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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38화 (138/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38화>

‘암흑마력으로 강림, 뒤틀린 전승의 존재라…….’

비슷한 존재를 벌써 여럿 보았다.

나름 추측했던 것들은, 이번 퀘스트 내용을 보자 확신으로 변했다.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전승들이 암흑마력에 의해서 변질되거나…… 아니면 악한 모습이 강화되는 건가.”

“자, 어서!”

그리고 놈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계를 침식하고 멸망하려 든다는 것이다.

“하찮은 존재들끼리…….”

특히 던전연구소에서 상황을 맞춰 가며 연계 전승에 공을 들인 덕분인지, 황제 석상은 그 존재가 더 뚜렷했다.

“죽고 죽여서 나를 더 즐겁게 하거라, 흐하하하!”

황제 석상이 터트리는 광소와 함께, 암흑마력은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른다.

파치칫! 파치치치칫-

시커먼 스파크가 사정없이 날뛰었다.

그와 함께 암흑마력은 앨리스의 육체를 매개로 공격적인 측면을 극대화하여 병준을 향해 덮쳐 왔다.

“크으, 으으으, 으아아아아!”

괴로워하는 소리는 어느새 여러 목소리가 섞인 기합이 되었다.

“그으윽, 그으! 괴, 괴로워…… 제발 죽여 줘.”

그런 앨리스의 모습은 마치 그 동생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어째서 그녀가 이런 사건에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암흑마력에 조종당하는 처절한 모습엔 동정심까지 일 정도.

“아마 의뢰를 받고 왔겠지만…… 옥새의 탐욕에 넘어가서 이렇게 되다니.”

파치칫- 파치치치치칫!

병준은 썬더 소드를 꺼내 앨리스를 향해 검을 꽂아 전격을 사출했다.

전격은 얼음 타고 용병들의 사지가 붙은 몸뚱어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내 얼음은 다 녹아내리고 몸뚱어리는 시커멓게 타서 용병들의 사지가 떨어졌다.

“그으어어어어억!”

앨리스의 몸뚱어리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고꾸라지더니 즉사했다.

좀비처럼 되어 버린 처지에, 어쩌면 그런 죽음이야말로 해방이었으리라.

“쯧, 한심하군.”

다만 이를 보던 황제 석상이 가소롭다는 듯 읊조리더니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결국 짐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자 옥새가 준동하더니 거기서 펼쳐지는 옥색의 기운이 손바닥 앞으로 소용돌이쳤다.

구우우우웅-

과연 에픽급 아이템과 이를 극대화한 연계 전승의 존재답게 위력이 강맹했다.

다만 그 시전 속도는 병준에겐 무척 길었다.

츠팟- 츠파팟-

병준은 땅을 박차 황제 석상에게 쇄도했다.

순식간에 석상의 앞에 도달한 병준. 손만 뻗으면 무너질 거리였다.

그러나 석상은 특유의 오만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볼 따름이다.

“무지렁이 따위가 감히 황제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우우웅- 쿠구구구!

그 일갈과 동시에 황궁의 마력회로가 반응하더니, 순간 왕좌로 이어지는 길이 끝도 없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마력지맥에 의해 던전 맵이 바뀌는 현상이다.

이미 생추어리 던전이나 코덱스 기가스 등에서 몇 번이고 겪었기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수준이 훨씬 높았다.

맵의 재구성 때나 보이던 공간의 왜곡을 의도적으로 다룰뿐더러, 이를 방어의 용도로 사용하다니!

구구구구구구구!

설사 가속 영역을 전개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 공간을 뚫기는 힘들었다.

설사 뚫더라도 그사이 완성된 저 주문이 무언가를 행할 터다.

그렇다면 녀석보다 먼저 일격을 먹여야 승산이 있다.

병준은 검을 스와핑해서 썬더 소드를 꺼냈다.

파칫! 파치치치치치칫!

그리곤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다잡았다.

두 손으로 잡은 검을 앞으로 뻗은 채 마력을 모으자, 거칠게 전격이 번쩍였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뇌전.

이윽고 썬더 트라이던트의 차징이 끝난 순간, 병준은 그대로 손을 내질렀다.

콰콰앙- 콰르르르르릉-

“헛?!”

그러자 썬더 트라이던트의 권능이 펼쳐졌다.

거친 우렛소리와 함께, 번뜩이며 수평으로 날아가는 벼락!

콰장창- 파칫- 콰차차차창!

