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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73화 (173/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73화>

제검의 서 페이지 몇 개가 떠오르며 빛줄기와 함께 반응하더니 새로운 창이 뜬다.

[ 조화경 ]

*조건 : 제검의 서 222, 238, 368페이지 습득

*효과 :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으로 일정 영역의 마력을 흡수하는 흐름을 형성

!!특수!! 호흡이 오래 반복될수록 형성되는 마력 흐름도 강화되어, 마력 흡수와 감각 능력을 점점 더 극대화

“마력 호흡 기술인가.”

평상시에도 도움받는 기술. 그런데 그게 쓰면 쓸수록 더 심화하게 된다고?

“후우웁!”

병준은 마력을 실어 깊게 숨을 내뱉었다.

물론 제검의 서 기술 무한의 호흡을 운용하면서였다.

“후우우우우…….”

내뱉는 숨결에 마력이 실려, 일대에 강줄기가 흘러가듯 여러 갈래로 갈라져 퍼졌다가 다시 모여들었다.

‘오, 여태까지 하던 마력 호흡과는 조금 다른데.’

조화경 호흡이 닿는 주변의 영역이, 마치 자신의 내맥처럼 운공되는 듯하다.

그러면서 영역을 점차 넓혀 가면서 자신에게 더 많은 마력을 몰아온다.

파치칫- 파치칫!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섬전이 튀더니, 마력 흐름이 마력회로를 자극하며 감각을 더욱 활성화시켜 주었다.

‘굉장하다.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지만…….’

이 페이스로 지속해서 점점 증폭시키면 어느 정도까지 될지.

마력의 양도 그렇지만, 특히 감각의 활성화는 병준의 손끝을 간질거리게 했다.

‘마검 세 자루 이상을 투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아니, 그 이상도 헛된 기대가 아냐.’

“오, 역시 병준 헌터님. 쓰러트리셨군요!”

“이러고 있을 틈이 어디 있어. 우리도 빨리 일해야지.”

그때 피해 있던 회수팀도 석상이 쓰러지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저마다 맡은 역할에 따라 빌런을 구금하거나 마력 케이스에 아이템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며 병준이 나섰다.

“잠시만요. 케이스에 넣기 전에 잠시 아이템 상태를 살펴봐도 될까요?”

아이템을 회수하기 전에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을 높이는 것도 잊을 수는 없으니까.

“아, 예! 물론이죠. 얼마든지 보십쇼.”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47.8% ]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56.1% ]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61.9% ]

[ 푸른 마력의 씨앗 진행률이 올랐습니다…….]

퀴네에, 하르페, 아이기스, 메두사 머리, 탈라리아, 키비시스 외로도 근처에 있던 여의봉과 근두운까지.

무려 여덟 개 아이템의 기록을 읽자 진행률이 빠른 페이스로 올라갔다.

70퍼센트를 넘기면서는 오르는 폭이 아무래도 작아졌으나, 그럼에도 여덟 개를 다 읽히니 90퍼센트에 육박했다.

“엄청난데……”

이제 정말로 7층이 목전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힘내자. 찾아보면 아이템이 더 있을 테니.”

그렇게 의기를 다지는데 그때.

‘기척?!’

돌연 무언가 느낀 병준은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해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악!

채찍 형태로 늘어난 실피드 페리온은 작업을 마무리하는 회수 팀의 옆으로 쏘아졌다.

정확히는 안개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와 아이템과 빌런을 향해서 뻗어가는 수십 가닥의 촉수에.

“으헉, 저거 뭐야?!”

“설마 그 석상, 아직도 안 죽은 거 아니야?”

꿈틀거리는 촉수를 보자 회수팀이 소리쳤다.

“아뇨, 석상은 확실히 끝장냈습니다. 이 촉수들은…….”

병준은 말끝을 흐리며 안개 저편을 응시했다.

아까보다 더 자욱해진 회색 안개 탓에 육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마력적인 감각이 더 짙어져 그 존재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거였군. 이 의식의 정체가.”

아카식 레코드가 강림할 때 공간에 균열을 만들어 내는 마력 반응이었다.

바로 그 균열 속에서 수십 가닥의 촉수가 쏘아진다.

게다가 방금만 해도 수십 가닥이었거늘, 이대로 제물들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더 많은 수가 달려들며 들러붙었다.

촤촤촤- 촤아악!

