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55화 (155/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55화>

헌터 협회 평양지회 연무장 시설은 수준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곳곳에서 주체주의 군부 세력이 판을 칠뿐더러, 개중에는 빌런도 테러를 해 오는 탓이었다.

그런 속사정이 있기에 시가지전이나 대인전에 특화된 헌터가 많았으며, 훈련 시설도 그러하다.

후우웅- 후우웅!

아예 도심지를 통째로 구현한 듯한 빌딩 숲을 한 연무장에서 한 무리 헌터가 집단전을 하고 있었다.

“박태식, 탱커라는 놈이 지금 뒷발을 어디다 두는 거야? 더 힘을 주라고!”

콰쾅! 콰아앙-

“광일이, 너는 스피드만 무작정 높일 게 아니라 은밀성을 기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나!”

아니, 집단전이라기보다 여럿이 한 사람을 상대로 레이드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여럿이서 그 한 사람을 당해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콰쾅! 콰아아앙-

상대가 건틀릿 낀 주먹을 휘두르자 진을 짠 헌터들이 안간힘을 쓰며 버텼으나, 조금씩 밀려났다.

“흐아앗!”

그러다 결국 건틀릿 남자가 기합을 지르며 연타를 내지르자, 수백 개의 주먹이 마치 벽처럼 펼쳐지며 압박하였고.

“으아아!”

“지부장님의 왼쪽을 노려! 오른쪽은 우리가 잡…… 커헉!”

몇 초 후, 모두 나가떨어졌다.

“크하하핫! 녀석들, 예전에는 조금도 못 버티더니 성장했군.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그럼에도 건틀릿 남자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의 권풍에 쓰러진 헌터들을 하나씩 이름 부르며 일으켜 주고 격려했다.

“주성훈이, 하체 힘이 전보다 확실히 좋아졌어. 아주 좋아.”

“감사합니다, 지회장님! 더 열심히 하겠슴다!”

“준배 넌 좌우 팔에 균형이 잘 안 잡혔어.”

“큭, 그렇게 두드려 패시는 데 좌우에 분배할 걸 한 곳으로 몰아야 방어라도 되죠.”

“짜식이, 입만 살아 가지고.”

간혹 농담으로 받는 치들이 이들의 사이가 계급을 떠나 무척 친밀하다는 걸 증명했다.

“됐고 모두 수고했다. 가서 쉬어들. 잘 쉬고 잘 먹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야.”

“넵! 오늘도 감사합니다, 지회장님!”

“그래도 복기는 철저히 하고.”

헌터들은 예를 갖추어 차태환에게 인사하고는 이내 시가지 연무장에서 나갔다.

그러자 뒤에 있던 이가 천천히 차태환에게 다가왔다.

“오늘 같은 날에도 훈련은 멈추지 않으시는군요.”

그의 부관인 임지심이었다.

“물론이지. 실전에서 자신을 살려 주는 건 결국 훈련이야. 소홀히 못 하지.”

특유의 화통한 목소리로 답하는 차태환에게 평소라면 넉살 좋게 대꾸라도 해 줬겠건만.

“…….”

오늘은 선뜻 입을 여는 대신 망설이는 듯이 보였다.

“자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알아. 그 주체주의 테러리스트 놈이 보낸 경고장 때문에 그런 거지?”

그러자 그는 품속의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편지였다.

“……예. 아무리 그래도 A급 헌터를 셋이나 죽인 놈입니다. 주의해야 하지 않을지.”

“훗, 그래서야 놈이 수작에 걸려 두는 셈이지.”

츠팟-

차태환은 조소하더니 편지를 허공에 던졌다.

바람에 잠시 나부끼나 싶은 종이를 향해 그의 주먹이 몇 번 스치자, 이내 먼지가 되어 휘날렸다.

“난 두렵지 않아.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네. 이제 곧 놈이 습격한다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한 시간이지?”

스마트폰 시계를 보더니, 차태환의 몸 위로 투기가 오라의 형태로 타올랐다.

평소보다 더욱더 타오르는 투기에 부관은 안색이 굳었다.

“그래도 몸을 아끼십시오. 지회장님은 북부 헌터의 정신적 지주이십니다.”

“하하하, 걱정 말래도. 오히려 감히 내 부하 셋을 죽인 그놈을 빨리 보고 싶…… 호오?”

그가 말을 하다가 뭔가 느꼈는지 나직이 감탄사를 토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기척은, 서울에서 온다던 헌터가 벌써 도착한 모양이군.”

시가지 한쪽으로 곧게 뻗은 도로 끝, 연무장으로 들어오는 출입구엔 막 두 사람이 들어오는 참이었다.

