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99화 (199/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99화>

“이후의 일은 부탁하네.”

“예, 그럼.”

병준은 로버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날렸다.

이곳의 마력 결절점 중핵을 와해하기 위해 마력 스트림을 쫓아서 신속하게 움직였다.

츠팟- 파파팟-

‘마력 결절점 중핵이 움직이는군. 마력 스트림에 의해서 옮겨지고 있어.’

놓칠 순 없다. 더 속도를 높인 병준은 끝내 마력 스트림이 얽히는 장소를 찾아내 돌파했다.

수십 가닥의 마력 스트림이 주변과 완전히 차단된 공간을 형성하여 중핵을 보호하고 있다.

콰콰쾅! 쿠화하하하하하하-

병준이 검을 떨치자 중핵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마력 스트림은 풀어헤쳐졌다.

쿠스스스스-

완전히 해소하지 않으면 다시 엉겨서 중핵을 이루겠지.

이 정도 스케일의 마력 스트림이라면 부활하지 못하도록 밟아 둬야 했다.

“세레나, 중력장.”

“응!”

세레나에게 말한 뒤 병준은 청강검을 투영했다.

콰아아아아아아-

이내 중력장 기류에 휘말려 병준의 앞으로 모여드는 마력 스트림의 기류.

그것들은 결국 청강검의 와해기에 의해 하나둘씩 사그라졌다.

그때 병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뭐지?’

유독 한 가닥의 마력 스트림이 역행하여 오히려 중력장으로 뛰어들었다.

심지어 필사적으로 움직이면서.

마치 중력장의 기류에 실려 어떻게서든 병준에게 닿으려는 듯.

‘설마 마력 스트림에 깃든 올드원의 기운이 역습하는 건가?’

병준은 그것을 베려 했으나 역습이라 하기에는 이상하게도 너무나 약했다.

심지어 다른 마력 스트림의 기류에 치여서 버티는 것조차 고작으로 보였다.

그 얇은 선은 간신히 자신의 근처에 닿더니 소용돌이쳤다.

이어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듯 위태로웠지만, 거울처럼 상을 맺었고.

츠츠츳- 츠츳!

희미하게 섬전이 일며 거기 뭔가 비쳤다.

‘……역습이 아니군. 뭔가를 보여 주려고 한다.’

병준을 향해 닿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마력 흐름.

파츠츠츠츳- 파츠츳!

그때 주변 마력 스트림이 눈알과 촉수 모양으로 변질되더니 그것을 물어뜯듯 마구 달려들었다.

이쯤 되면 저것의 정체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올드원이 방해하고 있다. 저것이 내게 닿지 못하도록.’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명확했다.

병준은 청강검으로 눈알과 촉수가 돋은 마력 스트림을 벴다.

촤아아아악-

반면 자신의 근처에서 상을 맺은 기류에는 자신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파치치칫- 파치치칫!

덕분에 맥이 없던 마력 스트림은 겨우 힘을 되찾으며 작은 마력 결절점을 형성했다.

-저의…… 과오…… 입니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리나?’

목소리가 들리자 병준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뒤이어 흐릿하게 비친 모습은 병준의 추측을 증명해 주었다.

-아카식 레코드에는…… 인간의 사념…… 뭉친……

목소리와 함께 언뜻언뜻 보이는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이리나였다.

그 상은 점차 잡음 없이 선명하게 보이고 들렸다.

-……이 세상에 결코 나와선 안 될 것들입니다. 한데 남궁민수가 그 힘을 탐닉하여 완전히 강림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끊어지는 목소리나 죽어 가는 듯한 현재의 상태가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떻게든 속죄하고 싶지만 여기서 제 운명은…… 쿨럭! 끝인 듯하군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병준 헌터님, 당신만이 남궁민수를 막을 수…….

‘역시 그렇게 된 것인가.’

이리나는 올드원의 존재를, 그것이 이미 수많은 세계를 멸망시킨 것을 모른다.

