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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100화 (100/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100화>

동굴의 어둠 속을 걸어, 병준은 어딘가 다다랐다.

빛이라고는 들지 않는 암굴 속으로 제법 깊이 들어가 모든 감각이 어둠 속으로 묻혀버릴 듯한 순간.

화륵- 화르르르륵!

양쪽 벽에 놓인 횃불이 반응하여 저절로 켜졌다.

이윽고 어둠을 몰아낸 주황색 영역 속으로 오랜 시간 갇혀 있었을 물건이 드러났다.

그것은 낡은 비석이었고 실피드 페리온에 반응하는지.

우우우웅-

검신이 떨고 이내 마력회로가 비석 표면에 덮이며 글씨가 드러났다.

-시험에 임하겠다면 세 개의 방을 돌파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 그에 앞서 자격을 입증하리니, 그대는 바람을 가르며 구슬을 잡으라.

“음, 구슬을 잡으라고?”

새겨진 글귀에 대해서 고민하길 잠시, 이내 병준은 시험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비석에 마력회로가 덮이더니 손톱만 한 구체가 맺혀 위아래로 움직였다.

마치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탱탱볼처럼 비석 끝에 닿았다가 튀어 올라 정점을 찍었다가 다시 낙하한다.

“뭐 간단한…….”

바로 낚아채려 했으나 돌연 구슬이 빨라졌다.

병준은 반사적으로 속도에 맞춰서 손목을 살짝 비틀어서 잡아채려 했다.

티이이잉-

그렇지만 구슬의 궤적도 비스듬히 어긋났다.

그대로 구슬은 병준의 손을 쏙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아까 전처럼 평범한 탱탱볼처럼 위아래로 떨어졌다 튀어 오르는 운동을 한다.

병준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간단할 리 없겠지.”

병준은 잠시 손을 멈추고 구슬을 관찰했다.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감으로 인지했다.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주지.”

틀림없이 비석의 마력회로 흐름이 구슬의 움직임을 조작하고 있을 터였다.

그 패턴을 인식한다.

‘그리고 불싸라기검이나 유리검을 쓸 때 민첩한 감각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마치 한 타이밍을 노려서 낚싯대를 채는 조사처럼 병준은 다시 손을 뻗었다.

탓!

스치듯 흘러가는 경로에 따라가면 구슬을 낚아챘다.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그대로 섬세하게, 하지만 민첩하게.

그렇게 손안으로 잡아챘다.

하지만.

스스슥-

구슬을 잡았지만, 눈이 녹듯 사라졌다.

대신 마력회로가 번쩍이더니 다시 허공에 구슬이 맺혔다.

“칫, 뭐냐?”

그렇다면 누가 이기는지 해 보자는 듯.

얼마든지 다시 잡아 주겠다는 기세로 병준은 손을 놀렸다. 그렇게 몇 번이고 다시 잡았다.

츠파파팟- 파파파팟!

스스스스-

그리고 번번이 구슬은 녹았다가는 재생되었다.

이래서야 그저 잡기만 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었다.

‘바람을 가르라는 말이 그냥 수식어가 아니었나.’

우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마치 자신을 봐 달라는 것처럼 실피드 페리온의 칼날이 떨린다.

그 모습은 마치 비석의 마력회로와 교감하는 것도 같기도 했다. 그 순간, 병준은 직감적으로 뭔가 느꼈다.

‘잠깐!’

비석에 새겨진 마력회로가 단순히 앞을 가로막는 허들이 아니었다면?

자격을 입증하라는 명분으로 뭔가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실피드 페리온이 반응할 리 없다.

파파팟- 파팟!

병준은 여전히 구슬을 낚아채고자 손을 휘두르면서도 비석과 실피드 페리온의 마력 교감에 집중했다.

단순히 퍼트려서 확장하는 것만이 아니다.

더 심도 있게, 민감하게 마력을 움직였다.

그 덕분에 점차 새로운 공간 감각을 인식했다.

‘그래, 역시 답은 이거였어. 뭔가가 느껴져.’

본래 실피드 페리온에 속한 권능인 공간 장악에서 한층 더 나아간 감각이었다.

파츠츠츳- 파츠츳!

그리고 그 깨달음을 인지하는 순간, 비석의 마력회로가 실피드 페리온으로 번졌다.