“형님, 서울 본회에서 S급 헌터님이 오셨습니다. 그 유명한 정병준 헌터님이십니다!”

앞장서며 덩치답지 않게 소리치는 동생의 뒤로 유유히 따라오는 인물. 저 사람이 바로…….

“안녕하세요, S급 헌터 정병준입니다.”

차태환의 앞에 마주 서며 병준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헌터협회 평양지회장 차태환입니다. 언제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드디어 만나다니 영광이군요.”

“저도 차 지부장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허허, 제 이야기를요? 벌써 부끄럽군요.”

”아뇨, 북부가 혼란스러울 때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죠.”

그는 약간 쑥쓰러운지 뒷목을 긁적였다.

“아직 여기저기에 군벌이 들끓고, 심지어 평양에도 주체주의 물이 덜 빠진 쥐새끼들이 숨어다니는데 제가 더 힘을 내야죠.”

하기야 그의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기는 했다.

그렇기에 한반도 북부에서 더욱 차태환이란 존재는 중요했다.

‘적어도 한반도 북부에서는 박철호 국장님과 견줄 수 있는 영향력을 지녔다지.’

이 사람이 있고 없고가 큰 차이가 난다.

결코 빌런 따위의 테러에 잃어서는 안 되는 사내였다.

“아무튼 이 북부에 정병준 헌터님이 와 주시다니 너무 든든합니다. 그 빌런 놈을 반드시 잡아서 죗값을…….”

차태환이 열을 올리며 말을 하는 도중 병준은 문득 고개 돌려 하늘을 봤다.

정확히는 진짜 하늘이 아니라 이곳 연무장에서 하늘처럼 보이기 위해 그렇게 펼쳐 놓은 홀로그램이었다.

파칫!

다만 병준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홀로그램을 이루는 마력의 망에서 작은 섬전이 튀고 있었다.

병준의 시선을 쫓아 뒤늦게라도 그걸 발견했는지 차태환의 미간엔 세로 주름이 새겨졌다.

“저건?!”

그도 그럴 것이 연무장에서 바깥으로 마력 충격이 미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필수적이었다.

특히 신경 쓴 이곳 연무장의 마력 안전망은 아주 강력하거늘 틈새가 생겼다니?

누군가 내부에서 일부러 낸 것이 아니라면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작용한 결과였다.

그 정도의 힘이라면 S급에 비견할 수 있으리라.

“서둘러 와서 다행이군요. 놈이 지부장님을 습격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어서.”

병준은 말하며 전투태세를 취하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 있는 녀석인가? 놈의 입장에서 보면 적진일 텐데 이렇게 과감하게 공격해 오다니?’

분명 비장의 한 수가 있기에 이러는 것일 텐데…… 그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을 터였다.

파치치칫- 파칫!

그사이 균열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내 홀로그램이 흐릿해지며 벽이 드러나더니 굉음과 함께 안쪽으로 부풀어 올랐다.

“저건?! 적습이다. 바로 경보를 울려!”

“예,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차태환의 명령에 부관 임지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사이, 병준은 마검을 투영하려다 잠시 힘을 거두었다.

‘놈이 내 존재감에 지레 도망쳐서 몸을 사리면 곤란하겠지.’

일단 놈이 확실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다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서 잡는다.

그 사이 차태환만 확실히 도망치게 하면 되니까.

쿠쾅! 쩌저저저저저적-

이내 밖에서 가해지는 강한 압력에 의해, 방사형으로 짓눌려 금이 갔다.

쿠와아앙!

아니, 벽이 터져 나가며 마치 해일이 덮치는 듯 검은 기류가 엄습해 왔다.

그야말로 둑을 터트리고 쏟아지는 홍수의 폭포수처럼 거세게 밀려든다.

시가지처럼 조성된 연무장은 제법 넓었건만 검은 기류는 이를 순식간에 휘감듯 삼켜 버렸다.

주변을 완전히 장악당하자 그제야 디테일이 보였다.

‘됐다. 놈이 확실히 영역 안으로 들어왔어. 이 정도면 놈이 도망치더라도 잡는다.’

파칫-

확신이 서자 병준은 그제야 마검을 투영하려다 불현 듯.

‘그림자라고?’

검은 기류의 정체가 아주 농밀하게 마력을 뭉친 그림자라는 사실을 간파하곤, 집중해서 다시 봤다.

정확히는 마력으로 빚어진 그림자의 기마무사가 철새 떼처럼 무리 지어 움직인다.

“무, 무슨?”

그걸 보자 스케일에 부관과 차준환이 당황했다.

설마 앞서 당한 헌터들은 이처럼 기마무사의 떼에 당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이 정도의 스케일이라면 사전에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을 터이거늘?

“호오!”

