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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82화 (82/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82화>

“아니 이게 이런 던전 초입에 있다고?”

그야말로 첫 방이라고 할 만한 곳에서 숨겨진 상자가 바로 나올 줄이야.

“과연 뭐가 나올까.”

마력의 흐름상 최소한 함정은 아니었다.

두근대며 상자를 조심스레 열자, 그 틈으로 하얀빛이 새어 나오나 싶더니 이내 안에 있던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실?”

보다 정확히는 잘 다듬어진 나무토막에 하얀 실이 감겨 있었다.

[ 아드리아네의 실 ]

*라비린토스 던전 어딘가로 연결된 실이다. 누군가 중요한 장소나 보물을 발견하여 남긴 단서일 수도 있다.

!!주의!! 각인된 자취 발현 마법은 발동하면 멈출 수 없다.

‘아드리아네의 실이면…….’

불현듯 병준의 뇌리에 어떤 이야기가 떠올랐다.

라비린토스 던전에 들어간 테세우스가 실을 이용해서 되돌아 나온 사건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명한 이야기 아니던가.

“설마 그 전설에 관련된 아이템인가?”

그러나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이인경이 말한 것도 단순히 미궁이라 던전의 환경에 의한 미노타우로스의 강화였고.

하지만 이런 아이템이 나온 이상, 알려지지 않은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지도 몰랐다.

던전 첫 사냥부터 이런 아이템을 얻다니 운이 좋다.

어쩌면 에픽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자, 병준의 입가에 이내 짙은 미소가 걸렸다.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상자 속의 실타래를 손가락으로 집어 든 순간.

병준의 마력을 흡수하나 싶더니 뭉쳐 있던 실이 저절로 풀려났다.

그러더니, 실은 마치 길을 안내하듯 바닥에 선명한 자취를 남긴다.

곧 아이템창에서 말했던, 발동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스스스스-

몇 초 지나자 아드리아네의 실이 화한 자취는 연기로 산화하여 사라지기 시작했다.

실이 사라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지만, 미노타우로스와 맞닥뜨린다면 필시 시간을 지체하여 놓치게 될 터였다.

즉 실의 단서가 끊기기 전에 미노타우로스를 사냥하거나 떨쳐 내며 따라가야 한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겠지만, 그 정도 난관은 넘길 수 있어야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

“오히려 잘 됐어. 던전의 난이도와 보상은 비례하기 마련이니 어려울수록 좋아. 그리고…….”

병준은 아드리아네 실에 마력을 먹이며 본격적으로 반응을 유도했다.

“나한텐 뭐 크게 어렵지 않을 테니까.”

후우우욱- 스스스-

그리곤 마치 빨리 감기 한 것처럼 빠르게 산화하는 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한쪽 통로에 미노타우로스 무리가 나온다 싶으면 다른 방향 통로 역시 열리더니, 몬스터가 우르르 쏟아진다.

쿠구구구- 구구구구-

그 발 구르는 기세에 의해 바닥이 울릴 정도였다.

“동네 운동회라도 하냐.”

만일 평범한 헌터였으면 당해 내기 어려웠을 터이나, 병준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첫 번째 전투에서 놈들에게 카운터로 쓸 마검이 뭔지, 견적을 전부 낸 터였다.

파란 칼날을 빛내는 그것은 바로 포스 블레이저였다.

[ 포스 블레이저가 당신의 무용에 반응합니다. ]

우우웅- 우우우우웅-

“자, 이번에도 가 보자. 시원하게 다 쓸어버려.”

하물며 포스 블레이저는 드레인 스파이럴 권능에 의해 주변에 마력 밀도가 높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타입이다.

이렇게 밀폐된, 게다가 전 방위의 마력회로에서 잔여 마력이 넘쳐나는 공간이라면 더더욱.

병준은 칼날에 걸린 묵직한 마력의 힘을 한껏 쏟아 냈다.

“하아아앗!”

쿠르릉- 콰아아아아앙!

그야말로 하나하나가 벽력이 날아가는 듯한 위력이었다.

크게 휘두르는 일 검마다 미노타우로스 무리가 폭풍 앞의 낙엽처럼 쓸려 나간다.

그렇게 달리는 방향 그대로 몇 번 검을 휘두르자, 남아 있는 미노타우로스는 더 이상 없었다.

[ 적진 유린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1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오, 벌써 퀘스트를 완료했나.”

하기야 돌아보면 미노타우로스를 어지간히도 잡았으니 당연하다 싶기도 했다.

이동함과 동시에 요동치는 던전.