“또 온다. 모두 조심해. 회수팀은 우선 아이템과 빌런들의 회수에 집중해 주세요!”

“아, 넵!”

회수팀은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히 움직였다.

“저희가 엄호할게요.”

“버프 걸어 줄 테니, 어서 벗어나라고요.”

나미코와 마이클이 그들을 엄호하는 사이, 병준은 안개 속에 뛰어들었다.

점점 근원에 가까워지면서 병준은 더 확연하게 느꼈다.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을 워프처럼 쓰는 건가.’

공간을 격하고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이어지는 너머의 공간에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아마 이 의식이 주관되고 있는 장소겠지.

그리고 워프처럼 공간을 연결하여 빌런들의 사체와 아이템을 지금처럼 회수해 갔으리라.

“차라리 잘됐네.”

그러나 역으로 보면, 의식의 근원이 되는 장소를 직접 추적할 수 있다는 뜻.

병준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드리우며 실피드 페리온을 해제하고는, 다른 마검을 투영해 촉수를 향해 던졌다.

파치치칫-

병준의 손을 떠난 스톰 아이즈가 섬전을 흩뿌리면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탁한다, 스톰 아이즈.”

촤촤촤촤촤악!

촉수들이 있는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로 마검이 파고 들어간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콰르르르르릉!

돌연 하늘을 부숴 버리는 듯한 우렛소리가 들리더니 폭풍이 휘몰아쳤다.

콰콰쾅- 콰쾅!

스톰 블래스트가 천지를 격렬하게 진동시키며 그 존재감을 사방에 알렸다.

그와 함께 저편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실루엣이 드러났다.

쿠르르릉-

아울러 안개 속의 아카식 레코드 균열과 연결된 듯 폭풍이 저쪽 상공에도 드리웠다.

그 의미는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저, 저건?!”

“저기 뭔가 보여요.”

나미코와 마이클도 뒤늦게 피라미드를 보고는 놀라자 병준이 설명해 주었다.

“이번 의식을 주관하고 있는 제단일 겁니다. 죽인 빌런들의 마력과 아이템을 안개와 촉수로 저곳에 모으고 있던 모양이네요.”

“저런 게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니. 어떻게?!”

마이클이 놀라며 중얼거리자 나미코가 덧붙였다.

“고도의 결계를 구축한 것 같네요. 포탈을 응용해서 아카식 레코드로 워프를 만들다니……. 교류회 때 수해에서 펼쳤던 팔진도의 결계 이상이에요.”

그녀의 눈에 경악이 어린다.

파치치칫- 파칫!

하지만 곧 저쪽에서도 대응하기 시작했다.

마력 파장으로 스톰 아이즈의 폭풍을 몰아내더니 다시금 실루엣을 숨긴다.

“상황을 보니, 아직도 의식이 계속되고 있는 거 같군요.”

그것만으로도 둘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자들 숫자만큼 저쪽에 힘이 더해지고 있겠죠.”

“승부수를 보려면 그 전에 돌입해서 끝장내야 하겠군.”

“예, 그리고 한 번에 화력을 몰아붙여 단시간에 끝내는 게 중요하죠.”

병준이 손을 내밀자 나미코는 자신이 들고 있던 무전기를 건넸다.

“2팀 정병준입니다. 이번 의식의 중심으로 보이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1팀 백강철일세. 나도 보이는구먼. 피라미드 같은 거 말이지?

-3팀도 잘 보입니다, 저곳부터 칩니까?

아니나 다를까 다른 팀도 바로 반응이 들어왔다.

“그편이 좋을 듯합니다. 일단 2팀은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병준은 둘과 시선을 주고받은 뒤 바로 피라미드로 향했다.

* * *

피라미드는 직경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마력 돔 안에 위치해 있었다.

파치치칫- 콰쾅! 콰르릉-

그 마력 돔 한쪽에선 스톰 블래스트가 힘을 발산하며 뇌우와 섬전을 마구 뿌려 대고 있었다.

병준은 손을 뻗어 스톰 아이즈를 회수했다.

“고생했어.”

폭풍의 중심에서 부유하던 스톰아이즈가 돌아오더니 강하게 검명을 울어 댔다.

우우우우우웅!

“그럼 이제부터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제대로 해 볼까.”

말을 마치지 무섭게, 병준은 스톰 아이즈에 포스 블레이저를 이중 투영하여 폭풍의 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콰아아앙- 콰릉!