반면 병준은 이내 육성으로 감탄을 토했다.

‘이건 제법 교묘하네.’

다만 그 위력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이 환영이라는 사실을 눈치챘기에.

‘나도 환영을 다루는 마검이 있지만, 아직 저 정도 스케일로 구현하는 건 무리인데 말이지.’

더구나 환영을 뿜어내는 타이밍에 맞추어 연무장의 벽을 터트리고 돌입하다니…….

아니, 그런 연출이라니 어지간히 준비한 모양이었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그때 시야를 스치는 창.

[ 환영 파훼 ]

*조건 : 일정 수준 이상의 스케일과 정밀도의 환영 직면

*내용 : 환영의 중심을 파악하여 파훼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2개

때마침 적절하게 떠 준 퀘스트를 보며 병준은 스트레칭 하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방법은 대충 감을 잡았어. 그렇다면…….’

병준은 일루셔니스트의 환영 권능 마력회로를 역산했다. 그리고 이를 공간 감각에 덧씌워 주변을 살폈다.

파치칫- 파칫!

예상했듯 흉수는 애초부터 이곳을 전장으로 정하고 교묘하게 준비했던 모양이었다.

파치칫- 파치치칫- 파칫!

이곳저곳을 거치며 마력의 흔적이 교란되어 환영의 근원을 위장한다.

흉수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이면, 환영에 숨어서 움직였다.

‘찾았다!’

그러나 제아무리 위장했어도 병준의 감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본체는 기척을 감추고 간만 보더니 인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는군. 와라!’

파치치칫- 파치칫!

이내 바로 근처에서 무언가를 느꼈고.

그 순간, 창이 차태환을 향해 맹렬히 쇄도했다.

주변을 떠돌며 틈만 보는가 싶더니 돌연 한 박자 빠르게 덮쳐오며 미처 대비할 수도 없는 타이밍이었다.

그의 왼쪽 가슴이 그림자로 빚어진 창끝에 여지없이 꿰뚫리나 싶은 찰나.

콰앙!

여섯 겹의 마력 방패가 늘어서며 창을 막아 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반탄력에 의해 창을 찌른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력회로가 깨졌다.

챙그랑! 콰아아아아아아-

[ 환영 파훼_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2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그와 함께 환영이 무너지며 상대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무슨?!”

차태환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창을 찌른 흉수를 쳐다보며 멍하니 물었다.

“임 부관, 자네가 어떻게?!”

그저 점잖은 인상으로만 보였던 임지심의 얼굴에 순간 깊은 음영이 드리웠다.

“……난 처음부터 당신 부관 노릇 따위 하고 싶지도 않았어.”

심지어 짙은 분노가 녹아든 목소리로 말했다.

“늘 빌어먹을 네놈을 죽일 기회만 오기 바라며 버틴 세월이 대체 얼마인지!”

“허, 자네가 날 배신했다는 말인가! 임 부관, 자네가!”

“웃기지 마라. 네놈이야말로 인민을 배신했다. 네놈의 손에 혁명 동지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면서 참고 또 참았다!”

파치칫- 파치칫!

“하지만!”

그가 창을 불끈 쥐자, 시커먼 섬전이 튀더니 점차 그의 몸을 덮어 갔다.

“은공의 도움으로 네놈을 처단할 아이템을 손에 넣었지.”

시커먼 번갯불은 갑옷처럼 그의 몸을 덮은 것도 모자라, 발아래로 말의 형상으로 변했고. 이어서 나타난 모습은 그야말로 개마무사 그 자체였다.

쿠구구구구구구-

거기에 그림자 환영이 그의 몸으로 몰려들어 겹치더니, 검은 오라를 피워 낸다.

앞서 상공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 정도로 대규모 환영을 만들었던 방대한 마력이 오로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휘몰아쳤다.

이를 온전히 받으며 그는 매우 오만한 눈빛으로 병준을 보며 이죽거렸다.

“이, 힘…… 이거라면 충분해! 정병준이라 했나? 얄궂게도 쿨타임이 막 끝났을 때 오다니. 겸사겸사 없애 주지!”

‘흠, 습격 시간이나 다른 것들이 제각각이더니, 쿨타임 있는 아이템이었나.’

게다가 S급이 있는데도 저러는 것을 보면 그만큼 그 아이템을 믿는다는 것일 테고, 실제로도 강력할 터.

무엇보다 마력에 취해서 무척 흥분해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내 그림자 말이 앞발을 높이 쳐들더니 맹렬히 질주해 왔다.

“이히히히히힝!”

그와 동시에 앞으로 내찌르는 그림자 창에 마력이 강하게 응축되더니.

“흐아아아앗!”

그것을 중심으로 일대의 마력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