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47화 (147/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47화>

사실 더블 A급 이상만 되어도 아무 곳에서나 대련한다는 건 무리다.

주변에 미치는 파장이 보통이 아닌 탓이다.

하물며 S급쯤 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긴 그야말로 최적의 공간이기는 하네.”

그렇기에 연구소 근처의 연무장에 도착하자 병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미칠 피해 걱정도 없거니와, 애초에 던전이었던 데라 마력도 풍부해.”

하물며 곳곳에 설치된 마력 센서나 관측 장비는 추후 대련 복기에 도움이 되겠지.

“후우, 이거 더 기다려지는데.”

철컹- 철컹-

그렇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면서 중얼거리는 사이, 이윽고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하핫, 많이 기다리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백강철의 목소리가 약간 울리는 듯 전해졌다.

하기야 지금 백강철은 풀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한데다 풀헬름까지 끼고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못해도 에픽급에 준하는 아이템일 터다.

거기에 더해 건틀릿의 손가락마다 끼고 있는 반지도 강렬한 마력 파장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진한 농도의 마력 덩이가 일종의 벽을 만든 것이다. 목소리가 울리는 것은 그로 인한 현상이리라.

가까이 다가올수록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공명하는 각 반지의 마력 파동을 더 세밀히 느껴진다.

병준의 마음속에 더욱 기대감이 피어났다.

‘마치 반지 하나하나가 각각 음계 같네. 어떻게 어우러지게 하느냐에 따라 어떤 효과가 나올는지 궁금해.’

어찌 보면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이기에 더 그런지 몰랐다.

자신 역시 마검을 조합하여 싸우는 타입이니.

[ 퀘스트가 떴습니다. ]

그리고 그에 반응했는지.

[ 무구 숙련자 ]

*조건 : 다양한 무구를 숙련하여 사용하는 상대와 대면

*내용 : 다양한 무구를 숙련하여 사용하는 상대와 대적하여 승리할 것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3개

눈앞으로 반투명한 퀘스트창이 떴다.

‘뭐 미러전 같은 거려나.’

백강철의 아이템과 자신의 마검을 아예 똑같이 볼 수는 없겠으나, 이런 상대와 겨루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병준이 서서히 기운을 끌어올리자, 백강철도 몸이 달아오르는지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

“후후, 긴말은 필요 없겠지. 바로 시작할까?”

“예, 제가 손님이니 선공은 양보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부터 가겠네!”

콰앙! 쿠콰아아아앙-

이내 백강철이 땅을 박차나 싶더니, 무지막지한 기세로 순식간에 돌진해 왔다.

그와 함께 허벅지에 찬 금속 막대기를 뽑더니.

철컥! 처커컥- 철커억!

마력회로가 펼쳐지고, 끝부분이 뭉툭한 청백색 쇠 방망이로 변했다.

‘물리 타입 딜러 스타일로 세팅한 건가.’

그추측이 맞다 답해 주는 것처럼 오른손 반지 몇 개가 빛나더니, 쇠 방망이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육편으로 변할 것 같은 묵직한 압박감이 전해졌다.

심지어 그 움직임은 더욱 가속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그야말로 제트 엔진이라도 달아 놓은 것처럼 쇠 방망이가 폭주하듯 병준에게 날아왔다.

‘확실히 빠르고 위력적이다. 그렇지만…….’

병준의 눈에는 쇠 방망이가 공격해 오는 궤적이 훤히 보였다.

‘공격이 너무 정직해.’

츠팟- 파파파팟!

병준은 공격 궤적을 미리 읽기라도 한 것처럼 민첩하게 움직여서 모든 공격을 피했다.

“흐아앗!”

쾅! 콰지직- 콰콰쾅!

이에 질세라 백강철도 더 빠르고 위력적으로 쇠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탓에 일대는 온통 땅이 헤집어지며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엉망으로 변했다.

“그럼 슬슬 저도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핫, 기다리던바…… 크읏!”

짐짓 여유 부리던 백강철의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안 그래도 동작이 컸는데 병준이 회피 보법을 밟으며 틈을 정확히 찔러가자, 바로 수세에 몰려 버린 탓이었다.

티잉- 팅!

그나마 반지 몇 개가 반응하더니 풀플레이트 메일의 방어력을 극도로 올려 준 덕분에 버텨 내는 듯싶었다.

후우웅- 콰쾅! 콰콰쾅!

그런 와중에 쇠 방망이를 요란하게 휘둘러 댄다. 그 모습에 병준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어쭙잖은 괴력 타입 탱커였다면 모를까 무려 S급 백강철이다. 그런데 이미 약점을 공략당하고 있는데도 무턱대고 같은 싸움법을 고수하면서 밀어붙인다니?