아울러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점차 검을 쥔 손에서부터 병준의 몸을 덮기 시작했다.

“후우웁, 후우우!”

방금 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덮인 마력회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호흡했다.

더 넓게, 더 깊게 퍼지도록 한다.

그러자 마력회로에 닿은 신체에 머금은 에너지가 느껴지며 자극되었다.

‘이건…… 공간 장악이 더 극대화한 느낌이야.’

움직인다는 건 그 입자, 혹은 끈으로 이어진 에너지 흐름이 활성화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마력회로는 순간적으로 폭발력을 일으켜 출력을 급격히 높인다.

그러한 공능이 느껴졌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더 집중하기 위해 다른 모든 감각을 내려놓았다.

오직 실피드 페리온이 새로 전해 오는 감각에 집중하여, 그 감각에 손을 맡겼다.

츠팟!

순간 빠르게 움직인 병준의 손이 구슬을 잡았다.

이번에도 구슬은 녹아 위쪽에 다시 생성되었으나, 병준의 손은 한 수 위였다.

구슬이 새로 생김과 동시에 반전해서 낚아챘다.

‘보인다.’

거의 잔상이 남을 정도로 움직이면서도 구슬이 생기는 족족 잡아챈다.

츠팟- 파팟- 파파팟!

그러자 결국 비석의 마력회로에 과부하가 걸리기라도 했는지, 섬전이 튀더니 더 이상 구슬이 생기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

대신 육중한 소리와 함께 비석이 옆으로 밀려나며 지하통로가 드러났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되겠지.

병준은 마지막으로 구슬을 쥐었던 오른손을 봤다.

술식이 해제되었으니 당연히 구슬은 이제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놓쳐서는 안 될 뭔가를 쥔 듯, 손을 펴지 않았다.

“시작하면서 느낀 감각이 이 정도인데 히든 권능을 완전히 얻는다면 대체…….”

어느 정도나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곧 기대감으로 돌아왔다.

“좋아, 그럼 가 볼까. 방이 세 개라 했지. 그 중 첫 번째…….”

화륵- 화르르륵-

계단을 내려가자 양쪽 벽의 횃불이 저절로 켜지며, 길을 밝혀 주었다. 그렇게 내려가기를 잠시, 병준은 계단에 끝에 다다랐다.

그곳에 있는 원룸 크기 정도의 공간에는 이번에도 비석이 그를 맞아 주고 있었다.

-바람 검의 선택을 받아 그 힘을 얻으려는 자여, 두 가지 감각을 얻어야 할지니, 첫째로 그대는 바람을 몰 줄 아는 이기에. 이에 실리듯 문으로 나가라.

“이번에는 위의 것보다 더 선문답 같은 내용이네.”

다만 그저 흘려 보지 않았다. 기실 단순히 수식어라 여겼던 바람을 가르라는 표현이 힌트 아니었던가.

이번에도 그럴 터였다.

“일단 문이라는 건 반대편에 있는 저 나무로 된 문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겠지.”

한눈에도 허름하게 보이는 맞은편 벽의 나무 문을 제외하면 나가는 길도 없으니까.

중요한 건 그 앞의 문구였다.

“바람을 몰 줄 아는 이…… 바람을 몰아서…… 실피드 페리온의 감각을 쓰라는 건 확실해.”

문제는 그 감각을 어떻게 쓰라는 말인지였다.

막막하지만, 결코 암담하지만은 않았다. 마치 처음 감각을 익혔을 때처럼 분명 자신에게 해답이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직접 부딪쳐 보며 깨달을 뿐이다.

병준은 비석을 지나 문을 향해서 첫발을 내디뎠다.

철컥- 핑!

순간 기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들었다.

‘뭐 예상했지. 그냥 순순히 보내 줄 리 없으니.’

예상했다고는 해도 화살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위에서 바람의 감각을 얻지 못했다면 쉽게 피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하물며 걸음을 내디디며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진다면야.

피핑- 핑- 피피핑!

공간 장악으로 화살 궤적을 인지하고.

바람 감각으로 어떻게 피할 것인지 사고하고, 몸으로 실행에 옮긴다.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며 전진한다.

그렇게 스치듯 피하며 문에 다다른 병준은 문고리를 잡았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난다고?’

