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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75화 (175/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75화>

“……저것이 신의 강림인가.”

남궁민수는 자신을 향해 덮쳐 오는 흉악한 얼굴 형상을 보며 물러서지 않았다.

“끼아아아아아악!”

‘보통 사람, 아니 한 지역을 장악한 헌터의 피지컬로도 감당하지 못하다니.’

찐득한 피 웅덩이에 시커먼 점액질과 엉겨서 터진 육신 쪼가리는 참혹했다.

그 모습은 남궁민수조차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도 모르게 흠칫하였다.

‘허, 내가 물러섰다고?’

그런 그를 향해서 점액질은 한층 더 기세를 높이며 쇄도해 갔다.

“남궁민수, 정신 차리세요!”

그러나 어떤 외침과 함께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이 번지더니 공간을 격리시키며 그 충돌은 저지되었다.

“차원각성진은 완성됐으니 우리는 이제 물러…… 쿨럭!”

동시에 방금의 충격으로 피해가 컸는지, 이리나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파치칫- 파치칫!

그럼에도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짜내, 아카식 레코드 틈에서 흘러나오는 문자열로 남궁민수의 몸을 덮었다.

“끼에에엑!”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점액질이 사납게 덮쳐 왔지만 이미 남궁민수의 몸은 스파크에 휩싸여서 투명해졌다.

촤아아악-

점액질은 허무하게 남궁민수를 투과했다.

마찬가지로 피를 토하며 고꾸라지는 이리나의 투사체도 사그라졌다.

“끼에에에에에엑!”

자신이 노리던 먹잇감이 사라져버리자. 점액질은 얼굴 형상을 더욱 크게 부풀리며 분노 어린 기성을 질러 댔다.

츠파파파팟- 촤아아악!

그러다 화풀이할 대상이라도 찾는 듯.

혹은 다음 희생양을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근처의 다른 헌터에게 쇄도했다.

촤아아아악-

매서운 기세로 가는 놈의 직선 경로에 있는 이는.

“로버트 헌터님?! 피하세요, 위험합니다!”

“원격 딜러들 요격, 빨리!”

로버트였다. 그를 엄호하기 위해 헌터들이 저마다 스킬을 시전하며 점액질에 날렸지만, 대미지는 주지 못했다.

콰드드득- 콰드드득!

정확히는 화염이고 얼음이고 점액질로 된 몸뚱어리가 모두 삼켜 버렸다.

“큭, 신격이라고 해도 저걸 그냥 다 받아 냈다고?!”

로버트는 전신에 두른 십여 개의 토템을 공명시켜 점액질에 맞섰다.

그러나 녀석이 토착신인 탓에 자연으로부터 힘을 얻는 그와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크헙, 커헉! 크으으!”

로버트에게 흘러드는 자연 마력에 오히려 암흑마력이 역류해 온다.

그로 인해 점액질이 로버트에게로 밀려들면서 그의 몸이 시커멓게 부풀었다.

마치 전의 숙주가 그랬던 것처럼 당하나 싶었으나, 순간 로버트가 전신에 주렁주렁 달고 있던 토템이 번쩍거렸다.

그와 함께 점액질이 부풀어 터져 나갔다.

“흐아아아앗!”

콰아아앙-

“오오, 역시 로버트 헌터님! 저걸 떨쳐 내다니.”

“그래도 아직 위험해, 어서 원호를…….”

“모두 이쪽에서 오지 말게!”

다른 헌터들이 소리치며 도우러 가려고 했으나, 그 순간 로버트는 힘껏 소리쳤다.

언뜻 돌아보는 그의 얼굴 반쪽은 점액질에 잠식당해서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힘줄이 돋아나며 울룩불룩거리는 피부.

촤르르륵- 촤촤아아악!

심지어 흩어졌던 점액질 덩어리는 다시 로버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만약 다른 헌터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면 그들도 이에 휩쓸렸으리라.

로버트는 토템으로 전신을 공명시키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점액질을 떨쳐 내고 뜯고 찢어발겼다.

“허억, 허어억!”

그러나 한 번, 두 번…….

촤아아아악!

고작 세 번 떨쳐내려다 다시 엉겨 붙었을 때부터 로버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을 밀어내는 마력을 파악하여 내성이라도 생긴 듯, 점액질도 이제는 잘 뜯어지지 않았다.

우두둑- 뿌두두두둑!

