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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94화 (194/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94화>

“……왔구나. 모두, 정말 반갑다.”

관리자들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병준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반응은 관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마지막 층까지 강림시키셨군요.”

“과연 주군이세요. 저는 믿고 있었다구여, 헤헤!”

“주군의 세상에는 불온한 힘이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역시 든든하네, 고맙다.”

병준은 관리자들 하나하나와 마주 잡고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하고는 저택, 아니 마검전 7층으로 향했다.

‘역시 처음에 설계할 때와 달라졌네. 하기야 마검전으로 거듭났으니…….’

마검전 내전에서 본 느낌과 비슷해졌다.

특히 뭣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층의 마검전과 마찬가지로.

[ 마검전 7층 내전_마검주가 등록되었습니다. ]

파치치칫! 화르르륵-

복도를 지나 내전으로 들어가자마자 섬전과 함께 푸른색으로 빛나는 마검주였다.

[ 마검전이 완전히 강림하여 마검주 각인_권능을 새로 각성하였습니다. ]

동시에 뜨는 또 하나의 메시지에 병준은 잠시 멈췄다.

“마검주 각인?”

마검 소환을 할 때, 마검석을 소모하면서 본능적으로 그 인연의 가닥을 어떻게 휘둘러야 한다는 직감이 떠오르고는 한다.

지금 병준은 그 감각이 한층 더 확장된 것을 느꼈다.

이 마검석으로 다른 뭔가를 불러낼 수 있을 듯한 느낌, 바로 그것이 마검주인 걸까.

병준은 바로 권능 설명창을 열어 봤다.

[ Ⓐ마검주 각인 ]

*마검석을 소모하여 원하는 곳에 마검주를 각인하여 사용할 수 있다.

!!주의!! 소모되는 마검석 숫자는 대상 장소의 마력지맥 특성에 따라 다름

“역시 그렇군. 즉, 이제는 정해진 좌표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장소에 마검주를 설치할 수 있다는 거네.”

마검전을 7층까지 개방해서 그런지, 과연 마지막에 걸렸던 제한이 풀린 기분이 든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날카로운 감각이 병준을 자극했다.

“또 뭐지?”

마검전 7층의 마검주를 등록하는 것이 무언가의 신호였을까.

파치칫-

병준의 발치에서부터 섬전이 일더니, 어느 순간 주변으로 확장하며 사방에서 물고기가 날뛰듯 섬전이 튀었다.

파치치칫- 파치치칫!

강렬히 빛나는 섬전은 천장, 벽면, 바닥을 훑으며 병준을 향해 좁혀지는 동심원을 그렸다.

‘이건 마력회로?’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기는커녕 익숙했다.

마검전 소환을 쓸 때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마력회로를 마주했기에.

그러고 보니 생각이 들었다.

‘마검전 투영 없이, 마력회로 전개 없이 마검전에 들어온 건 처음이구나.’

파치치치칫- 파치치치치칫!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은 마치 이미 강림한 마검전의 마력회로를 역으로 읽어 들이는 것 같았다.

화르르르륵- 후우욱!

마지막은 푸른 마력의 검이었다.

병준의 손에 저절로 푸른 마력의 검이 투영되더니 그곳에 응축된 마력회로가 담겼다.

우우우우웅-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공명하는 울림이 영혼 깊숙한 곳에 닿았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동시에 푸른 마력의 검은 손에서 빠져나가 허공에 휘돌더니 포탈을 그려 냈다.

좌아아앙-

창에 글씨가 새로 새겨졌다.

[ 궁극의 마검 ]

*조건 : 마검전 모든 층을 강림하여 진입

*내용 : 푸른 마력의 검의 시험을 통과하여 마검전의 모든 인연을 진정으로 얻을 것

*진행 : 시련 통과 0/1

*보상 : 푸른 마력의 검의 진정한 권능 ?? 개화

‘궁극…… 의 마검이라고.’

거기에 푸른 마력의 검의 권능이 개화한다니.

푸른 마력의 검은 제일 처음 얻은 검이다.

마검주로서 자신의 처음이자 페르소나. 그런데 이 검의 진정한 권능이라니…….