썬더 트라이던트는 놈의 스킬로 펼쳐진 필드를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돌파하더니, 순식간에 옥좌에 닿았다.

콰르릉! 콰아아아아앙-

전격에 어깨를 맞은 황제 석상이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일갈했다.

“크흐흑! 이노옴!”

반면 병준은 적중했음에도 담담히 중얼거렸다.

“흠, 역시 간격도 간격이지만 저 기운에 휩쓸린 탓에 저격의 정밀도가 저하되는군.”

파치치칫-

병준은 그럼에도 뭔가의 가능성을 본 듯, 다시 썬더 트라이던트를 일으켰다.

“위력을 그대로 가져가며 정확도는 더 높여야 한다면…….”

쿠화아아아아-

반면 황제 석상은 아까처럼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흩어진 기운을 급히 수습했다.

“그대로 놔둘 성싶으냐?!”

그러곤 급히 옥색 마력을 방출했다.

옥새에서 뻗어 나온 옥색의 기운은 소용돌이치더니 곧장 병준을 향해서 날아왔다.

쿠화하하하하하하하하-

급히 방출한 탓에 정제되지 않았지만, 옥색의 마력은 오히려 야생마처럼 터프했다.

그렇건만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병준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서 스파크가 일더니.

파치치치칫-

[ 묵객의 활 검이 당신의 선택에 찬사를 보냅니다. ]

[ 썬더 소드가 묵객의 활 검과 호응하여 그 형태를 최적으로 변화합니다. ]

이어 왼손으로 투영한 묵객의 활 검에 오른손 썬더 소드를 가져가자, 그 형태가 가늘어지고 길어지며 화살처럼 변했다.

파치칫- 파치치치치치치칫!

거기에 썬더 트라이던트를 시전하려는 참이라 마치 전격으로 빚어낸 화살이 묵객의 활 검 시위에 걸렸다.

[ 마검의 상호 작용으로 적중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

[ 묵객의 활 검과 인연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

[ 썬더 소드와 인연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

파치치치칫-

눈앞으로 스쳐 가는 메시지를 보며 화룡점정으로 천리안마저 발동한다.

더 높아진 적중률으로 전격 화살을 어떻게 날려야 하는지 궤적이 보인다. 심지어 자신을 향해 황제 석상이 날린 기파를 어떻게 뚫고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티잉-

이내 병준은 시위를 당기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콰르르릉! 콰하하하-

화살의 형태로 화한 썬더 트라이던트는 섬전 꼬리를 그리며 허공을 갈랐고. 이내 마주 오는 옥색 기파와 부딪쳤다.

하지만.

콰콰콰콰콰쾅!

이미 거기까지 계산이 끝난 터였다.

마치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섬전 화살은 옥색 기파의 영향력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그대로 뚫고 쇄도했다.

그리고 부딪치는 순간, 옥색 기파는 속절없이 갈라져 흩어졌다.

“어, 어찌 저런?!”

황제 석상이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내질렀으나, 놈은 그걸 걱정할 계제가 아니었다.

이미 썬더 트라이던트 화살은 정확히 놈의 심장부를 파고들었기에.

콰아아아앙!

“크헉!”

석상으로 된 몸의 가슴을 중심으로 파형이 퍼지더니, 일순간에 전신으로 금이 그어진다.

저 거대한 신체을 지탱하는 마력회로에 치명적인 손상이 생겼는지 검푸른 연기가 피처럼 흘러넘쳤고.

쩌저저저적-

놈이 들고 있던 옥새에도 커다란 금이 가며 쪼개졌다.

“으으, 이 노…… 헛?!”

겨우 버티던 황제 석상이 헛숨을 내뱉었다.

더 이상 거리는 멀어지지 않는다.

병준은 순식간에 놈에게 접근하여 제로 거리에서 활을 겨누었고.

“그, 그만! 옥새의 힘을 그대에게 줄…….”

“필요 없으니 그만 죽어라.”

파치치치치치칫-

그대로 시위를 놓으며, 썬더 소드를 녀석의 가슴팍에 쑤셔 박았다.

콰아아아앙!

제로 거리에서 박은 전격의 화살로 황제 석상의 몸뚱어리가 박살이 났다.

옥새 역시 놈과 이어졌던 탓인지,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튄다.

[ 암흑마력의 강림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3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 그릇된 전승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제검의 서 338페이지를 습득하였습니다. ]

메시지가 뜨며 마검석이 왼손에 새겨지고 제검의 서 페이지가 형성되었다.

썩 괜찮은 보상이었다.

