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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03화 (103/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03화>

“그러면 저번에 본 드래곤이었던 것은…….”

“거기 필드 챔피언이나 보스 몬스터로 드래곤이 나오기도 한다네. 거기 반응한 것이겠지. 자세한 건 이쪽에 듣지.”

이어서 백강철이 의자에 앉은 수석 연구원의 어깨를 짚자.

그는 뿔테 안경을 스윽- 올리더니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 냈다.

“근본 술식은 코덱스 기가스가 내장한 마력회로를 끄집어내는 겁니다. 그에 따라 수도원이 구축되고, 소재에 따라 몬스터가 나오는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그 밖의 특징으로는 악마나 언데드 계열로 변태한다는 거죠.”

대략적인 효과를 알게 되자 병준은 코덱스 기가스의 효과가 이해됐다.

그야말로 전승 그대로의 효과라고 할 수 있으니.

“한데…….”

다만 정작 설명해 준 수석 연구원은 뭔가 납득이 안 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회로 곳곳이 불완전한 부분이 있어요. 비유하자면 다운로드가 되다 만 것처럼 말이죠.”

그 말을 듣자 병준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코덱스 기가스의 원전이 스웨덴에 보관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그것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지?”

“안 그래도 그쪽에 자문을 구했고, 직접 가서 분석까지 해 봤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리고는 푸석푸석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을 덧붙였다.

“거기 있는 건 그냥 평범한 책이었습니다. 아이템 말고 그야말로 유물이었죠.”

“흔히 있는 경우라네. 기대대로 특정 유물이 아이템으로 각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유물에 불과한 경우도 많지. 이 경우엔 던전에서 드롭되고 나서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네.”

아이템에는 일가견이 있는 백강철다운 식견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설명을 이었다.

“그와 관련해서 이미 연구가 제법 진행된 분야거든.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어떤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고, 그것을 마치 설계도처럼 해서 아이템이 만들어진다는 거지.”

‘잠깐만, 이거…….’

“학계 주류 연구자들은 신화에서 따와서 아카식 레코드라 부르는데…… 하여간 창의성이 제로인 네이밍 센스죠.”

그 순간 어떤 말이 병준의 뇌리를 스쳤다.

-간단히 말해서 지나간 인연이란 세계선 흐름에 새긴 운명 궤적입니다. 이를 한 기록으로 본다면 마검 역시 필기자로 볼 수도 있겠지요.

마검의 인연과 구현에 대해 페르드가 했던 이야기였다.

즉, 지금 이야기하는 코덱스 기가스가 자신과 아예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초치검이나 간장과 막야는 지구의 역사에 존재했던 검이잖아.’

만약 그 검의 원전이 어딘가 있다면?

혹은 그 원전에서 비롯된 아이템을 누가 던전에서 드롭으로 얻었다면?

무엇이 더 그 전승이 전하는 실재에 가까울 것인지.

‘물론 마검전의 것이 진짜라 보지만…….’

그와 같은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듣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백강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샜구먼. 혹시 관심 있으면 내 관련 자료와 논문을 보내 주지.”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나야 좋지. 같은 헌터로서 이런 분야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늘어나지 않겠나.”

그 말과 함께 백강철은 수석 연구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었지. 한 실장이 관련 정보 좀 잘 추려서 보내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수석 연구원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는 다시 병준에게 말을 붙였다.

“뭐, 그에 대해서는 차후 이야기 나누고…… 오늘은 진짜 본론이 있으니 계속 말하겠네. 코덱스 기가스의 마력회로 발동이 언뜻 보면 성공한 것 같지만…… 파고들면 문제가 있다는군.”

어떤 문제냐는 듯 쳐다보자, 백강철이 설명하기에 앞서 수석 연구원이 조작한 화면에서 한 장면이 재생되었다.

“이건 바로 얼마 전까지 수도원의 상황입니다. 좌측 수치는 성공적으로 증식한 몬스터의 숫자고요.”

