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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30화 (130/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30화>

몸 곳곳으로 스며드는 마력은 뼈를 원래대로 맞추더니 살점과 근육을 재생시켰다.

우두두둑- 뿌득!

이내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훔쳐 내며 일어서는 박진구. 옷깃에 묻은 피는 그대로였지만 몸은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박철호는 그런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흠, 생각보다 회복 능력은 쓸만하군요.”

“쓸만해? 수해 베이스에 개량까지 거친 이 팔진 결계는 거의 불사신이나 다름없이 나를 회복시켜 주는데?”

“그래봤자 신체가 감당 못 할 때까지 흠씬 두들겨 맞는 이상의 의미는 없겠죠.”

그 순간, 실실 웃던 박진구가 땅을 박찼다.

스릉-

그러며 여태 꺼내지 않았던, 허리에 찬 백색 칼날을 뽑았다.

번뜩거리는 백색의 검광에 순간 위화감을 느꼈는지 박철호가 흠칫했다.

“초치검이라도 들어 봤는지 모르겠어. 이거 엄청 어렵게 구했거든.”

그는 백색 칼날의 끝을 박철호에게 향하며 말을 이었다.

“용종 특공이 붙었지. 그 용체화의 특징이 이번에는 스스로 목을 얽매게 될 거야.”

얼굴에 남았던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박철호는 한층 기운을 끌어올리더니 이내 둘은 부딪쳤다.

콰앙! 촤아아악--

허공에 튀는 피.

그러나 이번에는 박진구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박철호의 주먹에서도 상처가 벌어져 피 분수가 터진 것이었다.

치이익-

하물며 상극의 속성에 당한 공격이라 잘 회복되지 않고 연기가 나며 상처가 심해진다.

반면 박진구는 결계가 수해 마력을 끌어와 부상이 계속 회복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녀석은 박철호에게 쉴 틈을 안 주겠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콰콰쾅- 콰쾅- 콰콰쾅!

점점 더 격렬해지는 충돌의 여파가 앞서 것을 뒤엎고 다시 뒤엎으며 반복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일격이 서로를 향해서 부딪치자, 격렬하게 폭음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박철호가 밀려나더니, 등 뒤의 나무를 부서트리며 날아갔다.

“허억, 허어어억…….”

그 자리에 버티고 선 것은 박진구였다.

물론 그 역시 만신창이였지만 결계의 힘으로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허나, 멀쩡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얼굴을 굳혔다.

‘미친, 결계와 초치검으로 우세를 점했는데도 이 정도의 저력을 낸다고?!’

하물며 S급인 나미코가 가세해서 견제하는데도?

회복을 하는 것도 만능은 아니다. 계속 신체는 조금씩 그 부담이 축적되고 있었으니…….

저벅- 저벅-

거기다 저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실루엣이 걸어 나온다.

박철호는 아직 싸울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용체화의 장점 중 하나가 스태미나라고 들었는데…… 이대로 몇 번이고 더 부딪치면 내가 더 곤란해.’

박진구는 어금니를 물며 초치검을 꽉 쥐었다.

저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놈을 한 방에 확실하게 끝낼 더 확실한 힘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힐끗-

그는 뭔가 보더니, 미소를 떠올렸다.

“흐흐, 그랬었지.”

츠팟-

그가 이내 땅을 박찼다.

“나미코, 잠시라도 좋으니 저자를 견제해 줘!”

그에 응한 나미코는 나무 사이로 나오는 박철호에게 전력으로 정신계 능력을 썼다.

아무리 박철호라도 충격이 있었는지 이번에는 멈칫했다.

“지금이에요, 어…….”

나미코가 박진구를 향해 소리치는 그 순간.

푹-

“……서, 아흑!”

박진구가 찌른 백색 칼날이 나미코의 옆구리에 박혔다.

예상 못 한 기습을 당한 나미코는 당황한 눈빛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지금 뭘 하는…….”

“흐흐, 저 괴물을 죽이려면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해.”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피는 하얀 칼날에 스며들었다. 시로가네 가문의 용의 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을 보고 그제야 그의 속내를 알아챈 나미코가 저항하며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서로 협력하기로 한…….”

“협력?”

그러나 박진구는 코웃음을 치더니 소리쳤다.

“우리 조직에게 너 같은 건 일개 말에 불과해. 그래도 박철호를 없앨 힘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피를 많이 쏟은 탓인지 나미코는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그렇게 점점 힘이 빠져 쓰러지고.

“이제 심장을 제대로 찔러서 완전히 흡수해 주지.”

이어서 할 수 있는 만큼 피를 다 짜내겠다는 듯, 나미코의 심장으로 칼날을 더 깊숙하게 쑤셔 넣었다.