그럼에도 아카식 레코드를 보는 능력으로 그 심층을 들여다보며 무언가 깨달은 모양이었다.

올드원이 가공할 정도로 파멸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남궁민수의 일을 훼방 놓았으니 이제 저를 죽이러 오겠죠. 개마고원 필드입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이곳에 유인할 테니 ……쿨럭!

파치치치칫- 치치칫!

돌연 잡음이 섞이고 그녀의 말이 점차 늘어지더니 마력 결절점이 흐릿해졌다.

암흑마력의 끈적한 점액질 형태가 보인다.

남궁민수의 강림 조짐이라는 건 어렵잖게 알 수 있었다.

“끄흐흐흐흐흐흑!”

흩어진 마력 결절점에서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가냘픈 비명만 들린다.

파치치치치칫- 쿠후후후-

마지막 마력 흐름이 생명의 불씨가 다하듯 가느다란 끈이 되었다가 스러졌다.

“개마고원 필드라고 했었지. 남궁민수가 지금 거기에…….”

키케온과 카트리나가 한반도 북쪽을 탐색하고 있으니 지금쯤이면 좌표도 알아냈을 터.

“서둘러야 해.”

이리나가 그를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병준은 바닥에 손바닥 대고 권능을 발동했다.

파치치칫- 파치치칫!

마검석이 빛줄기로 화하면서 마력회로가 전개되자, 이내 마법진 같은 문양이 새겨졌다.

[ 동유럽_마검주가 각인되었습니다. ]

“마검전7층 내전으로…….”

그리곤 나지막이 읊조리며 하남에 위치한 내전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파치치치칫- 콰하하!

그러자 강력한 섬전이 휘몰아치더니 빛줄기로 화해 쏘아진 병준의 몸이 다시 바닥에 꽂히는 순간, 한쪽 무릎을 살짝 굽혔다 일어섰다.

후우우우욱-

섬전이 걷히며 드러난 곳은 마검전 7층 내전의 마검주 위.

그리고 그 앞에 명수, 앰버, 키케온이 시립하고 있었다.

“알아냈어?”

거두절미하고 던진 질문에.

키케온 역시 바로 알아듣곤 답했다.

“예,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 * *

“……아니었어.”

주변에 마력 스트림이 소용돌이치며 비추는 곳곳을 보며 이리나는 망연히 중얼거렸다.

“……내가 바랐던 건 이런 게 아니었어.”

비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비정했다. 소용돌이에는 또 다른 모습이 비쳤다.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과 세상에 가장 먼저 연결점을 형성하여 차원각성진을 가장 많이 중첩시킨 곳.

파치치칫- 파치치치치칫!

지금 그녀가 있는 장소인 개마고원 필드였다.

-으윽, 힘이…… 으으으…… 아냐…… 몸이 이상해.

-으으, 자꾸 목소리가 들려.

마력의 소용돌이가 비추는 창으론 수많은 사람이 암흑마력에 잠식당해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두둑- 뿌두두두둑!

뻐어어엉!

혹은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죽거나, 아예 인간으로서 모습을 잃고 몬스터가 된 이도 태반이었다.

“이리나, 지금 바깥에!”

그때 알바트로스가 다급히 그녀가 있는 공동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파치치칫- 파치치치치칫!

암흑마력과 마력 스트림이 휘감겨 오더니, 그의 몸에 눈알과 촉수들을 새기려 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것을 힘껏 떨쳐 내고는 이리나의 옆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아카식 레코드로부터 나오는 기운이 폭주하고 있다. 이걸 막고 우리가 의도한…….”

“아카식 레코드 안은 이미 철저히 오염된 상태에요. 우리는…… 실패했어요.”

그 말에 알바트로스는 귀를 의심하듯 잠시 그녀를 멍하니 쳐다봤다.

“이 막대한 마력만 취하여 세상을 좋게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만했네요. 이미 그 자체로 타락한 마력은…… 세상을 오염시킬 뿐이었는데.”