심지어 얼굴뿐 아니라 양쪽 어깨부터 발끝까지 잠식하여 몸의 멀쩡한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젠장, 이걸 쓰는 날이 오다니…….”

그는 과연 노련한 헌터답게 상황 파악이 빨랐다.

뭔가 결심을 했는지 단검 형태 토템을 자신의 가슴팍에 푹 박더니 소리쳤다.

“크으윽! 내가 붙잡고 있을 테니 베어 주게나!”

이미 그의 눈이 시커멓게 물들고, 목이 옆으로 꺾여 어디를 보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어서!”

그렇지만 그가 누구에게 말하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벼, 병준 헌터님?”

다른 헌터들도 모두 병준을 쳐다봤다.

로버트가 행동 불능에 빠진 지금 상황에서 믿을 사람은 병준 뿐이기에.

“크흑, 부탁하네. 길어야 2, 3초가 한계야. 으으으윽!”

로버트의 꽉 문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흐를 때, 병준은 이미 지척에 다가서며 손을 뻗고 있었다.

결국 병준이 그를 벨 것으로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리는 이도 있었다.

그렇지만 병준은 그렇게 승리를 거머쥘 생각은 없었다.

“마이클, 저놈을 꺼낸 직후 로버트 헌터님의 치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어, 알겠어.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병준이 얻겠다고 마음먹은 승리의 방식은 확실했다.

“오늘 여기서는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파치치칫! 파치치치칫-

“로버트 헌터님, 조금만 버텨 주세요.”

병준은 오른손에 한 자루의 검을 투영했다.

마치 예장용처럼 아름다운 형태로 빚어진 유리검의 칼날이 새하얀 빛을 뿌렸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거기에 오환은사검을 이중 투영하자, 유리검은 마력사 형태로 늘어났다.

거기에 한동안 아껴뒀던, 내구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주는 원숭이 손 아이템을 썼다.

후우우우우욱-

짙은 연기가 로버트와 병준을 중심으로 휘돌며 감싸더니.

“하아앗!”

기합과 함께 병준은 마력사 형태의 마검을 수백 갈래로 늘리며 로버트의 전신으로 주입했다.

거기에 침투경의 묘리를 응용하여 마력을 실어 밀어붙였다.

우두둑- 뚜둑! 퍼펑! 꽈쾅!

“끄흡, 끄흐으으으윽!”

로버트의 몸 곳곳에 시커먼 점액질과 병준이 주입한 마력이 부딪치며, 뼈가 부러지고 살과 근육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났다.

“쿨럭, 끄르르릅!”

전신으로 피를 쏟는 그의 모습은 당장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내구와 마이클을 비롯한 힐러들의 치료 스킬이 합쳐, 어떻게든 버텨 내고 있었다.

촤촤촤악- 철퍼덕-

이윽고 그의 칠공에서 너덜너덜해진 점액질 조작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푸스스스스-

그와 함께 은빛 마력사도 녹아내리듯 새어 나왔지만, 원숭이 손의 연기에 닿자 순식간에 내구가 회복되었다.

병준은 그걸 다시 로버트의 몸으로 주입하여 점액질을 끄집어내는 싸움을 이어 갔다.

‘됐다, 이제 중간에 커다란 덩어리 하나…….’

“끼에에에에엑!”

녀석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괴성을 토해 내고는.

쩌어어억-

로버트의 가슴을 좌우로 쪼개더니 튀어나왔다.

“병준 헌터님!”

점액질이 이번에는 병준을 노리고 달려들자 헌터들이 흠칫했다.

그렇지만 병준은 오히려 잘 됐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로버트 헌터님 치료에 집중해 주세요.”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점액질은 보자기처럼 면으로 넓게 펼쳐져, 병준을 잡아먹듯 덮쳐 갔다.

아니, 실제로 덮쳐 병준의 몸으로 뒤집어씌워졌다.

이번에야말로 몸을 얻어 완전한 신격으로 강림하겠다는 듯.

꾸두두둑- 꾸두두두둑!

이미 그의 몸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점액질이 꿈틀거리는 것만이 보인다.

점액질 내부에서부터 주변으로 퍼지는 살벌한 소리.

“…….”

헌터들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쳐다봤다.

후와아악-

그리고 그 순간, 점액질을 뚫고 새 형상이 만들어지며 병준을 감쌌다.

“끼에에에에에에엑!”

그 힘에 시커먼 점액질이 나가떨어지려는 순간, 섬전이 튀었다.

파치치칫- 화르르르르륵!