“아! 아이템 딱 먹기 좋은 크기로 부서져서 굴러다녀! 병준, 이거 먹어도 돼?”

뭣보다 옥새 파편은 세레나에게 적당한 간식도 되고 말이다.

병준이 끄덕이자 세레나는 옥새 파편을 먹으며 행복해했다.

콰콰쾅! 쿠르르르릉-

그리고 이내 황궁 공간이 붕괴하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가 싶은데.

[ 전국옥새의 연계 전승에 이끌려 추가로 55페이지가 생성되었습니다. ]

“엇?!”

파편을 다 먹어 치운 세레나 몸에서 빛이 나더니 제검의 서 기술을 얻을 때 그러하듯 다른 페이지들이 반응했다.

[ 제검의 서 페이지가 반응하여 새로운 기술_간격 조작을 습득하였습니다. ]

그렇게 제검의 서 페이지 몇 장이 펼쳐지곤 강한 빛을 내며 융합하더니, 이내 반투명한 창이 앞에 드리웠다.

* * *

[ 간격 조작 ]

*조건 : 제검의 서 37, 222, 338페이지 습득

*효과 : 주변에 마력회로로 구축한 영역을 전개하여 특정 대상과 간격을 멀어지게 하거나 가까워지게 조작 가능

!!특수!! 특정 페이지를 습득하면 연계 기술로 연결

“뜻밖이네. 황제 석상이 마지막에 썼던 스킬과 비슷한 걸 습득하게 될 줄이야.”

소파에 앉아 제검의 서 기술 설명창을 보며 병준은 나직이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제 석상과 싸우면서 마지막에 썼던 스킬이 가장 성가셨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걸 얻다니.

“세레나가 옥새 파편을 먹으니, 관련된 페이지를 얻고 제검의 서 기술까지 얻었어.”

그렇다는 건 제검의 서도 아카식 레코드라거나 연계 전승과 관련 있는 걸까.

필시 그럴 터였다.

“이거 그럼 다른 페이지를 얻으면 연계되는 기술은 또 뭔지 궁금해지네.”

그때 문이 열리며 사무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후후후, 이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건 아닌지 미안하군.”

특유의 입술을 씰룩거리며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박철호였다.

하긴, 이곳이 그의 사무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 관련해서 손볼 곳이 한두 군데 아니라서 말이야. 심지어 특무대 내부까지 던전연구소장의 입김이 닿은 대원이 있었다니, 후후.”

겉으론 웃고 있지만, 그 목소리의 이면에는 강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특무대는 박철호가 평생을 헌신해서 일군 조직. 그런 만큼 그의 격정도 당연한 일이다.

“만약 병준이 자네가 아니었으면 또 어떻게 됐을지…… 특무대뿐 아니라 나라와 정부가 자네에게 큰 빚을 졌군.”

“아뇨, 그렇게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군. 그렇지만…….”

박철호는 사뭇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가 들춰낸, 이 곪은 환부가 생각보다 더 깊더군.”

“그 말씀은?”

“유세찬 연구소장 단독으론 결코 그런 짓을 벌일 수 없지. 많은 자들이 연루되었어.”

기실 그에 대해서는 병준도 똑같이 생각하던 바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번 기회에 엄중히 조사할 것이네. 그리고…… 역시 자네는 미리 알아 두는 편이 좋겠지.”

그의 말은 자못 의미심장했다.

마치 이미 어느 정도 끝을 잡고 있다는 듯…… 그럼에도 정작 본격적인 전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듯이.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일본에서 있던 일에 대해 협회장님이 자네에게 미리 언질을 줬다 들었네.”

“국제적인 범죄조직에 대해서 말입니까?”

“그래, 연구소장이 아무래도 그쪽과 선이 닿은 듯싶어.”

그 말에는 병준도 침음성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 이어서 연달아 이런 사건이 벌어지다니, 이걸 과연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 분명 필연이었다.

“자네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말을 들어 봤나?”

문득 던진 박철호의 질문에 병준은 말을 받았다.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조짐이 있다?”

“그래, 어쩌면 최근 잇따른 사건이 그럴지도 몰라. 놈들은 도처에 손을 뻗치고 있고, 그때마다 사건이 터지고 있지.”

“그렇다면 우리의 눈과 손이 닿지 않은 곳에는 이미…….”

“다른 일들이 더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거기까지 말하고는 박철호는 창가로 가더니 먼 산을 보며 중얼거렸다.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활동해 온 직감이 말해 주고 있어.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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