그리고 그때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미노타우로스의 떼는 오히려 병준에게 사냥감을 모아 주는 역할을 해 주었으니까.

“꽤 들어온 거 같은데……. 이 녀석들은 참 지겹게도 나온다.”

그렇게 차례차례 나오는 적들을 정리하며, 줄어드는 아드리아네 실이 모퉁이를 도는 것을 바라보는 순간.

쿠릉- 쿠그그그그-

라비린토스 역시 준동하더니 지형이 변한다.

병준은 벽이 닫히기 전에 모퉁이를 돌아서자 저 앞에 가는 실이 보였다.

후우욱- 화르륵-

그리고 바닥에 빛줄기 같은 자취를 그리는 아드리아네의 실은 한층 더 파랗고 강렬히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길고 긴 여정 끝에서 목적지에 다다라서 마지막 박차를 가하는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통로 끝에는 천장이며 바닥이며 벽에 새겨진 마력회로가 끊기는 경계가 있었다.

타탁-

그곳을 넘어서자 통로 끝에 커다란 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팔각형의 방에는 병준이 들어온 길 외에도 벽마다 두 개씩 통로가 열려 있다.

한눈에도 이곳은 특별하다.

“다…… 왔나?”

그 말에 마치 그렇다고 답해 주듯, 실은 홀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기둥에 닿자마자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실에서 시작된 마력광은 순식간에 방안의 마력회로를 달리며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랗게 빛나더니.

쿵! 쿵! 쿵!

석벽으로 된 문이 내려와 통로가 닫혔다.

아니, 닫힌 문은 마력회로가 번지더니 벽과 일체가 되어 처음부터 홀에는 그런 문이 없던 것처럼 밀실이 되었다.

“흠, 이런 방식이란 말이지.”

마치 퍼즐처럼 복잡한 패턴으로 퍼지는 마력회로.

병준은 주위를 둘러싼 태피스트리 같은 패턴을 침착하게 관찰했다.

기왕 이곳에 들어왔으니 그 룰에 맞춰 주는 게 좋겠지.

“여기 숨겨 둔 뭔가를 얻고 나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병준은 홀 중앙에 있는 기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으로 더듬으며 마력회로를 민감하게 느끼자,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기둥은 안이 비었다. 마치 뭔가 넣어 둔 수납장 같은 느낌.

더욱이 마력회로 군데군데가 미묘하게 어긋난 상태였다.

“이걸 이렇게 잇고 저쪽 마력회로는 다시 이렇게…… 됐다!”

우웅- 쿠구구궁!

그것을 잇자, 기둥의 마력회로 경계 따라 벽돌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그 내부가 드러났다.

안에 병준을 기다리는 건 뜻밖이면서도 익숙했다.

“이건?!”

불그스름한 빛을 내며 소용돌이치는 포탈이라니.

하물며 던전 안의 또 다른 포탈이라면 틀림없이 히든 던전 포탈일 터였다.

거기다 인벤토리 안에 넣어 두었지만, 자신과 연결된 감각으로 병준은 느낄 수 있었다.

우우웅- 우웅-

인벤토리에서 꺼내자 과연 검정색 표지로 된 한 권의 서책은 흠칫 진동했다.

“역시 제검의 서 던전이었나.”

하기야 한동안 제검의 서 페이지를 못 모은 지 꽤 되었으니 그럴 때도 됐겠지.

병준은 제검의 서 던전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몸이 닿자마자 반발이 일었다.

“큭!”

팡! 후우우우우욱-

물결처럼 퍼져 나오는 동심원 파장이 일면서 병준은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붉은 포탈에 닿는 것이 트리거가 되기라도 했는지, 시커먼 연기가 확 풍겨 온다.

이윽고 그것은 뛰쳐나오는 것 같은 사람 형체를 이루더니 채찍을 휘둘렀다.

“이건 제법 날카로운데.”

[ 퀘스트가 떴습니다. ]

다시 몇 걸음 물러나 피하는 병준의 눈에 창이 떴다.

[ 전승 수호자 처치 ]

*조건 : 전승과 연계된 던전에서 수호자와 대면

*내용 : 전승 던전의 숨겨진 장소로 이어진 통로를 지키는 수호자 처치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2개

퀘스트창에서 익숙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수호자?”

바로 얼마 전에 있던 전투가 뇌리에 스쳤다.

즉 마검전 3층의 용암 기사와 같은 부류라는 뜻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생추어리 던전의 얼음 갑옷도 그렇고 말이다.