아니, 그뿐 아니라 마력사에 이어 이번에는 불싸라기검까지 더해져 뜨겁게 타올랐다.

점액질은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며 찐득하게 흘러내린다.

촤촤촤촤촤촤-

누가 봐도 병준이 우세를 점한 상황!

점액질은 바로 태세를 바꾸어 도망치려 했다.

만만한 타깃을 찾아 몸을 빼앗으려는 것이겠지.

“미안하지만 꿈 깨. 그렇게 내버려 둘 생각은 절대로 없거든.”

후웁- 후우-

그 말을 내뱉었을 때 이미 일대는 그가 마력을 실어 내뱉은 호흡으로 제압되어 있었다.

[ 제검의 서_조화경이 발동하였습니다. ]

[ 조화경의 호흡이 지속되는 동안 효과가 점점 강해집니다. ]

신격을 가지고 강림한 검은 점액질은 꾸물거리며 재빨리 움직였지만, 병준이 그리는 호흡의 궤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치 바닥에 선을 그리면 개미들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듯 맴을 돌기만 한다.

화르르륵- 화르르르르르륵!

“끼에에엑!”

그 영역 안에서는 유리검, 오환은사검, 불싸라기검이 융합하여 투영된 마력사가 출렁거렸다.

무수히 늘어난 마력사는 신성력의 불길을 이글거리며 놈을 태웠다.

“그래도 나름 신급 연계 전승이라는 거냐. 이렇게 불타면서 소멸되지 않다니.”

후우웁- 후우우우우-

그렇더라도 오늘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조화경의 호흡 영역에 든 이상, 이 신성력의 불씨는 점점 더 강해질 테니까.

후두둑- 화르륵!

심지어 마력사는 점액질을 끊임없이 자르고 가르며 녀석의 몸집을 줄였다.

“끼이이이이이!”

마지막 발악인지 놈은 아직 허공에 남아 있는 아카식 레코드 균열을 향해 날아가려 했다.

츠팟- 촤촤촤촤촤-

아카식 레코드 균열도 그에 반응하여 아래쪽으로 급속도로 내려왔다.

“그렇게는 안 되지. 아예 다 같이 끝장내 주마.”

아까부터 계속되던 조화경의 숨결 덕에 그의 내력은 점점 더 중후해져 간다.

그렇게 모인 마력을 끌어모아, 그는 한 자루를 더 투영해 냈다.

후우웁- 후우우우우우!

손에 쥐어진 모비딕 크라잉이 검명을 터트린다.

쿠구구구구구-

그리곤 마력지맥을 끌어올린 힘에 마력을 실어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에 쏘았다.

아니, 쏟아 냈다.

콰콰쾅-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높게 일어선 새하얀 불꽃의 기둥이 모두를 휘감은 순간.

파치치칫- 파치칫!

빛의 기둥은 더욱 강렬해지며 모든 것을 시야에서 하얗게 지웠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시야도 소리도 없는 시간이 흐르고, 고요 끝에 선 병준이 한숨을 토하였다.

“후, 끝났군.”

마력 돔의 깨진 파편이 낙진처럼 떨어져 내리는 상공을 보며 병준이 나직이 읊조렸다.

파편에 시야가 가려졌지만, 병준의 말처럼 점액질은 소멸했다.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청나군. 이게 한 사람이 내는 힘이라니, 허!”

헌터들이 놀라서 중얼거리는 사이, 피라미드 주변에 흐르던 점액질도 사그라지며 안개도 걷혔다.

주위에 남은 것은 의식에 쓰였던 빌런들의 시체와 바닥을 나뒹구는 무수한 아이템들 뿐이었다.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87.5% ]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그와 함께 병준의 눈앞에 연달아서 지나가는 메시지들.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100% ]

‘이걸로 100퍼센트인가, 대체 얼마나 많이 있던 건지…….’

[ 마검전 7층 강림 준비_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

[ 장소 선정_연계 퀘스트가 발동하였습니다. ]

그 마지막에는 방점을 찍듯 창이 드리웠다.

[ 장소 선정 ]

*조건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 100퍼센트 달성

*내용 : 마검전을 강림시킬 곳에 푸른 마력의 씨앗을 심어 아카식 레코드 좌표 각인

*진행 : 0/1

*보상 : 마검전 7층 강림

!!주의!! 선정한 장소의 아카식 레코드 감응도에 따라 마검전의 좌표 각인 소요 시간이 대폭으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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