이라도 튀어나와야 하는데…….

“마수들이 느껴지지 않아…….”

자신과 계약한 마수들.

아까 트리스를 잡아채 갔던 마운틴 호크부터 아머 라이노, 건틀렛 캥거루, 메이스 엘리펀트 등등.

6서클을 넘어 7서클로 새롭게 진입하며 계약해두었던 개고생의 흔적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두두두두-

대신 저 멀리서부터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오는 붉은 몸집의 무언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와악!”

데카드가 목표는 아니었는지 그대로 제 갈 길을 가버렸지만, 데카드는 황급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것이 뭔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레드 불?”

붉은 가죽의 소는 24시간 넘치는 힘을 주체 못 하고 뛰어다니기만 하는 특이한 마수다.

그 매력의 반해 자신의 마수 조합을 짜는 소환사도 있지만 무대포성이 강해 추천하지는 않는다.

“누가 소환한 건 아닌데…….”

아까의 다크로우나 지금 저 레드 불이나 소환사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나를 제물로 인간계의 소환된 게 아니란 뜻이다.

“그럼 여긴 설마 마수계……?”

마수 소환사들이 마수들을 소환하는 곳이자 마수들의 세계, 그곳이 데카드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아까 그 공간이 마수계로 통하는 공간이었나?”

상상치도 못한 공간의 정체에 놀라움은 잠시 데카드는 지금 자신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심장을 감싼 7서클은 건재하고 마나룸과 마나도 원래 상태 그대로인데 마수들과의 계약만 전부 끊어져 나갔어.”

소환사와 마수 간의 계약은 영혼으로 이루어지기에 줄 끊듯이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지금은 그 계약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까아악- 까악-

하늘에는 아직까지 다크로우가 날고 있었다.

잠시 허탈해하던 데카드였지만 다크로우의 소리에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다시 눈에 생기가 돌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 아냐? 쉽네.”

데카드는 마수를 길들이기 위해 떨어져 있는 돌 하나를 주었다.

그럼 여기서 문제.

마수가 하나도 없는 상태의 마수 소환사는 어떻게 마수를 길들일까?

퍽-!

“다크로우야! 여길 봐라!”

데카드가 날린 돌이 다크로우의 몸에 맞고 떨어져 나갔다.

까아악-!

마수를 길들이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소환-조련-계약

소환이라는 과정은 이미 소환사 본인이 마수계에 있으니 필요가 없어졌고 그다음 단계인 조련으로 넘어간다.

까아악!

다크로우가 분노의 찬 괴성과 함께 날개를 펄럭이며 데카드에게 돌진했고 둘의 몸싸움이 이어졌다.

마수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그 마수를 이용해 싸울 수 있지만, 지금은 뭐.

어쩌겠나, 맨몸으로 부딪쳐야지.

퍽-! 빡!

마수소환학 뿐만이 아닌 마수들과 조금 더 편하게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익혀 두었던 마투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머리! 가슴! 배!”

리드미컬하게 온몸이 구타당하는 다크로우가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반격을 시도해보았지만, 상대는 데카드다.

“어림도 없지!”

발톱을 피함과 동시에 바로 카운터 엘보우를 머리 쪽으로 날렸다.

까아아…….

다크로우는 바닥에 떨어져 온몸에 힘이 빠진 채로 날개를 잠깐씩 움직일 뿐 별다른 미동이 보이지 않았다.

“계약하쉴?”

방금까지 자신을 무차별하게 때려눕힌 인간이 마나가 담긴 손을 내밀어 왔다.

까아아……?

“너! 내 첫 번째 동료가 돼라!”

까아악!

다크로우의 몸에서도 푸른 마나가 흘러나오며 데카드의 마나와 융합을 하기 시작했다.

찌리릿.

전기가 흐르듯이 몸에 전해지는 짜릿함, 계약 성공이다.

여기서 마수 소환학 입문자들은 의문을 가진다.

아니. 방금까지 엄청나게 맞아놓고 어떻게 순순히 계약을 할 수가 있냐고.

이것의 이유는 마수들의 성향이다.

마수는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에게 선망과 존경, 충성을 보이고 싶어한다.

높은 등급의 마수일수록 자신의 자존심이 강해져 그런 게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건 소환사가 마수보다 압도적인 강함을 가지지 못했을 때에 이야기.

데카드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다크로우의 몸이 푸른 섬광으로 물들더니 다시 돌아와 데카드의 어깨에 올라탄다.

“무거워 이놈아. 아! 맞다 이름을 지어줘야지!”

마수 소환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한 작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다크로우라는 종족의 이름에서 자신 개인의 고유 이름을 소환사에게 받은 마수는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좋은 소환사는 네이밍 센스가 필수였다.

까아악!

좋다는 듯 두 날개를 펄럭거리는 다크로우가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데카드를 바라본다.

하늘을 날아갈 때마다 다른 마수들이 이름이 생긴 것을 보고 어찌나 부러웠는지.

알렉산더, 에블린, 카루라 자신도 그런 이름을 받게 될 것을 고대하며 지난날을 살아왔다.

“짹짹이!”

다크로우…… 아니 짹짹이의 몸이 잠깐 동안 푸르게 빛나며 진명이 정해졌다.

“좋아 짹짹아! 우리 같이 이 마수계를 나가 보자!”

까아아…….

짹짹이의 목소리의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지만 기분 탓일 거라 믿었다.

그리고 천 년이 지나갔다.

1000년 만에 귀환한 천재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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