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80화>
사냥하러 들어왔다면 또 모를까 몬스터 따위에 허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병준은 덮쳐 오는 타이턴 앤트들의 공격을 피했다.
아울러 가속 영역과 함께 세레나의 간격 조작으로 필드를 전력으로 달려서 전력 주파했다.
“병준, 저기에!”
그리고 차원각성진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필드라 그런지 곧 하얀 얼룩을 발견했다.
파치치칫- 파칫!
그곳부터는 아카식 레코드 특유의 하얀 얼룩과 문자열의 향연이었다.
하물며 아직 내면 차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력 스트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수십 갈래의 마력 흐름은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찾았다, 다시 돌아왔군.”
그 끝에 마침내 다다랐다.
앞과 마찬가지로 황무지에 철길이 깔렸지만, 표면에 무수한 문자열이 흘러가는 영역. 바로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에.
“뭐가 있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파헤쳐 주지. 그전에!”
병준은 미소 띠며 그곳으로 돌입하고는 마력 패턴을 맺어 허공에 낙인찍듯 각인했다.
파치치치칫-
이로써 아카식 레코드 경계 좌표에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지점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더라도 나올 때 수월하리라.
‘고맙다, 키케온. 이거 생각보다 더 유용하네.’
병준은 속으로 키케온에게 감사를 표하며 철길 따라 계속 달려갔다.
구우우웅- 콰아아아!
마력 스트림 십여 줄기가 거세게 흐르며 분위기가 바깥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해류를 형상화한 듯 저마다 형형색색의 지류가 일렁이며 흘러간다.
그리고 그로 인해 물리적인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비선형적 영역이 전개되었다.
콰아아아아아- 콰치치치칫!
특히 어떤 곳은 마력 흐름이 뭉쳐 소용돌이치며 아예 땅이 뒤집혀 있기도 했다.
특히 방점을 찍은 건 괴성과 함께 등장한 암흑마력 덩어리들이었다.
“암흑마력의 덩어리…… 더미 몬스터들이네.”
일전에 유하남은 저것을 몬스터의 원전이라 했었다.
그리고 마력 스트림에 노출되면 그 연계 전승에 따라 몬스터로 진화하는 특성은 여기서도 그대로 발현되었다.
콰아아아아아- 파치치칫!
마력 스트림에 노출되자 실루엣이 울룩불룩하더니 갑자기 갑각이 돋쳤다.
이어 갈퀴가 돋친 몇 쌍의 팔다리가 돋아나며 눈알이 갈라져 겹눈이 되었고.
“키에에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변태한 놈들 모습은 던전에 서식하는 타이탄 앤트와 비슷했다.
애초에 같은 마력 스트림에 의해 영향받았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질적인 면에서 비견해 보자면 급이 달랐다.
“타이탄 앤트에 다른 몬스터까지 융합이라.”
이번 마력 스트림엔 용종의 연계 전승이 깃들었는지, 놈들의 갑각이 비늘로 덮이고 눈알이 노랗게 빛났다.
용종 특유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마력 반응이 강해지고, 곧이어 오라까지 피어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치칫!
몸통 표면으로 문자열이 흐르더니 창칼 같은 날붙이가 돋아 번뜩거린다.
마력 스트림에 깃든 아이템 전승이 구현되더니 놈들 육신을 매개체로 구현된 것이었다.
우우웅- 파드드드득!
마지막으로 등에 돋은 몇 쌍의 날개가 퍼덕거리더니.
“키에에엑!”
녀석들이 빠르게 덮쳐 왔다. 겉보기는 이것저것 잡탕으로 섞인 듯한 기괴한 모습, 하지만 그 위세만큼은 강력했다.
일반 던전이었다면 하나하나가 A급 이상 보스 혹은 챔피언 몬스터였겠지.
그렇지만 놈들의 앞에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마검전의 주인, 병준이었다.
“용종 특성이란 말이지.”
파치치칫- 파치칫!
입가에 미소를 띠며 병준이 투영한 마검은 곧은 칼날이 순백으로 빛났다.
[ 초치검이 용종 몬스터을 대하여 투지를 강하게 보입니다. ]
우우우우우웅-
날뛰고 싶어 안달인 초치검을 진정시키며, 병준은 초치검에 거대한 부메랑 형태 마검. 간장을 이중 투영했다.
파치치칫!