말을 멈추더니 그녀는 알바트로스의 뺨을 쓰다듬듯 천천히 쓸어내렸다.

파치치치칫-

그러자 옅은 파장이 일며 마력 스트림에서 푸른 기운만이 추출되어 그에게 스며들었다.

“쿨러헉!”

안 그래도 초췌한 그녀 안색이 더 하얗게 질리며 피를 토했다.

“이리나, 대체 무슨?!”

알바트로스가 놀라서 서둘러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부축할 겨를도 없이 그녀가 말했다.

“남궁민수, 그가 아카식 레코드의 어둠에 잠식당해서 폭주하고 있어요. 이대로는…….”

이리나는 무언가 결심한 듯 어금니를 꽉 물었다.

파치치칫-

그녀의 주변으로 스파크가 일더니 손짓을 따라 일대의 마력 스트림이 움직였다.

마치 연쇄적으로 파동을 일으키듯 그 움직임은 허공에 뜬 수없이 많은 차원각성진에 빛을 퍼트렸다.

특히 그중 허공에 뜬 마력 소용돌이의 한 군데서 헌터가드 파티와 타락한 바우젠하우어가 부딪치는 모습이 보였다.

“흐으읍, 쿨러헉!”

“괜찮…….”

알바트로스가 괜찮냐며 물으려 했으나 그의 말은 제대로 끝맺어지지 않았다.

촤아아아아악!

이리나가 가까스로 막고 있던 차원각성진과 마력 스트림이 활개 치면서, 허공에는 시커먼 점액질이 흘러내렸다.

뭔가 거대한 존재감이 뚫고 나오려 한다.

“크허헉!”

그와 동시에 검은 촉수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며 알바트로스의 몸을 꿰뚫었다.

“크흐흑!”

그의 몸뚱어리는 시커먼 촉수에 의해 삼켜졌다.

아울러 촉수는 이리나마저 잠식하더니 사지를 비틀고 심지어 암흑마력 오라가 침투하며 몸이 시커멓게 변해 갔다.

쫘아아악! 쫘자자자자자작-

이내 그녀에 이어지던 마력 스트림은 갈가리 찢기며, 전신에 시커먼 암흑마력의 오라를 두른 남궁민수가 강림했다.

“스스로 눈뜰 때까지 배려해 주었거늘 왜 날 방해한 것이냐, 이리나?”

그녀는 억지로라도 목소리를 내서 답하려 했다.

“아뇨, 그건 눈을 뜨는 게 아니라 망집…….”

그렇지만 이리나의 말은 제대로 끝이 맺어지지 않았다.

남궁민수의 발밑에서 급속히 번져 가는 암흑마력의 오라는 이리나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덮어 버렸기에.

우두두둑! 뿌두두두둑-

촉수와 눈알 모양이 그녀의 피부를 덮고 시커먼 점액질이 그녀의 눈코입 모든 구멍으로 밀려 들어가 삼켰다.

이내 한 줌 시커먼 물로 녹아내린 마력은 암흑마력의 오라에 실려 남궁민수에 흡수되었다.

-제물을 흡수했다.

-아카식 레코드 기록을 흡수해서 더 강해지자.

-마검이 온다. 마검부터 죽여야만 해!

남궁민수의 뇌리로 전해지는 목소리는 한층 또렷해졌다.

아니, 이제 목소리가 다른 의지라 느끼지 않았다.

이건 자신이 내는 목소리다, 자신의 의지다. 그리고 사방에 퍼진 아카식 레코드의 감각을 통해 여실히 감지되었다.

“마검…….”

마검의 주인이 이곳으로 쇄도해 오는 것이.

* * *

키케온이 알려 준 좌표에 개마고원으로 미리 정찰 보낸 카르리나를 통해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느껴진다. 강한 암흑마력의 존재…… 남궁민수가 여기 강림했군.’

츠팟- 파팟- 콰아아앙!