직접 손으로 쥐고 마력을 때려 박자, 마력 돔은 한쪽이 일그러지더니 무너졌다.

그 틈으로 돌입하자, 돔 안에는 바깥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음, 더글라스의 공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네.”

세레나가 병준의 옆에서 나란히 달리면서도 달갑지 않다는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바깥과 아예 다른 결계를 구축한 건 비슷한데…….’

핏빛으로 물들이는 하늘 아래, 바닥에는 질펀한 피와 무언지 알 수 없는 검은 점액질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는 시체와 아이템이 섞여 있었다.

“밖에서 죽으면 여기로 잡혀 오는 건가.”

“음, 이 점액질은 암흑마력이네요. 제물을 녹여서 피라미드 제단으로 흡수되는 술식이고요.”

나미코는 침음성을 흘리더니 피라미드로 시선을 옮겼다.

“게다가 피라미드 위에 있는 건 틀림없이…….”

정확히는 피라미드 끝에서 핏빛 하늘이 갈라지며 드러나는 하얀색의 균열을 향해서.

채 말끝을 잇지 못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병준은 모를 수 없었다.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

더구나 하와이의 던전에서 봤던 거대한 수레바퀴 같은 것이 여기서도 보였다.

아니, 여기서는 오히려 더 선명했다.

심지어 그것이 내뿜는 마력 흐름이 너무 강력하여 스톰 블래스트 폭풍도 완전한 위력을 내지 못했다.

‘서둘러 오길 잘했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겠어.’

“그어어억! 그어어어!”

그때 피라미드를 향해 달려가는 병준 일행을 막아서려는 듯, 점액질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일어섰다.

이쪽의 돌진을 막기 위해 껍데기만 남은 희생자들을 도플갱어로 일으킨 듯싶었다.

“내가 맡을게. 앞으로 달려.”

“아직 잔념이 느껴지는 걸 보면, 제 능력도 먹힐 것 같아요. 엄호할게요!”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곧 다른 팀이 도착할 테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나미코와 마이클이 도플갱어를 쳐 내는 사이, 병준은 빠르게 피라미드로 향했다.

위를 향해 뻗은 계단을 뛰어올라 순식간에 상층부에 이르고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목도했다.

고대 아즈텍의 의식을 재현하려는 듯, 한 여인이 춤을 추고 있었다.

파치치칫- 파치치치칫!

그리고 그녀의 춤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주변에서 섬전이 튀며, 아카식 레코드의 균열이 더 벌어지며 무언가 나오려 했다.

그 균열을 관통하며 거대한 호를 그리는 수레바퀴도 점차 선명해져 갔다.

“젠장, 벌써 도플갱어를 뚫고 여기까지 왔다고?!”

“막아! 호위대는 뭘 하고 있는 거야?!”

‘피라미드를 오르는 동안 왜 보이지 않나 싶더니.’

다 여기에 있었나.

더구나 이곳에 있는 걸 보면 카르텔에서도 실력자들이리라.

파치치칫-

“오, 또 거미줄 전기 쓰려고?”

“그래.”

병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레나는 척하면 척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이해한 듯 물었다.

“그럼 난 우보법으로 저 녀석들 묶어 두면 되지?”

“똑똑하네. 부탁할게.”

“응!”

세레나가 손을 뻗었고.

“어엇, 무슨?!”

“발이 안 떨어…… 그어어어억!”

놈들이 묶인 사이, 병준은 오환은사검과 썬더 소드를 응용해서 거미줄처럼 마력사를 펼쳐 놈들을 감전시켰다.

파치치칫- 츠파아아앗!

“끄어어어어억!”

그렇게 순식간에 십여 명이나 되는 놈들을 제압한 병준은 상층의 코앞에 다다랐다.

남은 계단은 고작 대여섯 개.

“멍청한 놈들! 내가…….”

상층에서 제법 높은 지위로 보이는 빌런이 나서려 했으나, 누군가 그를 제지하며 앞으로 나섰다.

“다, 당신이 나서는 겁니까?”

“물론이죠.”

피라미드 상층 끄트머리에서 병준과 마주 서서 대치한 이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다.

“다른 이유보다도 이자를 만나기 위해 여기 왔으니까요.”

기다렸다는 듯 말하는 그는 바로 남궁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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