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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79화 (79/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79화>

까깡- 철컥- 콰당탕-

갑옷 기사의 공격을 간단히 피하며, 병준은 계속 달렸다.

널브러지는 바람에 경로를 방해하는 녀석도 있었으나, 이미 궤적을 예측했기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병준이 지나간 경로의 바닥에는 갑옷 파츠가 뒹굴었다.

그렇게 지형지물 이용하고 갑옷 기사와 궁수를 떨쳐 내며 얼마나 달렸을까.

시야 한편에 뜨는 미니맵 화살표가 한층 더 진해진 건, 이제 슬슬 사원에 가까워졌다는 증거일 터였다.

“이대로면 사원 도착하는 퀘스트는 무난히 되겠는데.”

과연 마력 감각을 끌어올려 넓은 영역을 살피자, 멀지 않은 곳에서 마력이 느껴졌다.

“틀림없어. 이건 마검전과 이어진 마력이야.”

그간 이동해 온 화산지대를 잠식한 암흑 마력과 다른, 익숙한 느낌에 병준은 반색했다.

필시 사원 제단의 것이리라.

이내 언덕에 올라서자 그 생각대로 사원이 보였다.

“주군, 바로 저곳입니다. 저 사원에 우리가 찾던 첫 번째 제단이 있습니다.”

“어, 나도 보여.”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남은 거리를 좁혀 가는 그 순간 병준은 멈칫했다.

그리곤 팔을 들어 앞으로 나가려는 드웨인을 제지했다.

공간 장악이 이상 기류를 감지한 탓이었다.

츠팟- 푸스스스스-

검은 기운이 짙어지더니 무언가가 감각에 잡혔다.

“앞에서 본 검은 연기와 비슷하면서도 달라. 더 강력하군.”

앞으로 나서며 병준은 검은 연기를 주시했다.

그러자 이내 마력이 응어리지며 얽히더니 검은 연기가 형체를 이루었다.

혹시 챔피언 몬스터일까? 아니면 정신을 교란하거나 현혹시키는 몬스터인가?

그리 경계하며, 혹시 자신이 벌써 녀석의 능력에 휘둘렸는지 감각을 되짚어 보기까지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돌아…가라!

대신 그것이 목소리를 내자 병준은 바로 막야를 날렸다.

녀석은 애초에 연기를 매개로 허깨비처럼 뭉친 마력 덩어리에 불과했는지, 형상은 그대로 흩어졌다.

“성가시게 하네.”

그렇게 몇 번이나 다시 나타나는 연기를 베어 내는 순간.

쿠르릉- 쩌저저저저적!

돌연 암석지대가 갈라지더니 틈새로 용암과 연기가 솟구쳤다.

“무슨?!”

그것이 엉키며 연기와 다른 형상을 이루었다.

사람처럼 몸통에 사지가 형성되고, 그 위에 휘도는 연기와 검붉은 용암이 두툼하게 질감을 이루며 곧이어 갑옷이 되었다.

그야말로 보스 몬스터나 챔피언급의 위용.

앞서 쓰러트린 갑옷 기사나 궁수와 외형은 비슷하지만, 한편으론 사뭇 달랐다.

“역시 그런가. 이대로 갈 수 있으면 너무 간단하다 싶었지.”

풍기는 분위기가 훨씬 위압적이었다.

단지 3미터에 달하는 크기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형체는 완연하게 갑옷이 되었건만 아직 식히지 않은 쇠처럼 용암의 시뻘건 색감과 열기가 그대로 작열했다.

뭣보다 놈이 팔을 떨치자, 지면이 갈라진 용암 틈새로 검이 올라와서 손아귀에 잡혔다.

철컥- 쿵! 철컥- 쿵!

그리고 족적마다 이글거리는 용암 자국을 남기며 다가오는 걸음걸이는 묵직했다.

그와 함께 용암지대의 땅이 거세게 울리더니.

놈의 투구 두 눈구멍에 용암처럼 불이 번쩍였다.

[ 스피드 런_퀘스트가 수호자 제거_퀘스트로 연계됩니다. ]

[ 스피드 런_퀘스트 보상은 수호자 제거_퀘스트를 완료한 다음에 일괄 지급됩니다. ]

그와 함께 창이 갱신됐다.

[ 수호자 제거 ]

*조건 : 수호자 대면

*내용 : 용암 세계 수호자를 제거하여 그가 점유한 영역 해방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5개

“마검석이 다섯 개라 이건 흔하지 않은데.”

한 번에 다섯 개나 주는 상위 퀘스트!