좌측 수치는 대략 30 전후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부화할 듯하던 고치가 이내 돌처럼 굳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보시는 것처럼 몬스터 증식 숫자가 제약되더군요. 그래서 지금처럼 마력석까지 동원해서 드래곤 골렘을 부화시킨 뒤에야 제주에서처럼 그 개체수가 좀 늘긴 했는데…….”

다음은 어딘가 되다 만 어설퍼 보이는 본 드래곤 사냥하는 백강철의 영상으로 이어졌다.

S급 헌터인 그에게 어려운 사냥은 아니었다.

오히려 적당히 상처를 입히고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자네가 보스급 몬스터가 부활한다고 그랬었지. 여기서는 보스급 부활은커녕 회복도 잘 못 하더군.”

“증식 술식을 삽입해 봤는데, 이번엔 코덱스 기가스 마력회로와 충돌해서 효과가 없었지요. 소재를 바꿔도, 심지어 스캔해서 재구축까지 해 봤지만…….”

수석 연구원은 자신의 푸석푸석한 머리칼을 쥐어뜯듯 헝클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데이터를 얻으면 아카식 레코드가 실존하는지, 아니면 다른 뭐가 있는지 추적할 수도 있을 텐데, 하아!”

백강철은 그에게 고초를 이해한다는 듯, 토닥여 주고는 시선을 병준에게 돌렸다.

“그래서 이렇게 불렀다네. 그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아니 똑같이 재현하면 뭔가 더 나올 수 있지도 않겠나.”

그 말을 듣고 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전승을 아이템으로 구현하는 데이터 서버라…… 흥미롭네.’

하물며 이 실험은 아카식 레코드나, 마검전과 원전의 연관 관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마검전의 근원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찬스였다.

이를 직접 확인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깝다.

게다가 그때는 그랬던 것이 지금 안 되는 이유로 짐작 가는 바도 있었다.

병준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저도 코덱스 기가스의 제공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하죠.”

“하하, 역시 말이 통하는군. 고맙네!”

“당시를 똑같이 재현하려고 모든 것을 갖췄다면, 이 실험의 힐 피스는 제가 되는군요.”

“맞아. 그렇지. 역시 말이 잘 통한다니까. 그럼 자네만 괜찮다면 바로 출발하지.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게나.”

백강철과 함께 관측실을 나온 병준은 바로 코덱스 기가스가 구현한 수도원으로 갔다.

돔처럼 생긴 이 건물 중앙이 바로 그곳이었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그리고 그 영역에 첫발을 들이자, 눈앞에 창이 떴다.

[ 재현 ]

*조건 : 전에 잠재력을 이끌어 낸 적 있는 마력회로 영역에 다시 진입

*내용 : 마력회로 잠재력을 극한으로 개방하여, 그 공능을 완전히 이끌어 낼 것

*진행 : ?? 0/100, ?? 0/1

*보상 : 마검석 2개

‘진행이 물음표로 됐네.’

이런 건 처음 봤지만, 대략적으로 짐작은 됐다.

퀘스트를 확인한 병준이 입을 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 *

그간 판테온 길드에서 코덱스 기가스의 마력회로 구현에 공을 공을 많이 들였는지, 수도원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

제주에서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제주도 던전에서 본 드래곤 사냥할 때는 거의 뭐 집터 수준이었는데.’

물론 당시 마력지맥을 왕창 끌어다 때려 부순 탓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곳의 수도원 공간은 곳곳의 디테일이 섬세했다.

“이건 정말로 13세기의 수도원에 들어온 기분이군.”

연계가 깊어질수록 그 위력이 증가하는 연계 전승의 효과를 생각할 경우.

이 영역에 배회하는 몬스터는 보다 강력해야 정상일 터였다.

드드득- 드득- 쿠쿵!

그렇지만 복도를 가로질러 맞닥뜨린 드래곤 골렘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키에에에에에엑!”

사람을 보자 달려드는 호전성이야 그대로였지만.

“뭐 잘 됐나. 이제 진짜 실전에서 가속 영역을 써 볼까.”

[ 실피드 페리온이 당신의 의기에 반응합니다. ]

병준은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옅게 웃고는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했다.

파츠츳- 파치치칫!