아니, 그러려는 순간 뭔가가 둘의 사이를 막아섰다.

파앗-

그것은 전력으로 뛰어든 박철호의 오른팔이었다.

있는 힘껏 뻗은 탓에, 백색 칼날은 나미코 대신 박철호의 팔뚝을 관통했다.

“호오, 이거 알아서 팔을 넣어 주다니 월척인데?”

박진구는 비릿하게 웃더니 그대로 칼날을 위로 쳐들었다.

촤아아악-

피를 뿌리며 잘린 팔뚝이 허공으로 난다.

박진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미코를 방패로 삼아 힘껏 밀쳐내고는 다시금 검을 찔렀다.

그러자 이번에도 스스로 몸을 날려 막아서는 박철호.

그 모습에 박진구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뭐야? 그런 거였나?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그 개고생을 했다니!”

콰지지직-

“크윽!”

검이 박철호의 가슴팍을 꿰뚫음과 동시에 그의 입가에서 선혈과 신음이 새었다.

주저앉아 피를 흘리던 나미코는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며 힘겹게 말을 토해 냈다.

“어째서…….”

하지만 박철호는 여전히 답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박진구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그래, 이게 싸움이지!”

공격은 더욱 악랄해졌다.

결계 조작하는 능력으로 계속 위치를 바꾸며 나미코를 이용한다.

그럴 때마다 점점 늘어나는 치명상.

“크큭, 이 정도면 충분하군. 이제 이년은 필요도 없겠어.”

마침내 백색 칼날이 박철호의 품을 파고들며 휘둘러졌고.

스릉- 촤아아악!

미처 방어 못 한 박철호의 가슴팍에서 아랫배까지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솟구쳤다.

그에 그치지 않고 마력 실어 날린 박진구의 일격은 박철호의 안면에서 폭파하였다.

퍼억- 콰아앙-

“흐아아아앗!”

박철호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겨우 중심 잡고 밀려나자, 녀석은 그대로 돌격해 맹공을 퍼부었다.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끝장내겠다는 듯.

퍽! 퍽! 퍼억- 콰지직-

그러나 그 순간.

쿠와아아아앙!

진세 바깥 멀리서 어렴풋이 격렬한 소리가 들리더니 지면이 흔들렸다.

“무, 무슨?”

당장 지면으로 전해지는 그 여파는 미미했지만, 공간 전체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이 진세를 장악하고 있던 박진구는 그 충격을 제대로 느꼈다.

“뭐, 뭐야……?”

그렇기에 박철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다 말고 당황하며 기감에 집중했다.

쿠왕! 콰앙- 콰아아-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젠 연달아 터지는 굉음!

그에 맞춰 땅의 흔들림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심지어 무언가가 가까워지고 있는 듯, 진세의 마력 흐름이 거칠게 요동쳤다.

그제야 그는 설마 했던 추측이 사실이라는 걸 인지했다.

“말도 안 돼. 외부에서 이걸 뚫고 들어온다고?”

그게 아니고서 이 현상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도 굉음과 충격은 급속히 접근해 왔다. 이대로 두면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진세가 뚫려 버린다!

그로 인해 교류회에 참석 중인 S급 헌터들이 모두 개입하면 판은 뒤집히리라.

“제기랄!”

그런 압박감을 느꼈는지 결정타를 먹이려다 말고, 그는 진세의 보강에 집중했다.

우드득- 콰지직- 콰앙!

그렇거늘 노력이 무상하게도 이제는 이 공간을 가둔 나무들이 부서지고 터지며 땅이 갈라졌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

“마, 막았나?”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바로 앞에 폭탄을 터트린 듯한 굉음이 터졌다.

이윽고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한쪽의 나무들이 완전히 부서지며 날아가고는 공간이 열려 버렸다.

“크윽!”

그 파장에 휩쓸려 박진구가 휘청거리는 사이, 한 인영이 쇄도해 왔다.

그를 막기 위해 손을 뻗자, 이내 진세를 이루는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기파로 쏘아졌다.

콰아앙!

하지만 진세를 뚫고 들어온 이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기파는 한 번에 흩어졌다.

그 충격은 술사인 박진구가 그대로 입을 수밖에 없었고.

“크허헉!”

콰즈즈즈즉- 콰아앙!

반대편으로 나무를 연달아 박살 내며 날아가더니, 수해 저편 어딘가에 처박혔다.

그 틈에 난입한 이는 바닥에 착지했다. 만신창이 상태였지만 아직 의식이 붙어 있던 박철호는 바로 그를 알아봤다.

“병준…… 헌터로군.”

그는 바로 병준이었다.

“박 국장님, 괜찮으십니까?”

“……후우, 다행히도 자네가 여길 알고 와 줬군.”