하지만 지금 병준의 신경을 뺏은 것은 보상이 아닌, ‘수호자’라는 문구였다.

“생추어리 던전에서 뜬 퀘스트에도 수호자란 말이 나왔었지.”

생추어리 던전에서 클리어리 가문의 제이슨이란 녀석을 잠식해서 덮쳐 온 그때도 수호자라는 말이 나왔었다.

‘그러고 보면 얼음이나 용암이냐의 차이만 있지, 갑옷과 저 대검은 거의 똑같아.’

아무래도 생추어리 던전에서 처치한 것과 비슷하거나 기원이 같은 녀석이리라.

그리고 병준의 그런 추측이 사실이라 말해 주는 듯.

-……아가라.

뿜어지는 연기와 함께 놈이 말을 내뱉었다.

그 목소리에 실린 위압감과 풍기는 분위기는 생추어리의 그 녀석과 사뭇 비슷했다.

당시 기억이 상기된 탓인지 병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후우!”

그러나 결코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기실 그때와 비하면 병준은 많이 강해진 터였다.

-……돌아가라. ……그러지 않겠다면 죽음뿐.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용암 기사가 먼저 공격해 왔다.

용암으로 빚은 듯한 대검이 바닥을 때리며 시뻘건 암석 덩어리가 튄다.

후욱- 콰아앙!

공격을 읽고 미리 물러난 병준은 곧바로 반격해 들어갔다.

파치칫- 츠츠츠츳!

간장을 떨치자 섬전 가닥이 거세게 튀며 막야를 이끌었다. 회전하는 섬전 바퀴의 기세는 그야말로 맹렬했다.

용암 기사가 반응하여 검을 옆으로 세워 막으려 했으나.

“그렇게는 안 되지.”

순식간에 오른손으로 주입한 마력은 그대로 용암 기사를 묶는 속박이 되었다.

그리고 어그로에 끌려, 돌아서다가 어중간한 자세로 움찔거리는 용암 기사의 어깨에 막야가 갈고리처럼 박혀 들었다.

푸화학!

피 대신 시뻘건 용암이 튀는 순간, 막야는 거침없이 사선으로 파고들며 상대를 찢어발겼다.

쿵-

그러자 잘린 상반신이 떨어지고 하반신이 무릎을 꿇었지만, 병준은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쉬울 리 없지. 마력도 그대로 느껴지고.”

용암 기사의 본신에서 느껴지는 마력 반응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렬해지고 있었다.

이내 병준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부그르르르르- 콰쾅!

땅이 갈라진 틈새로 연기와 용암이 솟구치더니 용암 기사의 몸에 흡수되었다.

끈적거리며 퍼지는 용암 덩어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아메바처럼 흩어진 상반신과 하반신 갑옷을 가져와 붙인다.

“칫, 역시나 지맥의 마력 회로가 연결되어 있었군.”

예전 염상 필드의 아수라 몬스터와 비슷하다.

용암으로 가득 채워진 갑옷 내부의 이음매로 시커먼 연기를 뿜어져 나오고, 곳곳은 달군 쇠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철컥! 푸쉬이이-

그와 동시에 근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듯이 강렬한 열기가 뿜어졌다.

쿠쿵! 쿵- 후우웅-

그리고 그대로 대검을 휘두르며 병준에게 덮쳐온다.

병준은 연달아 오는 공격을 피하며 잠시 고민했다.

‘자, 그러면 어떡할까.’

아무리 부셔도 필드가 유지되는 한, 부활하는 적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필드를 부술 수도 없다.

하물며 매번 그냥 부활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용암 굳으며 한층 두꺼워진 갑옷에 스파이크 같은 것이 돋아나면서 더 강해진 듯싶다.

그러나 병준의 얼굴에는 곤란한 기색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이지.”

그저 한 장소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순식간에 정리된 생각. 그리고는 스텝을 밟아 순식간에 용암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우웅- 콰콰콰!

당장이라도 병준을 쪼갤 듯 내리찍는 용암의 검.

하지만 그 순간 병준은 화령용아검으로 마검을 바꿔서 들어 올렸다.

그리곤 이내 어떤 권능을 시전하자, 병준과 거인 사이에 화염으로 이루어진 형상이 일어나 그사이를 가로막았다.

파이어 골렘이었다.

-그어어엉!

비록, 용암 기사의 일격에 의해 순식간에 파괴되었으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병준이 원했던 것은 그 잠시의 틈을 버는 것이었으니까.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내리 찍힌 대검을 밟고 파이어 골렘을 거쳐.