히든 권능까지 각성해서 그런지, 실피드 페리온의 파란 칼날이 더욱 번뜩인다.

우우우우우웅-

그 검신이 공명하는 순간, 병준은 마력회로를 전개했다.

마치 뿌리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마력회로가 허공에 맺히며 서로에게 얽히며 점점 구 형태로 영역을 넓혔다.

그 영역 안에서 마력회로에 강한 에너지가 전해진다.

이윽고 힘이 자아내는 흐름에 몸을 실었다.

츠팟- 파아아앗!

순식간에 가장 앞의 드래곤 골렘의 앞에 나타난 병준.

“크엑?!”

드래곤 골렘이 반응할 틈은 없었다.

서걱!

실피드 페리온을 채찍처럼 늘여서 관절이 이어지는 약점을 노려 베자, 순간 균형을 잃고 허물어졌다.

“크에에엑!”

압도적인 속도로 여기서는 보법을 밟을 것도 없었다.

그저 걸으며 대충 검을 휘두르며, 느리게 지나가는 드래곤 골렘의 약점을 벤다.

“키잇, 크헤에에엑!”

“크에에엑!”

병준이 지나가는 복도에는 드래곤 골렘 파편이 무더기로 널브러졌다.

그러면서 수도원 심처를 향해서 길을 찾아간다.

-이제 그대로 앞으로 진행하시면 내실입니다.

그때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판테온 직원에게 받은 인이어로 전언이 왔다.

-코덱스 기가스는 거기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 전언이 아니어도 병준은 공간 장악의 감각을 펼치고 있었기에 대충 예상은 했다.

가장 강력한 마력 반응이 이 너머에서 나오고 있으니 코덱스 기가스나 그것이 만든 보스 몬스터가 아니면 뭐겠는가.

“그런데 본 드래곤은 이미 잡혔다고 했었죠?”

-네, 그래도 우리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재료만 수급되고 마력회로에 자극을 주면 일정 쿨타임을 주기로 리젠을 하더군요. 이제 그…….

잠시 뭔가 계산하는 듯싶더니 다시 대답이 돌아왔다.

-거의 다 됐습니다. 짧으면 1분, 길어야 3분 이내로 본 드래곤이 나올 겁니다.

제법 정확한 계산이었다. 타이밍도 그렇고.

하기야 그걸 다 계산해서 자신을 이 시간에 부른 것이겠지.

-그리고 코덱스 기가스가 아카식 레코드 같은 데이터베이스 정보나 마력 패턴을 전송하거나 받는 메커니즘의 실존 여부 확인이나 추적을 위해서는…….

그 사이에도 연구원의 말이 구구절절 이어진다.

살짝 귀가 따가울 정도였지만 한편으로 이해도 됐다.

기실 자신이 여기 들어온 것도 같은 이유니까.

병준은 새삼 여기 들어온 까닭을 상기했다.

아카식 레코드 같은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그것의 단서를 얻기 위해서.

그렇다면.

‘사냥…보다는 연구팀이 데이터를 최대한 뽑을 수 있게 협조해 주는 게 좋겠지.’

이내 병준은 수도원 심처에 다다랐다.

그러자 대강당처럼 된 넓은 공간에 우글거리던 드래곤 골렘들이 병준에게 달려들었다.

“반겨 줘서 고마운데. 너희들에게는 볼일 없어.”

파츳- 서걱!

물론 그래 봤자 몇 초 내로 정리하고는 대강당 가장 안쪽으로 향했지만.

대강당 심부에 마련된 곳.

거기에는 주위의 마력이 서서히 준동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본 드래곤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아예 새로운 마력을 모아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건 부활이 아닌 리젠의 조짐이기에.

저벅- 저벅-

한 걸음씩 떼며, 병준은 리젠되려는 열화판 본 드래곤을 지나쳐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파치치칫- 파츠츠츠츳!

그 끝에는 파랗게 빛나는 마력회로 가운데에 코덱스 기가스가 부유하고 있었다.

“볼 일은 너한테 있거든. 자, 그럼 지금부터…….”

그것을 보며 병준이 말했다.

“네가 가진 전부 다 토해 낼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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