‘설마 그간 느끼던 벽이나 강함에 대한 본능적인 갈증 같은 건 모두 이 전조였나.’

이제 이 관문만 넘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마검전의 주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푸른 마력의 검이 화한 포탈 역시 파랗게 빛나며 말하는 듯하지 않은가.

자신의 힘을 얻고 진정한 마검주로 거듭나 달라고 말이다.

“마침내 이 순간이 왔군요. 감격스럽습니다.”

관리자들도 이걸 알아챘는지 아까 못지않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꽈아악!

병준 역시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쥘 정도로 투지가 일었다.

바로라도 저 푸른 포탈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 하지만 그 전에 정리하고 갈 일이 있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의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어. 너희도 도와줘야 해.”

명령만 내려 달라는 듯 고개를 숙이는 관리자들을 보며 병준은 말을 이었다.

“우선 전에 말했던 놈들 본거지를 알아야 하는데…… 진전이 있었어?”

병준의 시선을 받자마자 키케온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펼쳐 허공에 뭔가를 그려 냈다.

파치칫- 파칫!

“아카식 레코드를 관찰하며 지구에 관한 정보는 충분히 숙지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유력한 본거지도 추려냈습니다.”

허공에 그려진 선들이 점차 구체를 이루더니, 이윽고 지구본이 되어 회전했다.

거기에 표시된 선의 여태껏 본 그 무엇 것보다 정교했다.

“이 두 곳입니다.”

그리고 키케온이 손짓하자, 동유럽 불가리아 부근과 한반도의 북한 쪽이 빛나기 시작했다.

“중심점이 두 곳으로 나뉘었는데. 한 곳은 불안정한 상태로 강하게 팽창하고 있고, 다른 한 곳은 안정된 상태로 차원각성진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다른 관리자들도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수가 있나? 우리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어?”

“우리 세상도 그래. 애초에 차원각성진을 억제하는 반응이라니 이상하군.”

병준은 잠시 고민하다 키케온에게 다시 물었다.

“불안정한 곳과 안정된 곳이 각각 어디지?”

“불안정한 곳은 동유럽 불가리아, 안정된 곳은 한반도의 북쪽입니다. 더 정확한 위치를 추산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충분히 수고했어.”

먼저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자명했다.

‘동유럽에 불안정한 상태의 중심점이 있다면 그쪽 먼저야.’

병준은 바로 유하남과 백강철에게 문자를 보냈다.

방금 키케온의 보고처럼 동유럽을 수색하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한반도 북쪽도 혹시 모르니 그에 대해서도 언급을 잊지는 않았다.

“참, 지금 보여 줬던 데이터는 지구의 기술로 열람하게 해 줄 수 있어?”

“물론입니다. 아카식 레코드 접속에 비해, 이곳의 정보 가공은 쉬운 일에 속합니다.”

하기야 아카식 레코드에 비하면 컴퓨터 서버 따윈 열화판에 불과하겠지.

“그럼 이 자료들을 가공해서 헌터가드로 보내 줘.”

“예, 분부하신 대로 처리해 두겠습니다.”

병준이 키케온의 어깨를 토닥여 주자 다른 관리자들도 나서며 한마디씩 했다.

“저희에게는 뭔가 달리 맡겨 주실 일이 없으신지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잘 할 수 있어요!”

“물론 너희도 할 일이 있지. 우선 마검전은 우리 본거지야. 비워 둘 수 없으니 여긴 명수와 앰버가 맡아 주고.”

이어 다른 관리자를 보면서 말을 덧붙였다.

“정보 관련 일은 키케온한테 맡겼지만, 직접 움직일 사람도 필요할 거야. 페르드가 해 줘.”

“예.”

“드웨인과 카트리나는 각각 동유럽과 한반도 북쪽의 필드를 조사해 주고.”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키케온뿐 아니라 다른 관리자들도 병준의 의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열의를 보였다.

“믿음직스럽네.”

이제 이곳의 일이 끝났으니…….

병준은 관리자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푸른 마력의 검이 화한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 * *

[ 마검전_검의 비고에 진입하였습니다. ]

“흠, 검의 비고라.”