‘아니, 절대로 그럴 리 없지.’

필시 뭔가 노리는 바가 있을 터였다.

그의 위치는 강한 능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적절한 아이템으로 준비된 전략을 통해 카운터를 치는 능력이야말로 그를 그 자리에 앉게 만들어 준 원동력.

여러 마검을 사용하는 병준이었기에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고.

“계속 밀리시는군요. 기껏 반지도 주렁주렁 차고 나오셨는데 무슨 효과인지 보여 주시죠.”

그렇기에 짐짓 도발하곤 한층 더 깊게 공간 장악을 끌어올려 주변을 살폈다.

“하핫, 너무 안달하지 말게나.”

후웅- 콰쾅! 콰앙-

그가 뭔가 꾸민다면 분명히 흔적이 남을 테니까.

콰앙! 콰앙-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흔적을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었다.

기실 나무를 숲에 숨기라는 말처럼, 주변에 너무나 대놓고 있었다. 바로 그가 쇠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생긴 거친 흔적들.

파치칫- 파치칫-

그 자리마다 마력 반응이 남아 있다.

후우우웅- 콰쾅! 콰아앙-

그리고 지금도 쇠뭉치를 휘두르면서 흔적을 늘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반지 몇 개가 빛나더니, 쇠뭉치로 은밀하게 마력을 전해 주며 잔흔을 흘려 낸다.

‘이쯤이면 확실하군. 거기에 이 기운은…… 수속성인데.’

슬슬 그가 만들어 가던 흔적이 전체적인 윤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럼 나도 장단에 어울려서 보도록 할까.’

백강철이 준비한 그것이 무엇이든, 대응책은 간단하다. 그건 바로 상성!

파치칫- 파칫!

수속성을 어떻게 몰아붙일지 생각하며 한 손에 모래검을 투영하고 다시 거기에 다른 속성 마검을 중첩했다.

츠파팟- 사아아아-

병준이 피하는 동작과 함께, 샌드 크리스탈에서 나온 모래가 칼날로 휘날렸다.

티팅- 티티티팅!

물론 판테온 길드가 자랑하는 최고의 방어력을 지닌 풀플레이트에 모래 칼날은 흠집조차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병준이 노린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백강철도 의도를 눈치챘는지 씨익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자네도 눈치챈 것 같은데 그럼 누구 수가 더 강한지 본격적으로 가 보자고!”

그리고 마침내 백강철이 준비해 왔던 수를 드러냈다.

우우웅!

그가 낀 몇 개의 반지들이 형형색색 빛나면서 공명했다.

그러더니 쇠뭉치로 바닥을 긁어 놓은 곳마다 남겨진 마력들이 파란 선으로 연결되며 점차 굵어지더니.

콰아아아아아- 콰아아아-

거친 물줄기가 되어 주변을 휘감고, 가히 브레스 같은 기세로 병준에게 쏘아졌다.

츠팟- 팟!

심지어 이번에는 피하는 걸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앞서 백강철이 쇠뭉치로 두드려 대며 만든 흔적들이 하나의 경로를 그렸고, 물줄기는 그것을 따라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궤적으로 계속해서 병준을 노렸다.

“하압!”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백강철의 기합과 함께, 아직 효과를 발동하지 않은 반지들에서 거친 전격이 일었다.

파치치칫- 파치칫!

물의 브레스를 타고 뒤얽혀 나가는 전격 다발!

물의 브레스를 피하더라도 전격에 의해 경직되는 가히 위력적인 수법이었다.

피하거나 막거나 어느 쪽이든 운신의 폭을 좁히며 대미지를 입힌다!

[ 샌드 크리스탈의 Ⓐ에스타 세커를 발동하였습니다. ]

파칫- 파츳!

그러나 샌드 크리스탈은 그런 선택조차 뒤집어 버릴 상성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화아아악-

순간 검신이 금빛으로 물들더니 부풀며 모래가 휩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주위의 모든 것들의 덮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 놀라기는 이르십니다.”

병준이 소리치자 주변을 휩쓸어 버린 모래는 거기 밴 수분을 빨아들였다.

아니, 단순히 빨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건조시키며 말라비틀어지게 해 버렸다.

쩌저저적- 쩌저저저저적!

그로 인해 순식간에 일대의 땅이 갈라지고.

파칫! 파치칫-

강력한 힘에 짓밟힌 듯, 튀어 오르던 마력이 끊어졌다.

기세 좋게 요동치던 물의 브레스는 증발했다.

후우욱- 사사사사사-

마력의 흐름에 따라 모래의 파도는 더욱 출렁이며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마치 클리어리 얼음과 불의 속성으로 싸웠을 때 불기둥으로 영역을 삼켜 버린 것처럼!