거기에 청강검의 예기까지 덧입히더니.
후우우웅- 후웅- 콰지지직!
검이 그의 손에서 벗어나 몬스터를 향해 쏘아졌다.
“크에엑!”
“크에에에에에엑!”
연계 전승으로 강화하고 아이템마저 융합되었으나, 역부족. 놈들은 무력하게 쓸려 나갔다.
특히 용종 특성에 상극인 초치검을 메인으로 투영하였기에 놈들은 다가오는 기세만으로도 위압되어 흠칫 경직되었다.
그사이 막야의 비검연참 권능이 발동하자 병준이 소리쳤다.
“세레나, 간격 조작으로 놈들 사이 거리 좁혀 줘.”
“응!”
이내 세레나가 간격 조작을 시전했다.
한 놈이 죽고 마검이 옆으로 날아가나 싶으면 순식간에 다른 놈의 지척에 쇄도해 간다.
퍽! 콰지지직- 콰지직!
수십 마리나 되는 타이탄 앤트 변종들은 제대로 힘도 못 써 보고 전멸했다.
“쉽군. 아직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가.”
병준은 중얼거리며 마력 스트림의 원류가 흘러나오고 있는 안쪽을 봤다.
후스스스-
타이탄 앤트 변종은 사체가 남지 않는 대신, 다시 암흑마력으로 화하여 원류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느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만, 이건?”
병준은 한층 날카롭게 돋운 기감으로 타이탄 앤트 변종의 잔해에서 흘러나온 암흑마력의 기류를 추적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바와 같이 그것들은 마력 스트림의 가닥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현상이야 너무나 당연했다.
파치치칫- 파치칫!
그러나 특이한 건 그렇게 흘러가는 궤적에 결절점 같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여러 마력 스트림이 섞이며 짙어지는 암흑마력의 농도에 간과하기 쉽다.
그렇지만 몬스터가 죽고 흘러나온 마력을 빨아들이는 순간,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군. 저게 차원을 확장시키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건가.”
파치칫- 콰앙!
병준은 마력을 실어, 즉시 가까운 곳에 있는 마력 결절점 하나를 강타했다.
마력 스트림 여러 개가 중첩되는 지점인 만큼 암흑마력의 파장이 퍼지며 반발했다.
그러나 병준의 마력에 버틸 리가 없었다.
쫘아아아악! 파스스스-
결국 마력 스트림 결절점은 와해되었다. 그러자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의 세력이 위축되는 것이 느껴진다.
“체크메이트, 답을 찾았네.”
그걸 보며 병준은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점점 더 활성화되는 차원각성진에 반하여 아카식 레코드를 위축시키는 방법을 찾아냈기에.
파치칫! 콰아아아아-
다만 마력 스트림으로 연결되어서인지 하나의 결절점이 사라지자, 주변 다른 결절점의 위치나 농도가 변했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그와 함께 병준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드리웠다.
[ 마력 결절점 파훼 ]
*조건 :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 결절점에 접촉
*내용 : 일정 숫자 이상의 결절점을 파괴하여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의 확장을 억제
*진행 : 1/100
*보상 : 마검석 5개
!!특전!! 처치하는 몬스터 숫자에 따라 보상으로 마검석 추가로 지급
퀘스트 내용을 보며 확신이 들었다.
‘마력 결절점을 많이 없애면 차원각성진의 작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거겠지.’
어느새 병준은 기감을 펼쳐 다시 위치를 잡아 가는 결절점의 좌표를 파악했다.
그리고 머리로 최단 경로를 그려 내며 발은 이미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 *
[ 마력 결절점 파훼_퀘스트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78/100 ]
[ 마력 결절점 파훼_퀘스트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79/100 ]
[ 마력 결절점 파훼_퀘스트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
파칫- 콰아앙!
병준이 휘두른 검에 마력 결절점이 또 하나 흩어져 사라졌다.
“와, 점점 더 마력 뭉친 거 없애는 속도가 빨라져!”
그 모습에 세레나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네가 잘 도와준 덕분이지.”
“헤헤, 칭찬 들었다!”
다만 마력 결절점 없애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 문제였다.
주변에 마력 결절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력 결절점을 찾는 감각에 물이 올랐는데도 말이다.
“이제 이 일대에는 마력 결절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는데.”