포탈을 넘자마자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드리우더니 어느새 내전에 서 있었다.

수백이 넘는 검이 바닥에 꽂혀 있는 광경은 과연 눈에 익었다.

처음 마검전에 들어갔을 때 얼핏 봤던 그 모습.

“아니, 그때보다는 좀 적나.”

사아아아아-

검 한 자루 뽑아 보려 했지만, 잡히지 않고 스륵 투과했다.

“음?”

그 반응에 당황하여 고개를 갸웃하는 그때.

[ 그림자를 상대로 승리하십시오. ]

파치치치칫-

눈앞에 창이 드리우는 것과 동시에 서너 걸음 앞에서 섬전이 일더니, 마력이 뭉치며 형체를 이루었다.

그것은 자신을 본떠 만든 듯한 실루엣이었다.

스르르릉- 차착!

실루엣이 손을 뻗자 근처 마검 한 자루가 반응하여 손에 잡힌다.

츠팟- 촤아악!

그리고 무섭게 돌진해 온다. 연기처럼 늘어나서 덮쳐 오는 검의 궤적이 익숙하다.

타탓- 탓!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이 사용해 온 검.

실피드 페리온.

병준은 익숙한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였다.

좌, 우 공간을 지각하여 그 좌표를 비집고 들어오는 뭔가를 피하면서 주변을 다시 살핀다.

“이 녀석을 쓰러트리는 게 퀘스트라는 건 알겠는데.”

자신의 마검을 사용할 수 없다니…… 마검전의 주인이라는 자격이 박탈되지 않은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험의 의미는 대체 뭘까.

채채챙! 채챙- 채채채챙!

자신과 똑같은 모습과 전투 감각에, 마검까지 쥔 녀석과 싸우라니.

자신이 경험해 본 가장 강한 적, 바로 자신과 싸워서 이겨 보기라도 하라는 걸까?

차차창- 채애앵!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검과 검을 부딪치며 느껴졌다.

“녀석의 검도 진짜군.”

마치 거울과 같이 똑같은 마력회로의 투영.

그 내구도와 강도.

개방된 권능까지 똑같았다.

‘……뭘까?’

새삼 다시 드는 의문.

채앵- 파아앗!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걸까, 무엇을 알려 주고 싶은 걸까?

병준은 자신과 맞서는 실루엣에 직접 그 답을 묻기로 했다.

마검전, 이 공간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마검으로.

채채챙! 챙-

베고 찌른다.

챙!

날카로운 기세로 허공을 베고 들어가는 마검은 실루엣의 마검과 닿는 듯싶더니 빗겨 가면서 빈틈을 노렸다.

그것을 막기 위해 실루엣의 태세가 흐트러지자, 병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검을 찔러 넣었다.

팟-

간결한 일격.

푸스스스스스-

실루엣이 연기로 흩어지더니 스러지며, 녀석이 쥔 실피드 페리온이 해제되었다.

“음?”

그러나 퀘스트 성공 메시지가 나올줄 알았거늘 아무 것도 뜨지 않는다.

파치칫- 파칫!

대신 섬전이 일더니 몇 미터 앞에 두 개의 실루엣이 형성되었다.

* * *

실루엣 두 개를 벴다.

파치칫- 파치칫!

세 개를 벴다, 네 개를 벴다, 다섯 개를 벴다.

츠팟- 파아앗- 채채챙!

그리고 여섯 개의 실루엣이 스러져 흩어지는 걸 보며 병준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메시지가 뜨는 와중. 동심원으로 파동이 퍼지더니 내전에 꽂힌 마검들이 더 늘어났다.

심지어 내전 자체가 아예 운동장처럼 넓어지기까지.

그걸 다루는 실루엣들은.

“……이제 일곱이군.”

칠각형을 그린 듯 각각 꼭짓점에서 실루엣이 나타나 병준을 에워쌌다.

그리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공격해 왔다.

저마다 다른 마검을 뽑더니 빠르게 사각으로 숨어들거나 합격을 펼쳤다.

‘이대로는 잡아 봤자 반복만 할 뿐이야.’

무턱대고 실루엣들을 잡는 것이 퀘스트를 깨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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