너무 쉽게 끝났다. 그렇기에 감각을 곤두세우며 문을 미는 순간, 병준은 이번 시험의 난점을 바로 깨달았다.

우우우우웅-

문에 내장된 마력회로가 발동하여 빛나더니 허공으로 번져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둔 영역은 모든 것이 느려졌다.

‘큭, 이건?!’

병준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마치 물속에 들어온 듯 몸이 느려졌다.

“후우읍!”

순간 호흡을 깊게 마시고, 위에서 비석을 만지며 터득한 마력회로의 술식으로 저항하려 했으나.

파치칫!

“커흑!”

섬전이 터지더니 오히려 병준에게 충격을 주었다.

문에서 뻗어 나오는 술식은 병준이 한 것과 정확히 반대로 역산된 것이었다.

하물며 임기응변으로 기운을 일으킨 병준에 비해 문의 것은 준비된 술식이었으니…….

당연히 더 큰 출력이었기에 충격도 컸을 수밖에 없었다.

퍼퍽! 퍽-

그로 인해 비틀거리는 사이,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화살 자체 대미지는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정작 문제는 화살이 타깃에 적중한 것을 트리거로 발동하는 다음 술식이었다.

지이잉- 파파팟!

강력한 역장이 발동하더니 척력에 의해, 순간 병준은 던져진 것처럼 밀려났다.

타탓- 탓!

낙법으로 굴렀다가 자세를 바로잡은 뒤, 주변을 보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처음 자리로 돌아왔군.”

우연이 아니었다.

척력이 작용하는 범위가 딱 비석이 있는 앞까지였다.

박히는 순간 몸을 틀은 덕에 급소를 피해 박힌 화살을 뽑으며, 병준은 중얼거렸다.

“즉 화살을 한 대라도 맞으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전하라는 뜻인 모양이네.”

이대로 포기한다?

물론 병준은 다시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대책 없이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비석에서 말한 단서를 이용해야 해. 바람을 몰아, 거기 실려서 가라고 했지.”

새삼 비석의 문구를 되뇌며 병준은 생각했다.

‘실려서 간다, 실려서…….’

아울러 동굴 앞에서 전대 주인이 스승으로 짐작되는 드워프에게 들은 말도 떠올렸다.

-실피드 페리온의 궁극에 달하려면, 첫 번째는 바람을 빨리 불게 하고, 두 번째는 바람을 느리게 불게 해야 한다.

“불게 한다…… 그래, 그냥 분다고 말하지 않고, 굳이 불게 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바람을 불게 해서 실려 가라는 뜻인가.

하지만 어떻게?

게다가 자신이 방금 전 문을 열고 나가지 못한 이유까지 찬찬히 곱씹어 봤다.

“…….”

그렇게 단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죄다 끌어모아 고심하던 병준은 불현듯 앞을 봤다.

우우웅-

문 주변으로 영역을 그려 낸 마력회로가 사라지고,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윤곽이 아직 얼핏 보인다.

“잠깐만, 역으로 생각해 보자. 내가 밀려난 것도 어떻게 보면 역풍에 실려서 그런 거잖아?”

그렇다는 건 자신도 같은 방법을 응용하면 되지 않을까?

가속하는 마력회로 영역을 전개한다.

그 흐름을 먼저 흘려보내고, 이후 자신의 몸을 거기 싣는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터!

“주변 공간 자체가 빨라지는 흐름의 영역을 만든다…….”

병준은 자세를 가다듬었다.

“후웁, 후우!”

일단 호흡을 하여 실피드 페리온의 마력회로와 공명하여 권능을 최대한 이끌어 냈다.

우우웅-

칼날이 공명한다. 실피드 페리온의 팔 색 숨결, 마력 체화, 공간 장악의 감각이 극대화되고.

‘바람을 빠르게 불게 하여, 나를 거기에 싣는다…….’

아울러 단편으로나마 엿봤던 공능으로 사고를 가속한다.

그러자 주변의 감각이 느리게 느껴졌다.

‘즉 공간을 구성하는 마력 자체의 움직임을 가속하고 거기에 내 몸을 실어야 해.’

그것을 깨달은 순간, 손끝이나 발끝과 같은 신체 말단 부위에 감각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대로 마력을 계속 쏟아부었다.

마력회로의 끝이 신체를 벗어나 계속 뻗어 나가도록.

파츠츳- 파치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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