“앗, 여기도 이제 없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병준은 세레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카식 레코드 내면 차원은 넓잖아. 여기 아니라도 마력 결절점은 질리게 많아.”
그리고 마력 결절점이 뭉친 장소를 찾아내는 방법도 이미 파악해 둔 터였다.
파칫! 파아앙-
병준은 순간 마력을 응착하더니 강력하게 발산했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나 싶더니 주변에서 결절점을 잃고 꾸물거리며 흐르는 마력 스트림으로부터 반응이 온다.
꿀렁거리며 병준의 앞에 무더기로 나타나는 실루엣들은 바로 더미 몬스터였다.
“키에에엑!”
“키르륵, 키르르르륵!”
놈들을 보며 병준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나왔군.”
콰앙! 파치칫! 콰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병준은 놈들이 완전히 변태하기도 전에 마검을 휘둘러 쓸어버렸다.
휘우우우우우-
그와 함께 놈들의 잔해에서 흘러나온 암흑마력이 마력 스트림을 타고 움직인다.
“그래, 그쪽이었구나.”
몬스터를 죽이면 나오는 암흑마력은 마력 스트림을 타고 결절점으로 수렴된다.
그렇다면 더미 몬스터를 유인해 내고, 놈들을 사냥하면 마력 결절점 찾아내면 되는 간단한 이야기.
츠팟- 파팟-
그렇게 마력 스트림을 쫓아 달리다 보니, 어언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마력 스트림의 주변으로 더 다양한 마력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저번에 봤던 것과 비슷한 광경.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응어리진 미성숙한 포탈 같은 것이 곳곳에서 파랗게 일렁거렸다.
‘어쩌면 결절점이 안쪽에서 포탈로 변하는 건…… 음?!’
포탈과 마력 결절점이 유사하다고 느끼던 와중, 병준은 흠칫했다.
“또 마주쳤네. 이걸 마주쳤다 봐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덜 여문 마력 응어리 가운데 이리나의 모습이 보였기에.
이번에도 거대한 차원각성진 앞에 그녀는 고개 들어 이쪽을 바라봤다.
파치치칫- 쿠우우우우!
“역시 당신도 내가 보였던 모양이네.”
아니, 고작 본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가 차원각성진을 향해 양손을 뻗으며 무언가 했다.
“크흡, 쿨럭!”
그녀가 토한 검은 피에 앞섶이 완전히 젖었다.
그러나 그 모습과는 달리, 일군 결과는 대단했다.
파치치칫- 쿠우우우우우!
크건 작건 주변으로 흐르는 십여 개의 마력 스트림 궤적이 비틀어졌다.
“키르르륵, 케에에엑!”
그와 함께 마력 스트림이 뒤얽히며 더미 몬스터를 마구 쏟아 낸다.
수십, 아니 백여 마리 넘게 늘어난 더미 몬스터가 순식간에 변태하고는 으르렁거렸다.
“크륵, 마…… 검…… 죽…… 인…… 다!”
개중 특히 암흑마력 농도가 짙은 몇 놈은 병준을 향해 뭐라 지껄였다.
‘저 녀석들은?!’
전에도 보였던, 마검전이나 제검의 서에 강한 적대감을 표출했던 몬스터!
이리나가 알고 유도했든지 우연히 그렇게 됐든지는 모르나 그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이걸로 확실해졌군. 차원각성진도 마검전에 대적하는 것들과 관계가 있다는 뜻이겠지.”
파치칫! 쿠오오오-
그때 마력 스트림이 겹치는 곳마다 섬전이 튀었다.
“앗, 병준 저거!”
세레나가 가리키는 곳곳마다 마력 스트림이 겹치며 암흑마력 농도가 짙어진다.
그것은 마력 결절점이었다. 하물며 숫자는 무려 십여 개에 달하며 계속 늘어 갔다.
우두두둑- 뿌드드드득!
그것은 더미 몬스터에게 암흑마력을 보내며 한층 더 강력하게 진화시켰다.
화르륵- 파치치칫- 콰치칭!
어떤 건 화염을 뿜어내고, 또 어떤 놈은 전격을 휘두르고, 또 어떤 건 주변을 얼린다.
“캬아아악!”
그렇지만 그 맹렬한 위세를 마주하고도 병준은 미소 지었다.
정확히는 그 너머, 마력 결절점을 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잘 됐어.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직접 가져다 대령해 주면 땡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