병준은 전력을 끌어올려 속도를 냈다.

가로막는 건 무엇이든 박살 내면서 일직선으로 나간다.

순식간에 차원각성진이 수십 개나 드리운 필드에 접어들자 그의 앞을 몬스터들이 막아섰다.

“크르륵…… 마검…… 죽어!”

아니, 그것들은 몬스터라기 보다는 한때 인간이었던 모습에 가까웠다.

아마 장미십자단과 연계하여 이곳을 점거하고 있던 빌런 세력이나 끄나풀이리라.

폭주하는 아카식 레코드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눈알과 촉수를 뒤집어쓴 불완전한 올드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퍼져 나오는 파장만으로도 그 힘을 유추할 수 있었다.

“주군, 이쪽은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맡겨 주세여!”

그러나 병준도 혼자가 아니라 동유럽에 남겨 둔 드웨인을 제외한 다른 관리자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럼…….”

선공은 명수였다.

츠팟- 파앗-

그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한순간에 전면의 몬스터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무런 무기조차 들지 않은 맨몸이라 위태로워 보였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평소 점잖게만 보이는 저 모습에 어찌 저런 격렬한 투기를 숨겨 두었는지.

콰아앙! 콰콰쾅! 콰아아아앙!

일격, 일격에 혼신의 전력을 깃들인 주먹과 발차기가 작렬하자 몬스터들이 터져나갔다.

“와, 실력은 여전하시네.”

바로 뒤이어 카트리나도 뛰어들더니 옆에서 망치를 휘둘러 나란히 몬스터를 박살 냈다.

아무래도 마력의 결을 보는 섬세한 스타일이 여기서도 드러나는지.

콰앙! 콰아아아아-

그녀는 명수의 투로 사이사이를 노리면서 몬스터들을 잡는 보조 딜러 역할을 했다.

“키에에에엑!”

그러자 저쪽에서는 멀리서 공격하려 했으나, 이쪽도 원거리 딜러가 있었다.

마법에 능한 앰버가 손거울을 꺼내나 싶더니, 거기서 마력의 가닥이 새어 나오며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아아!

이내 휘몰아친 불의 고리가 원거리 몬스터를 쓸어 버린다.

“끄흐으으으으…….”

아직 살아남은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앰버, 메이드라면 청소는 제대로 해야지. 주군 가시는 길에 저런 잡것들이 걸리적거리게 두다니, 쯧.”

페르드가 옅은 미소를 띠고 수인을 맺자 지면이 출렁이더니 널브러진 몬스터를 좌우로 밀어 냈다.

콰아아아아아아-

탱커가 필요 없는, 공격이 최선이라는 걸 보여 주는 듯한 전법이었다.

“주군, 이제 바로 앞입니다. 느껴지는군요.”

“그래, 남궁민수, 아니 올드원의 기운이…… 나도 느껴지네.”

파치치칫- 피칫!

병준은 마침내 비축해 두었던 기운을 끌어올리며 관리자들을 앞질러 나섰다.

“크르르르륵!”

“크어어어!”

가장 깊은 곳이라 들어갈수록 거항도 만만치 않았으나, 관리자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으며 단번에 힘을 쏟아 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순간 뚫린 통로로 병준은 뛰어들었다.

후우우우우우욱-

그 앞은 점액질로 벽을 만든 듯 두꺼운 암흑마력의 오라가 가로막고 있었다.

득실거리는 눈알과 촉수 가닥이 혐오스럽게 일렁인다.

“하아아아아앗!”

병준은 기합과 함께 마검을 정면으로 쏟아 냈다.

콰르릉! 꽈콰앙! 쫘아아아악-

공간이 찢어지고 마침내 그 너머가 드러났다.

아니, 차원이 이면이 부상하며 숨겨진 거대한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차원각성진이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 아래 시커먼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왔는가. 정병준, 아니 마검전의 주인이여.”

-……마검전의 주인이여.

남궁민수이면서, 또한 그가 아닌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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