다만 스타일은 사뭇 달랐다.

후웅- 스스슥-

놈은 뛰쳐나오며 첫 발자국 딛자마자 연기로 흩어지더니, 좌측으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형성했다.

“이번에는 유령종인가.”

놈이 떨친 그림자 채찍을 피하며, 병준은 포스 블레이저를 해제했다.

대신 다른 마검을 투영했다.

“그렇다면 말이지.”

마력회로가 펼쳐지며 병준의 손에 쥐어진 마검은 뼈 같은 질감이었다.

그리고 독특한 검은색 톱날의 검신이 반짝였다.

“딱 맞춤인 마검이 있지.”

솨아앙- 솨아앙-

[ 블랙 본 소드의 Ⓐ멘탈 디바우러가 발동하였습니다. ]

투영하자마자 병준은 멘탈 디바우러를 뽑아냈다.

그러자 멘탈 디바우러는 이내 구불구불한 궤적을 그리며 유도탄처럼 그림자를 쫓았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건 생각보다 녀석은 더 기민하다는 점이었다.

후욱- 스으으윽-

뭣보다 사라졌다 나타나는 특유의 움직임은 멘탈 디바우러를 떨쳐 내기에 충분했다.

퍼펑- 펑- 퍼펑!

멘탈 디바우러들은 놈의 본체가 이동하고 남겨진 더미에 들이박았다.

심지어 녀석은 곧장 그림자 채찍을 휘둘러 반격해 온다.

휘리릭- 촤아아아악-

“미안한데…….”

그러나 병준은 마치 공격의 방향을 예상하듯 몸을 비틀어 이를 피하고는, 동시에 땅을 박차며 놈의 간격으로 파고들었다.

“채찍 같은 건 나도 제법 쓰거든. 네 움직임이 다 보여.”

그러곤 바로 이어, 블랙 본 소드를 앞으로 뻗었다.

공격을 피하려고 몸을 크게 비튼 탓에 충분한 위력이 실리진 않은 공격.

심지어 그 속도는 녀석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츠팟- 후우욱-

그림자가 달아나려는 순간, 병준은 놈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스텝을 밟았다.

실피드 페리온을 다루며 익힌 검의 궤적 예측.

블랙 본 소드가 알려 주는 유령종 몬스터의 점멸하듯 회피하는 패턴 등.

그동안 다른 제검의 서 던전에서 쌓아 온 경험들과 여러 마검들의 전생이 알려 주는 특유의 감이 그의 몸을 이끌었다.

병준은 자신을 견제하며 노리는 공격들을 부드럽게 회피하고 이동 방향을 예상하며 미끄러지듯 녀석에게 다가갔다.

마침내 블랙 본 소드가 놈과 제로 거리에서 닿았다.

아니, 오히려 그림자가 자기 몸을 블랙 본 소드에 가져다 댄 꼴이 되었다.

“자, 이것도 피해 보시지.”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솽- 솽- 솨앙-

[ 블랙 본 소드의 Ⓐ멘탈 디바우러가 발동하였습니다. ]

[ 블랙 본 소드의 Ⓐ멘탈 디바우러가 발동하였습니다. ]

[ 블랙 본 소드의 Ⓐ멘탈 디바우러……. ]

퍼펑- 펑! 펑! 펑!

블랙 본 소드에서 무더기로 뽑아낸 멘탈 디바우러가 제로 거리에서 직격했다.

그로 인해 놈이 비틀거리며 이리저리 휘둘렸지만, 병준은 블랙 본 소드를 쥔 손 모양을 유연하게 고쳐 쥐고는.

“어딜 가. 좀 더 먹어야지.”

여전히 영 거리로 놈에게 블랙 본 소드를 붙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의해 블랙 본 소드와 그림자가 엮인 듯한 모습.

심지어 그런 모양새는 가면 갈수록 더 심화된다.

[ 화령용아검이 자신의 검술을 응용한 당신의 검술에 굉장히 감탄합니다. ]

화령용아검의 흡자결을 응용한 연격!

후욱- 스스스스-

그림자는 그 형체가 소멸할 듯 흐릿해지자 마지막 발악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승기를 잡은 이상, 병준도 놈을 놓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다음 순간, 거의 찍어 내듯 멘탈 디바우러를 뽑아내며 소리쳤다.

“자, 그러면 끝을 내 볼까.”

퍼펑! 펑! 퍼퍼퍼- 펑!

“끼에에에에엑!”

그림자 수호자가 내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 흐려지는 것과 동시에 놈의 형체가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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