병준은 만신창이 상태의 박철호를 발견하곤 급히 향했다.

그리곤 급한 대로 오환은사검으로 박철호의 잘린 팔을 붙이며 그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이 모두가 박 국장님을 노리고 만든 판인 듯한데, 제가 제대로 본 겁니까?”

“후후, 쿨럭!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후우욱- 콰콰콰콰-

박철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갑자기 결계 저편에서 마력 흐름이 출렁이더니 곧이어 병준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덮쳐 왔다.

하지만 병준은 그 기세를 타고 오는 그를 다시금 모비딕 크라잉으로 쳐냈다.

콰쾅- 콰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를 뚫고서 박진구가 병준의 정면에 섰다.

“이 결계를 뚫다니 제법이군요.”

그는 자못 건들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나이가 젊은데 한국에 당신 같은 S급이…… 아, 혹시 그 신예가 당신인 모양이네요.”

‘음?’

한편 병준은 박진구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의 검에 시선이 꽂혔다.

‘방금 부딪쳤을 때 설마 싶었는데, 저건…….’

그도 그럴 것이 생긴 게 자신이 가진 초치검과 똑같았기에.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검의 디자인은 말이다.

[ 초치검이 권능을 제대로 구현해 내지도 못한 복제품을 보며 코웃음을 칩니다. ]

다만 이내 창으로 전해 오는 초치검 반응을 보면, 그저 그런 레플리카인 모양이었다.

하기야 마검전이야말로 모든 검의 보고이기에 당연했다.

“방금 비웃었나요? 후후, 뭐 좋습니다. 박철호를 없애며 겸사겸사 같이 죽여 드리죠.”

그것을 알지 못하는 녀석은 그저 주변 진세를 복구하면서 나불거린다.

스릉-

백색 칼날을 번뜩이며.

“후, 아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초치검이란 거거든요. 원래는 에픽급의 아이템인데 용의 피를 머금으면 더욱 강해지죠.”

누구보다 잘 아는 걸 굳이 말해 주며 놈이 다가온다.

“크큭, 용체화된 저 박철호의 피를 먹고 강해졌죠. 느껴지나요? 이 검이 안달하지 못하는 파워가 말이죠!”

우우우우웅-

놈이 든 백색 칼날이 거칠게 떨어 댔다.

그걸 저놈은 검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서 휘둘러달라는 뜻으로 이해한 듯싶다. 하지만 그걸 보며 병준은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나참…….”

투명 장막 상태로 있는 세레나도 마찬가지였다.

“병준, 쟤 지금 뭔가 엄청 착각하고 있는데?”

제검의 서의 정령이며 주인인 병준과 연결돼서 그런지, 그녀도 느끼는 모양이었다.

“저 검, 지금 병준을 엄청 무서워하고 있잖아.”

[ 초치검이 자기는 저런 질 낮은 피는 흡수하지 않는다고 화를 냅니다! ]

[ 그 ■■■ 같은 저급한 박쥐가 아니라며 강력하게 호소합니다! ]

[ 초치검이 자신의 진가를 보여 주기 위해 소환하기를 강력히 원합니다. ]

마침 놈의 말에 반응하여 메시지가 줄줄이 떴다.

하기야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진짜 초치검은 병준에게 있으니 말이다.

“또 비웃는가요? 이제는 좀 짜증 나는데요. 하여간 신예로 S급이 돼서 그런지 착각이 너무 심하네요.”

이내 놈이 땅을 박차 공격해 오며 고함을 내질렀다.

“죽여 주마!”

반면 병준은 초치검을 꺼내며 옆에서 나미코의 상태를 살피는 박철호에게 말했다.

“박 국장님, 충격의 여파가 클 수도 있는데 근처에 계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후후, 자네 덕에 어느 정도 회복했네. 신경 쓰지 말기를.”

“예, 그럼.”

병준은 본격적으로 힘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그 순간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떴다.

[ 가짜 처단 ]

*조건 : 보유한 마검의 레플리카를 대면

*내용 : 진정한 마검으로 레플리카를 박살 낼 것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3개

‘이렇게 판 깔아 주면 안 할 수가 없지.’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은 없나요? 들어드리죠, 하핫!”

박진구는 완전히 복구된 진세로 병준을 압박해 오며 나불거렸다.

조소하며 놈의 검이 막 닿아 오는 순간.

덜그럭- 덜그러러러럭-

“어, 어?! 왜 이러는 거야?!”

검명 정도가 아닌 사시나무 떠는 듯한 엄청난 떨림. 녀석도 검을 제대로 쥐지 못할 정도가 되고 나서야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병준은 검신에 점점 더 강한 마력을 실었다.

우우우우우우웅!

박진구가 쥔 레플리카 따위 아닌, 진짜 초치검의 검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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