그리고 이번에는 모래가 영역 대부분을 먹어 버리자.

“그럼 지금부터 저도 준비한 수를 보여 드리죠.”

“이,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파치치칫- 파치칫!

다음 순간 병준은 모래검을 해제했다.

그 대신 손에 들린 것은 불싸라기검. 불꽃을 머금은 붉은 칼날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불꽃을 뿌려 댔다.

“그 정도 불길로 내가 쓴 스킬을 막기 힘들 텐…… 헛?!”

백강철이 말하다 흠칫하며 헛숨을 들이켰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흩날리는 불싸라기는 물의 브레스에 금방 꺼져야 했다.

후욱- 화르륵!

분명히 그랬어야 할 터인데 어째서.

화르륵- 후욱- 화륵!

불꽃은 바닥에 닿는 순간부터 마치 꺼지지 않는 불처럼 이글거렸다.

자신이 헤집어 놓은 바닥의 위로 또 다른 무수한 선들이 그어지면서 불길이 마구 달린다.

[ Ⓐ불싸라기가 익시드 스케일의 Ⓟ퓨즈 베스티지에 의해 끊임없이 타오릅니다. ]

앞서 샌드 크리스털의 권능으로 생성해 뒀던 모래의 마력 흐름이 사방에 뻗쳤다.

거기에 익시드 스케일의 권능으로 검흔이 새겨지고. 그 검흔 따라 꺼지지 않는 불꽃이 역으로 붉은 선이 되어 상대를 가두었다.

“허, 어느새 이런 수를 숨겨 뒀다니!”

그 모습에 백강철은 사뭇 감탄하면서도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듯 모든 힘을 집중했다.

상극의 힘으로 깔아 둔 물의 고리가 망가진 마당. 이 상황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 뭣보다도 압도적인 화력이겠지.’

예상대로 그는 모든 마력을 총동원하여 한 곳으로 모았다.

손을 펼치자 다섯 개 반지가 서로의 마력회로를 보완하고 얽히면서 어우러지더니 앞에 한 마법진을 그려 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위로 다시 원형 마법진이 몇 개나 겹치더니.

쿠우우- 콰아아아아!

맑은 푸른 빛을 띠는 강렬한 광선이 쏘아졌다.

마력을 한 곳으로 집중하여 만들어낸 광선, 바로 브레스였다.

파치칫- 파치칫!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나머지 다섯 개 반지 가운데 세 개가 또 다른 마법진을 그리며 광선이 수속성을 더했다.

‘더블 캐스팅인가.’

아니, 고작 더블 캐스팅으로 끝이라 하기에는 아직 그에게 반지가 두 개 더 남은 터였다.

파칫- 파칫!

아니나 다를까 남은 반지가 섬전을 일으키며 물 브레스에 효과를 더했다.

물의 브레스가 닿는 주변의 대기에 푸른 오라를 퍼트리며 온도를 급격히 떨어트린다.

콰칭! 파치치칭-

그리고 그로 인해 대기 중의 원소가 얼어붙거나 반응하여 수분이 보충되었다.

그것은 물의 브레스에 더해 파괴력을 더욱 올려 선순환으로 반복된다.

‘확실히 최후의 한 수로 준비했을 만큼 위력적이네. 세 개의 마법을 중첩 캐스팅한 것도 인상적이고 말이지.’

그렇지만!

[ 익시드 스케일의 Ⓐ블레이즈 인포스가 발동하였습니다. ]

그가 세 개의 마법을 중첩할 때 병준도 이미 자신의 수를 완성하고 있었다.

‘나도 밀리지 않아. 아니, 내 쪽이 더 우세하다.’

“이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로군.”

“죄송하지만 이대로 끝내 드리겠습니다!’

병준은 마력을 조작해서 땅 위를 달리던 검흔을 얽어 마력회로처럼 만들었다. 퍼진 위력을 일점 돌파하는 형태로.

그리고 그 심지의 끝에 불씨를 담아서 격발하는 순간.

후우우욱- 화르륵! 콰콰쾅!

폭발하며 백강철은 힘 싸움에서 밀렸다.

”크흑, 크흐흑!“

일순의 화력에 물의 브레스는 완전히 증발하였으며 거기에 기반하던 섬전도 마찬가지였다.

쩌저정- 쩌정!

심지어 두 팔로 앞을 막은 채 뒤로 밀려나는 백강철의 풀플레이트 메일은 곳곳이 깨지고 부서졌다.

쿠쿵- 쿵!

화력의 범위에서 간신히 벗어나서야 뒷발로 거시게 디뎌 내며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

하물며 어느새 그의 목에는 배후로 돌아간 병준이 검극을 겨누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