병준은 그대로 용암 기사를 뛰어넘었다.

거인이 골렘에 박힌 검을 뽑아내고 뒤돌아섰으나, 병준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이었다.

“자, 이러면 어때?”

병준이 버티고 선 곳, 그곳에는 사원이 있었다.

비록 화산지대에 섬처럼 덩그러니 갇혀, 간신히 남은 영역을 지키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만 해도 큰 의미가 있었다.

“용암 바닥에서 무한 부활이라면 말이지.”

병준은 그리 말하며 용암 기사를 유인하듯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렇지 않은 땅으로 판을 옮기면 되지 않겠어.”

그러자 금방이라도 덮칠 듯 성큼성큼 다가오던 용암 기사가 걸음을 멈추었다.

우뚝-

“뭐해? 자, 어서 들어오라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뭔가 느꼈는지 멈추어 선 용암 기사의 모습을 보며, 병준은 피식 웃었다.

“왜 그래, 못하겠어?”

그리고 이어서 간장을 앞으로 척 뻗으며 말을 이었다.

“자, 과연 이 정도의 출력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그 순간 병준이 뻗은 간장이 맹렬하게 섬전을 뿜어냈다.

파츠츠츠츳- 치치치치칫!

이어서 튀어 오르는 섬전은 병준을 중심으로 하는 커다란 소용돌이를 그린다.

그 마력 와류에 휩쓸린 듯 용암 기사는 다시 그 묵직한 한 걸음을 옮겼다.

쿠쿵- 쿵! 쿵!

-…으으윽! 죽어라아!

그리곤 어그로를 견디지 못하고 걸음을 크게 디디더니 대검을 휘둘렀다.

“그래, 그렇게 와야지.”

병준은 이를 물러나며 피하고는, 간장을 뻗었다가 대검과 스치듯 회수하며 튕겨냈다.

그러자 파직하며 섬전이 튀기고, 강력한 어그로가 터지며 몸이 기울어졌다.

녀석은 서둘러 다시 자세를 가누었지만, 이미 병준은 앞에 없었다.

“이봐, 이쪽이라고.”

그리고 순간적으로 후방으로 돌아간 병준이 간장을 휘두름과 동시에, 막야가 날아와서 쇄도했다.

퍽! 콰지지직-

놈의 등 한복판에 막야가 거칠게 박혔다.

그 힘에 떠밀려 용암 기사는 등이 갈라진 채, 대여섯 걸을 내디뎠다가 무릎 꿇었다.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딨어. 계속 가야지.”

-……그으으으!

병준은 다시 앞으로 돌아가 간장으로 어그로를 떨치자, 용암 기사는 일어서다가 다시 움찔했고.

놈이 휘청이는 사이, 허공을 가르며 막야가 전방위 연타 공격으로 놈을 압박했다.

퍼퍽! 쾅- 콰쾅!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쳐 튀겨서 날려진다.

용암 기사는 계획대로 막야의 타격에 밀려나 어느새 사원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됐다, 거의 다 왔어.’

파파팟- 츠팟!

그렇게 사원 가까이 이르자, 병준은 용암 기사의 옆을 스치듯 움직여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곤 날아오는 막야의 끝을 잡은 뒤, 그대로 그 반동을 이용해서 마력을 씌운 발로 놈의 등판을 걷어찼다.

퍽! 콰아앙- 콰지지직-

막야가 날아오는 힘에 내 무게까지 섞이자, 놈은 바닥을 나뒹굴 듯 날아가 사원 내부의 벽에 처박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원 벽에 부딪힌 녀석은 곧이어 땅 짚고 부들거리며 일어섰으나.

반쯤 갈라진 어깻죽지.

지진이 난 땅처럼 죽죽 갈라져 있는 관절들.

난자가 돼 있는 가슴팍까지.

-그으으…….

예상대로 용암지대에서와 달리, 이번에는 갈라진 상처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놈을 처치할 절호의 기회라는 뜻!

“자, 이젠 끝이야.”

병준도 마력을 많이 사용했기에 길게 끌 수는 없었다. 일격에 끝장을 내야 한다.

그 의기에 반응하듯, 섬전을 튀기며, 막야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흐아아아아!”

그렇게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두 검에 남은 마력을 모아 실은 뒤, 간장을 떨쳐 막야를 쏘아 낸 순간.

[ 간장과 막야가 상호 작용하여 히든 권능 Ⓟ전격 부여가 발동하였습니다. ]

[ 간장과 막야가 상호 작용하여 히든 권능 Ⓐ전격 덫이 발동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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